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의 마음이 보이지? 분명 보일 거야. 거기에 손을 뻗어서 네 마음의 조각을 심는 거야. 그만두고 싶다, 멈추고 싶다, 쓰러지고 싶다, 망가지고 싶다고.”
국내 최고의 TRPG 전문 출판사 편집장, 소설가 김성일의 신작 SF소설
인간과 안드로이드가 공존하는 미래의 시베리아 시골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늑대와 할머니와 사냥꾼의 쫓고 쫓기는 어드벤처 추격전
■ 동물과 사람, 그리고 안드로이드의 모험을 그린 스페이스 오페라 작품
태양계가 개발되고 국가가 의미를 잃어가는 먼 미래. 어느 날, 시베리아의 깊은 숲속에 있는 비밀 군사 기지로 의문의 포탄들이 떨어진다. 뒤이어 특수 부대가 들이닥치지만, 목표물인 ‘커다란 늑대’는 보이지 않는다. 얼마 뒤, 200킬로미터 떨어진 러시아의 야쿠츠크 지사의 지사장인 할머니 ‘조인경’은 제보받은 로봇 약탈 영상을 보다가 ‘커다란 회색 동물’을 발견하고, 서둘러 사건이 벌어진 살반스크 마을로 향한다. 그즈음, 안드로이드 사냥꾼 ‘코니 버틀러’는 사라진 ‘늑대’의 흔적을 쫓아 ‘조인경’이 묵고 있는 여관에 다다르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한편, 산속 오두막에서 동료 군인, 로봇들과 함께 숨어 지내던 늑대 ‘볼크’는 자꾸만 꿈속에 나타나는 빨간 소녀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이 비밀 프로젝트의 실험체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의 궤적을 쫓기 시작한다.
『늑대 사냥』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소설 『널 만나러 지구로 갈게』가 생텍쥐페리의 동화 『어린 왕자』를 우주 모험담으로 변주해서 쓴, 관계 맺음의 갈망과 그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라면, 『늑대 사냥』은 늑대 ‘볼크’와, 안드로이드 ‘코니 버틀러’, 할머니 ‘조인경’의 시점을 중심에 두고 그 외의 다수의 인물들을 등장시키면서, 등장인물 각자가 고민하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다. 『늑대 사냥』은 인간 존재의 실존적 부조리의 지점을 깊숙이 파헤치는 소설이다.
■ ‘존재’에 대한 고민보다 더 재밌는 게 있을까?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싶은 늑대 ‘볼크’와, 자신에게도 자아가 있는지 알고 싶은 안드로이드 ‘코니 버틀러’, 그리고 AI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은 할머니 ‘조인경’까지. 『늑대 사냥』은 참을 수 없이 가벼운이 아닌 가려운 ‘나’라는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 펼쳐지는 사려 깊고 아름다운 여정을 그린 SF소설이다. 안드로이드 ‘코니 버틀러’의 시점에선 안드로이드와 인간을 나누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할머니 ‘조인경’의 시점에선 안드로이드의 속을 이해하고 싶은 과학자적 열망과 함께 인간으로서의 고민을 드러낸다. 소설의 막바지로 가서 주인공 늑대 ‘볼크’의 비밀이 밝혀지면서는, ‘존재’에 대한 질문에 더해 ‘가족의 의미’에 대한 질문으로까지 확장된다.
한 편의 SF로만 이번 소설을 대했다면 『늑대 사냥』은 다소 의외의 작품이라 할 만하다.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장르적 재미에 더해,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존재’에 대한 고민이야말로 무엇보다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주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