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스의 창조물.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그 순간에 태어나 끔찍한 60초 동안 존재하면서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침묵 속에서 목격했다. 그것은 피와 죽음 속에서 태어났다. p.67
12월 21일. 포르투갈, 코임브라 대학.
'부르샤스 인터내셔널' 창립 멤버 다섯 여성이 대학 도서관에 모였다. 마녀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그들은 젊은 여성 과학자들이 분야에 진출하도록 후원하고 돕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이곳에 한데 모인 이유는 21살의 천재 마라 실비에라가 만든 인공 지능 장치 '제네스'를 가동해 보기 위함이었다. 마라는 직접 이곳에 참석해야 했지만, 아쉽게도 영상으로 자리를 대신했다.
막 제네스를 가동하려는 찰나 검은색 로브를 입은 남자들이 나타나 다섯 명을 모두 살해했다. 남자들이 나타났을 때 자신의 카메라를 가린 마라는 그녀들이 살해되는 걸 목격했고, 이내 위험을 깨닫고 제네스를 가지고 도망을 쳤다.
12월 24일. 미국, 메릴랜드.
그레이와 멍크는 자신들이 사랑하는 네 명의 여자들을 집에 두고 바에서 술을 마시다 들어가는 길이었다. 그레이의 집에 다다랐을 무렵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총을 꺼내들었다. 2층으로 뛰어 올라간 멍크는 자신의 두 딸 페니와 해리엇이 없다는 걸 알아챘다. 또한 그레이의 임신한 여자친구인 세이챈도 사라졌다. 멍크의 아내 캣은 주방에서 발견되었는데, 뒤통수를 가격 당해 의식이 없었고 몸 여기저기에도 상처가 나 있었다.
두 사람은 소속 기관인 DARPA 산하 시그마 포스의 국장 페인터에게 연락을 취했다. 페인터는 캣을 병원에 데려다주라고 했고, 그레이에겐 본부로 들어오라고 말했다. 본부로 향한 그레이는 포르투갈에서 일어난 사건이 그들에게 일어난 사건과 깊은 연관이 있을 거라는 듣고 그곳으로 향한다. 병원으로 이송된 캣의 곁을 지키던 멍크는 누가 공격을 했는지, 세이챈과 딸들을 납치한 게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 최신 뇌 스캐너를 이용해 의식이 없는 아내에게 질문을 하는 시술을 허락한다.
그레이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알고 있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종말을 스스로 창조하는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p.90
소설은 1611년에 일어난 사건을 프롤로그로 보여주며 앞으로 일어날 일과 연관 지었다. 마녀재판이 한창이던 때에 일어난 사건 직후 현재로 넘어와 포르투갈의 도서관의 부르샤스 모임에서 일어난 비극이 일어났다. 마녀와 마녀를 처벌하는 재판소가 현재에 이르러 인공 지능과 연결된 싸움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여기에 시그마 포스 요원인 그레이와 멍크의 연인, 아내, 딸들이 한꺼번에 사라지고 고통받음으로써 앞서 일어난 사건과의 연관성을 보여줬다. 마녀들을 처벌하는 집단인 '크루시블'은 제네스를 탈취해 뜻하는 바를 이루고자 했다. 그런가 하면 세이챈과 캣, 두 딸을 습격한 길드 역시 자신들의 야욕을 위해 제네스를 손에 넣으려고 했다.
한편 제네스를 만든 마라는 어떻게든 그걸 지켜내고자 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네스 안에서 살아가는 '이브'가 스스로 학습하여 노예가 되지 않도록 도망치는 와중에 많은 걸 가르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런 그녀를 부르샤스의 멤버 샬럿의 딸인 칼리가 도왔다.
이렇게 여러 패거리들로 이루어진 소설은 각각의 입장을 시시각각 보여주며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게 했다. 초반에는 범인의 윤곽을 잡는 것조차 너무 어렵기만 했다. 그레이 일행과 마라 일행이 만나 손을 합치게 됐고, 크루시블에 대항하는 비밀 단체인 '라 클라브' 소속의 인물들이 나타나 그들을 도왔다. 그러는 한편으로 크루시블 소속인 토도르와 길드의 발야가 각기 등장해 긴장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러다 캣의 뇌에 연결한 장치로 인해 '감금 증후군'인 그녀가 범인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모습이 믿기 어려웠는데, 실제로 있는 시술이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마라의 이브가 스스로 학습하고 뭔가를 깨달아가는 과정은 신비롭기만 했다.
누군가가 타락한 이브가 담긴 또 다른 장치를 소유하고 있어요. 그 이브가 풀려난다면, 더 나쁘게는 밖으로 탈출한다면, 이 이브가 우리의 유일한 희망일 거예요. p.410
두꺼운 분량의 책이니만큼 여러 사건들이 일어났고, 추적과 도망, 거기에 뒤통수를 치는 반전까지 이어졌다. 또한 악의 무리들이 제네스를 복제해 세상을 파괴하려는 시도까지 이어져서 불안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 소설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그레이와 세이챈은 물론이고, 멍크와 캣, 두 딸들도 행복했으며, 마라 역시 염원하던 결말을 맞이했다. 그리고 이브 또한 행복을 찾은 게 다행이었다.
600페이지 가까이 되는 긴 소설이지만 리뷰를 쓰기에는 너무 방대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설명하기엔 부족해서 간결하게 쓴 것이기도 하다. 물론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설명이 길어 대충 이해하고 넘어간 탓도 있다.
593페이지.. 보기만해도 배 부른 책??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작가인데 국내 초역이라고 한다. 오랜만에 보는 정통장르소설이다.
읽기쉽게 쓰여진 책은 아니다. 급박하게 상황이 전개되서 후다닥 내용을 보고 싶은데 그 상황에도 디테일한 묘사와 진행이 머릿속에서 제멋대로 스토리가 뻗어 나가는 걸 막는다. 그래서 페이지수가 이런가 보다.
시작은 중세 마녀사냥, 후반에 예상못한 뜻밖의 성물이 등장하면서 현대로 넘어온다. 현대판 마녀사냥으로 보이는 사건이 일어나고 컴퓨터화면에 시그마를 연상시키는 기호가 나타난다.
이 기호 시그마에서 시그마포스라는 과학수사대가 연결되고 마라라는 천재 여성이 만들어낸 제네스 시스템과 이브라는 인공생명체를 둘러싼 첩보전이 블록버스터급이다.
첫부분 마녀사냥과 결말부분은 댄 브라운, 중반부는 톰 클랜시가 연상된다.
크루시블, 라 클라브, 시그마포스, 바티칸 인텔리젠차, 토마교회... 나오는 단체들도 많고 그만큼 개성 넘치는 인물들도 많다. 내용도 의학을 기본으로 컴퓨터공학 기반의 첨단 과학기술들, 불확정성의 원리, 양자역학, 철학적 사유까지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브라는 인공지능이 성장해가면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게 되는가가 이 책의 가장 포인트가 된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그리는 인공지능은 라플라스의 악마를 연상시킨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대한 정보를 모르지만 시그마포스라는 단체를 중심으로 하는 여러편의 시리즈가 있지 않을까?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시리즈를 만드는 어떨지 기대된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책은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이 이 세상에 나타난다면 무슨일이 생길지를 작가의 상상력으로 풀어놓았다. 근데 무지 길다.
제목의 뜻은 '도가니'이다. 동명의 국내소설이 생각이 나지만, 이 소설은 공상과학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은 2가지의 '참고 사항'의 글로 시작된다. 그 다음 중세의 마녀사냥 이야기를 다룬 '프롤로그'가 시작된다. 내용이 이해 안될지라도 꼭 읽고 어느정도 이해하고 넘어가기를 추천한다.
본편에 들어서면 한 가족의 실종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실종의 원인은 인공지능 '제네스'와 관련이 있는게 밝혀진다. 이야기는 미국부터 스페인, 프랑스, 포르투칼 등을 누비면서 전세계적으로 전개된다.
등장인물들은 주로 첩보원들이고, 인공지능 '제네스' 역시 첩보에 특화되어 있다. 첩보전에 필요한 최신기술들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작가는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좀 길다. 대충 600쪽정도 되는 책이라서 가끔 길을 잃고 방황하기도 했다.
책을 읽어가는데 작가는 소설이라는 테두리에서 충분히 설명하고 있지만, 그래도 2가지의 사전지식이 있다면 좋을 것이다. 하나는 종교 언어, 특히 기독교에서 사용하는 종교 언어이다. 다른 하나는 최근 과학 기술 용어이다. 두가지가 안 어울릴것 같지만, 작가는 이책에서 두가지를 잘 섞어서 이야기를 완성했다.
‘제임스 롤린스(James Rollins)’의 ‘크루시블(Sigma Force #14 Crucible)’은 고도화된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SF 소설이다.
인공지능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약인공지능, 강인공지능, 그리고 초인공지능이다. 우리는 아직 이 중에서 약인공지능밖에 경험한 적이 없지만, 이미 소설이나 영화 등을 통해서 강인공지능과 초인공지능을 간접체험해본바 있다. 마치 새로운 인종처럼 취급되는 경우가 많은 안드로이드라거나, 논리를 거듭해서 인간을 (여러가지 의미로) 특별하게 취급하려고 하는 매트릭스나 스카이넷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한때는 인공지능에 의한 디스토피아가 유행을 한 적도 있을만큼 우려스럽게 보는 시선이 많았는데, 그럼에도 인간은 끊임없이 인공지능을 추구하고 또 그만큼 실질적인 발전을 이루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들이 SF 소설쪽에 흡수가 되면서 인공지능의 근간 기술이나 발전 등의 묘사가 더 구체적이 되었다. 일상에서도 사용되는 관련 기술들을 엮은 묘사는 먼미래의 또는 다소 판타지 같던 과거의 인공지능과 달리 보다 현실적이고 근미래적인 무언가로 느끼게 한다.
이 소설에서 그리고있는 인공지능 역시 그렇다. 좋은 것은 저자가 길을 잘못타거나 벽돌을 잘못 올리지도 않는다는 거다. 간단하게 예를들어, 바둑만을 하라고 만든 알파고가 어느 순간 자연적으로 강인공지능을 넘어 초인공지능이 되어버렸다는 식의 비약이 없다. 이것이 이야기를 단순히 재미있는 한가지 상상을 펼쳐낸 것이 아닌, 현실적인 것에 기반한 SF로 느끼게 한다. 이것이 소설에서 던지는 인공지능에 대한 물음도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므로 긍정적이다.
대단히 미래적인 SF에 마녀라는 요소를 더한 것은 좀 호불호가 갈릴듯해 보인다. 중간이 비어있는 듯한 것도 독자를 다소 어리둥절하게 할만한데, 이건 이 책이 ‘시그마 포스(Sigma Force)’ 시리즈의 14번째 책으로 만들어진 것이라서 그렇다.
시그마 기호가 의미심장하게 쓰이는 것, 시그마 포스라는 단체와 그와 연관된 인물들이 별다른 소개도 없이 등장해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것 등은 애초에 이 소설의 독자는 이전 시리즈를 통해 익숙하리라고 가정하고 있어서다. 이것이 한국 독자에겐 좀 더 아쉬움이 남게 한다.
다른 시리즈도 발행할 계획이 있을지 궁금하다.
*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과 표현이 있습니다.
레드 라이징을 처음 읽으며 겪었던 충격과 읽는 즐거움을 다시 느낄 수 있게 해준 크루시블은 전자책이기에 페이지의 두께감을 전혀 모르고 읽을 수 있었다. 읽고 또 읽으며 지식의 방대함과 섞일 수 없는 세계관일 것 같았는데 충격적인, 확인을 하며 읽어야 했던 책이었고 읽을수록 놀라웠다. 종이책으로 읽으면 어떨지 고민하며 종이책의 페이지 수를 확인하니 약 597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함이었다.
종이책이었다면 두꺼워서 선택을 안 했을 수도 있겠지만 두꺼워서 오래 읽었다기보다는 내용은 쉽지만 과연 내가 읽은 게 맞는지 계속 확인하며 다시 읽게 되는 놀라운 구성이었다. 끝이 없는 뫼비우스 띠와 같은 미로 속에서 찾게 되는 진실과 충격적인 이야기,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며 이어지는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였다.
내가 본 게 정말 맞는 건가.
솔직히 잘 못 이해한 것인가 매번 확인하며 다시 읽으며 다시금 놀라움의 연속이며 반전이라 말할 수 없는 이어지는 이야기들. 그런데 읽고 또 읽는 과정이 생각보다 즐거웠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라게 되는 계속되는 놀라움의 연속인 책이었다.
일상에서도 놀라운 일들의 연속이지만 우리가 챗 GPT처럼 인공지능과 같은 발전된 기술들이 현실에 함께할 때 충분히 생길 것만 같은 일들이면서 과거와 역사와 함께 모든 시간을 누리는 이야기라니 여러 면에서 놀라웠다.
레드 라이징을 처음 읽고 느꼈던 충격이 왜 떠올랐을까.
크루시블의 소재는 색다르지 않다는 생각들이 여전히 지배적이지만 왜 충격적인지 구성 때문인지 표현 때문인지 계속해서 읽게 되는 마녀의 능력 같은 내용이었다.
끝이 있는 듯 끝을 찾을 수 없는 미궁 같은 미로, 그런 이야기와 같은 크루시블. 인공지능에 대한 걱정보다는 지식과 과거가 공존하며 다양한 생각들의 이야기였다.
과거 우리가 좋아했던 스릴러가 충격적 살인사건이나 미지의 바이러스가 소재였다면 앞으론 인공지능과 미래가 당연한 소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주말 새로운 소재가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