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모든 것이 불안할까
불확실한 세상에서 확신을 심어주는 철학의 쓸모
코로나19 이후 고독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이른바 ‘리추얼 라이프’가 등장했다. 일상에서 규칙적으로 행하는 의식을 통해 삶의 활력을 불어넣고, 현재의 삶에서 오는 무력감을 회복하고자 작은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으려는 욕구가 반영된 트렌드다. 하지만 ‘갓생’을 살기 위해 일찍 일어나고, 열심히 운동을 하고, 돈을 관리하고, 재미있는 취미를 가져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은 늘 도처에 존재한다. 모든 것이 불완전한 상황에서 나를 지탱하는 힘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어쩌면 그 힘은 내가 평소에 고민하고 해결하고 싶은 잡다한 생각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외면하고 지나치거나 흘려 보냈던 사소한 것들도 다시 살펴보면 소중한 가치와 의미가 있지는 않을까?
이 책은 이러한 근원적인 질문에 대해 ‘작은 삶에서도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철학에서 해답을 얻는다. 수많은 정보의 바다에서 표류하며, 내일에 대한 불안과 타인과의 비교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깊이 생각할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 가혹한 시대. 이 시기를 버텨야 하는 우리에겐 자신을 성찰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세상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인생을 조망할 ‘철학’이 필요하다. 저자의 말처럼 “철학은 거창하지 않다. 일상의 작은 고민에서 출발해 자신의 생각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이미 철학은 자연스럽게 시작된다.”
삶은 놀랍도록 다양하고, 모든 경험은 의미가 있다
무심코 지나치는 소소한 일상이 철학이 될 때
저자는 누구나 보편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질문, 예를 들면 ‘나의 성격은 나를 얼마나 설명해주는가’라는 질문에 철학자 김재권의 ‘이유와 원인’에서 해답을 찾는다. 예를 들면 MBTI 성격유형은 사람의 성격을 여러 갈래로 규정하고, 특정 행동은 각 유형의 성격에 따른 결과라고 여긴다. 자신이 결정해서 행동한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조건에 의해서 그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상황을 해석하고 싶어 한다. 또한 자신의 정체성을 한 방향으로 규정하면서 심리적인 안정도 찾는다. 그러나 MBTI에 지나치게 몰입해서 많은 부분을 성격으로 설명하려 한다면, 자신의 결정 능력은 약화될 것이다. 인간은 원인을 넘어서 이유를 찾아 헤매는 존재이며, 이유에 대한 갈망을 잃는다면 그곳에는 더 이상 자유가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격으로의 도피’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편 ‘우리가 삶의 의미를 찾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한스게오르크 가다머의 ‘예술 해석’에서 힌트를 얻는다. 예술작품을 경험할 때 우리가 제시한 하나의 대답은 또 다른 질문의 시작이 되며, 이 순환의 과정을 더 깊게, 많이, 넓은 범위에서 반복하도록 만드는 작품이 훌륭한 작품으로써 평가받는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도 이 순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모든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면서 살아가고, 삶의 과정을 통해 의미를 형성해 나간다. 어떤 사건을 겪거나 무언가 소유하는 것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으며, 우리 나름대로 자신의 입장에서 삶의 요소들을 해석해낼 때 의미가 생긴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기준을 만드는가
일상에서 기회를 찾고, 결단하고, 응시하는 시간의 가치
흔히 철학은 현실과 상관 없는, 사유와 이론 중심의 공허한 관념 또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철학자들은 사랑, 이별, 행복, 고통, 욕심, 분노, 평온함, 앎, 무지 등 직접 일상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확장했다. 또한 세상의 여러 조건과 소통하며 나름의 해답을 제시하고, 삶의 가장 깊숙한 부분을 관통하는 실질적인 문제들을 고민했다. 사실 모든 사람은 살아가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나름의 합리적인 해석을 내린다. 이미 자기 인생의 철학자로서 책임감 있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과거의 철학자가 어떻게 생각했는지 살펴보는 것은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찾는 일이다.
저자는 우리의 일상에서 철학을 통해 ‘카이로스(기회를 잡거나 결단을 내리는 주관적인 시간)’를 발견할 수 있길 희망한다. 그의 말처럼 “일상의 수많은 시간은 아무런 의미 없이 지나가버린다. 그 시간을 기회의 순간으로, 결단의 순간으로, 의미를 가진 시간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의식이다. 주의와 관심을 기울여 시간을 응시하고, 말을 걸고, 손짓하면 시간은 우리에게 의미를 되돌려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철학은 난해하다는 편견을 깨고, 평범한 일상의 가치를 되찾는 한편, 깊이 고민하는 생각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