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물리학 중에서도 입자물리학에 관한 책이다. 너무나 작은 미시세계에 대한 부분이라 '그런가부다' 하고 넘어가기도 하지만, 눈에는 안보여도 세계를 만드는 최소단위이기에 항상 궁금하기도 한 분야다.
저자인 '해리 클리프'는 유럽 입자가속기센터 'CERN'에서 초대형 가속기로 입자를 사냥하는 실험물리학자이다.
그 유명한 힉스입자가 발견될 때 현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하기도 하고,
이론물리학, 실험물리학, 초대칭이론, 다중우주이론, 초끈이론, 양자중력이론 등 최신의 과학 이론들과 엎치락뒤치락 하는 이야기,
한 바퀴 도는데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을 4번이나 넘나드는 둘레 27km, ㅡ271.3°C의 초거대 입자가속기 이야기 등등
신박하고 재미나고 몰입하게 하는 책이다.
아무리 읽어도 잘 이해되지 않고 개념도 어려운 표준모형이지만 양성자, 중성자, 전자, 쿼크, 글루온, 강력, 전자기력, 힉스장, 246GeV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현실세계와는 관계가 먼 어디 몇차원의 이야기 같지만 사실 이것들이 현실을 떠받치고 있다는 것에 생각할수록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책의 원제목은 <무無에서 사과파이 만드는 법> (How to Make an Apple Pie from Scratch)이다. 실제로 뒷부분 부록에 '사과파이 조리법'이라고 소개하는데 우주의 생성을 마치 요리법인양 능청스레 소개하는 저자의 유머와 재치를 느낄수 있다. 무슨 뜻인지 잘 몰라도 재밌어서 요리법을 조금만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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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無에서 시작하는 사과파이 조리법>
◇용량: 8인분?
◇조리시간: 138억 년
◇재료
? 약간의 시공간
? 쿼크장 6개, 렙톤장 6개
? U(1) × SU(2) × SU(5) 국소대칭
? 힉스장 1개
? 초대칭 또는 공간의 여분차원(상황에 따라 선택)
? 암흑물질(마트에서 팔지 않음)
? 그 외 소량의 다른 물질
《사과 만들기》
01. 제일 먼저, 아주 작은 우주를 만듭니다.
02. 그 우주를 약 10-32초 동안 10조×1조 배로 팽창시킵니다. 시간이 조금이라도 초과하면 텅 빈 우주가 되어 파이를 만들 수 없으니 주의하세요.
03. 이 단계가 완료되면 우주의 온도가 극적으로 상승하여 다량의 입자와 반입자가 생성되어야 합니다. 또 U(1), SU(2), SU(5) 국소대칭에 의해 자동으로 전자기장과 강력장이 생성되었는지 확인하세요. 모든 것이 정상이면 우주가 계속 팽창하면서 온도가 내려가도록 1조분의 1초 동안 방치해 둡니다.
04. 이 시점에 도달하면 힉스장의 스위치를 켜서 다이얼을 246GeV에 맞춥니다. 장의 값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초대칭이나 여분차원을 추가할 것을 권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원자를 요리할 수 없게 되니 주의하세요.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위의 과정을 100만×1조×1조×1조 번 반복합니다.
ㅋㅋㅋ 작가님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