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정유정으로부터 “독자를 끌고 가서 기어코 끝을 보게 만드는 이야기의 완력”을 보여준다는 심사평을 받으며 2015 한경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으로 등단한 홍준성의 세 번째 장편소설 《지하 정원》이 예스24 크레마클럽을 통해 먼저 독자를 만난다. 여성 식물학자 얀코가 비뫼시라는 가상의 도시 지하에 ‘똬리나무’라 명명된 거대한 나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것의 비밀을 파헤쳐나가는 파란만장한 과정을 담은 소설이다. 똬리나무를 둘러싼 도시 간의 암투와 첩보전, 귀족과 평민 사이의 갈등과 반란이 뒤섞이며 얀코의 운명은 점점 알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간다.
비뫼시라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인간의 정신사를 복원해내고자 하는 작가 홍준성은 한국문학에서는 보기 드물게 거대서사에 도전하는 작가다. 전작 《카르마 폴리스》를 통해서 독자들로부터 “천명관의 《고래》와도 같은, 이야기의 거센 파도”, “어마어마한 몰입감. 환상적인 문체”, “혼돈과 허무, 역사속의 사회상을 총 집결해놓은 듯”하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비뫼시는 소문과 이야기, 음모와 정치, 그 모든 것을 우화적으로 교직해낸 현대의 초상이다. 작가는 비뫼시 지하에 ‘똬리나무’라는 생명 법칙을 모조리 어긴 생물을 자리잡게 한다. 여성 식물학자 얀코는 운명을 따라 문명의 기저에 놓인 거대한 토대를 파헤침으로써 우리의 도시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인간 문명사의 기저에 무엇이 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재미있다. 픽션의 세계로 끌고 들어가는 강력한 힘, 우리가 소설에 기대하는 바로 그것이 있다. 높이 솟은 왕궁의 첨탑에서 노동 계층의 거주지인 북쪽외곽까지, 작가는 정교한 묘사를 통해 구성된 비뫼시를 독자의 앞에 가져다 놓는다. 활달하고 속도감 있는 문장 속에는 철학에서부터 경제·사회학을 넘나드는 즐거움이 숨어 있다. 얀코의 회상을 따라 함께 걷다보면 독자는 비뫼시의 면면을 파악하고 왕궁에 숨겨진 음모와 귀족들의 담합에 분노하게 된다. 얀코가 똬리나무를 추척하기 위해 어두운 지하역으로 걸어들어 가는 데에서는 손에 땀을 쥐고 함께 어둠 속으로 걸어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 문명사에 대한 깊은 고찰, 인간을 향한 묵직한 질문 그리고 무엇보다 잠시 잊었던 이야기의 재미를 발견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