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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 생명사

38억 년 생명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것은 항상 패자였다!

이나가키 히데히로 저/박유미 역/장수철 감수 | 더숲 | 2022년 9월 2일 한줄평 총점 0.0 (32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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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 > 과학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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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싸우는 식물》 《전략가, 잡초》를 잇는 생존 전략 3부작, 세 번째 이야기
38억 년 생명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것은 항상 패자였다!

《전략가, 잡초》《싸우는 식물》 등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일본의 대표적인 식물학자이자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 이나가키 히데히로가 약자, 잡초에 이어 이번에는 패자에 주목했다. 흔히 생명의 역사는 혹독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은 승자가 이룩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생명의 진화 과정을 살펴보면 38억 년의 유구한 생명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자는 생존 경쟁에서 밀려난 패자였다. 《패자의 생명사》는 최초의 생명이 생겨나고 인류가 출현하기까지 생명의 역사를 패자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그들의 강인한 생존 전략을 살펴본다.

이 책은 광대한 생명의 역사를 연대기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생물들이 진화한 모습을 통해 그들이 패자에서 어떻게 역사 속 ‘진정한 승자’가 되었는지를 독특한 시선과 다양한 이야기로 보여 주고, 우리 삶의 이야기와 흥미롭게 엮어 새로운 성찰을 이끌어낸다. 다른 생명들과 인간과의 공통점을 발견하는 디테일, 역사 속 아웃사이더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은 이번 책에서도 그 힘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깊이 있는 내용을 쉽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그의 대중적인 글쓰기 역시 이나가키 히데히로의 책이 ‘믿고 보는 과학책’임을 증명해 준다.

국내의 저명한 생물학자인 장수철 교수의 감수를 통해 전문성을 높이며 논의의 흐름과 맥락을 세심하게 채웠다.

목차

감수의 말 가장 번성한 성공적인 패자의 역사
머리말 패자가 엮은 이야기 38억 년 전
1장 경쟁에서 공생으로 22억 년 전
불가사의한 DNA의 발견 | 원핵생물에서 진핵생물로 | 약육강식의 기원 | 공존의 길 | 진핵생물의 등장 | 먹어서 공생하다 | 경쟁보다 공생 | 우리의 조상 원핵생물 | 단순한 몸을 선택한 박테리아
2장 팀을 짓는 단세포 10억 ~ 6억 년 전
다세포 생물의 시작 | 무리 짓기의 장점 | 세포가 모이는 이유 | 해저 도시에 사는 스펀지밥 | 다세포 생물의 역할 분담 | 복잡한 단세포 생물 | 다세포 생물이 태어난 이유
3장 움직이지 않는 전략 22억 년 전
상상을 초월하는 기묘한 생물 | 조상을 추적하다 | 공통의 조상에서 태어난 동식물 | 움직이지 않는 식물 세포가 획득한 것 | 생물이 선택한 세 가지 길 | 엽록체의 매력
4장 파괴자인가, 창조자인가 27억 년 전
SF에 가까운 미래 | 맹독인 산소 | 새로운 형태의 미생물 등장 | 산소의 위협 | 산소를 끌어들인 괴물 | 산소가 만들어 낸 환경 | 급속도로 변화하는 지구 환경
5장 죽음의 발명 10억 년 전
남자와 여자라는 세계 | 라디오 사회자의 현명한 답변 | 개체 복사의 한계 | 효율적인 교환 방법 | 대장균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다 | 다양성의 힘 | 성은 왜 두 가지일까 | 수컷과 암컷이 만들어 내는 다양성 | 수컷과 암컷의 역할 분담 | 수컷의 탄생 | 위대한 발명, 죽음 | 유한한 생명이 영원히 계속된다
6장 역경 후의 비약 7억 년 전
입이 먼저일까, 엉덩이가 먼저일까 | 성게는 친척? | 학대받은 생명의 역습
7장 실패를 딛고 대폭발 5억 5천만 년 전
기묘한 동물 | 아이디어의 원천 | 세기의 위대한 발명 | 달아난 박해자
8장 패자들의 낙원 4억 년 전
위대한 한 걸음 | 달아나기 전략 | 역경을 이겨 내고 | 끊임없는 박해 끝에 | 미지의 땅에 상륙 | 새로운 시대를 만드는 패자 | 강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 살아 있는 화석의 전략
9장 개척지로 진출하기 5억 년 전
육상 식물의 조상 | 식물의 상륙 | 뿌리도 잎도 없는 식물
10장 마른 대지에 도전하기 5억 년 전
육상 생활을 제한하는 것 | 획기적인 두 가지 발명 | 이동할 수 있다는 것
11장 생물계의 지배자, 공룡의 멸종 1억 4천만 년 전
다섯 차례의 대멸종 공룡의 멸종 | 생존자들 | 소형화의 길을 택한 포유류 | 여섯 번째 대멸종
12장 공룡을 멸종시킨 꽃 2억 년 전
공룡이 멸종된 이유 | 겉씨식물과 속씨식물의 차이 | 빨라진 진화의 속도 | 아름다운 꽃의 탄생 | 나무와 풀, 어느 쪽이 진화한 형태일까 | 빨라진 세대교체 | 쫓겨난 공룡들 | 멈추지 않는 속도 | 생명을 단축하는 진화
13장 꽃과 곤충의 공생 관계 출현 2억 년 전
공생하는 힘 | 속씨식물의 최초 파트너 | 과일의 탄생 | 조류의 발달 | 먹이가 되어야 성공 | 공생 관계로 이끈 것
14장 구시대적 형태로 살아가는 길 1억 년 전
구조 조정의 선택 | 쫓겨난 침엽수 | 덜 진화된 형태로 살아가는 길
15장 포유류의 니치 전략 1억 년 전
약자가 획득한 것 | 생물의 니치 전략 | 생존 경쟁의 시작 | 서식지 격리 전략 | 같은 장소에서 서식지 격리하기 | 새로운 니치는 어디에 있을까 | 포유류가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 | 멸종되어 가는 것 | 비켜 가기 전략
16장 하늘이라는 니치 2억 년 전
하늘에 진출하다 | 하늘을 정복한 자들 | 저산소 시대의 정복자 | 하늘을 지배한 익룡 | 하늘을 지배하는 것
17장 원숭이의 시작 2천 600만 년 전
속씨식물의 숲이 만든 새로운 니치 | 원숭이가 획득한 특징 | 원숭이의 먹이, 과일
18장 역경을 거쳐 진화한 풀 600만 년 전
공룡 멸종 이후 변화된 환경 | 왜 유독 식물이 적을까? | 초원 식물의 진화 | 몸을 낮추어 스스로 보호하기 | 초식 동물의 반격 | 초식 동물이 거대한 이유
19장 호모 사피엔스는 패자였다 400만 년 전
숲에서 쫓겨난 원숭이 | 인류의 라이벌 | 멸종된 네안데르탈인
20장 진화가 이끌어 낸 답
온리원일까, 넘버원일까 | 모든 생물이 넘버원 | 니치는 작은 것이 좋다 | 싸우기보다 비켜 가기 | 다양성이 중요하다 | 인간이 만들어 낸 세계 | 보통이라는 환상
맺음말 결국 패자가 살아남는다
참고문헌

채널예스 기사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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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저 : 이나가키 히데히로 (Hidehiro Inagaki,いながき ひでひろ,稻垣 榮洋)
식물학자. 시즈오카대학교 농학부 교수. 1968년 시즈오카현에서 태어나 오카야마대학교 대학원 농학 연구과에서 잡초생태학을 전공하고 농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틈틈이 대중을 위한 저술과 강연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풍부한 경험과 깊이 있는 연구가 어우러진 그의 글은 치열하면서도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식물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주요 저서로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생명 곁에 앉아 있는 죽음』, 『싸우는 식물』, 『재밌어서 밤새 읽는 식물학 이야기』, 『이토록 아름다운 약자들』 등이 있다. 이 책 『식물학 수업』에서는 저자의 전공 분야인 ... 식물학자. 시즈오카대학교 농학부 교수. 1968년 시즈오카현에서 태어나 오카야마대학교 대학원 농학 연구과에서 잡초생태학을 전공하고 농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틈틈이 대중을 위한 저술과 강연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풍부한 경험과 깊이 있는 연구가 어우러진 그의 글은 치열하면서도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식물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주요 저서로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생명 곁에 앉아 있는 죽음』, 『싸우는 식물』, 『재밌어서 밤새 읽는 식물학 이야기』, 『이토록 아름다운 약자들』 등이 있다. 이 책 『식물학 수업』에서는 저자의 전공 분야인 잡초의 생태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예측할 수 없는 자연계를 헤쳐 나가는 식물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역 : 박유미
소통하는 글로 저자와 독자 사이의 편안한 징검다리가 되고 싶은 번역가. 영남대학교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일본학을 공부하며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잠입! 천재 과학자의 방』(전4권), 『엉뚱하고 기발한 세계 동물 스포츠 대회』, 『최강왕 놀라운 생물 대백과』, 『최강왕 동물 배틀』, 『최강왕 곤충 배틀』, 『늑대와 야생의 개』, 『곤충의 교미』,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29가지 습관』, 『당을 끊는 식사법』, 『원시인 식사법』, 『명작 의자 유래 사전』, 『세계를 읽기 위한 그리스 로마 신... 소통하는 글로 저자와 독자 사이의 편안한 징검다리가 되고 싶은 번역가. 영남대학교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일본학을 공부하며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잠입! 천재 과학자의 방』(전4권), 『엉뚱하고 기발한 세계 동물 스포츠 대회』, 『최강왕 놀라운 생물 대백과』, 『최강왕 동물 배틀』, 『최강왕 곤충 배틀』, 『늑대와 야생의 개』, 『곤충의 교미』,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29가지 습관』, 『당을 끊는 식사법』, 『원시인 식사법』, 『명작 의자 유래 사전』, 『세계를 읽기 위한 그리스 로마 신화 입문』, 『미술관의 뒷모습』, 『50개의 키워드로 읽는 프렌즈 아프리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식탁』 등 다수가 있다.
감수 : 장수철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생물학 교수. 대학에서의 생물학 교육을 연구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식물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농업과학기술연구원, 미국 미시간 대학에서 박사후 과정을 수련했다. 박사 이후 현재까지 식물학과 생물학 교육 관련한 논문 55편을 발표했고 그동안 쓴 책으로 《아주 특별한 생물학 수업》과 《아주 명쾌한 진화론 수업》 등이 있다.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생물학 교수. 대학에서의 생물학 교육을 연구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식물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농업과학기술연구원, 미국 미시간 대학에서 박사후 과정을 수련했다. 박사 이후 현재까지 식물학과 생물학 교육 관련한 논문 55편을 발표했고 그동안 쓴 책으로 《아주 특별한 생물학 수업》과 《아주 명쾌한 진화론 수업》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패자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낮추고, 비켜 가고, 공생하면서 그들은 이긴다

자연계는 약한 자가 강한 자에게 먹히는 혹독한 약육강식의 세계다. 강한 생물들이 우글거리는 이 무법 지대에서 연약한 생물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박테리아에 대해 살펴보자. 원시시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원핵생물을 오늘날에는 박테리아(세균)라고 한다. 27억 년 전 원핵생물은 시대에 뒤떨어진 생물이었다. 진핵생물은 눈부시게 진화해서 다양한 동식물이 되었던 것에 비하면, 세포핵도 없는 원핵생물은 상당히 원시적인 생물이었다. 그들은 과연 패자였을까?

하지만 그들은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더 크고 복잡해진 생물의 진화에 저항하며 소박하고 단순한 형태를 선택하고 유지했다. 원핵생물은 유전자의 수가 적어 유전자를 복사해서 빠른 속도로 증식할 수 있고, 환경 변화에도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다. 그 결과 많은 생물이 태어나고 또 많은 생물이 사라져도 여전히 핵을 가지지 않은 단세포 생물인 채로 존재하고 있다. 멸종은커녕 지구 곳곳에서 번창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가 먹는 요구르트나 치즈를 만드는 유산균, 청국장을 만드는 고초균 또한 모두 박테리아다. 그들은 결코 진화의 낙오자도 패배자도 아니다. 단순한 형태의 몸을 선택함으로써 승리자가 된 것이다. 저자는 박테리아를 가리켜 진화에 가장 성공한 종이라고 말한다.

가지고 있는 힘이 미약해서 팀을 짓고 사는 생물들도 있었다. 다세포 생물은 자신의 분열된 세포들을 하나의 집합체인 덩어리로 만들었는가 하면, 바다에서 방어력이 거의 없는 정어리도 하나의 생물인 양 수만 마리의 큰 무리를 이루며 다녔다. 이들은 적과 싸우지 않았다. 서로 도우면서 자신을 보호하며 살아갈 강력한 힘을 얻고자 했다.
38억 년이라는 엄청나게 긴 역사 속에서 패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현명한 선택을 통해 미래의 생존을 준비할 수 있었다.

생명의 역사에는 진실이 있다
위대한 패자에게 배우는 현대를 살아가는 지혜, 삶의 전략

5억 년 전쯤 맨틀 대류가 일어나 거대한 대륙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줄곧 바닷속에 살던 모든 생명은 이 광활한 개척지를 목표로 삼게 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척추동물보다 훨씬 빨리 이 개척지로 진출한 것은 식물이었다. 대지가 펼쳐지자 흔히 정적이고 수동적인 생물로 여겨진 식물이 최초로 대지로 진출한 것이다.
최초의 식물이 육지에 진출했을 때 육지에는 단지 모래와 돌뿐이었다. 이러한 황무지에서 살던 식물은 생명 활동을 이어 가면서 세대교체를 반복하다가 고사한 후에는 분해되어 축적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분해되고 축적된 유기물이 풍화한 암석과 섞이면서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영양분을 함유한 흙을 탄생시켰다. 여러 생물에게 자신의 몸을 내어 줄 수밖에 없던 연약한 식물이 그들의 조상이 고사해 만들어 놓은 흙을 기반으로 차츰 삶의 터전을 넓혀 갔던 것이다.

이길 수 없는 최대 강자 앞에서 패자들은 그들의 눈을 피해 살아갈 새로운 생활 장소를 찾아내기도 했다. 우리의 조상 포유류도 공룡의 시대에 매우 약한 존재였다. 당시 공룡과의 패권 싸움에서 진 이들은 공룡들의 눈을 피해 밤이라는 생활 장소를 찾아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이들은 꿋꿋이 뜻밖의 진화를 이뤄냈다. 적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어둠 속에서 먹이를 찾을 수 있는 뛰어난 청각과 후각을 발달시켰고, 좁은 장소에서 활동할 수 있는 민첩성도 습득했다. 알을 지킬 힘이 없었던 포유류는 배 속에서 새끼를 키워서 낳는 태생이라는 또 하나의 무기를 습득해 진화의 위대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

호모 사피엔스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라이벌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즉 네안데르탈인보다 몸집도 작고 힘도 약했던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번성해 살아남았을까?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보다 뇌가 작았지만 커뮤니케이션을 도모하기 위한 소뇌가 발달했다. 그리고 약한 힘을 보충하기 위해 도구를 발달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집단을 만들어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즉시 다른 사람들과 공유했다. 결국 능력이 부족했던 호모 사피엔스가 이 지구에 남았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책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정리한다. “생명의 역사에는 진실이 있다. 이 책을 통해 그 진실을 알아 가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고자 한다.” 약자는 소외되고 패자는 다시 일어서기 힘든 무한경쟁 시대에 생명의 역사, 패자들의 이야기는 모든 사람들에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하는 길과 희망을 보여 줄 것이다.

종이책 회원 리뷰 (32건)

구매 패자의 생명사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n | 2023.01.05

패자의 생명사 - 순전히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읽어보게 된 책이다. 책 제목만 봐도 대충 무슨 뜻인지, 그리고 저자가 무엇을 주장하고 싶은지는 이미 다 나와있다. 어쩌면 이 책은 새로운 내용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평소에 내가 원하고 믿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 구입한 책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어쨌든 우리의 인생은 매우 짧지만(?), 38억년의 지구생명체의 역사를 생각한다면, 그리고 그 진화의 흔적이 나의 유전자를 통해 이어져내려왔다고 생각하면 엄숙하고 경이롭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 오랜 역사 속에서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간 것은 언제나 '패자'였다는 사실이 묘하게 나를 위로해주기도 하지만, 그러나 한편으로는 패자가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나가기까지 그저 패자로서 이 세상을 떠나야했던 수많은 개체들을 생각하면 마냥 승리감에 도취되어 만족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책내용처럼 생물은 '서로 다르다는 것' 때문에 가치가 있다는 사실! 이것은 인간의 저마다의 개성과 같은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존재이고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리뷰도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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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 생명사에 담은 지질, 생태, 기후라는 큰 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벤*****북 | 2022.09.04

38억년 생명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것은 언제나 패자(敗者)였고 멸종된 것은 강자(强者)였다는 주장을 하는 책이다. 저자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일본의 농학박사이자 식물학자다. 지난 2019년 출간된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을 사려다가 말았었다. 그러다가 올해 6월 나온 ‘패자의 생명사’의 제목에 이끌려 구입했다.

 

이 책은 단순히 패자(敗者) 이야기를 한 책이 아니라 밀접하게 연관된 지질, 기후, 생태 등을 큰 틀에서 흥미롭게 언급한 책이다. 물론 중심은 생명이다. 큰 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책은 다섯 번의 멸종을 이야기한다. 다섯 번의 멸종이란 오르도비스기, 데본기, 페름기, 트라이아스기, 백악기 등에 일어난 멸종을 말한다.

 

생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는 수수께끼다. DNA 유전 암호에 따라 단백질 합성이 이루어지는데 단백질 합성에는 단백질 효소가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가 풀기 어려운 과제다.(8 페이지) 생물은 DNA를 저장할 핵이 없는 원핵세포에서 핵이 있는 진핵생물로 진화했다.(19 페이지) 흥미로운 점은 세포 내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가 독자적인 DNA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독자적인 원핵생물이었으나 다른 세포 안에서 공생 관계를 유지하다가 세포 소기관이 되었다.(19 페이지)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토콘드리아는 동물 세포와 식물 세포 모두에 존재하는 반면 엽록체는 식물 세포에만 존재한다.(24 페이지) 식물과 동물은 같은 조상에서 갈라진 먼 친척이다. 공통 조상을 가졌다고 해도 동물과 식물은 겉모습이나 삶의 방식이 너무 다르다.(45 페이지)

 

우리의 조상인 단세포 생물은 미토콘드리아의 조상인 세균을 끌어들여 공생하기 시작했다.(45 페이지) 미토콘드리아와 공생을 시작한 어떤 단세포 생물이 엽록체의 조상인 생물을 끌어들여 공생을 하게 되었다. 엽록체도 미토콘드리아와 마찬가지로 독자적인 DNA를 가진 독립적인 생물이다. 이것이 식물의 조상이다. 미토콘드리아와 공생을 시작할 무렵 동물의 조상과 식물의 조상은 같은 생물이었다.

 

하지만 엽록체와 공생하게 되면서 식물의 조상은 우리 동물의 조상과는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동물은 움직이면서 돌아다니지만 식물은 움직이지 않는다. 식물 세포는 확실한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세포벽을 만들었다. 식물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세균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 세포벽은 방어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동물 세포에는 벽이 없지만 식물 세포에는 벽이 있다.

 

균류는 진화 과정에서 엽록체를 가지지 못한 채 식물 세포와 이별한 생물 중 세포벽을 가진 존재다. 고대 지구에는 산소라는 물질이 없었다. 당시 대기의 주성분은 이산화탄소였다. 그런데 27억년전에 갑자기 산소라는 맹독이 지구상에 나타났다. 이를 대산화(大酸化) 사건 또는 산소 대폭발 사건이라 부른다. 이 사건은 광합성을 하는 시아노박테리아라는 세균의 출현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산소 농도가 상승함에 따라 지구상의 생물이 멸종한 사건을 산소 홀로코스트라 칭한다. 산소는 독성이 있는 대신 폭발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힘이 있는 양날의 검 같은 존재다. 평화롭게 지내던 대부분의 미생물들은 산소로 가득 찬 지구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산소로 가득 찬 지구상의 생물은 산소라는 맹독을 내뿜는 식물의 조상인 괴물과 그 산소를 이용하는 동물의 조상인 괴물로 양분되었으며 이들이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다.(57 페이지) 시아노박테리아가 만들어 낸 산소는 바다 속에 녹아 있던 철이온과 반응해 산화철을 만들었다. 산화철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지각 변동이 일어나자 산화철이 퇴적되어 만들어진 철광상이 후에 지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아득한 시간이 흐른 후 인류가 출현했다. 인류는 철광상에서 철을 얻는 기술을 발전시켰다. 철을 사용해서 농기구를 만들어 농업 생산력을 발전시켰고 철을 사용해 무기를 만들어 전쟁을 일으켰다. 이 모든 것이 시아노박테리아 때문이다.(58 페이지) 산소가 자외선을 만나면 오존이 된다. 오존은 자외선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바다속에 있던 시아노박테리아는 식물의 조상과 공생하여 식물이 되어 지상으로 진출했다.(59 페이지) 7억년전 눈덩이 지구(스노볼 어스)가 끝난 후 지구에 번성했던 다세포 생물을 에디아카라 생물군이라 한다. 스노볼 어스 직후 갑자기 다세포 생물이 출현했다. 얼어붙은 지구에서 생명은 극히 한정된 장소에 갇혀 있었을 것이다.

 

겨우 살아남은 집단에서 여러 가지의 돌연변이 유전자가 집단 속으로 널리 퍼진다. 이것이 반복되면서 숨을 죽이고 있는 작은 집단 속에 다양한 유전적 변이가 축적되었을 것이다. 생명은 최초의 스노볼 어스 이후 진핵생물이 되었고 두 번째 스노볼 어스로 다세포 생물로 진화했다.(87 페이지) 스노볼 어스로 폐쇄된 환경에 있었던 생물들은 작은 집단 속에서 유전적 변이의 다양성을 축적해 갔다.

 

이렇게 축적된 변이가 다세포 생물의 급격한 진화를 이끌어 에디아카라 생물군을 낳았다. 이후 캄브리아 폭발로 이어져 새로운 생물들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번성했던 에디아카라 생물군도 캄브리아기가 시작되자 멸종했다. 이유는 불명이다.(94 페이지) 캄브리아 폭발로 새로운 생물이 출현한 것은 생물 세계에서 포식이 시작됨에 따라 야기된 것으로 짐작된다. 캄브리아 폭발 시기에는 다른 생물을 먹이로 삼는 포식자가 출현했다.

 

이로 인해 공격하는 자와 방어하는 자의 군비경쟁이 시작되었다. ‘눈(eye)’의 출현이 군비경쟁을 치열하게 했다. 땅 위라는 신천지를 얻은 물고기는 어떤 물고기였을까. 이들의 조상은 바다에서 생존 경쟁에서 패하여 기수역(汽水域)으로 진출한 물고기들이었다. 싸움에서 계속해서 패배한 물고기는 결국 강 상류를 서식지로 삼았다.

 

강을 서식지로 삼은 물고기들 중에서 작은 물고기는 민첩하게 헤엄치는 실력을 키웠다. 반면 빨리 헤엄칠 수 없는 느린 대형 어류는 물이 얕은 곳으로 쫓겨났다. 강 상류로 쫓겨난 물고기가 결국 땅 위로 상륙해서 양서류가 되었다. 이 양서류는 파충류와 공룡, 조류, 포유류의 조상이 되었다.(108 페이지) 지구에 생명이 탄생한 뒤 그들은 줄곧 바다속에서 살았다.

 

5억년전쯤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다. 맨틀 대류가 일어나 거대한 대륙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바다에서 살던 생명은 이 광활한 개척지를 목표로 삼았다. 펼쳐진 대지에 최초로 진출한 것이 식물이다. 지금의 육상 식물의 조상은 조류(藻類)의 일종인 녹조류다. 광합성을 하는 녹조류에게 빛을 마음껏 쬘 수 있는 육지는 매력적인 환경이었다.

 

다만 육지는 생물에게 유해한 자외선이 쏟아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식물 스스로의 작용으로 개선되었다. 바닷속에 있는 식물들이 방출하는 산소로 인해 상공에 점차 오존층이 만들어졌다. 고생대 실루리아기인 4억 7천만년전 식물이 상륙했고 데본기인 3억 6천만년전 양서류의 조상인 어류가 상륙했으니 식물이 1억년 이상 빨리 상륙한 것이다.(117 페이지)

 

최초로 상륙한 식물은 이끼식물을 닮은 식물이었다. 이끼는 몸의 표면으로 수분과 영양분을 흡수한다. 이는 물속의 녹조류와 같다. 이끼는 따라서 몸 주변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물가에서만 자랄 수 있었다. 그 후 육상생활에 적합하도록 더욱 진화한 것이 양치식물이다. 양치식물은 줄기를 발달시켰다. 물속에서는 몸을 지탱해주는 구조가 필요 없었지만 육지에서는 몸을 지탱하기 위한 튼튼한 줄기가 필요했다.(117 페이지)

 

양치식물은 건조한 환경을 견딜 수 있도록 체내 수분을 보호하기 위해 단단한 표피를 발달시켰다. 표피를 발달시키면 수분이 체외로 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외부에서 수분을 흡수할 수는 없다. 그래서 양치식물은 수분을 흡수하기 위한 뿌리와, 뿌리로 흡수한 수분을 몸속으로 전달하기 위한 통로 역할을 하는 헛물관을 발달시켰다. 관다발을 발달시켜 몸속에 물을 효율적으로 운반함으로써 양치식물은 가지를 무성하게 만들 수 있었다.

 

가지가 무성해지면 잎이 많이 달려서 광합성을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양치식물은 거대하고 복잡한 몸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118 페이지) 최초의 식물이 육지에 진출했을 때 흙은 없었다. 단지 모래와 돌로 이루어진 대지가 펼쳐져 있었다. 생물 사체 같은 것이 분해되어 흙이 되었다. 유기물이 풍화한 암석과 섞여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영양분을 함유한 흙이 되었다. 양치식물은 흙을 기반으로 서식지를 넓혀갔다.

 

이런 이유로 그들은 뿌리를 가지게 되었다. 양치식물이 물가에서 분포를 넓혀가자 당시까지 물가에서 살았던 양서류는 공룡의 조상인 파충류로 진화했다.(123 페이지) 양치식물이 번성하게 되자 육상에는 풍부한 생태계가 구축되었다. 양치식물이 진화하면서 분포를 넓혀 식물의 양과 종류가 늘어나자 식물을 먹이로 삼는 다양한 파충류도 종류가 늘어났고 초식 파충류를 먹이로 삼는 육식 파충류도 발달했다.

 

양치식물은 육상으로 진출했으나 수정(受精)을 해서 자손을 남겨야 했기 때문에 물가를 멀리 벗어나지 못했다. 양치식물은 포자로 이동한다. 포자가 발아해서 전엽체가 형성된다. 전엽체 위에서 정자와 난자가 만들어지고 정자가 물속을 헤엄쳐 난자에 도달해서 수정한다. 정자가 헤엄쳐서 난자에 도달하는 것은 생명이 바다에서 탄생했음을 알게 하는 단서다. 지상에 진출한 양치식물도 정자가 헤엄칠 물이 필요했기에 습지에서만 자랐다.

 

양치식물이 이루지 못한 건조 지역 진출을 이룬 것이 겉씨식물이다. 겉씨식물이 출현한 것은 5억년전인 고생대 페름기다. 양치식물이 건조한 지역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것은 씨앗을 발명했기 때문이다.(125 페이지) 씨앗은 바람의 도움을 받아 물이 있는 장소까지 도달할 수 있다. 포자는 종자식물의 꽃가루에 해당한다. 꽃가루는 정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세포를 만든다.

 

정세포는 정자와 비슷하지만 헤엄치는 편모를 가지고 있지 않아 정세포라 불린다. 꽃가루는 밑씨와 만나 종자를 만든다. 종자가 될 밑씨에 꽃가루가 닿으면 꽃가루관이라는 관이 암술 속으로 뻗쳐진다. 정세포가 꽃가루관을 타고 내려가 밑씨 안의 난세포와 수정한다. 이런 방법에는 물이 필요하지 않다. 이런 까닭에 종자식물은 물이 없는 건조지대로 분포를 넓혀갔다.

 

양치식물은 한 번(포자로) 이동하지만 종자식물은 두 번(꽃가루와 씨앗으로) 이동한다. 양치식물의 포자에는 암수 구별이 없지만 꽃가루는 번식할 때 수컷 역할을 한다. 꽃가루가 멀리 이동함으로써 더 다양한 개체와 교배함으로써 다양한 자손을 남겼고 진화의 속도도 가속화할 수 있었다. 겉씨식물이 진화하게 되자 다양한 공룡이 탄생했다. 빠른 속도로 진화를 이룬 겉씨식물은 초식 공룡의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해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이에 공룡도 거대화되었다. 겉씨식물과 공룡이 거대화 경쟁을 하면서 거대한 겉씨식물로 이루어진 숲과 거대한 공룡을 주인공으로 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졌다.(127 페이지) 다섯 차례의 대멸종을 빅 파이브라 한다. 네 번째 대멸종인 트라이아스기 멸종은 거대 초대륙 판게아가 분열해 땅속에서 대량으로 토출(吐出)된 이산화탄소와 메탄으로 인해 지구 온도가 상승한 결과다. 거대한 화산 폭발로 이산화탄소가 대기를 가득 채워 산소 농도가 현저하게 저하되었다.

 

저산소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키운 파충류가 번성하면서 공룡으로 진화했다. 6500만년전인 백악기에 다섯 번째 대멸종이 일어났다.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 반도 앞바다에 운석이 충돌해 공룡이 대거 사라졌다. 당시의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생물이 있다. 생존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공통점이 있다. 공룡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제한된 곳에서 살던 패자들이란 점이다.

 

과거의 대멸종은 화산 폭발이나 운석 충돌 등 물리적 현상으로 인해 발생했다. 하지만 여섯 번째 대멸종은 생명체인 인류에 의해 시작되었다. 운석이 지구에 충돌하기 전부터 공룡은 식물 진화로 인해 점차 쇠퇴의 길을 걷고 있었다. 겉씨식물은 꽃을 피우지 않는다. 쥐라기 숲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꽃이 없었다. 쥐라기부터 중생대 말기 백악기에 걸쳐 꽃이라는 기관을 발달시킨 속씨식물이 출현했다.

 

속씨식물은 속도를 무기로 번성해갔다. 밑씨가 씨방에 싸이게 된 것은 혁신적인 사건이다. 밑씨는 씨방 속에 싸여 보호를 받으며 안전하게 수정할 수 있게 되었다. 수정 속도도 빨라졌다. 씨방이 없는 겉씨식물은 꽃가루가 암술에 도착한 후 1년을 기다려야 수정이 완료되지만 씨방이 있는 속씨식물은 꽃가루가 암술에 도착한 후 24시간 이내에 수정이 완료된다.(143 페이지) 진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속씨식물은 아름다운 꽃을 가지게 되었다.

 

식물이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것은 곤충을 불러들여 꽃가루받이를 시키기 위해서다. 겉씨식물은 풍매화(風媒花)다. 꽃을 아름답게 장식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꽃잎을 장식하는 데 에너지를 쓰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많은 꽃가루를 만드는 것이 낫다. 바람에 꽃가루 받이를 맡기면 수꽃에서 암꽃으로 꽃가루가 도착할 확률이 낮다. 겉씨식물에서 진화한 속씨식물도 처음에는 풍매화였을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곤충이 꽃가루를 옮기게 되었다.

 

식물은 곤충의 먹이로 줄 달콤한 꿀도 준비하고 좋은 향기를 풍기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곤충을 불러들였다. 식물은 초식 공룡의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다양한 궁리를 했을 것이다. 알칼로이드라는 독성 화학물질을 몸에 지닌 것이 대표적인 예다. 소화 불량 또는 중독으로 공룡에게 큰 문제가 생겼을 것이다. 속씨식물은 외떡잎식물과 쌍떡잎식물로 나뉜다.

 

식물이 풀로 진화했다는 것은 외떡잎식물로 진화했다는 의미다. 오늘날에도 외떡잎식물은 모두 풀이다. 외떡잎식물이 된 것은 불필요한 것은 모두 버리고 복잡한 구조를 단순화한 것이다. 속씨식물은 극적인 진화과정에서 열매도 발달시켰다. 공생하기 위해서였다. 씨방을 먹은 포유류가 씨방 속 씨앗을 체외로 배설해서 결과적으로 씨앗이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열매를 먹고 씨앗을 옮겨준 최초의 동물은 포유류였다. 포유류는 이빨이 있어 씨앗을 부술 우려가 있다. 조류는 이빨도 없고 하늘을 날기에 이동 거리도 길어 식물에게는 최적의 파트너다. 식물은 씨앗이 성숙해지기 전에 먹이가 되지 않도록 덜 익은 열매는 잎처럼 녹색으로 만들어 눈에 띄지 않게 했다. 쓴맛으로도 열매를 지켰다. 식물은 곤충을 이용하게 되었다.

 

곤충을 위해 달콤한 꿀을 준비한 것이다. 얄미운 적이었던 곤충을 교묘하게 동료로 만든 것이다. 꽃도 열매도 백악기에 발달했다. 새도 곤충도 꽃가루나 열매를 먹으려고 꽃으로 접근한 것이지만 식물은 그들을 파트너로 만들었다. 운석이 지구를 폭격한 후 공룡이 멸종했고 지구 기후가 한랭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추위에 견딜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되었다. 나뭇잎을 떨구는 것이다.

 

식물에게 잎은 광합성을 위해 필수적인 기관이다. 하지만 잎을 통해 수분이 증발한다. 운석 충돌로 발생한 대량의 먼지가 대기권으로 올라가 햇빛을 차단하자 식물의 광합성 활동이 감소했다. 기온이 내려가면 물기나 영양분을 흡수하는 뿌리의 기능이 둔화되어 물의 양이 부족해진다. 광합성 능력은 저하되고 잎의 증산 작용으로 귀중한 수분은 낭비되는 상황이라면 잎은 짐이 된다. 그래서 잎을 떨어트리게 되었다.

 

떡갈나무, 녹나무 등은 겨울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나무를 상록수(常綠樹)라고도 하고 조엽수(照葉樹)라고도 한다. 잎의 표면에 광택이 나기 때문이다. 나뭇잎이 큐티쿨라(cuticula; 각피; 殼皮)라는 왁스층으로 두껍게 코팅되어 있기 때문이다. 큐티쿨라가 수분 증발을 막아준다. 니치(niche)라는 말이 있다. 생태 지위(서식지), 틈새시장, 벽감(壁龕) 등을 의미한다. 생태학에서는 당연히 서식지를 의미한다.

 

니치는 단순히 장소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장소라고 해도 먹이가 다르면 니치를 나눌 수 있다. 사는 계절이 달라도 니치를 나눌 수 있다. 장소와 먹이를 변화시켜 공존하는 것을 서식지 격리라고 한다. 하나의 니치에는 하나의 종만이 살 수 있기에 넘버원이 아닌 것들을 다 사라져야 하지만 자연계에는 많은 생물이 존재한다. 니치를 확보한 생물종이 현재의 니치 주변에서 새 니치를 찾는 것을 니치 시프트라고 한다.

 

지구 역사상 처음으로 하늘을 난 생물종은 곤충이다. 고생대에 거대 곤충이 활약한 것은 산소 농도 때문이다. 석탄기에는 식물이 말라도 그것을 분해하는 균류가 별로 없었다. 이렇게 해서 수목이 화석화된 것이 석탄이다. 지층에 석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석탄기(the Carboniferous period)라 한다. 균류가 활발하게 움직이자 식물을 분해하면서 산소를 소비해 산소 농도가 저하되었다.

 

저산소 시대에 적응해 번성한 생물이 공룡이다. 기낭(氣囊)을 발달시켰기 때문이다. 폐의 앞뒤에 붙어 있는 기낭은 공기를 비축하고 내보내는 펌프 같은 역할을 한다. 공룡 중에서 날개를 진화시켜 능숙하게 비행한 것이 조류다. 익룡에게 하늘을 빼앗긴 조류들이 힘으로 지배하는 경쟁에 참여하지 않고 익룡과 니치를 나누기 위해 소형화되었다. 그 결과 새의 종류가 증가했다.

 

새는 기낭을 가지고 있어서 높은 하늘까지 날 수 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생물의 진화과정은 수수께끼다. 곤충도, 새도, 박쥐도, 어떤 생물도 어떤 진화과정을 거쳐 날개를 가지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날아다닐 수 있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텐데 중간 단계의 생물 화석은 발견되지 않았다.(199 페이지)

 

“새는 날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날려고 하고, 황소는 뿔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받고자 한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리라.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다. 황소는 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뿔을 갖게 되었고, 새는 먼저 날기를 원하였기에 날개를 갖게 되었고 그래서 날았다.”는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포유류 중 수관(樹冠)을 니치로 삼은 것이 원숭이다. 포유류 중에서 유일하게 붉은 색을 볼 수 있는 동물이 원숭이다. 과일을 먹기 위해 잘 익는 과일 색을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인지 아니면 붉은 색을 볼 수 있어서 과일을 먹게 되었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우리 조상들은 새와 마찬가지로 잘 익은 붉은 과일을 인식하고 과일을 먹이로 삼게 되었다.(205 페이지) 볏과 식물은 초식 동물이 먹기 힘들게 하기 위해 규소로 뻣뻣한 잎을 만들었다.

 

규소는 유리의 원료로 사용되기도 하는 단단한 물질이다. 규소는 흙 속에 다량으로 녹아 있어서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 볏과 식물의 출현으로 먹이를 먹지 못하게 된 초식 동물들은 대부분 멸종한 것으로 추측된다. 볏과 식물은 먹이로 적합하지 않다. 이에 소, 말 등의 초식동물이 생각해낸 것이 여러 개의 위를 갖는 것이다.

 

소의 경우 첫 번째 위는 용적이 커서 먹은 풀을 저장할 수 있다. 미생물이 작용하여 풀을 분해해 영양분을 만들어내는 발효조이기도 하다. 두 번째 위는 반추(反芻) 위다. 세 번째 위는 첫 번째 위와 두 번째 위로 먹이를 되돌려보내거나 네 번째 위로 먹이를 내보내는 등 먹는 양을 조절하는 곳이다. 네 번째 위는 위액을 분비해 먹이를 소화시킨다. 영양가가 거의 없는 볏과 식물만 먹는 것치고는 소나 말의 몸집이 크다. 발달한 내장을 가지기 위해 용적이 큰 몸이 필요했다.

 

패자(敗者)였던 호모 사피엔스는 뇌가 작지만 커뮤니케이션을 도모하는 소뇌가 발달했다. 그들은 도구도 이용했다. 네안데르탈인도 도구를 사용했지만 살아가는 힘이 뛰어나 집단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새로운 도구를 발명하거나 새로운 연구가 이루어져도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생물이 넘버원이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넘버원이 살 수 있는 장소를 니치라고 한다. 니치는 그 생물만 존재하는 온리원의 장소다. 모든 생물은 온리원이며 넘버원이다. 지구 어딘가에 니치를 찾을 수 없었던 생물은 멸종했다. 다양성이 중요하다.

 

인간의 뇌는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구별해서 단순화해야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다양한 것을 단순화해서 평균화하거나 순위를 매겨서 이해할 수밖에 없지만 그것은 뇌의 특성상 비롯되는 편의적인 것일 뿐이다. 세상은 더 다양하고 풍부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의 생존전략 3부작 중 한 권인 ‘속이고 이용하고 동맹을 통해 생존하는 식물들의 놀라운 투쟁기’를 부제로 한 ‘싸우는 식물’을 읽어야겠다. 이 책은 3부작의 첫 권이자 우리가 수동적이고 정적인 것으로만 인식하는 식물의 놀라운 역동성과 치열함을 알 수 있는 책이다. 큰 틀에서 보되 세밀한 부분까지 아우르기, 내가 저자로부터 배운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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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 생명사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n*******m | 2022.08.02

가끔 인생을 살다 보면,

나 스스로 '패자'의 위치에 서 있는 것을 발견한다.

사회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고립되었을 때,

'38억 년 생명의 역사에서

살아남는 것은 항상 패자였다!'는

부제처럼 나는 끈질기게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의구심을 품게 된다.

'패자의 생명사'는 마치 세상의 옳고 그르고,

좋고 나쁘고가 없이

모든 것에 이유가 있고,

적응과 진화의 우연한 기회와 발견으로

살아남는 모든 것을 찬양하는 책이다.

나는 저자 '이나가키 히데히로'의 저서를 좋아한다.

식물학자이자 농학박사, 잡초 연구자로서 그는

우리에게 '잡초'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져주었고,

이 책을 통해 '패자란 없다'라는 명제를 안겨준다.

저자는 생명이 혹독한 환경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생명이 실수하는 존재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생명의 역사를 통해 진실과 지혜를 알아가고 있는

바로 지금 38억 년동안 끊임없이 이어져 온

유전자를 가진 당신이 이 책을 읽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마치,

이 책은 머나먼 DNA로부터 시작하여

죽음을 뛰어넘어, 니치(생물의 살아가는 환경)의 전략까지

이어진다.

그것은 눈도 입도 귀도 없고 손발도 얼굴도 없는 채로

돌아다니지 않는 생물인 식물!

무려 단세포 생물로부터 동물과 공통 조상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기묘한 식물은 왜 이러한 선택을 했을까?

상상하는데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또는, 700회 정도 분열하면 수명이 다하는 짚신벌레가

중간에 다른 짚신벌레와 유전자를 교환하면

분열 횟수가 초기화되어 다시 700회를 분열할 수 있다는

'죽음'과 '재생'이라는 구조를 발견해서인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최초로 육상을 밟은 양서류의 깊은 호흡을 상상하게 되고,

알을 낳은 뒤 도저히 지킬 수 없어

배 속에서 새끼를 키워 낳는 '태생'을 습득한

포유류와 '박혁거세'의 신화를

연결지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난 이 책을 생물과 그 세계를 오래도록

관찰해 온 저자의

무한한 상상력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분히 따라 읽다 보면,

나 자신의 존재가 경이로움으로 바뀌는 순간을 경험하게 될,

그래서 우리 모두는 패자의 순간의 승리를 외치게 된

존재라는 생각에 감탄하게 될,

'패자의 생명사'이다.

아! 나는 패자의 순간이라고 생각되는 이 때,

나만의 '빅토리'를 외칠 '니치'를

찾아가야 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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