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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무너진 도시에서 발견된 한 소녀의 시신, <락다운>
끝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팬데믹 사태는 가까운 사람을 한순간에 잃을 수도 있다는 공포와 불안감을 전파했다. 더불어 비대면 활동과 외출 자제 및 마스크 쓰기 등 겪어보지 않았던 일들을 하게 만들었다. 이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 사태 이전과 이후로 크게 나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그냥 하는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의료 환경이 뛰어나다고 믿었던 선진국들에서 감염자와 사망자 수가 크게 오르는 것을 보면서 질병과 죽음 앞에 우리 모두가 똑같이 무기력하고 나약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데 이런 사태를 마치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그려낸 스릴러 소설이 있었다. 이미 <블랙하우스>라는 뛰어난 스릴러로 국내 독자들과 만났던 피터 메이 작가의 신간 <락다운>이다.
팬데믹 사태의 근원지로 여겨져 봉쇄된 도시 런던의 한 공사장에서 한 어린이의 유골이 들어 있는 가방을 발견된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 가방에서 발견된 유골과 런던을 초토화시킨 전염병 사태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몰랐을 것이다. 형사라는 직업을 그만두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던 맥닐 형사에게 그 사건을 조사해보라는 임무가 주어진다. 유골은 맥닐 형사의 연인이자 법의학자인 에이미에게로 넘어가고 두 사람은 각자의 위치에서 조사를 하기 시작한다. 맥닐 형사는 현장 근처에서 발견된 지하철 표에 묻는 지문으로 어떤 사람을 조사하러 가지만 계속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상한 사건들이 터진다.
2022년에 읽는 이 소설은 몇 가지 디테일한 요소만 빼고는 마치 논픽션처럼 오늘날의 세상 분위기와 고스란히 닮아 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단순히 스릴러 소설을 읽는 쾌감보다는 씁쓸하고 안타까운 기분이 더 많이 들었던 것 같다. 특히 발견되기 전까지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던 한 어린 소녀의 사연이 여운을 남긴다. 아직도 현실에서는 이 끔찍한 사태는 종식되지 않고 온 인류를 괴롭게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열심히 일하는 의료진과 공무원들 그리고 대다수 시민들의 노력으로 조금씩 사회적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현실과 너무나도 닮아 있어서 소름까지 끼쳤던 이 소설의 첫 장을 한 번 펼쳐보기를 바란다.
무장 군인들과 돌보기를 포기한 건물들, 흡사 전쟁터 폐허가 연상되는 도시에서 매일 바이러스로 인해 수십만 명씩 죽어나가지만 이조차도 정확한 수치인지 알 수가 없다. 당장 내가 며칠이나 살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나라의 총리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죽음을 맞이한 와중에도 권력을 향한 정치인들의 다툼 공방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나라를 책임질 총리조차 바이러스를 피해 가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국민들은 허탈함과 무기력을 느낄 뿐이다.
바이러스로 인해 초토화된 도시, 아침저녁으로 인사를 나누던 이웃 주민들 얼굴을 못 본 지 오래전, 상가는 이미 약탈로 인해 텅텅 비었고 집 안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황에서 형사 맥닐은 아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형사직을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자신의 결심을 실현시키기 전날 턱없이 부족한 의료시설을 늘리기 위해 공사하던 장소에서 가방 안에 든 어린아이 뼈가 발견되면서 맥닐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부족한 의료시설을 임시적으로나마 짓기 위해 정부의 재촉으로 받으며 공사에 투입된 인부들, 잠을 제대로 못 잔 지 오래이며 상당한 보수를 받는다고 해도 그다지 쓸 일도 없는 상황이지만 몰아치는 재촉에 공사를 진행하던 중 전날까지는 보지 못했던 가방이 구덩이에서 발견되고 그 안에서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그것도 살과 분리된 뼈가 든 가방이 발견되면서 퇴직을 하루 앞둔 맥닐은 사건에 투입되고 두개골 복원을 통해 중국계 여자아이며 구순구개열의 특징을 지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이가 왜 그런 끔찍한 죽음에 이르러야 했는지 사건을 파헤쳐 가던 맥닐은 아들 션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상황과 자신이 파헤치는 사건 뒤에 거대한 무언가가 있음을 직감하게 되는데 맥닐이 사건의 실체에 다가갈수록 그를 쫓는 죽음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진다.
이 소설이 언제 쓰였는지 모르고 읽는다면 몇 년을 옴짝달싹할 수 없게 만든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썼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팬터믹 사태의 리얼함이 너무 잘 느껴진다. 하지만 소설이 코로나가 발병되기도 훨씬 전에 조류독감을 취재하며 쓴 소설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소설보다 더 큰 소름이 온몸을 강타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마치 예견한 듯이 너무도 리얼하게 쓰였기 때문에 그의 예지력에 감탄마저 하게 되는데 이렇게 쓰인 소설이 당시 아무 곳에서도 받아들여지지 못해 최근에서야 출간됐다는 것은 안타깝기만 하다. 이미 비슷한 내용의 소설들이 시중에 나와있기에 이 소설이 탄생하기까지의 우여곡절을 모른다면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비슷한 소설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할 테지만 중국계 소녀 초이의 죽음 뒤에 감춰진 거대한 음모와 바이러스가 덮친 세상이 주는 기시감이 강해 그저 그런 소설로만 다가와지지는 않았던 듯하다.
살면서 팬데믹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고 그 상황에 처한 것도 처음이였고 락다운이라는 말도 처음 들어본것 같다. 어쩌면 들어보았을지도 모르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크게 신경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난 3여 년간의 시간을 보내면서 인류가 바이러스에 얼마나 취약한가, 그리고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상황이 마냥 좋은게 아니구나 싶은 생각도 함께 들면서 만약 또다시 팬데믹 상황이 도래하고 도심이 락다운에 접어들면 인간은 또 얼마나 무기력할 것인가 싶은 생각도 해보았다.
처음 코로나가 발생했을 때 아무도 이 병의 존재를 몰랐기에 대두되었던 것이 페스트였고 서점가에서는 카뮈의 『페스트』가 단연코 베스트셀러에 올라 화제가 됨과 동시에 유럽을 강타했던 스페인 독감 당시의 모습이 회자되기도 했었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사고 같은 이 일을 만약 무려 2005년에 소설로 펴낸 이가 있다면, 인구의 25퍼센트가 감염되고 70~80퍼센트가 사망할 것이라고 언급한 소설이 있다면 과연 어떨까?
놀랍게도 출간 당시에는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출판을 거절당했던 작품이 바로 『락다운』이다. 작가 피터 메이는 설마 미래라도 다녀온 것일까 싶을 정도로 이 작품은 글로벌 팬데믹 상황을 그리고 있고 진원지를 영국의 런던으로 설정하고 있다. 팬데믹 상황 속에서 국가가 취할 수 있는 상황과 시민들이 보일 수 있는 행동이 고스란히 작품 속에 보여진다.
우리도 최대한 이동을 자제해 달라는 정부의 지침이 있었지만 락다운까지는 없었지만 유럽에서 상황이 심각한 경우에는 락다운이 되었었기에 더욱 실감이 나는 이야기다. 특히나 당시 급증하는 환자로 인해 병원은 포화상태, 산호탱크가 부족하다는 말, 마트의 물건이 동나는 등의 대혼란이 있었기에 이 작품은 더욱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역시나 작품 속에서도 급증하는 환자수로 인해 임시 병원을 건축하기에 이르고 작품은 여기에서 결을 달리해 스릴러로 넘어가 그 과정에서 어린아이의 뼈가 발견되고 맥닐 형사가 이 사건의 파헤치기 위해 수사를 펼치는 과정이 그려진다. 게다가 맥닐 형사는 자신도 바이러스로 인해 아들까지 잃은 상황이기에 어쩌면 이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했을지도 모르겠다.
작품은 팬데믹 상황 속 발견된 아이의 유골을 둘러싸고 사건을 해결하려는 형사와 이를 감추려는 킬러, 바이러스의 발생 등과 관련한 현실감 있으면서도 극적인 요소가 존재하는 이야기가 적절히 결합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작품에 몰입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