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톨스토이의 작품들 중 내가 좋아하는 작품들은 대체로 종교색이 짙은, 톨스토이 후기 작품들이다. 비록 크리스천은 아니지만, 작가가 인생에 대해 깊게 고뇌한 흔적이 느껴져서다. 종교적인 관점으로 인생을 논하고자 했던 톨스토이의 시각에 크게 납득되는 것도 한 몫 하고.
본 도서는 톨스토이의 대표작들을 엮었다. 작품 '대부'가 없는 것이 굉장히 아쉬웠긴 했지만 '이반일리치의 죽음'을 비롯하여 '바보 이반'등 문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작품들, 그리고 '사랑이 있는 곳에 신도 있다' 나 '달걀만 한 씨앗' 등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작품들도 함께 엮었다.
완독하고 나니 톨스토이의 회고록같은 에세이에도 손이 가더라.
톨스토이 단편선은 전에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단편선에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들어있지 않았다.
따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소개받지 않았다면 이런 글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것이다.
아쉽게도? 톨스토이 책은 장편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그의 단편들이 내게 준 인상은 선량하지만, 지나치게 교훈적인 느낌이었다.
그래서 약간은 도덕교과서에 다룰 내용을 소설로 구현한 느낌을 받았으며, 지루하다는 인상도 있었다.
물론, 글이 말하는 메세지들은 아름답고 훌륭했지만, 때로는 너무 동화 같아서 자극적이지 않아 심심했다..
그러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고 나니 톨스토이에 대한 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는 여전히 친절하게 모두가 이해할수 있는 훌륭한 글들을 써냈고,
덕분에 나는 죽음을 가상체험할 수 있었다.
또 먼저 죽어간 주변이들의 모습을 다시한번 떠올리며 감회에 젖었다.
그들의 외로움과 고통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반성했다.
(하지만, 당시의 나로선 별수 없었다는 사실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사람들은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마주할때, 어쩔줄 몰라하면서 그 대상을 없는 것처럼 무시하거나 덮어두고 회피하려 한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누구나 죽지만, 누군가 죽을 때 우리는...그 누군가의 모습이 나에게 돌아올거라는 것을 망각한 채 그들을 바라본다.
'저 사람 죽어서 안됐네. 하지만...나는 아직 멀었지.' 하면서.
인간의 망각은 장점도 단점도 있지만,
언젠가 우리가 죽음에 이르렀을 때, 찾아올 엄청난 (그러나 늘 우리곁에 존재하는) 사실.
누구나 죽는다는 만고의 진리가 내게는 해당되지 않을거라는, 신비하고 환상적 믿음이
철저히 깨지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때 이 소설을 떠올릴 수 있을까?
그는 병으로 누워있는 내내 주변사람들의 가식에 치를 떨었다.
그 자신이 바로 그 가식적인 삶을 살아왔던 건 잊은 채 말이다.
도입부에 나오는 그의 주변인물들, 그들이 그의 죽음을 대하는 그 냉소적인 시선은..
그과 과거 자신의 일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대할때의 태도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소설 속 인물 뿐 아니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을 대할때 하는...그 태도와도 같다.
누구나 공감할수 있는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이 소설속에 있었다.
죽을 날을 잊고, 영원히 살것처럼 잘난척 하며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그 안에 들어 있었다.
또, 준비하지 못한 죽음을 맞이하고 당황해 두려워하며, 거부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든 사람들의 모습도 있었다.
이 두 입장은 언제든 역전될 수 있고, 영원히 반복된다.
보편적인 진리라는 것은 말해지긴 쉬워도 얼마나 무게감 있는가?
그 실체를 제대로 보게 되면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삶의 지혜가 들어 있는가?
나는 소설 속에 빛나는 몇개의 표현과 묘사에 감탄했다.
그리고, 이런 글을 읽고 리뷰를 쓰지 않는 것도 할수 없었다.
모두가 읽어서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번 읽고 말게 아니라, 한 번 더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마도 주변 누구도 관심이 없을거다.
당장 죽음이 눈앞에 놓인 이라도,
그 죽음을 마주하느라, 소설읽을 여유가 없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