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혼비 저
김혜경 저
파이어족이니, 노후설계니, 주식이니 요즘 그런 화두가 떠오르면 그런거 1도 안 하고 관심도 없는 사람 나밖에 없나, 하고 괜히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던 중 작가님 책을 만나게 되었네요. 야, 너두? 야, 나두? 라고 말해주는 거 같아 읽는 내내 마음이 놓였습니다ㅋㅋㅋ 네, 저도 어른되면 그럴 줄 알았는데, 뭐 별거 없더라구요. 미래의 나를 위해 아끼는 희생이 현재의 나를 불행하게 한다면 그게 과연 행복한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게 하네요. 그러니까 이 책은... 니가 나로 살아봤냐? 아니잖아, 내가 너로 살아봤냐? 아니잖아, 아니잖아, 아니잖아, 라는 장기하의 노래처럼 그건 니 생각이고, 그건 남들 생각이고, 라고 말하는 책이라구요 :)
어른이되면단골바하나쯤은있을줄알았지
어른이 되면 으레 그럴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돌이켜보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당연히 가질 수 없는 것들. 집과 차, 화려한 명품백. 내 경우에는 넓고 인자한 마음.
사회적으로 어른을 인정받은지도 훌쩍 지난 내 나이. 작가도 비슷한 연배일 듯 한데,
그녀는 그 사이에서 하나는 건저올려 냈다. 바로 단골바.
시 한편을 쓰는 것보다 26주짜리 카카오 적금을 드는게
더 중요한 것처럼 느껴질 때, ‘
결국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 아니겠냐’는 말에
일의 의미가 무너져내리는 것 같을 때 (단골바에) 간다.
어른이 되면 단골바 하나쯤은 있을 줄 알았지_박초롱
책 내용은 칵테일을 너무 좋아해서 결국 칵테일바까지 차려버린 이야기.
칵테일을 주제로 한 에세이인데,
마치 바에 앉아 칵테일을 흔들며 이야기하는 듯 하다.
한쪽 다리를 흔들흔들 흔들면서
좋았던 문장들 :
23 | 내 삶의 디폴트값이 늘 월세나 연금 따위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을 때, 아무리 영화를 보고 글을 써도 삶의 의미를 묻지 않게 될 때 간다. 그러니 어찌 보면 칵테일을 마시는 일이란, 정말 사치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24 | 칵테일이 좀 사치스러운 술일지라도, 우리가 술을 생각할 때 거기까지 갔으면 좋겠다. 우리에게는 더 다양한 것을, 새로운 것을 경험해보고 싶을 권리가 있으니까. 경험하는 만큼 우리 세계는 더 넓어질 테니까.
35 | 그 여부를 물어볼 수 없어서 나는 눈치껏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야 했다. 그건 시를 쓰거나 글을 다듬는 일과는 조금 닮았다. (중략) 바에 앉아 누군가에게 발견되길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을 나는 안다.
50 |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싶지만 오늘이 마지막이 아닐 거라는 것도 안다. 이 터뮤니없는 정보의 불균형 속에서도 일단 앉은 도박판을 엎을 수 없는 나는 어쨌거나 전략을 짜봐야 한다.
“그래서 심신단련이 중요하다.”
62 | 나쁜 의도를 전혀 가지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나쁜 사람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단순히 마음이 약하거나 자기가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것만으로, 자신을 해치지 않고서는 세상에 대한 불만을 말하지 못하는것만으로도 그를 아끼는 사람에게 누가 되어버리는 이. 마음의 문을 안에서도 밖에서도 영영 잠가버려 문을 두드리는 이를 지치게 만드는 이. 나는 아직 그런 사람을 어떤 마음으로 껴안아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술 냄새를 풍기면서 밖에 하지 못하는 말들. 그런 말들을 ‘취중진담’이라며 다정하게 끌어 안을 수도 있겠지만, 냉정한 나는 ‘술김에 하는 빈말’로 들을 때가 많았다. 그래도 내가 잘들었어야 했던 걸까.
*이 부분은 알콜중독자인 저자의 삼촌이야기를 글감으로 한다. 가족의 숙제를 이렇게 담담하게 풀어놓다니. 아무리 건강한 가족일지라도, 숨겨둔 가족문제 하나쯤은 있기 마련인데. 술에 대한 생각을 가장 깊이 있게 느꼈던 섹션이다.
71 | “왜 기쁨을 감출 줄 모르는지 모르겠어.” 그말을 듣고 나는 함부로 웃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슬픔이 많은 세상에서는 웃음도 조심히 터뜨려야 한다고. 홍이 같이 자랑도 허락 받고 하는 친구라면, 흰둥이 앞에서도 마을 함부로 하지 않았을 것 같다.
타인의 슬픔은 왜 이다지도 멀고, 타인의 기쁨은 어째서 이렇게도 가까운 걸까.
83 |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가지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다. 몰라서 꾸지 못하는 꿈은 안타까워할 기회도 없다.
85 | 어떻게 살아야할까라는 질문은 언제나 답이 없었고, 슬에 취해 그 답의 실마리를 찾은 것 같던 순간도 아침이 되면 쉽게 사라지곤 했다.
86 | 한국에는 없는 자아를 찾아 너도 나도 인도나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나던 때였다. 자아라는 녀석은 어째서 꼭 인도나 티벳에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나도 쿠바로 향했다. 휴대폰이 되지 않는 그곳에서, 나는 오랜만에 물리적인 현실에 집중할 수 있었다.
*쿠바같은 곳은 생각도 안해본 여행지인데(인터넷이 안된다니!) 물리적인 분리라니 요즈음에 더 간절한 요소다.
104 | 솔직함, 편안함, 가성비의 가치가 인정받는 시대다.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감정인지 도무지 말로는 꺼내지 않아 음악과 호흡으로 두 주인공의 사랑을 짐작해야하는 화양연화식 로맨스는 그 영화와 함께 끝났다.
긍정적이라는 것이 어떤 태도의 문제를 떠나 좋다라는 것과 동의어로 쓰이는 것처럼.
107 | 낯을 붉히게 되는 노골적인 솔직함보다는 지나친 격식을 선택하고 싶다. 인위적인 연극 무대 위에서 서로의 거리를 유지하며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그 무언가에 대해서 대놓고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좋다. 비약하자면 그것이 좀 더 문명화된 사회 아닐까?
내가 이제까지 오로지 나였고, 지금도 나이고, 앞으로도 계속 나일 것이라는 사실 때문에 가끔 숨이 막힌다.
121 | 대충살자. 스크루 드라이버 만드는 미국인처럼. 일을 열심히 해봤자 나에게 남는 게 뭔지. 존재의 증명을 실력으로 해야만 할 만큼 내가 사랑받지 못하고 살았던 걸까.
129 | 나는 그만한 확률로 태어났다. ‘만약에’가 천 개가 되고 만 개가 될 확률로.
141 | 알고 보면 다들 뭐 하나씩은 없이 산다. 신장이나 어금니, 머리털 없이도 잘 산다. 사랑하는 사람 없이도 산다. 그런데 뭐, 있는 줄도 몰랐던 연골판 정도야 괜찮지 않을까.
208 | 나도 크고 반짝거리고 우아한 것을 익숙하게 즐기는 사람이 되면 좋겠지만, 우리가 삶에서 바꿀 수 없는 것 중엔 어린 시절도 있다.
246 | 감정이 널뛰기하던 이십 대. 나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감정 때문에 오래 고생을 했다. 마음은 안에 있는 거라던데, 아무래도 내 생각엔 밖에 있는 것만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까지 제멋대로일리가, 손에 잡히지 않을 리가 없었다. 갑작스러운 환희와 느닷없는 절망 때문에 나는 자주 피로했다.
가볍게 읽으려고 했는데, 좋은 문장이 많았던. 아마도 비슷한 시대와 비슷한 세대를 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잔 하면서 읽으면 더 좋지 않을까?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을 읽기전에 표지를 본 적이 있다.
고양이 책방 SNS에 소개된 걸 봤는데 표지에 고양이 그림이 있지만 고양이 책이 아니라고 했던 소개글이였는데 칵테일에 관심이 있는 나에게는 흥미로웠던 책이였다.
칵테일에 관심이 많았었던 20대 초반에는 주조기능사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학원을 알아보기도 했지만 그때만해도 내가 사는 지역에는 없었고 서울에만 학원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이 칵테일과 관련된 이야기만 가득한 책인가 싶었는데 그것보다는 이 작가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이야기와 생각들을 들으며 마시고 싶은 칵테일 이야기 같았다.
책 표지에 적힌 추천사처럼 '남은 인생을 잘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 속에 소개된 칵테일들이 정말 맛있게 느껴지기에 칵테일에 대한 관심이 다시 생기기 시작하기도 했다. 작가가 괜히 작가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에서 표현하는 칵테일을 마시고 싶다라고 생각이 들도록 글로 담아내는 것이 그러했다.
p.84 나이가 들수록 남들에게 가난은 게으름의 증명으로 퉁쳐질 수도 있겠다는 공포도 있다. 그럼에도 어쩌겠나. 나는 이미 칵테일 맛을 알아버린 것을.
엄마는 다시 태어나면 뭐가 되고 싶어?
이 부분을 내려오는 KTX에서 읽다가 울뻔했다. 엄마의 삶에 고단함 같은게 느껴지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려온다는 느낌을 받았달까? 그래서 눈물이 그렁그렁 할뻔 했다.
집에서 읽었다면 흐르는 눈물 닦으면서 읽었겠지...하면서
담담하게 쓴거 같은데 아닌것도 같고 무거운거 같은데 또 그렇지만은 않은 글들이 정말 인생이란 이런것이 아닐까? 싶어서 더 공감하고 술술 읽혔던거 같다.
p.134 글은 무서울 정도로 쓰는 사람을 잘 드러내기에,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사람이 되는 수밖에 없다.
글이란 것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운 것 같다. 나도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지 매번 다짐을 반복한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이런 글들을 읽을때마다 마음을 다잡게 되는데 참 쉽지 않다. 좋은 책을 많이 읽는게 중요한걸 알면서도 왜 읽는걸 부담스러워하거나 미루게 되는건지.
핑계를 대보자면 이 책을 읽다가 칵테일에 더 관심이 들끓는 차에 요즘 보는 뮤지컬 넘버에 보드카가 있어서 보드카 맛은 어떤가?하며 마트에서 보드카를 사고 보드카로 만들 수 있는 칵테일들을 조금씩 만들어 마시고 화이트 럼도 사서 또 만들어 마시고 하면서 읽는걸 미루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결론은 칵테일은 맛있고 재밌다!!! 내가 칵테일 쉐이커세트도 사게 되었으니 본격적으로 칵테일에 빠져봐야겠어! 바를 찾아다니며 마시는 건 잘 못할거 같으니 홈술 좋아하는 사람의 취미가 하나 더 늘어났다. 칵테일 만들어 마시기!
삶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기도 했고 칵테일이란 세계에 한걸음 다가서게 만들어줘서 내 인생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준 것 같아서 고마운 책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많이 마시는 사람은 아니니 걱정은 하지마시길. 술도 체력이 되야 마시는 거라 생각하는 나는 저질체력이고 저자처럼 술을 잘 마시려고 운동하는 시늉조차도 하지 않으니 그냥 어쩌다 한두잔 즐기며 사는 사람이 되야지.
사람은 저마다 살아가는 방법이 다른니까 말이다.
강요하지 않고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며 인정하며 살아야지.
일주일 사이에 만들어 마신 칵테일들
(앱솔루트 보드카)
(스크루드라이버)
(블랙 러시안_침공이후 블랙 우크라이나라고 바꿔 부른다고 한다.)
(쿠바 리브레)
(깔루아 밀크)
(다이키리)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00% 페이백 이벤트로 읽어보게 된 박초롱 작가님의 <어른이 되면 단골바 하나쯤은 있을 줄 알았지>입니다.
제목을 보고 술에 관한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맞으면서도 맞지 않는 생각이었네요 ㅎㅎ
애주가가 쓰는 에세이기는 하지만, 술 자체보다도 '취향이라고 불리는 한 사람의 세계'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책이고, 작가님이 좋아하는 것이 술이다 보니, 술을 좋아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어른이 되면 단골바 하나쯤은 있을 줄 알았지.
정말 공감이 되는 제목입니다.
현재의 어른이 되었지만 어렸을 때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스스로의 모습이 조금은 이상하게 느껴지도록 만드네요.
또 이것이 저만의 생각이 아니라 TikTok, YouTube 쇼츠, Instagram 릴스 등 젊은 세대가 만드는 콘텐츠에 자주 등장하는 감성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것은 제목에 대한 저의 생각이고 내용은 술에 대한 내용입니다.
작가님이 바에 가면서 느꼈던 생각과 술에 관련된 내용을 담은 에세이 모음입니다. 읽다보니 작가님은 확실히 어른같다고 느껴졌어요.ㅋㅋ
저도 술 한 잔하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