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규 저
윌리엄 글래슬리 저/이지민 역/좌용주 감수
스티븐 E.쿠닌 저/박설영 역/박석순 감수
제니퍼 건터 저/김희정,안진희,정승연,염지선 역/윤정원 감수
사라 에버츠 저/김성훈 역
김진옥,소지현 저
‘단어’에 관한 책이라고 했으니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펴들었다. 하지만 금세 그건 나의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단어’가 아니라 단어가 표상하는 커다란 개념에 대한 책이었다. 자본주의나 사회주의라는 장의 제목을 보면서도 그다지 복잡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 나는 이 단어들이, 이 단어들이 표상해온 개념들이 거쳐온 우여곡절과 지난한 논쟁에 대해서 무지했던 셈이다.
이 책은 논쟁의 대상이 된 단어들을 다루고 있다. 논쟁이 더 선명하게 보이기 위해 서로 상반되는, 혹은 상반된다고 여겨온 단어들을 바로 붙여서 배치하고 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세계화와 국민국가, 테크노크라시와 포퓰리즘, 다자주의와 지정학. 이런 식이다. 그런데 각각의 개념들에 대해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논쟁은 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모호해지고 복잡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맨 처음 그 단어를 사용했던 이가 의도했던 것이 있었고, 초기에 그 단어가 표상하던 이미지가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의미가 보태지고, 또 어떤 이들은(사실 많은 이들이) 그 의미를 오해하고, 오히려 반대되는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쓰기까지 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 드는 것이 만인의 적이 된 ‘신자유주의’다.
사실 여기에 소개하고 있는 단어들은 쓰는 이에 따라 아주 다른 의미를 내포하는 경우를 흔하게 본다. 이를테면 민주주의를 보면, 우리는 북한이 절대 민주주의를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북한의 국가명에는 버젓이 ‘민주주의’가 들어가 있다. 그들이 생각하는 민주주의가 다를 뿐이다. 포퓰리즘에 대해서도 비슷하다. 어느 정치인도 공공연히 포퓰리스트라는 평가를 받는 것을 탐탁해할 것 같지 않지만, 실제로 포퓰리즘은 현재 전세계 많은 국가에 팽배해 있는 흐름이 분명하다. 많은 이들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파시스트라 비난, 혹은 비판하지만, 정작 트럼프는 자신을 반대하는 이들을 좌파 파시스트라고 매도했다. 파시스트라는 용어는 똑같지만 가리키는 대상도 다르고, 의미도 분화되었다는 얘기다.
세계화도 그렇다. 김영삼 정부 들면서 우리나라도 세계화(심지어 이것을 Segehwa라고 쓰기도 했다)의 흐름 속으로 깊이 끌어들어갔는데, 그 당시는 그것만이 살 길이라고 했다. 하지만 세계화 반대 시위는 바로 그때부터 시작되고 있었고, 그 흐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화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서로 공유되고 있지 않으며, 그래서 어떤 쪽은 세계화에 대한 반대를 이해하지 못하며, 또 다른 쪽은 국가 간의 협력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말하자면 같은 단어이지만, 서로 다른 언어인 셈이다.
저자는 이러한 지점들을 아주 미세하게 잡아내고자 애를 쓰고 있다. 그가 선정한 단어들은 절대 쉬운 단어들이 아니며, 그냥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개념도 아니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논의도 그렇게 명확해 보이지 않는다. 방향을 자꾸 틀고 있다는 느낌도 종종 들고, 무엇을 이야기하기 위한 것인지 분명하게 잡히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물론 나의 독해력에 좀 문제가 있다는 것도 인정하지만, 다른 책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는 거 역시 분명하다.
그럼에도 단어들이 거쳐온 역사를 통해서, 그 역사에서 사람들이 써온 개념들에 대해 파악함으로써 오늘 우리가 처해 있는 개념의 혼란을 조금은 정리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이 책이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고, 또 누군가에겐 생소하게 혹은 지루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책이다. 경제와 정치, 사회와 역사등 인간에게 일어난 모든 일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오남용하고 있는 단어들의 정확한 뿌리와 지금까지 거쳐온 여러 역사적인 사실을 통해, 우리가 단어들의 진짜 의미를 알고 사용해야 하며, 본질에 대해서 그리고 단어의 숨은 의미등을 정확하게 받아들여야 함을 알려준다. 저자는 갈등이 시작되는 이 단어들을 14개의 파트로 나눠 설명하고 있는데 이 단어들이 어떠한 형태로 사용되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를 인간에게 일어났던 모든 사실, 즉 광범위한 모든 사실들로써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상대와 정치, 경제, 사회등 현재의 이슈들에 대해 소통한다. 그런데 그 소통에서 불필요한 단어들이 종종 나와 논점을 흐릴때가 수 없이 많음을 느낀다. 특히나 상대는 지식인으로 보여지고 싶은 욕구때문인지 아는 체 함으로써 여러 단어들을 오남용하는데, 그럴 때 마다 논점이 흐려지거나 상대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나 언론은 이 책에서 언급되는 단어들을 제일 많이 사용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시키는데, 그럴 때 마다 나는 불편하다. 특정 색깔과 사상을 따라가지 못하는 내가 세상을 겉도는 느낌도 든다.
책의 서두에 저자는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전한다.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라고. 이 말이 머리를 세게 두드리며, 부끄럽게까지 하며, 그렇게 내 가슴에 깊이 새겨졌다. 나는 저 문구를 읽으면서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정확하게 또는 정직하고 바르게 삶을 살아가기 위해선 내가 세계에, 국가에, 정치에, 기업에, 집단에 휘둘리지 않아야 나 자신을 지킬 수 있겠다. 그러기 위해서 더 다독하고 바른 시각을 가질 수 있는 지성인이 되어야 겠다. 너무 숨가쁘고 무모한 도전일 수는 있겠으나, 나와 내 가족을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겠다.' 라고 되뇌며 내 가슴에 깊게 새겼다.
p.s. 책은 너무 어렵다 .. 정신이 탈탈 털리고 있다.. ㅜ
한 마디 -, 세상을 지배한 단어들을 정확하게 알게 되면, 나의 세계가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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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