인간들의 위선과 잔혹성이 가득한 세상에서
광대를 자처했던 한 남자의 고백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단념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가장하여 인간 사회에 들어가고 싶어했던 오바 요조.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때부터 인간의 이중성을 관찰하면서 내면에는 고독과 인간에 대한 왜곡된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 도쿄의 고등학교로 진학한 후 서양화가의 화실을 드나들다 호리키라는 여섯 살 많은 남자를 알게 되고 술, 담배, 매춘부, 전당포, 좌익사상에 빠져들어 투신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후 무명 만화가로도 살아가지만 결국 마약에 중독되고 정신병원에 수용되었다가 가족으로부터도 외면당한 채 외딴 시골집에서 쓸쓸히 죽음만을 기다리는 인간 실격자가 되고 만다.
『인간 실격』은 ‘나’라는 화자가 서술하는 서문과 후기, 그리고 이 작품의 주인공 요조가 쓴 세 개의 수기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 사회의 위선과 잔혹성에 반발하면서도 끝내 스스로 독립하지 못하고 결국 파멸해가는 과정을 수기 형식으로 그린 작품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성장 과정 역시 어머니가 병약하여 유모와 숙모의 손에서 자랐는데, 유년기 어머니의 부재는 그의 생애에 걸쳐서 ‘사랑’과 ‘관심’을 갈구하도록 부추겼으며, 이러한 심리는 『인간 실격』에 오롯이 투영되어 현실 증오, 인간 공포의 근원이 되었다. 또한 연재 최종회의 게재 직전인 6월 13일 심야에 다자이 오사무가 자살했기 때문에 『인간 실격』은 ‘자전적 소설’ 혹은 ‘유서’ 같은 소설이라고 알려져 왔다. 저자의 죽음으로 진위 여부는 영원히 비밀에 싸인 채 다양한 추측만 난무하고 있지만 그의 죽음으로 일본 문학계는 물론 당대의 젊은이들에게서 ‘다자이 열풍’의 위세는 대단했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과 판매 부수 1, 2위를 다투며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