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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이야기

1932~1933, 기이한 시대를 산 여섯 여자들

전혜진 | 요다(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23년 11월 28일 리뷰 총점 8.7 (3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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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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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2007년 데뷔한 이래 SF와 논픽션, 추리, 스릴러, 웹툰 등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하는 전혜진 작가의 신작 소설. 1932∼1933년, 마리라는 이름으로 동시대를 살아간 여섯 여성의 이야기를 한데 묶은 연작소설로, 작가가 그간 픽션과 논픽션을 망라하며 천착했던 여성 서사를 기담 형식으로 더욱 치열하고 처연하게 그려냈다.
1930년대 당시 아시아 여성으로서는 생경했던 이름, 마리. 작가는 ‘마리’를 이전 시대의 여성들과는 다른 삶을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소망이 담긴 이름으로 해석한다. 이 ‘마리’들은 나이도, 국적도, 가정환경도 다르지만, 저마다 목숨을 걸어서라도 관철하고픈 의지를 품고 뜨겁게 살아간다. 누군가는 사랑을, 누군가는 조국을, 누군가는 임무를, 누군가는 사회 정의를 관철하려 분투한다. 하지만 때는 제국주의로 뒤덮인 핏빛 세계, 도무지 넘을 수 없을 듯 견고한 가부장제, ‘근대화’ 속에서도 살아남은 신분제 등으로 인해 이들의 노력은 난관에 부딪힌다. 세계가 거대한 폭력이었던 기이한 시대, 삶 그 자체로 ‘기담’이었던 여성들의 삶을 거쳐 에필로그 2033년 마리 이야기까지 읽고 나면 기담 특유의 서늘한 재미를 맛볼 뿐 아니라 현대 여성의 삶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짚어보게 된다.

목차

1. 경성 기담(1932년 여름)?
2. 상해 기담(1932년 겨울)
3. 동경 기담(1933년 여름)?
4. 만주 기담(1932년 봄)
5. 포와 기담(1933년 여름)?
6. 호령 기담(1932년 여름)?
에필로그. 서울(2033년 여름)?
작가의 말?/ 기담별 실존 인물 및 배경?

저자 소개 (1명)

저 : 전혜진 (全慧珍)
SF 작가이자 만화 스토리 작가. 『월하의 동사무소』로 데뷔한 이래 만화/웹툰, 추리와 스릴러, 사극, SF 등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을 쓰고 있다. 여성의 역사에 주목하는 논픽션인 『순정만화에서 SF의 계보를 찾다』, 『여성, 귀신이 되다』, 『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 장편소설 『280일: 누가 임신을 아름답다 했던가』, SF 단편집 『아틀란티스 소녀』를 발표했으며 『감겨진 눈 아래에』, 『살을 섞다』, 『책에 갇히다』, 『5월 18일, 잠수함 토끼 드림』 등의 앤솔러지에 참여하였다. SF 작가이자 만화 스토리 작가. 『월하의 동사무소』로 데뷔한 이래 만화/웹툰, 추리와 스릴러, 사극, SF 등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을 쓰고 있다. 여성의 역사에 주목하는 논픽션인 『순정만화에서 SF의 계보를 찾다』, 『여성, 귀신이 되다』, 『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 장편소설 『280일: 누가 임신을 아름답다 했던가』, SF 단편집 『아틀란티스 소녀』를 발표했으며 『감겨진 눈 아래에』, 『살을 섞다』, 『책에 갇히다』, 『5월 18일, 잠수함 토끼 드림』 등의 앤솔러지에 참여하였다.

출판사 리뷰

“'마리’라는 이름 외에는 공통점이 거의 없는 이 여성들은,
3.1운동에서 10년 남짓 지난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간다.
누군가는 사랑을, 누군가는 의무를, 누군가는 조국을, 누군가는 정의를,
그렇게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려 노력하면서.” - 작가의 말
제국주의, 가부장제, 신분제로 거대한 폭력에 뒤덮인 1930년대,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려던 여섯 여성의 기이한 삶이 요동친다
역사와 기담이 만나 탄생한 전혜진표 연작소설
1932∼1933년, 조선은 일제의 식민 통치가 더욱 교활해지고 뒤늦은 근대화로 과도기를 겪고 있었으며, 세계는 제국주의와 대공황의 여파로 극단으로 치닫고 있었다. 투쟁과 배척, 야욕과 수호, 변화와 혼돈 사이에서 터지기 일보 직전인, 그야말로 격동의 시대였다. 이렇듯 암울한 역사 속에서도 조선의 여성에게는 실낱같은 희망이 비추기도 했다.
근대화의 결과가 뒤늦게 나타나면서 여성들은 어렴풋하게나마 이전 시대와는 다른 삶의 변화를 체험했다. 규방에서 벗어난 여인들은 서구식 교육을 받고, 직업을 찾기 위해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하기도 했으며, 자유연애를 꿈꾸기도 했다. ‘여성’이라는 정체성만 가지고 살았던 여인들은 비로소 자신만의 욕망과 정체성을 찾아간다. 그리하여 여섯 명의 ‘마리’는 이름은 같지만 저마다 다른 욕망을 품게 된다. 경성의 마리는 사랑을, 상해의 마리는 독립을, 동경의 마리는 야망을, 만주의 마리는 자유를, 포와(하와이)의 마리는 평화를, 호령의 마리는 계몽과 평등을. 하지만 그들이 생을 걸고 관철하고자 했던 의지는 거대한 벽에 부딪힌다.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한 생생한 픽션의 재미와
‘여성의 의지’라는 주제가 만나 거대한 서사를 이루다
◆ 경성 기담
마리. 좋은 가문과 혼인을 맺기 위해 고등여학교에 진학하려 공부하는 남작 가의 막내딸이다. 이왕비 전하의 웨딩드레스를 입는 것이 소원이자 결혼이 인생의 목표인 소녀는, 오라버니의 소개로 가정교사인 홍우를 만나게 되면서 연모의 마음을 품게 된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이루어질 수 없는 큰 벽이 존재하는데….
◆ 상해 기담
김마리. 운양 대감 김윤식의 손녀로, 경술년에 자작 작위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조선에서는 여전히 큰 영향력을 가진 가문의 자제이다. 마리는 외세에 대한 할아버지의 소극적인 처세에 부끄러움을 느끼며, 독립운동과 좌익 운동을 뒤에서 돕는다. 이를 못마땅해하는 경성종로경찰서 고등계 순사부장과 경부와 날 선 대립을 하다가, 상해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따라붙은 형사를 따돌리기 위해 애를 쓰는 과정에서 기이한 사내가 나타나 마리를 돕는다.
◆ 동경 기담
코이케 마리. 이우 공의 혼인을 돕기 위해 운현궁 별저로 파견된 시나이. 일본 황실에서는 이우 공을 천황의 손녀인 사와코 여왕과 결혼시키려 하지만, 이우는 조선에서 이미 약혼을 맺은 이(박찬주)가 있다며 이를 결사반대한다. 불손한 이우 공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마리는 어떻게든 그 혼사에 흠을 내고 싶어 한다. 그 과정에서 운현궁에서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참을 수 없는 살의를 품게 된다.
◆ 만주 기담
본명 리후이, 선교사가 붙여준 이름 마리. 가난한 한족으로 태어난 후이는,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의 병시중을 하느라 한족 여자들의 전통인 전족도 하지 못한 채 자라 손가락질을 받는다. 이 시기 중국은 청의 몰락 이후 한족과 만주족의 첨예한 갈등이 일었고, 이 사이에 끼어든 일본으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진다. 기근까지 들어 모두가 굶어 죽어가던 때, 이웃들이 쳐들어와 온갖 살림을 약탈하고 마리를 납치해 간다. 그때 청나라의 공주이자 친일파 가와시마 요시코에 의해 구출된다. 정치적으로 위험인물이 된 요시코 곁에 살면서 사랑과 증오의 감정에 시달리는 가운데 여자와 여자, 한족과 청의 공주,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들의 사랑 이야기가 치열하게 펼쳐진다.
◆ 포와 기담
본명 윤옥이, 세례명 윤마리. 무당이었던 마리의 어머니는 제 죽을 날을 예견하곤 선교사 부부에게 딸을 맡긴다. 선교사의 양녀가 된 마리는, 덕분에 학교에 다니며 깨어 있는 여성으로 자라게 된다. 마리가 이화학당 2학년이 된 그해, 만세운동이 터지며 마리는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을 맞닥뜨리고 마는데. 그렇게 14년의 세월이 흘러, 어찌 된 일인지 마리는 하와이에서 청춘과부가 된 채 세탁소 일을 하고 있다. 마리에게는 그간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마리는 왜 이승만의 앞에 녹이 잔뜩 슨 끌을 들고 서 있는 것일까.
◆ 호령기담
신마리. 조선여자의학강습소 2학년생인 마리는 민중계몽운동인 브나로드에 뜻을 두고 동지인 김중도와 함께 청석골로 떠날 계획을 세우는데. 이를 들은 청석골 출신이자 마리의 룸메이트인 목화가 날을 세우고 반대하며 마리의 열정에 찬물을 붓는다. 마리는 목화의 반대를 무릅쓰고 청석골로 떠나지만, 그곳 김중도의 집에 머물며 왠지 모를 꺼림칙한 느낌을 받는다. 옥죄는 듯한 마을의 분위기에 압도된 마리는 도망을 결심하는데. 아무리 달아나도 다시 중도가 있는 그곳으로 되돌아오고 만다. 청석골의 비밀은 무엇이며, 목화는 왜 그토록 반대했을까.

폭력의 시대, 그 자체로 기담이 된 여성들의 삶이
영상을 보듯 생생하게 그려지다
“당시로서는 신식이었을 그 이름은,
아마도 어린 딸이 이전 시대의 여자들과는 다르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붙여졌을 것이다.
훌륭한 여성을 닮기를, 신앙을 갖기를, 세상을 바꿀 만한 일을 해내기를,
혹은 이 좁은 나라에 발이 묶이지 않고,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기를.” _ 에필로그

작중 마리들의 민족주의자, 친일파, 근왕주의자, 독립투사, 스파이 등 다양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조선 여성은 물론, 일본 여성과 중국 여성도 있다. 10대 소녀부터 제법 나이가 든 여성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작가는 정치적으로 누가 옳다 그르다 말하지 않는다. 그저 “비슷한 시기, 비슷하게 부유한 명문가의 딸이라 해도, 누군가는 「경성 기담」처럼 ‘이왕비 전하의 웨딩드레스’와 자유연애를 동경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상해 기담」처럼 안락한 삶을 버리고 독립운동을 위해 타지로 떠났을 것”이라며, 당대 여성들이 품었을 법한 욕망을 그려냈다.
결혼이 삶의 유일한 목표인 소녀, 대를 잇지 못하면 줄줄이 목숨을 끊어 버리는 여인들, 사진 하나만 보고 얼굴도 나이도 모르는 남자와 혼인하러 태평양을 건너간 사진신부들, 여성을 사랑했던 여성, 전족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천대받았던 소녀 등의 이야기를 통해 과거 여성의 삶은 어쩌면 그 자체로 기담이었다고 말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더욱이 이 소설들이 3.1운동, 만주사변, 대한제국 황실의 혼사, 브나로드운동 등 실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두면서 독자에게 더욱 생생한 이야기로 전해지고, 그런 만큼 여섯 명의 마리가 겪는 기이한 인생사가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앞선 서사들이 마지막 에필로그에 등장하는 2033년의 마리와 이어질 때 독자는 현대 여성의 삶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짚어보면 여섯 이야기를 하나의 거대한 서사로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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