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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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미순 저
존재에 대한 섬찟할 만큼 아름다운 시선
김초엽 신작 장편소설 인간에게 광증을 퍼뜨리는 아포(芽胞)로 가득찬 지상 세계. 사람들은 어둡고 퀴퀴한 지하 도시로 떠밀려와 반쪽짜리 삶을 이어간다. 형편없는 음식에 만족하며, 혹여라도 광증에 걸릴까 두려워하며. 하지만 태린은 누구보다 지상을 갈망한다. 그에게 일렁이는 노을의 황홀한 빛깔과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별들의 반짝임을 알려준 이가 있었기 때문에. 태린은 스승 이제프처럼 파견자가 되어 그와 나란히 지상에 서고자 한다. 파견자는 지상을 향한 매혹뿐 아니라, 증오까지 함께 품어야 한다는 이제프의 조언을 되새기며. 파견자 최종 시험을 앞둔 어느 날 태린에게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고, 태린은 자신이 미친 게 아닐까 두려움에 사로잡히는데…… 이 목소리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주로부터 불시착한 먼지들 때문에 낯선 행성으로 변해버린 지구, 그곳을 탐사하고 마침내 놀라운 진실을 목격하는 파견자들의 이야기. |
2023년 10월 30일
2023년 10월 16일
초 중반까지는 좋았다.
뭔가 세계관이 넓어지는 듯 하며, 스페터클 해지는 기분..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감동받으며 한페이지 한페이지를 넘겼다.
그런데..
왠지 중후반부터는 내가 생각 해 왔던 그림들과 조금씩 비껴나가기 시작했다.
범람체들과의 공존을 외칠 수 있지만.
갑자기 태린이 자신의 모든것이었던 사람을 배신(?) 하고 행한 행동들이 약간은 억지 아닌 억지스러운 것 같았다.
물론 태린의 역할이 중요했기에, 어떤 부분이 필요할 수 있겠지만.
갑자기...??
초반에 등장하는 선오와 함께 좀 더 큰 세계를 헤쳐나갈 거라 생각했기에.
선오의 역할이 미미하게 느껴지고, 서브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빠져버린것이 서운했다.
초반에 너무나도 서브주연의 느낌이 뿜뿜났었기에..
가면 갈수록 그의 소설속에 보여지는 역할이 줄어듦이 마음아팠다.
무엇보다 태린에게 상냥했고, 모두가 우러러보는 이제프였는데.
그가 아끼는 태린에게 바깥세상을 보여주고 싶어 펼친 횡포 아닌 횡포가 씁쓸했다.
그래도 두꺼운 책 한권을 순삭하게 만드는 필력은 역시 대단한 듯.
아마도 내가 지금 그리려는 책 속의 세상과 작가의 세상이 다름에 서운 할 수 있지만.
작가가 그려내고 싶은 이야기를 이해하게 된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에 시간이 지나고 다시 한 번 더 읽어봐야겠다.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얼마 전에 읽었다. 2019년에 출판된 책이니 최신 소설이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한국 SF로서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큰 인기와 관심을 유지하고 있는 소설이기 때문에 너무 뒤늦은 독서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좋은 이야기들은 세월이 얼마만큼 흐르던 간에 그 가치가 흐려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가의 최신 장편소설인 『파견자들』은 출간 후 바로 읽었으니 빠른 독서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에 읽은 전작이 흥미롭고 여러 생각할 지점들을 많이 안겨 주었기에, 작가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서점 사이트에서 발견하고는 제법 빨리 구매하여 읽었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많이 궁금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여러 단편들을 묶은 모음집이었던 데 반해, 『파견자들』은 하나의 긴 이야기이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 머릿속의 '범람체'를 경험하듯이 작가의 전작들을 비롯한 다른 작품들을 참고사항으로 떠올리게 되었다. 어느 부분들, 어느 요소들을 읽어나갈 때마다 작가의 전작이 좀더 넓은 하나의 이야기로 확대되어 이어졌음을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러한 작품들이 떠오를 때마다 마치 『파견자들』 속 '범람체'가 이야기를 걸어오듯 내 머릿속에 참고할 수 있는 다른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이를테면 '파견자들'이라는 제목과 이야기의 구성부터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포문을 열었던 첫 이야기인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이하 「순례자들」)를 떠올리게 했다. 제목의 유사성도 있지만 지구의 지상과 격리된 어떠한 장소에 거주하는 인간 집단과 지구(지상)를 그리워하는 인간의 본성, 금기되고 격리된 장소로서의 지구(지상)이지만 그곳을 순례하거나 파견을 나갔다가 돌아오거나 돌아오지 않는 것을 택하는 사람들 같은 설정은 「순례자들」과 유사했다. 전작에서는 우주 행성에서 지구로의 여정이었지만, 이번에는 지하 세계에서 오염된 지상으로의 여정이라는 것이 다른 점이라고 할 것이다.
또한 주인공 정태린의 머릿속에서 말을 거는 '범람체', 태린이 '쏠'이라고 이름 붙인 범람체의 첫 등장에서는 작가의 단편 「공생 가설」이 연상되었다. 그 이야기 역시 오래 전 폭발하여 사라진 머나먼 행성에서 온 외계의 존재들이 인간의 내부, 머릿속에 깊숙이 잠들어 함께 공생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는데, 이번 '범람체'의 존재 역시 그 이야기의 설정이 확장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편이었을 때부터 이 주제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추후에 관련 자료들을 보면서 외계의 존재가 사실 오래 전부터 우리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는 가설이 예전부터 종종 언급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논의들을 접하다보니 지금 나의 생각, 나의 자아 역시 진정한 '나'인지 다시금 의심하고,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보다 깊이 사고할 계기가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작가의 전작이 아닌 다른 작가의 작품이 연상되었는데, 미국 SF인 제프 밴더미어 작가의 『서던 리치』 시리즈였다. 이 작품의 설정 역시 외계 생명체에 오염된 지구의 일부 지역을 탐사하는 내용인데, 『파견자들』 역시 유사한 설정이라 자연스럽게 연상이 되었다. 사실, SF에서 외계와의 조우는 자주 접하는 소재이고, 환경오염, 기후위기의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디스토피아와 SF가 결합된 많은 이야기들이 생성되고 있기 때문에 지구 환경의 외계적 변화는 이제 그렇게 드문 소재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해당 소재들을 현재 시대의 심각한 문제라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김초엽 작가를 비롯한 많은 작가들이 그려내는 디스토피아 SF의 세계가 현실주의 소설보다 더 가슴 깊이 울리기도 한다. 특히나 여러 문제들을 복잡다단하게 얽어내는 장르소설의 특성상 생각할 거리가 더 많기도 하다.
환경과 얽혀 인간은 하나의 독립체가 아니라는 생각은 전보다 더 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와 공생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많은 거부감이 있다. 가깝게는 AI의 문제만 하더라도 AI의 지능과 그들의 생성물에 과연 권리를 부여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있다. 인간은 도구적 존재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은 물체를 이용하고 물체를 언제나 몸에 지니고 있는, 어떻게 보면 물체와 결합된 존재이다. 그래서 '사이보그'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지만 오늘날의 기계 문명 속에서 기계와 결합되지 않은 인간이 없는 것처럼 인간은 독립된 고유체만으로 존재한다고는 할 수 없다. 생물학적으로도 인간은 수많은 원자로 구성된 존재라는 점에서 하나하나의 원자 단위로 내려갔을 때 그들의 집합체이기도 한 인간은 고유의 독립된 단일체라고 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정신적인 측면, 즉 '자아'의 문제에 들어섰을 때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 『파견자들』에서는 신체뿐만이 아니라 정신까지도 공생하는 '인간+비인간'의 존재들이 등장한다. 기계와의 결합은 SF에서 오랫동안 다루어졌지만, 생물학적으로 변이된 인간, 하나의 몸에 두 개의 정신(자아)를 형성하는 인간은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 이들을 우리는 여전히 인간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나? 아니면 인간이 아니라고 배척할 것인가? 혹은 제3의 존재로 받아들일 것인가? 그렇다면 원점으로 돌아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어떤 존재를 인간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가? 등등의 여러 존재론적 생각들이 머릿속에 휘몰아친다.
유일한 태린의 모습이 정말 인상깊었다
남들보다 늦은 변화로 분명히 뭔가가 다른 것을 직감하고는 있었는데
스무스하게 잘 넘어가고 있길래 아 얘도 일원이 되는구나 싶었죠..
계속해서 들려오는 어떤 목소리가 맴도는 걸 보고
판타지의 시작인가 했는데 독자는 그대로 어? 하는 영구 박터지는 소리와 함께
미친 서사시가 시작되었습니다... 사람살려
평소에 SF는 이해가 잘 안돼서 못보지만, 최근에 몇몇 여성작가님들의 감성이 섞인 SF는 정말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그 작가님들중 가장 대표겪인 김초엽 작가님의 신작 파견자들. 작가님의 전작은 다 재미있게 잘 봤는데 이번 작품 역시 재미있어요. 작가님 특유의 감성이 살아 있으면서도 스토리는 더 단단해진 느낌이에요. 쉽게 잘 읽히긴 하지만 이전 작품들보단 더 꼼꼼하게 읽어야 할 요소는 있는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