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루쉰의 책을 읽기 전에 가장 먼저 읽어야 할 글은 '외침'이라는 자서이다. 이 글에는 루쉰이 왜 의학공부를 그만두고 글을 쓰게 되었는지 알려주는 사건이 나온다. 그것은 의학 강의가 끝나고 쉬는 시간에 우연히 본 슬라이드 때문이었다. 러일전쟁 당시 러시아 첩자를 하다 잡힌 중국인들이 참수를 당하는 내용이었다. 군중들은 그 거창한(?) 장면을 보기 위해 주위를 둘러싸고 구경을 하고 있었다. 루쉰은 한 사람의 병을 고치는 것보다 민중의 정신을 개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글을 쓰기로 마음 먹는다. 글을 써보라는 친구 진씬이에게 루쉰은 이런 질문을 한다.
가령 말이야. 창문은 하나도 없고 절대로 부서지지도 않는 쇠로 된 방이 있다고 치세. 그리고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깊이 잠들어 있다고 하세. 다들 곧 질식해 죽겠지. 하지만 혼수상태에서 곧바로 죽음의 상태로 이어질 테니가 절대로 죽기 전의 슬픔 따위는 느끼지 못할 것일세. 그런데 지금 자네가 큰 소리를 질러서 비교적 정신이 맑은 사람 몇몇을 깨운다면 말이야, 이 소수의 불행한 사람들은 만회할 수 없는 임종의 고통을 겪어야 하지 않겠나? 그러고서도 자네는 그 사람들에게 미안한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있겠나? (외침 중)
이에 대해 친구의 답은 '몇 사람이라도 깨어난다면, 쇠로 된 방을 부수고 나올 수 있다는 희망이 절대로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물론 이 답은 사람들이 어차피 무지한 민중에게 글로써 깨우친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물음에 대한 루쉰의 답일 것이다. 설사 그것이 너무 미미하고 조금의 성과도 없는 일이라 할 지라도, 거대한 쇠벽에서 틈을 찾아내고 마침내 길을 찾을 것이라는 루쉰의 확신이 들어 있다. 그의 글은 이러한 생각을 잘 반영하고 있다. '광인일기'가 타인의 고통에 무섭도록 무심한 민중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면, '아큐정전'은 민중 그 자체가 되어 그의 삶이 얼마나 무모하고 무의미한 지를 보여준다.
아큐는 사실 글로 남길만한 인물도 아니고 비난할 정도의 위인도 되지 못하는 평범함 인물이다. 그는 누군가에게 맞고 돌아서서도 사실은 자기가 이긴 것이나 다름 없다며 '정신적 승리'를 주장하고, 누군가 부러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실은 그 사람이 자기와 먼 친척이라며 근거없는 허세를 부리기 일쑤다. 그는 갑자기 여자가 갖고 싶어져 우씨 어멈에게 같이 자자고 느닷없는 소리를 하다 쫓겨나 일자리도 잃고 먹을 것도 없이 떠돌다 도둑질로 돈을 벌기도 한다. 그러던 중 '혁명'(신해혁명)이 벌어진다. 아큐는 혁명을 하는 것이 자신의 지위를 일거에 뒤집을 기회처럼 여기고 가담하려 하지만 그조차도 받아주지 않는다. 결국 그는 오히려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잡혀 들어가지만, 스스로 혁명에 가담해 잡혔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는 배짱 좋게 노래한번도 부르지 못한 채 사람들 사이로 끌려다니다 결국 사형을 당한다. 사람들은 총살이 목을 베는 것보다 재미 없다고 생각하고 아쉬워 하며 집으로 돌아간다.
어리석은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위의 '외침'이라는 글에서 했던 그의 생각을 반영한다. 아큐정전은 실제로 발표했을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쓴 것이라 착각했을 정도로 당시 중국인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캐릭터이다. 그들은 무지하고 우매하며 자신의 수준이 어떤 것인지 혁명이 왜 필요한 것인지조차 모른다. 그들은 쇠로된 방에서 혼수상태로 잠들어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계몽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평생 그런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저 '괜찮은' 삶이었다고 자위하며 숨을 거둘 것이다. 대신 깨어난다면 자신이 처한 상황의 막막함을 깨닫고 괴로워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답답한 심정이 그들에게 절실함을 갖게 할 것이고, 지식과 성찰이라는 무기로 새로운 세상을 열게 할 것이다. 루쉰이 쓰고자 했던 글은 바로 민중 스스로 반성하고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이들을 위한 글이었다.
중국문학이라고는 '삼국지연의'말고는 접해본적이 없는 나였다. 어느 순간부터 인문학 서적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신문을 통해서 여러번 눈에 익숙하던 '아Q정전'을 구입하여 읽게 되었다. 솔직히 '아Q정전'이라는 단어만 듣고는 '중국철학서적인가'하는 무식한 생각을 하였지만 소설이라는 형식을 접하고 나의 무지를 부끄럽게 생각했다. 봉건체제에 대한 저항과 계몽에 대한 의지, 개인의 자유에 대한 투쟁이라는 루쉰의 전사같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 문학속에서 중국 소설을 읽음으로써 문학적 자양을 풍부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