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동,한준호,배동하,이건,박상은,이태우,이대진 공저
김동훈 저
김혜정 저
황조교(황정후) 저
조현영 저
김희균 저/백두리 그림
2022년 11월 09일
착한 아이 버리기(2022)를 읽고
다독가는 아니지만, 올해 읽은 책 중... 단연 최고의 책이라 생각한다. 책 표지 뒤편에 인쇄되어있는 김중미 작가와 서천석 전문의의 평이 딱 적절하다. 책을 덮고 나서 이렇게 여운이 오래 남았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몇 군데 옮겨 적고자 한다.
“무엇이 아이를 변하게 했을까요? 제가 삐약이를 신고 싶은 아이의 욕망을 가볍게 치부하지 않고 오롯이 인정해주면서 불편을 참는 모습을 보여줘서겠지요. 만약 딸아이를 야단치면서까지 운동화를 신겼다면? 아이는 더 이상 욕망을 드러내지 않고 숨기려고 했겠지요.” (258p)
“아이가 생각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나는 질문에 바로 답해주지 않고 괜히 우스갯소리를 해서 시간을 끈다. 그러면 친구들이 깔깔 웃는 동안 아이는 잠시 생각을 할 것이다. 저학년 아이들에게 이런 방법은 가끔이나마 유용하다.” (23p)
“아이들이 다툴 때 어른이 잘잘못을 가려주는 판사 역할을 할 필요가 없다. 매사 지나치게 질문하는 아이에게 일일이 나서서 대답해줄 필요도 없다. 적당히 모른 척하면 아이들은 어른에게 의존하지 않고 각자의 지식과 논리를 끌어와 잘잘못을 가리기도 하고, 답을 구하기도 한다. 그러다 막히면 다른 아이에게 도움을 청할 때도 있다.” (33p)
“아, 고마워. 하마터면 선생님 창피할 뻔했네.” (53p)
“아, 그렇구나. 알려줘서 고마워. 하마터면 공부 못할 뻔했네.” (54p)
“아, 알려줘서 고마워. 선생님도 카드 긁을 뻔했네.” (78p)
“아, 난 안 되는구나. 알려줘서 고마워.” (81p)
- 고맙다는 말과, 하마터면 OO할 뻔했다는 선생님의 말은 정말 그대로 배워야한다!!
한 편의 긴 드라마를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었다. 지금은 TV에 방영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어렸을 적 보던, 매일매일 다른 내용으로 방영되던 각종 청춘 시트콤들을 떠올리며 글을 읽었다. 갈등은 있고, 잘못한 아이도 있지만, 그 누구도 나쁜 사람은 없고, 혼내는 사람은 없다.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이 책이 소설은 아니기에, 더욱 더 그 부분이 좋았던 것 같다.
이 책의 송주현 선생님은 참으로 대단한 기술자다. 그저 지켜보고, 기다려주고, 필요하다면 아주 살짝 끼어든다. 끼어들더라도 중간에 다시 타이밍 좋게 모르는 척하며 잽싸게 빠져나오는 능글맞은 선생님의 모습은 우리에게 마음 편한 미소와 웃음을 선사하지만, 한편으로 지난 나의 부모로서 6년, 교사로서의 10년을 반성하게 할 만큼 그 어떤 바늘이나 송곳보다도 뾰족했다. 교사는 이렇게 기술자고 전문가다. 하지만 나처럼 고민을 많이 하지 않는 교사는, 학생들에게 ‘옳은 것이 그저 옳다.’라고 말한다. 이는 그다지 교육적이지 않다. 학생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본인의 잘못을 깨닫고 행동을 고쳐나가게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드러난 저자의 대화 기술을 본받아야 한다. 선생님이 아니어도, 사람이라면 모두에게 필요한 기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 교사들은 얼마나 학창시절에 모범생이었고, 옳지 않은 것을 하지 않으며 살아왔는가. 물론, 교사가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기술자로서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아이는 아이다. 분명, 성장할 수 있고, 변화할 수 있는 미성년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19세까지 교육을 받도록 교육과정이 편성되어있는 것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한 단어는 바로 ‘정체성’이다. 아이들의 정체성을 올바르게 세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교사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올바르게 아이를 지도할 수 있도록 부모님과 적극 소통하는 것 또한 교사의 주된 역할 중 하나일 것이다. 본인의 욕구를 정확하게 알고, 욕구를 적절한 때에 표출할 줄 알고, 적당히 숨길 줄도 아는 건강한 정체성을 지닌 아이가 결국, 뭘 하든 행복할 것이라는 걸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메시지를 너무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정체성이 중요합니다.’라는 말 한 마디 없이. 참, 기술자로서 저자의 면모가 글에서도 드러난다. 너무 멋진 분이다.
재밌고, 교육적이었다. 책을 사길 참 잘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이 책 소개 영상으로 인도하였고, 그 영상을 우연찮게 보게 되었다가 이 책을 사게 되었다. 책 소개 영상에 나온 아이의 모습이 영락 없는 우리 큰애의 모습이었어서, 우리 큰애가 더 행복한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 이 책을 바로 결제하였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개발한 구글 측에도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졸려죽겠는데 유튜브를 한 번 더 스크롤질했던 나 자신을 칭찬하며, 우리 큰애가, 우리 가족이, 학생들이 행복해지도록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던 소중한 책이라고 평하며 서평을 마치겠다.
착한 아이 버리기는 초등학교 재직중인 교사가 쓴 초등학교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배꼽빠지는 줄 알았다. ㅎㅎㅎ
아이들의 질문에 대한 선생님의 엉뚱한 대답을 통해서 스스로 정답을 알아가는 이야기가 주인데 선생님의 이러한 교육관을 접할 수 있는 아이들이 너무나 부럽고 우리 아이도 저자와 같은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과 엉뚱한 선생님, 재미있는 학교생활을 경험하고 싶은 분들께 초강추!!!하는 착한 아이 버리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