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규 저
스티븐 E.쿠닌 저/박설영 역/박석순 감수
황승용 저
사라 에버츠 저/김성훈 역
제니퍼 건터 저/김희정,안진희,정승연,염지선 역/윤정원 감수
홍지혜 저
개인적으로 식물관련 책 읽기를 좋아하는데, 이 책은 특히나 제가 좋아하는 일러스트와 식물사진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훨씬 읽기가 좋았어요. 물론, '극한식물'이라는 소재도 재미있지만, 흥미로운 일러스트와 사진이 함께 하니 더 즐겁네요. 평소에 접하기 힘든 식물의 삶을 읽다보면 참 경의로운 생명력에 전율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기존에 이런류의 책들은 외국서적들이 많았는데, 국내에도 양질의 식물관련 서적이 출간된것도 반가웠습니다.
소소하지만 소소하지 않은 무게감이 담긴 책들이 가끔 있습니다.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쓸모없는 것이 없지만 살아가는데 크게 지장을 주지 않는 것들이 이런 책들이 아닐까 합니다.
우연히 알게 된 극한 식물의 세계는 살아가는 데는 상관없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알고 있으면 삶이 풍족해지는 느낌을 주는 상식을 담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식물이 진화하는 것이 우리 생활에 무슨 상관이 있을까 할 수도 있겠지만 극한 식물의 세계를 몇 페이지 넘기다 보면 마음의 양식이 차오르는 무척 신기한 기분이 드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긴긴 시간 동안 자신만의 삶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발전해 나가는 식물들의 모습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평상시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식물들에도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있다는 것과 신비로움이 집약된 산물이라는 점에서 무척 인상에 남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마음을 풍족하게 만드는 잡지식이 늘었다는 느낌이 들면서 식물들이 알려주는 삶에 대한 방향성이 커다란 깨달음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
최근 인문 서적을 읽는다는 것에 선 듯 손이 가지 않았던 터인데 극한 식물의 세계를 읽으며 이런 느낌의 책도 매우 흥미롭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으며 나를 풍요롭게 하는 지식을 쌓아간다는 기쁨을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식물이 웹 소설 주인공이라면?
#성장물 #노력파 #이겨내는 #꺾이지않는 #두려웅이없는 #외유내강
이러한 키워드를 가지지 않았을까.
우리는 그동안 '정적이고 변화하지 않는다'라는 속성으로만 식물들을 그려왔다.
인류가 존재해온 시간은 턱 없이 짧고, 인간 한 명의 삶 역시도 찰나이니
더디지만 꾸준히 지구와 발 맞춰온 식물의 변화를 알 턱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누구보다 치열하고 격정적인 그들의 세계를 보여준다.
p.84)
작은 노력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작은 점보다도 작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식물도 해오고 있는 노력이죠.
p.231)
자연은 겉으로 보기에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한 장의 그림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는 액션 영화와 같이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p. 300)
현재 우리가 만나는 모든 식물은 그렇게 만들어진 진화의 결과입니다. 중요한 건 이것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식물은 인간과는 다르게 스스로 사고하여 행동할 수 없다고 믿어왔지만(자발적이지 않은,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
어쩐지 책을 읽을 수 록 그들이 인간과 유사하게 행동하고 있으며,
그들 스스로 더 나은 삶을 향해 지독한 발버둥을 치고 있다고 믿게 된다.
그리고 어느 식물들은 이미 '나'라는 개인보다 더 앞서 있는 어른처럼 보인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삶을 대하는 자세에 이르기까지
서술 대상이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주는 가르침이라 해도 좋을 정도인,
그래서 현대 사회에 적용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내용들이 자주 등장한다.
p.218 ) 우리가 식물에서, 더 나아가 자연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합니다. 자연 속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호기심을 가지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앞에 놓인 어려운 일들을 해결할 힌트를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p.62 ) 영원한 단점도 영원한 장점도 없는 것이 자연입니다. 단지 난쟁이버들처럼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려는 끊임없는 노력만이 자연에서 살아남는 법이죠.
p.136) 살기 어려운 환경에서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의 단어만 조금 바꾸면, 누군가의 자서전 또는 회고록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이 책을 각 식물들의 일생을 담아 낸 '어느 식모씨의 자서전'이라고 부르고 싶다.
물론 이런 다소 감상적인 견해를 제외하고서도, 이 책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훌륭한 삽화와 적당한 시기의 사진들, 끊기지 않는 흐름의 유려한 글솜씨가 어우러져 읽기 즐거울 뿐 아니라
인간이 상상하는 거대함보다 더 압도적인 자연의 거대함에 거신족 티탄을 떠올리게 만든 '레드우드'가 있다는 것,
매일 같이 마셔 익숙하다 못해 조금 지겨워진 바닐라빈 라떼의 바닐라 빈이 사실은 '난초 씨앗'이라는 것!
(이 부분은 너무 놀라워서 따로 표시를 해두었다)
그리고 사실 인간이 만들어 낸 유전 공학의 산물이 아닌가, 의심 되는 리토프스와
산불 유발자 유칼립투스까지!
매력적이고 다양한 식물들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게 독서가 가능하다.
이 책을 읽고난 후, 나는 매일 외출 시 마다 전쟁터에 나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어쩌면 몇 번은 그들의 치열한 전쟁터 속에 유유히 등장하여 한 식물의 치열한 생애를 망가뜨리고 다녔을 지도 모른다.
확실하게, '극한 식물의 세계'는 책 띠에 적힌 문구처럼 내 세상을 전과 다르게 보이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