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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논쟁

주제: 자유의지, 처벌, 응분의 대가

대니얼 데닛,그레그 카루소 저/윤종은 | 책세상 | 2022년 9월 1일 한줄평 총점 0.0 (5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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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철학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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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철학자 vs. 철학자, 이것이 진짜 論쟁이다!

“미안하지만 그 예는 당신의 주장을 전혀 뒷받침하지 않아요.”

두 철학자의 실제 논쟁을 담은 책. 대니얼 데닛과 그레그 카루소가 자유의지, 처벌, 응분의 대가를 주제로 벌인 격론이 가감 없이 담겼다.

‘논쟁’은 TV 토론, 인터넷 게시판, 서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대화의 한 형식이다. 하지만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이 제한 없이 끝장 논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다. TV 토론의 참여자들은 시청자를 의식하며 말하고,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학회의 토론장에서도 짧은 시간 내에 정해진 이야기를 교환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철학자는 ‘논리’의 전문가다. 철학자는 카메라 앞에서 말을 더듬을지언정 언제나 ‘이성의 빛’을 지향하는 존재며, 논쟁(논리 싸움) 본연의 의미에서 전문가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철학자와 철학자가 만나 벌이는 ‘진짜 논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논리와 논리가 만나 끝장을 보면 어떤 결론이 나올까? 이 책은 실제 철학 학회에서 우연히 만나 하룻밤 논쟁을 즐긴 두 철학자가 의기투합해, 시간 제한 없이 끝장을 한번 보자고 마음먹은 결과물이다.



‘결정론’과 ‘자유의지’는 양립가능하다 vs. 양립불가능하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아인슈타인도 하지 않는다?

데닛과 카루소의 출발점은 ‘결정론’이다. 결정론(determinism)은 어떤 시점에서든 오직 하나의 미래만이 물리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는 이론이다. 다시 말해 과거의 사건과 자연법칙이 하나의 특정한 미래만을 가져온다고 본다.

결정론적 세계관을 담은 말 중에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가 있다. 이는 양자역학의 비결정성을 거부했던 아인슈타인의 생각을 드러내는 언술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이 이런 말도 했다는 사실은 그렇게 유명하지 않다. “나는 자유의지를 믿지 않아요. (…) 내 과학적 성과는 틀림없이 정해져 있었어요. 나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여러 요인에 의해서요.”

‘세계’에 대해서 결정론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우리의 직관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 듯하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이나 부모의 눈동자 색 유전이 ‘이미 결정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꽤 자연스럽다.

하지만 ‘나 자신’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내가 오늘 어떤 색의 셔츠를 고를지가 이미 결정되어 있다거나 나아가 내 삶 전체가 이미 정해진 트랙을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성과가 아인슈타인의 것이 아니라고 여기기도 쉽지 않다.

데닛과 카루소는 모두 자신을 결정론자로 규정한다. 둘의 차이는 ‘자유의지’에 있다. 데닛은 결정론이 타당하지만 그와 동시에 자유의지가 존재할 수 있다고 여기는 ‘양립가능론자’다. 카루소는 결정론이 타당하며 자유의지는 이와 동시에 성립할 수 없다고 여기는 ‘양립불가능론자’이자 ‘자유의지회의론자’다. 둘의 논쟁은 여기서 시작한다.



주제: 자유의지, 처벌, 응분의 대가

자유의지의 문제는 우리의 자기 이해와 대인 관계, 도덕적이고 법적인 관행에 실제로 영향을 끼친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태도와 판단을 정당화할 때, 그 바탕에는 인간이 자유의지를 지닌다는 가정이 깔린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누군가 우리에게 부도덕한 일을 저지를 때, 우리는 억울한 마음과 도덕적 분노를 느끼는 동시에 그런 감정을 정당한 것으로 여기곤 한다. 참작할 만한 사정이 없는 한 자유가 있는 인간은 자신의 행동에 도덕적인 책임을 져야 하므로,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우리는 보통 어떤 사람이 ‘자유의지에 따라’ 행동한다면 그에게는 도덕적 책임이 있으므로, 그가 한 일에 따라 응분의 칭찬과 비난, 처벌과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가정한다. 이와 비슷한 가정들은 형법의 토대이기도 하다. 일례로 미국 연방대법원은 한 판결에서 이렇게 천명했다. “특히 형벌과 선고, 구금을 다루는 데 있어 우리 법 체계의 ‘보편적이고 항구적인’ 기반은 ‘인간 의지에는 자유가 있으며, 따라서 평범한 개인에게는 선과 악을 선택할 능력과 의무가 있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자유의지라는 것이 정말로 있을까? 만약 누구도 자유롭지 않으며, 그런 의미에서 도덕적 책임을 질 수도 없다고 밝혀진다면 어떻겠는가? 사회와 도덕, 의미, 법은 어떻게 될까? 사회는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 없이도 잘 돌아갈 수 있을까? 이것이 바로 이 책에서 다루는 물음들이다.



철학은 결코 혼자가 아니라

상반된 견해를 가진 대등한 파트너와 함께해야 한다

자유의지가 있는지 없는지의 문제는 철학은 물론 종교와 법에서 깊게 다루어져온 주제다. 또 자연과학이 발전하면서 뇌과학, 심리학 등의 영역에서 ‘리벳 실험’처럼 자유의지에 큰 논쟁거리를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책에서 두 대담자는 자유의지의 역사를 정리하지도, 결정론자들의 목록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둘은 자신과 상대방만 존재하는 공간에 있는 양 오직 논리만을 부딪혀간다. 철학이 ‘사변적’ 학문이라는 말은 어떤 맥락에서는 현실과 괴리된 철학을 비판하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이 책에서는 가장 철학다우면서 가장 논쟁다운 대화를 수식하는 말로 기능할 수 있다. 다음 추천사가 이 책의 특징을 잘 설명한다.

“철학은 결코 혼자가 아니라 상반된 견해를 가진 대등한 파트너와 함께해야 하며, 그 결과물을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하고, 독자들이 깊이 있고 까다로운 문제를 직접 고민할 수 있도록 쉬운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서 두 대담자는 까다로운 쟁점을 두고 논쟁을 펼치고는 각자가 취하는 관점의 정수를 요약해서 제시한다. 자유의지와 응분이라는 주제의 핵심을 이토록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논의는 여태 없었다. 철학 논쟁이 얼마나 어려우면서도 중요하고 생기 넘치는 일인지를 깨닫게 하는 책이다.”(제넌 T. 이스마엘, 컬럼비아대학교 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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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추천사
서문
논쟁을 시작하며
주요 용어
첫 번째 대담 탐색 단계: 자유의지 논쟁과 도덕적 책임
자유의지와 결정론 문제
두 번째 대담 심화 단계: 철학적 질문들
자유의지론의 비결정성
도덕적 책임과 조작 논증
양립가능론과 도구주의
자유의지 논쟁에서의 운
세 번째 대담 이해 단계: 처벌, 도덕, 응분의 대가
카루소의 공중보건격리모형
범죄 억제와 교화
도덕과 법 체계에 관해
응분과 양립가능론

참고문헌

상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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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저 : 대니얼 데닛 (Daniel C. Dennett)
과학의 최신 성과와 진화적 관점을 중시하는 철학자. 이 시대 가장 독창적인 사상가로 정평이 난 그는 심리철학, 인지과학, 생물철학의 선구자로서 마음·종교·인공지능 연구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마빈 민스키는 그를 ‘버트런드 러셀 이후 가장 위대한 철학자’라고 평하기도 했다. 1942년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났으며 하버드 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고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2년, 학문적 공헌을 인정받아 네덜란드의 에라스무스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터프츠 대학교에서 가장 저명한 교수직인 유니버시티 프로페서쉽을 보유하고 있으며 같은 대학교의 오스틴 B. 플래처 철학... 과학의 최신 성과와 진화적 관점을 중시하는 철학자. 이 시대 가장 독창적인 사상가로 정평이 난 그는 심리철학, 인지과학, 생물철학의 선구자로서 마음·종교·인공지능 연구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마빈 민스키는 그를 ‘버트런드 러셀 이후 가장 위대한 철학자’라고 평하기도 했다. 1942년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났으며 하버드 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고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2년, 학문적 공헌을 인정받아 네덜란드의 에라스무스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터프츠 대학교에서 가장 저명한 교수직인 유니버시티 프로페서쉽을 보유하고 있으며 같은 대학교의 오스틴 B. 플래처 철학 교수와 인지 연구 센터의 소장을 맡고 있다.
데닛은 리처드 도킨스의 밈 이론을 자신의 지향계 이론에 결합하여 의식·종교·인공지능 등에 흥미로운 철학 이론을 발전시켜 왔다. 실제로 지난 40여 년 동안 《다윈의 위험한 생각》 《마음의 진화》 《마음의 설계》 《내용과 의식》 《지향적 자세》 등의 저술 활동을 통해 마음을 과학적으로 바라보는 이해의 지평을 넓혀 왔다. 그 밖의 저서로는 《의식의 수수께끼를 풀다》 《신 없음의 과학》(공저) 《자유의 진화》 《주문을 깨다》 《직관펌프, 생각을 열다》 가 있다.
데닛은 강단의 학자라는 관성에서 비껴가는 고유의 표현법을 고수한다. 직관펌프라고 불리는 사고 실험으로 통념에 빠진 철학자들의 오류를 직관적으로 포착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치밀하고 정교하게 짜여진 논증과 다양한 관찰에 기반한 예증이 있다.
또한 그는 철학자를 가리켜 답을 주기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데 더 재주가 많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모든 물음에 답하려는 욕망을 누르고, 열린 마음과 좋은 질문으로 낡은 관행과 전통을 깨뜨리는 철학자라면 ‘나와 세계’를 이해하는 인간의 장대한 구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저 : 그레그 카루소 (Gregg D. Caruso)
결정론과 자유의지가 양립할 수 없다고 보는 양립불가능론자이자 인간의 행동은 통제할 수 없는 요인의 결과이므로 기본적 응분에 따른 도덕적 책임을 져서는 안 된다고 보는 자유의지회의론자. 뉴욕주립대학교 코닝 커뮤니티 칼리지 교수이자 호주 매쿼리대학교 철학 교수다. 저서로 《자유의지와 의식Free Will and Consciousness》(2012), 《응보주의를 거부하다Rejecting Retributivism》(2021) 등이 있다. 결정론과 자유의지가 양립할 수 없다고 보는 양립불가능론자이자 인간의 행동은 통제할 수 없는 요인의 결과이므로 기본적 응분에 따른 도덕적 책임을 져서는 안 된다고 보는 자유의지회의론자. 뉴욕주립대학교 코닝 커뮤니티 칼리지 교수이자 호주 매쿼리대학교 철학 교수다. 저서로 《자유의지와 의식Free Will and Consciousness》(2012), 《응보주의를 거부하다Rejecting Retributivism》(2021) 등이 있다.
역 : 윤종은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펍헙번역그룹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완전히 자동화된 화려한 공산주의》(황소걸음, 2020, 공역), 《자동화와 노동의 미래》(책세상, 2022), 《철학 논쟁》(책세상, 2022)이 있다.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펍헙번역그룹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완전히 자동화된 화려한 공산주의》(황소걸음, 2020, 공역), 《자동화와 노동의 미래》(책세상, 2022), 《철학 논쟁》(책세상, 2022)이 있다.

종이책 회원 리뷰 (5건)

구매 철학 논쟁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n******8 | 2023.01.21

다니엘 대닛의 책은 쉽지가 않다. 게다가 이번에는 언제나 논쟁적인 자유의지다. 읽다가 포기할 것을 각오하고 시작했는데 마치 웬만한 소설보다 흥미로워서 거의 단숨에 읽게 되었다. 자유의지의 문제는 항상 논쟁적이였는데 사실 왜 그렇게 큰 문제거리가 되는 것인지 이 책을 읽고서야 비로서 이해가 되었다. 죄의 응분, 처벌, 즉 사회에서 죄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의 밑바탕에 결국에는 자유의지의 논쟁이 있어왔던 것이다. 여전히 쉽게 이해될 수는 없고 다루는 주제가 상당한 무게감이 있지만 두 뛰어난 철학자의 설명, 핵심 논쟁들이 요약, 적절한 예시등으로 거의 모든것을 이해했다는 착각까지 들게한다. 작지만 위대한 책이 또하나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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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철학 논쟁』 : 자유의지와 운명론은 공존할 수 있을까?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l********6 | 2022.10.10

인간에겐 자유의지가 진정 존재하는가?

자유의지 vs 운명론

기독교 세계관이 익숙한 나에게 자유의지는 진정으로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낳는다.

신은 인간에게 선악과를 따먹을 수도, 순종하며 신을 사랑할 수도 있는 자유의지를 주었지만 하나님은 미래를 다 알고 계신다 한다.

알고 계신다는 것은 예정되어 있는 것이고, 운명이 결정지어진 것과 자유의지는 성립이 가능할 것인가? 에 대한 의문이었다.

철학에서는 이를 어떻게 설명할까?

그에 대한 흥미로운 대답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이 책 『철학 논쟁』이다.



 

이 책에서는 운명론(이 책에서는 결정론으로 표현)과 관계하여 자유의지에 대한 대표적인 주장을 제시한다.

양립가능론 : 자유의지와 결정론은 양립할 수 있음 (자유의지는 참)

양립불가능론 : 자유의지와 결정론은 양립할 수 없음 (결정론이 참이라면, 자유의지는 거짓)

자유의지론 : 양립불가론은 참이며 결정론은 거짓 (자유의지는 참)

자유의지회의론 : 인간은 자유의지를 지니지 않음

강한 결정론 : 양립불가능론과 결정론은 참 (자유의지 거짓)

 

철학 논쟁의 전체적 구성은 철학자인 데닛과 카루소의 논쟁식으로 글을 주고받는 구조다.

여기서 데닛은 양립가능론자로 자유의지와 운명론의 참을, 카루소는 양립불가능론자로 운명론의 참과 자유의지의 거짓을 주장한다.

정말 간단히 맛보기로 이야기하자면 카루소는 모든 일이 행동을 하기까지의 앞선 무언가가 영향을 끼치고 결정을 최선으로 만들었음으로, 자유의지가 아닌 인과관계의 필연적인 행동으로써 본다. 그에 반해 데닛은 행동을 하기까지 그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은 너무 많고, 그걸 추적할 수 없기에 (사람에 따라 행동에 영향끼치는 요소들의 순위를 자유의지에 따라 여긴다고 보는 것이 아닐까) 자유의지는 참이라고 한다.

행위자의 내적 심리 상태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 의해 인과적으로 결정'되는지는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죠. (145p.)

 

책의 구성과 Point.

단순하게 하나의 이론을 따라가는 것보다 반박에 반박이 오가는 과정 속에서 탄탄해지는 입장을 살펴보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우면서도 (마치 교수님이 다른 교수님한테 반박당하는 상황..) 반대 의견을 어떻게 보완하면서 견고해지는 입장이 감탄스러웠다.

그 과정에서 두 학자들의 태도 또한 배울 점이 많았다.

우선 내가 자유의지와 책임을 설명하는 방식을 따랐을 때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점을 염려하는 군요. 옳은 지적이지만, 이건 하나의 특성이지 오류가 아니에요. (167p.)

당신의 이런 주장에는 무릎을 쳤습니다. (169p.)

고맙습니다, 댄. 여러모로 유익한 예시들이로군요. (113p.)

자신의 의견에 반기를 드는 반대편의 사람에게 이렇게 우아하게 반응할 수 있다니.

당신은 당연히 동의하지 않겠죠, 그런데 어떤 근거로요?(166p.)

천만에요, 당신이 지금 강조한 문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에요. (135p.)

한편, 아주 예리한 말들도 오간다. 이 온도차이를 넘나드는 것도 재밌는 point...

 

N의 상상력 끝판왕 : 여러가지 예시들

나는 '만약에' 게임을 너무 좋아한다.

만약으로 가정하는 상황 속에서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현실사회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재밌다. 이 책에서는 너무나 흥미로운 가설들이 등장한다. 예컨대 두뇌를 조작당한 사람이 살인을 저지른다면? 철학적 좀비에 대한 가설 또한 너무 웃긴다 ㅋㅋ

 

책을 읽고...

자유의지의 유무는 양쪽 모두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자유의지가 거짓인 카루소의 의견은 구조와 태생적인 운의 불평등을 고발하는 것같은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시스템 속 사람들을 얼마나 손가락질해왔나 하는 반성이 들었다. 참인 데닛의 의견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주체성과 우리가 어떠한 옵션에 처해있더라도 옳바르게 살아가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물음을 던지게 했다.

사실, 내 의견은 읽는 컨디션에 따라 계속 달라졌다. 세상을 희망적으로 보고 주체적인 확신이 필요했던 때에는 데닛의 의견에 공감했고, 하루가 힘들어 내 일을 후회하게 되었을 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음을 외치는 카루소의 말이 큰 힘이 되었다.

어차피 적어도 죽을때까지 인간의 자유의지 여부는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필요하고 알아가야 하는 이유는 다각도의 차원에서 삶을 바라볼 수 있다는 측면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고정된 상황에서도 옳은 일이 무엇인지를 계속 묻는 필요를 느끼게 하기에, 동시에 자유의지라는 이름으로 선택권 없이 지금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이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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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논쟁』 - 대니얼 데닛 등 2인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고**다 | 2022.09.30

 『철학 논쟁』은 과거부터 뜨거운 논쟁거리였던 '자유의지론이냐 결정론이냐'에 대해 두 명의 철학자가 토론한 것을 실은 책이다. 대니얼 데닛은 자유의지론과 결정론이 양립할 수 있다는 양립가능론자로, 인간은 주체적인 행위자로서 성장하면서 통제력을 가지므로 자신이 한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양립불가능론자이자 자유의지회의론자인 그레그 카루소는 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이상 인간에게 응분에 따른 도덕적 책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들은 여러 가지의 개념을 가지고?특히 법적 처벌의 근거로써 응분의 몫에 대하여 치열하게 토론한다.

 

 이 책의 쟁점은 인간의 의식을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에 대한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우리가 무언가를 인식하는 작용 자체가 온전히 우리의 자유의지로 이뤄지는지 아니면 통제할 수 없는 요소에 의해 인과적으로 결정되는지를 따지는 문제 말이다. 만일 의식이 행위자의 자율에 의한 것이라면 데닛의 말대로 인간은 응분의 몫을 질 필요가 있겠고, 그렇지 않다면 인간은 다른 근거?예방 차원의 구금 등?를 들어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이 맞다. 그러므로 인식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어떤 주장이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올지도 정해지겠다.

 

 영국의 저명한 행동과학자 닉 채터에 따르면 의식이란 현재 지각한 것을 예전에 축적해 놓은 경험과 연결하고 재구성한 다음 우리가 새로운 것을 산출해내는 과정이다. 여기서 지각과 경험이라는 두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 지각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자로 구성된 감각기관을 이용해서 하는 것이니 카루소의 말마따나 구성적 운에 의해 정해진다고 볼 수 있다. 경험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어느 나라에서 태어날지 어떤 집안에서 자라게 될지와 같은 현재적 운에 맞닥뜨리므로, 마찬가지로 이미 결정된 것이다. 그래서 의식은 '운에 의해 정해진 것 두 개를 조합해서 새로운 것을 산출해내는 과정'이라고 봐도 무방하므로, 의식이 우리의 자유의지가 아닌 운에 의해 정해진 결과물로 여겨진다.

 

 이 관점에서 토론을 바라보면 데닛의 손을 들어 주기 어렵다. 그는 과거는 행위자가 아니므로 나를 통제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과거의 경험은 앞서 언급했듯 현재 지각한 것만큼이나 의식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이므로 인간에게 족쇄로써 통제 기능을 한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 그래서인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들 중 일부(어쩌면 대다수)는 어린 시절을 겪은 고생과 부당한 상황으로 인해 남들보다 일찍 자기 통제력과 책임감을 갖춘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라는 대목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오히려 부조리한 운을 인과적인 요소로 설명하고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카루소의 의견이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 

 

 통제로부터 전혀 구애받지 않는 자유의지는 인간에게 없지만, 각자 어느 정도의 주체성은 분명 가질 수 있다. 데닛이 인간은 교육 등을 통하여 변화하고 성장하면서 주체성을 가진 존재가 되어 간다고 주장한 것에는 동의한다. 세상과 사회를 이해하면서 자기 자신이 통제되고 있음을 깨닫고 이에 순응하거나 저항하기를 선택할 수 있어서이다. 다만 그마저도 적정 수준의 두뇌나 좋은 학군과 같은 교육환경 등을 요한다는 점에서 운의 영향 아래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즉 주체자로서 실존하는 우리는 정말 큰 행운을 갖고 살아가는 셈이다. 그러므로 미국 공화당처럼 ‘(전부) 우리가 일구었다!’라는 당찬 말보다는 겸손한 태도를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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