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일으킨 쪽에도 돌이킬 수 없는 상흔을 남겨요. 그것도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요. 무스타파가 그랬죠? 신념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걸 수도 있다고요. 전쟁을 막을 수 있다면, 너도나도 고아로 자라지 않을 수 있다면, 사람들이 웃으며 전쟁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있다면, 네, 목숨을 걸 가치가 있어요.”
‘전쟁’과 ‘평화’ 사이,
감춰져 있던 아픔의 순간들을 맑게 비추는
용감하고 아름다운 두 공주의 액션 스팀펑크 성장소설
■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을 재해석하여,
여성의 시선으로 전유하는 ‘전쟁과 평화’
『알리바바와 수수께끼의 비적단』은 우연히 40인의 도둑이 보물을 감춘 동굴을 발견한 ‘알리바바’가 형 ‘카심’에 버금가는 부자가 되고, 도둑의 보복에 하녀 ‘모르지아나’의 도움으로 무사히 위기에서 벗어난다는 중동 지역의 민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을 재해석한 소설이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등에 활용되는 등 무궁무진한 이야기의 원형을 제공한다. 그러나 대개 모험을 마친 주인공에게 보상처럼 공주가 주어진다거나, 화분처럼 고요하게 있던 여성이 왕자의 능력에 의해 구출되는 등 여성 인물은 수동적인 위치에 놓이곤 한다. 그러나 “꽃이 무색하도록 화사하게 빛나는 이는 왕자이십니다”라고 말하는 ‘카미아’ 공주의 면면이나, 왕국의 안위를 살피고 적극적으로 출격에 앞서는 ‘모르지아나’ 공주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이 소설의 통쾌함이 전투 장면이 아닌, 성별 반전에 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알리바바와 수수께끼의 비적단』은 여성의 시선으로 다시 쓴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이자, “대부분 여자, 노인, 아이들”인 왕국의 평화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21세기 버전 『전쟁과 평화』라고 할 수 있다.
■ ‘여성’, ‘평화’, ‘공존’…….
시대의 요청에 응답하며, 새로운 감수성을 그리는 작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볼까.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두 공주가 평화를 협상하는 장면은 이 책의 중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르지아나’ 공주는 바탄의 공주 ‘키미아’에 비밀 전서를 보낸다. “시완의 공주로서 시완과 바탄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논의하고자 합니다. 나를 만나러 와주십시오.” 책의 절정부는 장대한 전쟁이 아닌 소곤한 대화와 지난한 설득으로 전개된다. 즉, 평화는 전쟁의 승자가 영토와 국민을 흡수합병하는 ‘결과’가 아닌, 함께 만들어나가는 ‘과정’에 있음을 역설한다. 두 왕국은 공주를 왕으로 추대하고, 여성적 감수성을 등에 업은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며 책은 끝을 맺는다. 이렇듯 손쉬운 폭력 대신, 까다로운 평화의 편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알리바바와 수수께끼의 비적단』은 새로운 시대의 감수성을 만들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