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체셔,올리버 우버티 저/송예슬 역
에드워드 돌닉 저/이재황 역
하미나 저
버지니아 울프 저/최설희 역
전성원 저
케이틀린 오코넬 저/이선주 역
2005년 전염병에 관한 소설을 썼지만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한 이야기가 있다. 이후 15년이 지난 2020년. 전 세계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멘붕이 왔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우리 생활을 이렇게 변화시킬 수 있다니. 지금은 2년 전과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소설은 팬데믹 진원지로 봉쇄된 런던이 배경이다. 팬데믹으로 계엄령이 선포되고 폭력과 무질서가 일상이 된 가운데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이 무서운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보건 서비스와 응급 의료 서비스는 포화상태로 시체만 늘어갈 뿐이다. 이에 임시 병원을 짓기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임시 병원 건축 현장에서 어린아이의 유골이 담긴 가방이 발견 된다. 누군가는 킬러를 고용해 유골의 정체가 밝혀지는 것을 막으려 하고, 런던 경찰청 맥닐 형사는 이를 밝히려 한다. 도대체 누가. 이런 무시무시한 짓을 하는 것일까? 맥닐 형사는 범인을 찾을 수 있는 것일까
만약 이 소설이 2005년에 출간되었다면 이렇게 이슈가 되었을까? 출간 즉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고 하는데. 책을 읽다 보니 2020년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 소름 돋았다. 바이러스가 손이나 발이 달린 게 아니라면, 결국엔 이기적인 인간이 퍼뜨린 것일 수도 있다는 게 무섭다. 바이러스로 인해, 누군가는 고통받지만, 누군가는 이를 이용해 돈방석에 앉을 수 있다는 것. 우리도 두 눈으로 보지 않았는가? 만약 이게 누군가의 큰 그림이었다면, 그 사람은 성공했다. 거의 2년 동안 세계를 바이러스로 꽁꽁 묶어놨으니까.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거라고 우리는 장담할 수 없어 무섭다.
2년 정도 마스크를 내 피부처럼 생각했다. 마스크 없는 세상을 꿈꿀 수 없었다. 지금은 마스크를 선택적으로 쓰지만 나는 여전히 코로나 바이러스 후유증으로 고생한다. 아직도 목이 아프고 맑은 가래가 사라지지 않는다. 1년 넘게 약을 먹고 있지만 깔끔하게 낫지 않고, 두통에 시달린다. 바이러스에 걸리고 지나가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게 죽는 게 아니라면. 하지만 걸리고 나서 몸이 쉬 피곤하고 예전의 내 몸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 같다고 느끼게 되면서 바이러스라는 걸 쉽게 보면 안 되는 거구나 싶었다.
백신을 팔아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새로 만든 바이러스를 아이에게 주입하고, 다시 바이러스가 퍼지게 만드는 사람. 자신이 한 행동이 나쁘다는 걸, 반인류적이라는 걸 알기에, 비밀로 남아야 하겠지만,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 나쁜 짓을 덮기 위해 더 나쁜 짓을 하는 게 인간이라는 사실.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한, 그런 사람이 없어야 하고, 그런 세상이 오지 않아야 하는데, 왜 세상은 점점 더 포악하고 쎄~~ 해지는 건지. 뒤로 갈수록 살짝. 맥이 빠지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다.
모든 것이 무너진 도시에서 발견된 한 소녀의 시신, <락다운>
끝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팬데믹 사태는 가까운 사람을 한순간에 잃을 수도 있다는 공포와 불안감을 전파했다. 더불어 비대면 활동과 외출 자제 및 마스크 쓰기 등 겪어보지 않았던 일들을 하게 만들었다. 이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 사태 이전과 이후로 크게 나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그냥 하는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의료 환경이 뛰어나다고 믿었던 선진국들에서 감염자와 사망자 수가 크게 오르는 것을 보면서 질병과 죽음 앞에 우리 모두가 똑같이 무기력하고 나약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데 이런 사태를 마치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그려낸 스릴러 소설이 있었다. 이미 <블랙하우스>라는 뛰어난 스릴러로 국내 독자들과 만났던 피터 메이 작가의 신간 <락다운>이다.
팬데믹 사태의 근원지로 여겨져 봉쇄된 도시 런던의 한 공사장에서 한 어린이의 유골이 들어 있는 가방을 발견된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 가방에서 발견된 유골과 런던을 초토화시킨 전염병 사태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몰랐을 것이다. 형사라는 직업을 그만두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던 맥닐 형사에게 그 사건을 조사해보라는 임무가 주어진다. 유골은 맥닐 형사의 연인이자 법의학자인 에이미에게로 넘어가고 두 사람은 각자의 위치에서 조사를 하기 시작한다. 맥닐 형사는 현장 근처에서 발견된 지하철 표에 묻는 지문으로 어떤 사람을 조사하러 가지만 계속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상한 사건들이 터진다.
2022년에 읽는 이 소설은 몇 가지 디테일한 요소만 빼고는 마치 논픽션처럼 오늘날의 세상 분위기와 고스란히 닮아 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단순히 스릴러 소설을 읽는 쾌감보다는 씁쓸하고 안타까운 기분이 더 많이 들었던 것 같다. 특히 발견되기 전까지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던 한 어린 소녀의 사연이 여운을 남긴다. 아직도 현실에서는 이 끔찍한 사태는 종식되지 않고 온 인류를 괴롭게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열심히 일하는 의료진과 공무원들 그리고 대다수 시민들의 노력으로 조금씩 사회적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현실과 너무나도 닮아 있어서 소름까지 끼쳤던 이 소설의 첫 장을 한 번 펼쳐보기를 바란다.
무장 군인들과 돌보기를 포기한 건물들, 흡사 전쟁터 폐허가 연상되는 도시에서 매일 바이러스로 인해 수십만 명씩 죽어나가지만 이조차도 정확한 수치인지 알 수가 없다. 당장 내가 며칠이나 살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나라의 총리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죽음을 맞이한 와중에도 권력을 향한 정치인들의 다툼 공방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나라를 책임질 총리조차 바이러스를 피해 가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국민들은 허탈함과 무기력을 느낄 뿐이다.
바이러스로 인해 초토화된 도시, 아침저녁으로 인사를 나누던 이웃 주민들 얼굴을 못 본 지 오래전, 상가는 이미 약탈로 인해 텅텅 비었고 집 안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황에서 형사 맥닐은 아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형사직을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자신의 결심을 실현시키기 전날 턱없이 부족한 의료시설을 늘리기 위해 공사하던 장소에서 가방 안에 든 어린아이 뼈가 발견되면서 맥닐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부족한 의료시설을 임시적으로나마 짓기 위해 정부의 재촉으로 받으며 공사에 투입된 인부들, 잠을 제대로 못 잔 지 오래이며 상당한 보수를 받는다고 해도 그다지 쓸 일도 없는 상황이지만 몰아치는 재촉에 공사를 진행하던 중 전날까지는 보지 못했던 가방이 구덩이에서 발견되고 그 안에서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그것도 살과 분리된 뼈가 든 가방이 발견되면서 퇴직을 하루 앞둔 맥닐은 사건에 투입되고 두개골 복원을 통해 중국계 여자아이며 구순구개열의 특징을 지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이가 왜 그런 끔찍한 죽음에 이르러야 했는지 사건을 파헤쳐 가던 맥닐은 아들 션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상황과 자신이 파헤치는 사건 뒤에 거대한 무언가가 있음을 직감하게 되는데 맥닐이 사건의 실체에 다가갈수록 그를 쫓는 죽음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진다.
이 소설이 언제 쓰였는지 모르고 읽는다면 몇 년을 옴짝달싹할 수 없게 만든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썼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팬터믹 사태의 리얼함이 너무 잘 느껴진다. 하지만 소설이 코로나가 발병되기도 훨씬 전에 조류독감을 취재하며 쓴 소설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소설보다 더 큰 소름이 온몸을 강타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마치 예견한 듯이 너무도 리얼하게 쓰였기 때문에 그의 예지력에 감탄마저 하게 되는데 이렇게 쓰인 소설이 당시 아무 곳에서도 받아들여지지 못해 최근에서야 출간됐다는 것은 안타깝기만 하다. 이미 비슷한 내용의 소설들이 시중에 나와있기에 이 소설이 탄생하기까지의 우여곡절을 모른다면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비슷한 소설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할 테지만 중국계 소녀 초이의 죽음 뒤에 감춰진 거대한 음모와 바이러스가 덮친 세상이 주는 기시감이 강해 그저 그런 소설로만 다가와지지는 않았던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