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손아람 작가의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를 읽고, 어 이 작가 재밌네. 글 잘 쓰네. 글맛이 있네. 이렇게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 <소수의견>도 망설임없이 집어들었는데, 이 책은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와 결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재개발을 위한 철거민 진압 과정에서 경찰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16세 아들을 지키기 위해, 경찰을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무력한 아버지에 대한 재판 과정을 그린 소설.
국선변호사로 박재호 아버지를 만났다가 국선변호사를 포기하고, 공무집행방해치사죄가 아니라, 정당방위임을 증명하고, 국가를 상대로 100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으로 바꾸는 변호사로 등장하는 주인공.
그의 눈을 통해 법정이 열리고, 증거가 수집되고 변론이 진행된다.
거대한 권력의 국가를 상대로, 무명에 불과한 변호사 나부랭이가 과연, 이 재판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가.
나는 화장실에서도, 차량 안에서 신호를 기다리면서도, 그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 휴대폰을 들었다놨다 했다.
예스24의 북클럽 전자책으로 읽고 있어서이기 때문인데, 이 책은 그렇게 그냥 읽어내기만 하기엔 너무 무거운 책이다.
공의와 정의 그리고 진실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는 거대한 담론의 책이다.
어떻게 이런 책을 쓸 수 있을까. 작가의 그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표지를 보니 영화로도 나온 것 같은데, 한번 찾아서 봐야겠다. (유해진이 소설의 '대석' 변호사 역이라니 참신한 구성이다. 출연진이 짱짱하다.)
강추한다.
손아람 작가의 <소수의견>
지역에 있는 서점에 가면 꼭 책을 산다. 아이 책, 내 책, 남편이 원한다면 남편 것도. 그래야 우리 지역의 서점이 살 수 있다는 거창한 소명의식으로. 책등의 제목과 '손아람'이란 작가명을 보고 바로 골랐다. 책꽂이에서 책을 꺼내들었을 때 표지를 보고 한 2초 망설이긴 했다. 영화 포스트를 띠지로 만들어놓았는데 마케팅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기에 출판사에서 개정판 디자인으로 삼았겠지만 나는 다시 책꽂이에 집어 넣을 뻔 했다. 제목에 비해 가벼운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작품 자체를 읽고 감상하기 보다 외부에 영향을 먼저 받아버리는 느낌이 싫다고 할까. 등장인물들의 얼굴까지 내 상상이 아닌 여기에 찍힌 영화배우들을 삽입하게 되니 더 별로였다. 나 같은 독자보다 이러한 띠지의 디자인을 환호하고 즐기는 독자가 더 많겠지.
손아람 작가는 지난 대선 시즌때 페북에 올린 글들을 접하며 각인된 작가다. 작품을 통해 먼저 만난 것이 아니다.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자신의 생각을 명료하고 정제된 글을 통해 밝혔다. 문학 한다는 사람에게서 자주 보았던 자기애, 우울, 예민함이 덜 묻어났다. 마음에 들었다. 그의 작품을 별다른 정보없이 고른 이유다.
『소수의견』은 페북의 글을 통해 판단한 손아람이란 작가에 대한 느낌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주었다. 도시재개발과 무리한 공권력 투입, 이로 인해 발생하는 저항과 피해를 법정 소설로 극화했다. 앞서 말했듯이 영화 시나리오를 보는 느낌이다. 윤 변호사(화자가 '나'이다. 이름이 안나오는지, 나왔는데 그냥 지나친 건지)는 법조계의 비주류다. 한부모 가정, 어느 4년제 대학의 법대 졸업, 뒤늦은 고시 공부, 낮은 연수원 점수 등 어느 하나 내세울 것이 없다. 혈연, 지연, 학연 심지어 법조계 조직의 연도 없다. 일찌감치 국선 변호사를 선택한 이유다. 그런 그에게 안현동 뉴타운 재개발 진압 사건의 피고인 박재호의 변호를 맡아달라는 요구가 들어온다. 박재호는 이 지역의 철거민 중 한 사람이었고 망루에서 아들 박신호와 함께 있다가 시위 도중 아들을 잃고 자신은 경찰 한 사람을 죽였다. 윤 변호사는 직감한다. 이건 국가라는 권력이 개입된 사건이라는 것을. 그들은 국가를 상대로 100원짜리 배상청구를 한다. 이 소설의 시작이다.
모든 밤은 구치소의 밤과 같아 차등도, 차별도 없이 세상을 덮었다. 커튼을 쳐서 밤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이불을 접어서 밤을 걷어낼 수도 없었다. 그렇게 밤을 치워낼 수 있겠는가. 시간이 밤을 지워줄까. 시간이 밤을 밀어내도 밤은 또 시간을 덮친다. 나는 세상의 말 많은 사상이 아닌 천문학을 빌려 말한다. 밤 이전이란, 밤 이후란 없다. 밤이 온 게 아니다. 밤 아래 세상이 온 것일 뿐.
밤이 너무 깊었다. 아마도 그런 것 같다. (65쪽)
용산 참사 생각이 안 날 수 없을 것이다. 소송 과정이나 재판 내용은 전혀 다르다. 국민참여재판까지 끌어들였다. 교사이다보니 법 동아리나 법과 정치 수업에서 활용하면 좋을 책이란 생각을 했다. 재판 절차와 법률 용어를 이론으로만 배우면 어렵지만 이렇게 소설 또는 영화로 접한다면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작가 본인이 겪은 소송 과정에서 법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한다. 검사와 변호사의 발언과 신문, 심리, 반론이 치밀할 수 있었던 이유다.
재개발이 된다는 것은 누군가 그 지역의 터를 내어준다는 것이다. 단순히 주고받는 거래가 아니라 쫓겨나고 철거되는 과정에서 부당함이 존재하기 때문에 충돌이 일어난다. '불법'이라는 타이틀을 상대에게 서로 건다. 자본권력 앞에 개인의 몸부림은 부질없어 보인다. 그들은 그래도 싸운다.
굴삭기의 시퍼런 기계음들이 음표처럼 땅과 하늘 사이의 철근 위에 기록된다. 기계들이 연주하는 그 음표들의 춤이 사람의 목소리를 몰아냈다. 아니다. 목소리. 현장의 인부들은 일을 하며 서로에게 끊임없이 욕설을 내뱉는다. 파괴와 창조. 한끝 차이의 개념들. 그것이 양립불가능의 의미이다. 인부들은 하나같이 허름하게 낡았다. 그들에게도 철거가 필요했다. 그들은 철거를 담당했다. 그들의 철거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이곳이 아닐 뿐이다. 어딘가에서 그들의 터전이 철거되었을지 누가 알겠는가. (231쪽)
작가가 응달진 곳을 바라보았고 그것을 소설화함으로써 양달로 내놓았다. 햇볕을 받은 의제들은 대중의 손으로 들어간다. 소수의 일이 여럿의 일로 받아들여진다. 사건명만 다를 뿐이지 우리 주변에서 비슷한 레퍼토리의 사건들은 존재함으로.
뉴타운 개발되면 다 잘사는 줄 알았다. 그들의 사탕발림에 이용당한 건데, 우리도 같이 허황된 꿈을 꾸며 개발을 부추겼다. 용산의 가장 불편한 진실이기도 하다. -- 이충연 (용산참사 생존자)
사회적 약자가 선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약자이기에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들 또한 욕망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간과할 때 우리는 이상과 정의의 혼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소설에도 재개발을 지지하는 노인 투자자가 등장한다. 누구든 기회가 주어진다면 철거민에서 투기 동조자로 변신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치밀한 법정 논쟁을 그린 수작이지만 스모킹 건은 다소 김빠진 맥락으로 등장한다. 홍검사라면 그리 쉽게 양형거래를 깨뜨리지 않을 것이다.
교양 과목 강의 주제로 선정되어 읽게 된 작품이었습니다. 글 구성은 나름 짜임새 있고 술술 읽힙니다. 법정물에서 보여줄 긴장감을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법관련 지식이 전혀 없었는데도 읽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던 점이 만족스러웠습니다. 다만 마무리가 다소 맥없이 풀린다고 느껴 아쉬움이 남습니다. 전자책의 편집부분에서도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재편집했으면 더 읽기 편하고 좋았을 것 같습니다.
2015년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손아람 작가의 <소수의견>
큰 줄거리는 강제철거현장에서 발생한 두건의 사망사건에 대해 심층적으로 접근하며 공권력의 부적절한 개입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는 내용이다.
주로 법정에서 법적 다툼을 다루고 있기에, 등장하는 단어의 내용들이 생소할수 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을 통해 독자들이 다소 어려워 할 수 있는 법적용어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고 있으며, 이야기의 흡입력이 좋아 쉽게 읽히는 책이었다.
지극히 개인적이던 한 변호사가 의뢰인과의 만남, 그리고 주변인들과 함께 법적한계와 서열에 저항하며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잘 묘사한 작품이다.
그런데 이 책을 전자책으로 구입하여 읽었는데, 띄어쓰기가 엉망이었다.
출판사가 교열을 다시 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