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저
제임스 팰런 저/김미선 역
김상욱 저
오노레 드 발자크 저/이동렬 역
강양구 외 저
원종우,김상욱 공저
웬디 미첼 작가님의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을 읽었습니다.
'치매 환자가 들려주는 치매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에세이입니다.
치매의 진짜 모습을 담은 획기적인 책으로 치매나 알츠하이머가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요즘에 한번쯤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치매는 더이상 남의 일만이 아니니까요
잊어버렸던 아내의 요양보호사 국가자격증
“환자들이 치매 진단에 대하여 느끼는 방식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전문가들의 태도라는 사실에 많은 치매 환자가 동의하고 있다.” (227쪽) 저자는 자신이 진단을 받은 뒤 6년이 흐른 지금도 전문가들의 말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바뀌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치매 환자들은 의사나 간호사들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갖게 된 것 같다고 하면서 자기가 더 이상 검사도 받지 않는 이유라고 합니다. 병은 악화되었는데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말을 누가 듣고 싶겠는가 항변합니다.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냥 우리의 말에 따르면서 마지막을 준비하세요.” 이 말을 들으려 병원을 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항변입니다.
저자는 주관적인 생각이라면서 전문가들이 우리에게 어떤 느낌을 받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준비를 할 수도 있고 망가질 수도 있다면서 치매 환자를 돌보는 전문가들에게는 올바른 태도를 갖추는 것이 아주 중요하며, 이는 그들의 언어를 통해 나타난다고 호소합니다. 그들이 언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면, 적임자라고 할 수 없다고 단정합니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녹차가 마시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말을 할 수는 없지요. 이미 중증이기 때문입니다. 무언가 마시기를 갈망하는 눈망울을 알아챈 간병인이 커피를 내왔습니다. 할머니는 녹차를 원했지 커피는 싫습니다. 싫다고 표시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말을 못 하시잖아요. 할머니는 컵을 바닥에 던지는 유일한 표현 방법을 사용합니다. 그러자 간병인이 그럽니다.
“아이, 할머니. 왜 그리 까다로워요? 커피잔을 던지는 폭력도 싫고요. 제가 말하는 것에 이렇게 도전적인 태도도 안 좋아요.” 할머니의 행동은 채워지지 않은 욕구의 표시일 뿐이지 폭력도 도전도 아닙니다.
이렇게 오해받는 치매 환자들은 어떻게 대처할까요? 한 치매 환자의 말을 전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해지고 싶고 그들에게 치매에 대한 통찰력이나 이해력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어 해요. 하지만 그렇게 한다는 것은 우리 자신의 감정을 부인하는 거예요.” (233~237쪽) 환자가 겪는 부조리입니다. 환자에게 가장 가깝고 소중한 사람도 모르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며 저자는 교육의 중요성을 이어서 설명합니다.
“자아에 대한 개념과 자아를 지키는 것의 중요성은 지금까지의 치매 연구에서 잘 설명되어 왔고, 일단 자전적 기억과 함께 자아감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쇠퇴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것 같다”라고 요약합니다. (240쪽) 한나 스코트는 2020년 보고서에서 여성 치매 환자의 태도를 고찰했습니다. 이 연구는 “긍정적인 자아개념을 유지하는 것이 저항이라는 전체 주제의 중심 내용이었다는데, 이 보고서는 또한 여성환자들이 가족에게서 받는 부정적인 태도 그리고 그 태도와 환자 자신의 태도와의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여성 환자들은 병의 악화가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며 현재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반면에 가족들은 미래가 두려운 이유가 불확실성 때문이고 치매가 ‘얼마나 나빠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영국이나 한국이나 비슷하겠지만, 저자는 영국 사회의 치매 낙인찍기를 줄이는 것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 책을 다 읽고 얻은 지식을 뽐내고자 이 글에서 정리한 내용을 아내에게 설명을 했습니다. 아내는 며칠 전 수개 월 동안 이웃 할머니를 돌본 후 지금은 쉬고 있습니다. 커피잔을 던지는 할머니 이야기며, 딸과 치매 어머니의 대화며, 치매 환자에게 친화적인 환경 등 책에서 얻은 사설을 열을 띄며 노래했습니다. 그러자 아내는 자기가 읽어야 하겠다며 책을 쓱 가져가더니 그동안 이웃 할머니의 케이스를 알려주었습니다. 치매 진단을 거부하는 할머니의 심정을 설명하고, 아내를 세 사람의 아이덴티티로 알고 계시다는 것도 알려주었습니다. 할머니가 거부하면 청소도 하지 않았고, 할머니가 정리하는 대로 마음에 들지 않아도 “잘하신다”라고 했으며, 할머니의 대화를 끊지 않고 몇 시간이고 들었다는 얘기에 저는 더 이상 국가자격증이 나이롱뽕을 하면서 딴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내의 국가자격증은 빛을 발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큰코다쳤습니다.
긍정적이어야 할 ‘태도’
저자가 글을 쓸 때, 키보드 위에서 움직이는 손가락을 보면서 손가락은 여전히 치매로부터 자유로워서 이 병의 지시를 받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고 안도하면서도, ‘안개 낀 날’ ‘아지랑이가 피는 날’로 부르는, 몸의 상태가 안 좋은 때에는 확실히 진단받기 전의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챕니다.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들 중에도 평생 똑같은 상태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 반문합니다. 이런 흉터들과 치매의 유일한 차이점이라면 흉터들은 눈에 더 잘 보이고, 보다 영구적이며, 완전히 회복될 수는 없어도 극복할 수도 있다는 점이라며 모든 것은 사물을 보는 방식에 달려 있다. 치매 같은 질병에 관해서도 태도가 싸움의 절반을 결정한다고 격려합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에게 가장 두려운 전망은 통제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점이라면서도 예전에는 ‘안개 낀 날’이 극적으로 나타나서 낯설고 충격적이었지만, 이제는 자주 나타나서 자기가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을 사전 경고로 받아들여서 일정을 비우거나 이불속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한다고 경험을 전합니다. 치매 증상이 나타나면 활동을 않을 수 있으니, 치매의 증상이 발현을 못하는 것이지요. 이를 치매의 자살골인 셈이라고 저자는 부릅니다. 저자의 친구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처음에 세상이 끝났다고 확신했던 진단이 생활 방식은 달라졌어도 여전히 똑같이 살아가는 길을 열어주었다고 전합니다.
치매를 바라보는 시선은 부정적입니다. 때문에 치매 진단을 거부하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을 저자는 비판하지 않습니다. 자기는 태도가 슬픔에서 수용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안다며, 이런 변화 덕분에 오늘을 최대한 잘 살 수 있게 되었다고 말을 할 뿐입니다. 그러면서 “기억해야 할 중요한 점은 옳은 대처 전략은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역경에 대처하는 방식은 치매에 걸렸던 안 걸렸든 사람마다 다르다.”라고 인정합니다. (22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