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분야 전체
크레마클럽 허브

읽는 생활

부지런히 나를 키우는

임진아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28일 한줄평 총점 10.0 (39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  종이책 리뷰 (37건)
  •  eBook 리뷰 (1건)
  •  한줄평 (1건)
분야
에세이 시 > 에세이
파일정보
EPUB(DRM) 35.49MB
지원기기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이 상품의 태그

책 소개

“우선은 매일 아침 새로이 만나는 나를
느리고 낯설게 읽어나가면 어떨까”

임진아 작가 본격 에세이
책을 닮고 싶은 사람, 임진아 작가가 접어둔 오늘의 페이지
부지런히 나를 키우는 읽는 생활


『빵 고르듯 살고 싶다』를 쓰고 『어린이라는 세계』를 그린 임진아 작가가 읽고 그리고 쓰는 사람으로서 기록한 매일의 읽는 생활. 꾹꾹 눌러 접어둔 페이지에 자리한 유년기 여름방학의 속독 교실, 우표 수집 책, 이제는 읽는 용도로만 펼치는 고교 시절 다이어리에 관한 이야기부터 광화문 서점에서 키우던 내일의 취향, 낯선 여행지를 순식간에 동네의 분위기로 바꿔주는 작은 책방 등 독서에 얽힌 선명한 추억들, 그리고 읽는 사람에서 쓰는 독자로 자세를 바꾸는 동안 누리게 된 기쁨과 두려움, 책을 이루는 풍경의 한편을 차지하는 사람과 공간이 안겨주는 위로까지, 가만히 나를 들여다보고 낯선 책을 읽듯 자신을 읽어가며 부지런히 나를 키우는 시간들을 글과 그림으로 담아냈다.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목차

1부 접어둔 페이지

여름방학 속독 교실
혼자가 되면 리코더를 부는 어른
새로운 밤의 플레이리스트
울어도 되는 직업
나의 첫 우표 책
좋아하기에 절망할 수 있는
세 명 이상이 같은 걸 좋아할 때

2부 둥그런 책벌레

같은 줄, 같은 키
가끔 어딘가 망가진 기분이 든다
만화책을 기다리는 일
책으로 통하는 작은 문
좋아하는 책 속의 좋아하는 소품
책을 닮은 사람

3부 마음의 절취선

수수하다는 단어의 색
후기 읽기라는 위험한 취미
괜찮아, 살아 있고
아무런 취향
책에 닿지 않는 그늘
올해도 축하할 수 있어서 기뻐

4부 책으로 스트레칭

마음이 끓어오를 때
쓰는 독자가 된다면
실은 스트레칭 다음은
오늘의 단어
없지만 있는 책
오늘의 책을 만나러 간다
종이 세상에서의 상상의 너비
순서를 만드는 기분

5부 어제의 마음과 내일의 생각

외짝사랑의 고쳐 쓴 다짐
종이로 꾸는 꿈
평소의 시
빈 종이를 닮은 그림
책방 주인이 되어본 이틀
뒤축을 먼저 땅에 댑니다
내 글과 살아가기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1명)

저 : 임진아
살면서 느끼는 것들을 그리거나 쓴다. 일상의 자잘한 순간을 만화, 글씨, 그림으로 표현한다. 누군가의 어느 날과 닮아 있는 순간을 그리거나 쓴다. 좋아하는 것이 있기에 스스로 감동받는 삶을 살고 있다. 연재한 만화로는 「엊그제」와 「임양의 사소한 일상」이 있고, 개인 작업으로는 〈괜찮씨의 하루〉, 〈이십대 쌀 상회〉, 〈인생 아마추어〉 등이 있다. 지은 책으로는 『사물에게 배웁니다』, 『빵 고르듯 살고 싶다』, 『아직, 도쿄』가 있으며, 그린 책으로는 『오늘도 대한민국은 이상 기후입니다!』, 『마음 곁에 두는 마음』 등이 있다. 『지금은 살림력을 키울 시간입니다』, 『나의 복숭... 살면서 느끼는 것들을 그리거나 쓴다. 일상의 자잘한 순간을 만화, 글씨, 그림으로 표현한다. 누군가의 어느 날과 닮아 있는 순간을 그리거나 쓴다. 좋아하는 것이 있기에 스스로 감동받는 삶을 살고 있다. 연재한 만화로는 「엊그제」와 「임양의 사소한 일상」이 있고, 개인 작업으로는 〈괜찮씨의 하루〉, 〈이십대 쌀 상회〉, 〈인생 아마추어〉 등이 있다. 지은 책으로는 『사물에게 배웁니다』, 『빵 고르듯 살고 싶다』, 『아직, 도쿄』가 있으며, 그린 책으로는 『오늘도 대한민국은 이상 기후입니다!』, 『마음 곁에 두는 마음』 등이 있다. 『지금은 살림력을 키울 시간입니다』, 『나의 복숭아』 등에 글을 썼다.

출판사 리뷰

임진아 작가가 읽고 그리고 쓰는 사람으로서 기록한 매일의 읽는 생활
어제의 마음과 오늘의 표정, 그리고 내일의 생각을 읽어가며 나를 기르는 시간

둥그런 책벌레처럼 몸과 마음을 스트레칭


때로는 글에 어울리는 삽화를 그리고 때로는 그림에 어울리는 글을 짓는 임진아 작가는 사실 자신은 “독자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말한다. 결코 다독가라고는 할 수 없지만 굳이 따지면 애서가에 가까운, 책의 겉과 안을 전부 사랑해서 “책 안의 글자만 읽는 게 아니라 책 그 자체에서 읽어낼 수 있는 온갖 거리들을 죄다 읽고 싶은 사람”이라고 말이다. 그런 그가 ‘읽기’라는 행위에 관한 여러 모양의 사유를 담아낸 산문집 『읽는 생활』은 그래서 독서록이라기보다는 독서생활문에 가깝다.

카레를 끓이면서 국자로 휘휘 젓는 틈틈이 속독을 하기도 하고, 자기 전에 계란을 삶으며 부엌에 서서 소리 내어 책을 읽거나, 가장 읽고 싶은 책은 스트레칭을 하다가도 시선을 맞출 수 있도록 눈높이에 맞게 바닥에 펼쳐두기도 한다. 하나의 만화책을 두고 서로 좋아하는 장면을 펼쳐드는 달뜬 감정, 연작 만화의 다음 권을 기다리는 막막한 시간, 책에 따로 난 작은 문 같은 추천사 읽기, 우표 책을 채우기 위해 하교 후에 가게로 달려가던 숨 가쁜 추억까지, 둥그런 책벌레의 읽는 생활을 쫓다 보면 좋아하는 대상을 나누는 순간 사람이 얼마나 환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부지런히 챙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세 명 이상의 공통된 취향이 어른을 기른다. 인간으로 자라나면서 이런 장면은 언제까지나 필요하다. 혼자서 좋아하던 것들을 몇 명과 나눌 때면 분명히 환해진다. 사람은 그렇게 환해지기도 한다. 그러니 부지런히 나를 키울 순간들을 챙겨야 한다. 좋아하는 걸 어렵게 만나고, 시간을 들여 기다리고, 고르고 고른 순간을 충분히 누리는 정성이 필요하다.” (p.73)

가만히 들여다보고 부지런히 나를 기르는 시간

책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 책을 보며 쉬는 사람이기도 하기에, 오래간만에 쉬는 날에도 저자의 마음은 책으로 향한다. 서점을 둘러보며 그간 완전히 잊고 지내던, 실은 향하고 싶은 주제들 안에서 마음껏 유영한다. 빵을 만들지 모르는 나, 소도시로 여행을 갈지도 모르는 나, 어쩌면 방 구조를 바꿀지도 모르는 나. 아직 앞날이 막연하던 대학생 시절, 서점에서 만난 실용서 속 사진들 덕분에 느긋한 미래의 장면을 그려볼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하겠다면, 어떤 책을 닮고 싶은지 고쳐 생각해보면 어떨까. 저자 자신은 “서점의 작은 코너에서, 누구나의 생활을 응원하는 한 권의 책”을 닮고 싶다고 말한다.

책을 닮은 나를 상상하듯, 책을 읽듯 나를 느리고 낯설게 읽어가는 것도 자신과 가까워지는 또 다른 방법이다. 저자는 책을 읽다가 문득 멈추게 만드는 단어가 있다면, 잠시 읽기를 멈추고 그것으로부터 펼쳐지는 ‘나의 이야기’에 집중해보기를 권한다. 그간 정리되지 않았던 고민들을 알아차리게 될 수도 있고, 결정하지 못했던 문제에 답을 찾기도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음에 남은 자국이 언젠가의 나를 만들고, 부지런히 나를 길러낼 것이다.

“어떤 책은 마음을 잡아주는 돌이 되어준다. 휘몰아치던 생각들을 그 순간 돌아다니지 않게 하는 책이 있다. 평소엔 낯선 매일매일을 새로 마주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간 마음속에 어떤 바람이 불었는지, 어떤 고민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었는지 알아채기가 어렵다. 책을 펼쳐서 남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제서야 내가 보인다. 어떤 문장은 지금껏 결정하지 못했던 나의 문제에 대한 답이 되어주기도 한다.” (p.39)

읽는 사람에서 쓰는 독자로, 내 글과 살아가기

회사에 속해 문구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이제는 책을 위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프리랜서로 살아가고 있는 저자는 자연스레 읽는 사람에서 쓰는 독자가 되었다. 그 덕분에 책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세상에 속해 일하며,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이나 서점, 동네 책방 같은 공간의 이야기를 더욱 가까이에서 관찰하며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세상에는 태풍이 와도 묵묵하게 책방을 여는 사람이 있고, 책방에 가기로 마음먹은 날에는 무작정 그리로 향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미리 서가를 비워두고 투명한 점선으로 책 모양을 만들어 출간 예고를 알리는 서점이 있는가 하면, 서점 폐점을 앞둔 날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위해 계산대 앞에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책을 만드는 사람이기에 앞서 책을 보는 사람이었기에, 책을 둘러싼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다정하면서도 애틋하다.

저자는 한 발짝 더 나아가 다 같이 쓰는 독자가 되길 권한다. 오늘 하루에 어울릴 문장을 찾아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이후로, 읽는 생활이 더욱 즐거워졌다고 말이다. 책에서 내 마음을 대변하는 타인의 문장을 발견했을 때, 물론 가장 쓰고 싶은 표현은 잃은 셈이지만 그 문장과 만났기에 알아차린 내 마음에서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글을 계속해서 ‘전진하듯’ 쓰게 된다면, 삶에 ‘사고’처럼 일어난 일이라도 글에서는 ‘사건’처럼 여기며, 나 자신과 건강하게 거리를 둘 수 있게 된다. “언젠가 읽은 책이 아무런 날에 나를 찾아와 조용히 환기를 시키”듯, 『읽는 생활』은 책이 우리 곁에 난 작은 창문처럼 역할 하길, 그 틈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우리의 매일을 가끔은 흔들고, 가끔은 다독이고, 가끔은 눈물짓게 하며, 또 가끔은 웃음을 주길 바라는 책이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나와 거리를 두게 되었고, 어떤 나와 멀어지면 이로운지를 알기 시작했다. 차마 말 못 하는 내 삶의 사고(事故)가 어쩌면 책 속의 사건이 될지도 모르는 희망을 가졌다.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는 건 사고를 사건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289쪽, 「내 글과 살아가기」 중에서)

종이책 회원 리뷰 (37건)

읽으며 성장하며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q*****2 | 2023.08.23

불편한 시대를 외면하는 비겁한 태도란 소릴 들을 수도 있겠으나, 가급적 편안한 것들을 선호하는 마음이 강한 요즘이다. 도처가 심각한데 굳이 애써 묵직해질 필요는 없는 거 아니냐며, 읽는 책을 고름에 있어서도 같다. 가벼운 듯하지만 쉬이 쓰이진 않았을 글, 에세이는 이런 때일수록 제격이다. 비교적 솔직하고도 담백하게 담긴 타인의 일상을 엿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므로 나로서는 거부할 이유가 없다.

책 제목이 <읽는 생활>이다. 유독 책을 아니 읽는 한국인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은 건 수년도 더 전이다. 실제 책을 그토록 읽지 않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세태가 그러하다 하므로 책을 읽는 행위는 곧잘 높은 평을 받고는 한다. 때로는 페이지 한 장 넘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기도 한다. 책 읽는 사람은 정녕 이상한 부류인 걸까. 모난 성격 탓에 홀로 떨어져 나오는 경우가 잦은 나는 일종의 현실 도피 차원에서 책을 읽을 때가 잦다. 다들 나와 같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을 하며 가끔은 울컥하는데, 역시 저자의 독서는 달랐다. 수식어 ‘부지런히 나를 키우는’은 일종의 의도를 품고 있었다. 성장을 위한 독서, 어른이 되기 위한 독서. 영양 결핍이 신체의 빈약함으로 이어지듯 마음 또한 꾸준히 갈고 닦을 필요가 있다. 안타깝게도 이를 알고 실천하는 이는 드물다. 어쩌면 나도 그런 부류일지도. 끊임없이 읽으려 들지만 딱 거기서 그치는.

오래 전 언니의 속독법을 접했던 날로부터 이야기는 출발했다. 책을 빠르게 속도 내어 읽는 일은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습득 가능하지만, 이를 실제 학습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본 바 없다. 아마 저자의 사정도 유사했을 것이요, 속독 교실에서 만난 이들의 정체는 당연 신기했을 것이다. 단지 빠르게 읽는 것만이 아닌, 그보다는 흐름을 놓치지 않고 분위기에 충분히 빠져드는 게 자신의 속독이라고 저자는 말했다. 무언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이어진 리코더에 얽힌 이야기를 읽으며 난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수업 시간에 다루므로, 대다수가 유년 시절 리코더 연주 방법을 터득했겠지만 어른이 된 후에 자발적으로 리코더를 꺼내 드는 이는 드물다. 시험 문제를 하나라도 더 맞추기 위해 읽는 지문이 영 재미 없듯, 수업의 일환으로 배운 리코더 소리도 그다지 아름답지는 못했을 터. 안타깝지만 그렇게 접한 리코더는 오래도록 서랍장 속에서 먼지만 쌓여가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버림을 받았다. 예전에 들은 것과는 전혀 다른 소리, 무엇보다 손을 뻗어 스스로 연주를 시작하게끔 만들 정도의 매력을 뿜어대는 소리. 꼭 리코더일 필요는 없다. 책읽기든 글쓰기든, 그런 분야가 하나 즈음 나에게도 있었으면 싶은 욕심이 순간 치솟는 듯하였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 삼는 것에 대한 생각, 곁에서 지켜만 보다가 단 이틀이긴 하나 지인의 서점을 도맡게 된 경험, 나를 설레게 한 문장 “평소에도 시를 쓰니?”까지. 무언가를 꾸준히 그리고 써 온 저자의 삶이 글에서 읽혔다.

 

그렇기에 나는 쓰는 일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쓰는 독자가 된다면, 어제의 책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오늘은 생겨날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의 문장을 잃게 되었을 때 그 자리에서 쓸 말이 생각난다. 잃음과 동시에 누리는, 희망찬 상실을 맛보게 된다. -p189

 

경험이 주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이와 같은 문장도 가능했으리라. 극과 극이 맞닿아 있다는 지혜, 상실이 절망 아닌 희망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에게도 유효하기를. 바람이 처음부터 컸던 건 아니었다. 읽다 보니 왠지 지금 난 내 눈에 보이지 않는 키를 키우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어쨌건 꾸준히 읽었다. 지금도 읽기를 그치지 않았다. 내 생활도 ‘읽는 생활’이길 바라는 마음이 새삼 크다는 걸 실감했다.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접어보기
구매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하* | 2023.06.07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얼마나 멋진 삶인지.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고 책을 곧잘 읽곤 했다. 꾸준히 오래오래 읽었다기보다 좋아하는 책을 조금씩 읽어가다보니 지금의 내가 되어있었다. 책을 많이 읽었다고해서 대단한 사람이 되어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흔들리고 한치앞도 모르겠고 부족한 것 투성인 사람이라는 사실이 씁쓸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놓지 못하는 것은 책이 나를 살리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있으면 이 곳이 현실이 아니게 된다. 어쩌면 책으로 도망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물으면 늘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책에서 본 좋은 구절들을 쓰고 보여주며 내 마음이 이렇다고 조심스레 그러나 어저면 대놓고 알렸던 거 같다.

 

이제는 사람들이 읽지 않는 시대라고 했다. 하지만 읽는 생활을 하는 사람이 있다. 책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이 오롯이 즐거움이 아니더라고 괴로움과 슬픔이 있더라도 읽는 생활을 놓고 싶지 않다. 나를 부지런히 키우지는 못해서 천천히 조금은 키우고 있다고 믿고 싶다.

 

책을 읽으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한 걸음씩 내딛고 있는걸까? 나를 알아가고 나를 표현하고 나를 다독이는 그런 쓰기를 하고 싶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선뜩 답하지 못한다면, 어떤 책을 닮고 싶으냐고 조금 고쳐보자. 어쩌면 그리고 싶은 내 모습이 책으로는 금방 떠오를지도 모른다. 나는 서점의 작은 코너에서, 누구나의 생활을 응원하는 한 권의 책으로 언제까지나 꽂혀 있고 싶다. 그런 책을 닮은 나를 꿈꾼다.

책을 닮은 사람중에서

 

책을 알아가는 건 재미있는데, 아무래도 나를 알아가는 데에는 큰 재미를 느끼기가 어렵다. 나를 이렇게 보면 어떨까. 책을 대하듯이 나를 대하면 어떨까. 나는 왜 책 앞에서만 이토록 아무렇지 않게 내가 되는 걸까. 나 스스로를 앞에 두고도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선은 매일 아침 새로이 만나는 나를 느리고 낯설게 읽어나가면 어떨까.

오늘의 단어중에서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접어보기
포토리뷰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글자 뒤에 사람 있어요.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n*******5 | 2023.01.25
그간 읽었던 책들 사이에서 '잘 그린듯 잘 그리지 않은'
어딘가 모르게 편안한 낙서같은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늘 함께하는 강아지와 동그란 얼굴이 포인트인
삽화를 보면서 작가 자신의 모습을 거울처럼
그려낸걸까? 아니면 다른 누군가를 모델로 한 걸까?
라는 생각에 궁금함을 가지며 찾아보게 되었다.
그게 임진아 작가에 대한 첫인상이자, 나의 궁금증이었다.

다양한 독립출판물과 또 여러작가들의 책에서
삽화로 익히 보았던 임진아 작가의 글을 본격적으로
읽어보고 싶었던 건 '오늘의 단어' 라는
전작에서 부터 였다.

일기처럼 쓰고 그려나간 매일의 조각들을 모은
그 책을 읽고 있자니, 그림으로도 좋지만
그녀의 생각을 좀 더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른 작가들과의 공저도 있었지만
본격 혼자서 써내려간 에세이라는 점에서
특히나 기대를 하고 읽었고
'그리는'이 아닌 '읽고 쓰는'
책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읽는다'는 행위는 하루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빼놓을 수 없는 필수적인 것 같다.
책이나 신문같은 읽을거리 뿐 아니라
누군가 보낸 메시지, 가입약관,
영수증, 물건을 사기전 보게 되는 후기,
배달앱 리뷰 등 스쳐가는 많은 텍스트들을
읽고 읽어내며 또 때로는 쓰는 사람이 되어
하루를 보내고 있지 않은가.

이 책은 임진아 작가가 읽고 쓰고 그리는 사람으로서
자신을 기록한 매일의 기록이자, 책을 둘러싼 추억,
한 명의 독자에서 작가로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변화하며
누리게된 기쁨과 두려움, 책을 이루는 풍경을 관찰하며
느낀 수 많은 생각들을 오롯이 그녀만의 글과 그림으로
쏟아낸 담백하고 솔직한 고백이다.


그 이야기들 사이에는 사촌언니를 따라갔던
속독수업에 대한 기억이나
할아버지의 우표수집책에 대한 추억도 있고,
친구를 대신해 이틀간 맡았던 책방에서의 시간도 있다.
자신의 책에 대한 후기를 읽으며,
혹은 배달앱의 리뷰를 보며 느꼈던 감정들은
결코 그녀만이 느끼는 생각들은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쓰는 사람'의 어려움은
직접 쓰기 전까지는 잘 알지 못한다.
고만고만한 에세이라며,
혹은 이정도로도 책을 낼 수 있냐며
나 역시도 어떤 책을 읽으며 참 쉽게 작가가 된다고
책장을 넘기며 성토를 냈지만
정작 스스로는 그 책 분량의 1/20 정도도
쓰지 못한다는게 명확한 사실이다.

나날이 움추러드는 출판시장과
독서인구의 통계들을 보면서 '읽고 쓰는' 것이
마음만큼 녹록치 않은 퍽퍽한 현실임을 다시한번 느낀다.
생각보다 낭만적이지 않고 생각보다 냉혹한
현실보다 현실같은
그러면서도 낭만을 그려야만 하는
많은 글과 그림을 생각한다.

나는 오늘 무엇을 얼마나 읽었나.
또 내가 스치듯 써내려간 텍스트들은
그것을 읽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갔는가.
불연듯 임진아 작가의 sns아이디의 paper 라는
단어의 무게감이 크게 와 닿았다.

이제는 읽는 독자로써 글자 뒤에 있는
쓰는 사람을 생각한다.
'글자 뒤에 사람 있어요' 라고
수줍은 듯 읊조리는 쓰는 사람을 생각한다.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접어보기
  •  종이책 상품상세 페이지에서 더 많은 리뷰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eBook 회원 리뷰 (1건)

구매 책에 대한 사랑 고백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골드 길***람 | 2023.06.11

다양한 종류의 쓰기가 있고, 대부분의 쓰기는 읽기를 바탕으로 한다. 여기서 읽기란 굳이 책이라는 형태적 정의에 국한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읽을 것의 종류와 형태는 생각보다 다양하고 세분화되어 있다.

 

작문은 읽기 보다 어려울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저 머리속에서 부유하는 이미지를 문자로 구조화 하는 것도 쓰기이고, 분석적 사고를 바탕으로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인과에 따라 어떤 논리와 구조를 제시하고 이를 증명하느라 글을 활용하는 것도 쓰기이다.

 

이 두가지 외에도 쓰기의 방법은 다양하겠고, 각각의 쓰기가 가지는 특성이 있을 뿐이지 우열이 있다고 볼 것은 아닐 것이다. 

 

읽기는 필연적으로 사유와 연결되는데, 읽음을 통해 얻은 정보나 이미지 외에도 개인이 개인 밖에 있는 상황이나 사정에 대하여 주관적으로 느끼고 판단하는 것은 인식에 관한 것으로서 입력과 입력된 내용에 대한 사고를 포함하므로 자연스럽게 개인의 내밀한 자의식에 바탕을 둔 철학을 바탕으로 하게된다.

 

사실 이 둘을 엄밀하게 구분할 필요는 없고 오히려, 읽은 것을 통해 개인의 가치관이 형성되고 기존의 내밀한 자의식과 상호작용하면서 읽은 것들을 소화 또는 내재화하고 그 결과 사유와 사유에 바탕한 산출(쓰기와 같은)이 발생시킨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책을 좋이하는 사람으로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니는 일은 즐겁고 신기한 경험이다. 그런 좋은 마음이 책을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더 나아기 글을 쓰는 사람으로까지 진전시킨 작가의 노력과 애정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책을 좋아하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거짓말 같은 끌림도 있고, 논리의 영역을 벗어난 취향도 있을 수 있다.

 

그 가운데 나는 책이 주는 혹은 책이 스스로 가지고 있는 책에 대한 믿음이 크다.

 

책의 내용을 기억하는 것보다 책에서 얻은 교훈이니 지혜가 자연스럽게 스스로 구축하고 일궈나가고자 하는 삶의 방향에 긍정적으로 기능하고 또 그런 길 가운데 고난과 두려움을 극복하게 해준다는 사실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책이나 읽음에 대한 따듯한 사랑은 고백하기 부끄럽고 또 쉬이 용인되지 않기도 해서 누구에게나 밝히지는 않지만 저자와 독자 관계에서 그런 마음을 책을 통해서나마 공유하고 니눌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접어보기
  •  eBook 상품상세 페이지에서 더 많은 리뷰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한줄평 (1건)

0/50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