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지치고 불안한 마음
당연했던 일상이 무너진 후에 우리가 해야 할 것 “그냥, 답답합니다.”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지치고 답답하고 막막할 때, 우리가 많이 하는 말이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무언가에 지치고 답답한데, 그게 뭔지도 잘 모르겠고 그래서 더 답답할 때가 있다. 그런 때가 몇 날 며칠이 될 수도, 생각보다 긴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날들이 금방 지나가면 정말 다행이겠지만, 끝이 보이지 않아 막막하고 그래서 불안하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 『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는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특히나 코로나 팬데믹 전후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전염병 자체에 대한 두려움뿐 아니라, 나 자신은 물론 가족과 다른 사람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방역 수칙과 통제에 따르면서 당연했던 일상이 무너진 것도 사실이다. 인간관계는 물론, 정신적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이 책의 공동 저자인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에 따르면, ‘우울증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깥으로 향하는 공격성이 바깥 대상을 찾지 못해서, 나에게로 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구체적으로 대놓고 저항할 수 있는 외부의 대상도 없다. 누가 언제 어떻게 이 나쁜 바이러스를 퍼뜨렸는지,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하는지, 앞으로 비슷한 일이 발생하면 또 다른 답답함이 나에게 올 것 같은 모호함과 막막함 그 자체가 우리를 더 힘들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팬데믹 끝에 놓인 요즘 우리 대다수의 모습이다. 그러니 지금 많은 사람이 느끼는 우울감은 당연한 것이다. |
[예스24 인문 PD 손민규 추천] 좌절을 변기에 버렸는데도 답답하다면
2022년 10월 11일
[예스24 도서 PD 뉴스레터] 제목은 지치고 힘들 땐 내게 기대 - 『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 외
2022년 10월 04일
‘우울감이 나를 지배할 때 했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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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를 쓰다보면 오래전 이야기들을 꺼낼때가 있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꺼내게 되는 이유는 어쩌면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심적으로 편안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실제로도 그때보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훨씬 더 건강한 삶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자연스레 그때의 기억을 이렇게 추억이니, 고통을 견뎌내었다는 이야기로 표현을 하는 것이죠. <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의 이야기를 보면서 다시 예전 생각이 났습니다. 정말 극도로 우울했던 시절입니다. 사람을 피해다녔던 시절이니까요.
단순한 상실과 실패의 우울이 아니라, 꽤나 오랫동안 겪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왜 그랬냐면, 물리적인 건강이 훼손되고 회복이 불확실해 질 수 있는 이야기를 들으니, 당시에 저는 너무 젋고 어린데다가 그동안은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는데 그것들이 한순간에 없어지는 그런 심경이었습니다. 도박이나 투기를 한 심정과도 비슷한데, 그것보다 아예 대다수의 사람이 누리는 정상생활자체를 못하니 그것은 아주 심각한 우울감으로 찾아왔고 세상을 비난하고 싶고, 제가 그런 상황을 겪게 한 것이 마치 누군가의 탓인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지치고 불안한 마음은 커져갔고 그러니 두려움이 저를 지배하면서 무언가를 포기하고 싶게 만들어졌던 겁니다. 아마 <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의 이성우님은 당시의 저처럼 젊지는 않지만, 코로나 이후 공연도 없고 수입의 중단이라는 문제와 주변사람들의 인생이 변화하는데 정체되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무력감이 찾아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본서의 이성우 님이 한덕현 정신과 의사와 함께 이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치유를 하는 ‘행동’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아마 저도 이런 대화를 하면서 치유를 할 수 있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제가 당시에 할 수 있던 것은 병원을 가고 치료를 받고, 아픈 몸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았던 것입니다. 아픈몸으로 정식 취업을 할 수는 없으니 당시에는 제가 정기적으로 작은 급여에도 며칠간 일할 수 있는 곳을 수소문하고, 제가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그냥 당시에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면서 시간을 견디는 일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견디고 나니, 어쩌면 불구가 될지도 모르던 시간이 치유에 가깝게 되었고 남들보다는 조금 늦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불안과 걱정에서 점점 해방되는 삶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반복적으로 얘기하는 것, 항상 강조하는 것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따라서 얘기하는 것보다, 저의 온연한 삶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기도 합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우울증을 넘어 정상으로, 그 정상에서 삶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말이죠. 그리고 제가 겪었던 안타까운 일들 역시 돌이켜보면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 제가 지나친 욕심을 부렸기 때문이기도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수많은 경제서적을 리뷰하면서 지나친 탐욕은 화를 부른다고 경고했었던 것이고, 세상을 비난하기 보다는 자신의 할일을 지속하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꾸준히 말해오는 이유도 여기있습니다. <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는 두분의 꾸준한 대화속에서 사람의 생각이 변해가는 과정을 만날 수도 있지만, 우울감을 넘어 할 수 있는 지속의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서적이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다시금 옛생각이 나는 시간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