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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손아람 | 들녘 | 2015년 6월 2일 한줄평 총점 8.6 (13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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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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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윤계상 유해진 김옥빈 주연, 영화 [소수의견] 2015년 6월 개봉!!
“열여섯 살 내 아들을 이 나라 경찰이 죽였소.”
“국가배상을 청구합시다, 배상액 100원!”

대한민국 사상 처음으로 100원짜리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변호인단,
부패한 국가 권력을 상징하는 검찰, 이들 사이에 벌어지는 숨 막히는 진실공방!
국가 부재의 시대에 꼭 읽어야 할 책 『소수의견』을 웰메이드 법정 드라마로 만난다!


“개인은 내 관심사가 아니다. 나는 종(種)으로서의 인간에 대해 쓴다”고 밝힌 작가 손아람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소수의견]이 개봉된다. 2013년 제작 완료 후 2년여 만에, 그리고 영화 배급사가 CJ엔터테인먼트에서 시네마서비스로 바뀌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오는 6월 25일 드디어 관객과 만나게 된 것이다. 윤계상, 유해진, 김옥빈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들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 [소수의견]은 강제철거 현장에서 일어난 두 젊은이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이 무엇인지 파헤치는 ‘웰메이드’ 법정 드라마다. ‘대한민국 사상 처음으로 100원짜리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변호인단의 패기는 비록 현실과 동떨어진 텍스트 속의 이야기라 해도 가슴이 뻥 뚫릴 만큼 시원하다. 우연과 필연의 경계선을 허물어뜨린 평범하고 선한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는 또 어떠한가?
아수라장 같은 강제철거 현장에서 열여섯 살 철거민 소년과 스무 살 의경이 죽는다. 사망한 소년의 아버지 박재호(이경영 분)가 의경 살해 혐의를 받아 체포된다. 경찰은 철거용역 깡패들이 소년을 죽였다고 발표한다. 여기까지가 눈에 ‘보이는’ 사실(fact)이다. 그런데 아버지 박재호의 의견은 다르다. 사실이 아닌 진실을 알고 있는 탓이다. 박재호는 첫 번째 접견에서 변호인 윤진원(윤계상 분)에게 “내 아들 죽인 놈들, 그 깡패 새끼가 아니라 경찰이요”라며 권력을 ‘고발’한다. 죽음이 조작되었다는 뜻이다. 이에 윤진원은 검찰의 진의를 의심하는 자신을 되려 ‘의아해하는’ 선배 변호사 장대석(유해진 분), 상식 밖으로 깨끗한 살해 현장에 의문을 품은 기자 이준형(김옥빈 분)과 함께 진실 밝히기 게임에 돌입한다. 그리고 마침내 죽은 소년의 아버지가 밝히고 싶어 하는 진실을 세상으로 끌어내기 위해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고, 배상액으로 ‘100원’을 청구한다. 국가가 잘못을 인정하라는 뜻에 다름 아니다.
영화에 나오는 변호사 윤진원의 대사―“이 재판에서 저희는 검찰이 무엇을 감추고자 하는지 그것을 밝히겠습니다”―는 1차적 기능을 상실한 국가와 그에 빌붙어 명맥을 유지하는 부패한 권력, 그리고 침묵하는 다수에게 던지는 정면 도전장이다. 작가 손아람이 『소수의견』 서두에 ‘이야기는 드레퓌스 사건의 애널로지이다’고 기록한 이유와 맥이 닿는 대목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소수의견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 사회엔 여전히 묵살되고 버려지는 ‘소수의견’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라 안팎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모종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그 ‘사건’의 이전과 이후 세상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고민하는 사람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되묻는 사람들 모두에게 『소수의견』의 일독을 권한다.


‘적법(適法)’과 ‘진실(眞實)’ 사이의 간극을 재다

주인공 ‘나’는 서른일곱의 나이에 사법연수원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진로를 정하지 못한 상태다. 법조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 채 국선변호사로 첫발을 내딛는다. 그리고 “민변을 유령처럼 떠돌았던 사건”(54쪽)을 맡게 된다. 구치소에서 박재호를 면회하고 본격적으로 변호를 준비하면서 ‘나’는 ‘언어의 미로’ 속을 방황하게 된다. 소설은 국가를 대변하는 검사 측과 박재호를 변호하는 변호팀의 논쟁이 주축을 이룬다. 부패 권력을 상징하는 검사, 조속한 해결을 종용하는 권력자들, 개발 이권에 눈이 먼 지역주민들은 진실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적법한’ 승리이다. 작가 손아람은 텍스트와 현실 사이에서 생기는 충돌 지점을 매우 지적으로, 그리고 매우 심도 있게 고찰한다. 국가인가 개인인가, 사실인가 진실인가, 법인가 정의인가, 외면인가 각성인가? 이렇게 질문을 던지면서 그는 우선 법체계 자체를 심판대에 올려놓는다. 그러나 이 질문들이 결국 독자 개개인을 향하고 있다는 데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내 변론의 요지는 간단했다. 맞다. 피고 조구환은 살인을 교사했다. 피고 조구환은 사체를 은닉했다. 1992년에. 사건 당시의 개정 이전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이 죄목의 공소시효는 15년이다. 공소시효가 만료되었으므로 이 공소는 이유 없다. 그러자 법의 규정에 따라 입증책임은 검사에게로 넘어갔다._11쪽

매스컴을 타고 철거민 박재호의 법적 공방이 유명해지자 이를 자신의 정치적인 이력으로 이용하려는 거대 법무회사의 대표가 나타나 ‘나’의 지위를 가로챈다. ‘나’는 국선변호사로 다른 사건의 변호를 맡게 됐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은평구 뉴타운의 재개발과 관련이 있다. 기초공사 현장에서 시체가 나오자 ‘나’는 살인을 교사한 범죄조직의 두목을 ‘공소시효 만기’를 이용하여 무죄 판결을 이끌어낸다. 진실은 법정에서 한낱 말장난으로 엄폐되고 만다.


‘소수의견’이 존중받는 사회는 가능할까?

다시 맡게 된 박재호의 변호에서도 법의 허상은 여실히 드러난다. 법원에서 진실은 이미 엎질러진 사건을 얼마만큼 포장하고 말로 의미를 집어내느냐로 판명될 뿐이다. “나는 법을 가르쳤는데 학생들은 법이 쌓아놓은 성에서 물샐 틈을 찾는 법을 배우고 졸업하지”(25쪽)라는 사법연수원 교수의 자조적인 푸념은 법체계와 법조인들의 위선을 질책한다. 법정에서 벌어지는 국가와 개인의 대립 또한 예외가 아니다. 검찰 측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유리한 증거와 설정을 토대로 변호인을 압박하거나 국가의 실체를 눙치듯 흐리며 교묘한 언변으로 진실의 본질을 비껴나려고 할 뿐이다.

“국가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 있습니까? 국가의 손을 잡아본 적 있습니까? 아니면 국가의 심장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두 변호사님은 국가란 적과 싸우시나 봅니다. 하지만 그건 실체가 없는 적이요. 적의 이미지만 있고 실체는 없을 때 증오는 발산되기 마련이지. 한때 사람들은 그렇게 마녀를 잡지 않았소?”_155쪽

그러나 진실을 밝혀내고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은 법을 통한 판결밖에 없다. 권력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는 틀 속에서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같지만. 그러나 ‘나’는 역사적으로 볼 때 소수의견이 점차 상식적인 법의 판례를 이끌어왔다는 점에 희망을 걸고 법정 투쟁에 임한다. 작가는 간결하고 건조한 문체를 사용하여 인간성과 진정성이 사라진 세상과 ‘공평과 정의’라는 단어로 포장된 법체계의 허상을 고발한다. 무색무취한 법정에 달린 유리창을 통해 한 줄기 빛이 새어들듯 한 줄기 희망을 감지해내는 일,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떤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 찾기를 여전히 독자의 몫으로 남겨 놓은 채. ‘소수의견’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결국 평범하고 선한 우리의 ‘의지’이자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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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기산일
기산일로부터 7개월 전
기산일
기산일로부터 6개월 후
부록

작품해설_ 지옥을 완성하는 것은 언제나 살아남은 자들이다

저자 소개 (1명)

저 : 손아람
작가 한마디 개인은 나의 관심사가 아니다. 종(種)으로서의 인간에 대해 쓴다. 1980년생.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했으며, 아이큐테스트에서 만점을 받아 멘사 회원이 되었다. 힙합그룹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의 멤버 ‘손전도사’로 활동하였으며, 음반과 콘서트를 기획하였다. 조PD 등 다수의 뮤지션 음반에 참여하며 상당 제작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소설 2010년 『소수의견』 , 2014년 『디 마이너스』,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 『너는 나다: 우리 시대 전태일을 응원한다』(공저) 등이 있다. 종(種)으로서의 인간에 대해 쓴다. 영화 소수의견의 각본을 썼으며, 한겨레 월간지 『나들』의 인터뷰어로 활동하였다. 1980년생.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했으며, 아이큐테스트에서 만점을 받아 멘사 회원이 되었다. 힙합그룹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의 멤버 ‘손전도사’로 활동하였으며, 음반과 콘서트를 기획하였다. 조PD 등 다수의 뮤지션 음반에 참여하며 상당 제작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소설 2010년 『소수의견』 , 2014년 『디 마이너스』,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 『너는 나다: 우리 시대 전태일을 응원한다』(공저) 등이 있다. 종(種)으로서의 인간에 대해 쓴다. 영화 소수의견의 각본을 썼으며, 한겨레 월간지 『나들』의 인터뷰어로 활동하였다.

출판사 리뷰

“개인은 내 관심사가 아니다. 나는 종(種)으로서의 인간에 대해 쓴다”고 밝힌 작가 손아람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소수의견]이 개봉된다. 2013년 제작 완료 후 2년여 만에, 그리고 영화 배급사가 CJ엔터테인먼트에서 시네마서비스로 바뀌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오는 6월 25일 드디어 관객과 만나게 된 것이다. 윤계상, 유해진, 김옥빈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들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 [소수의견]은 강제철거 현장에서 일어난 두 젊은이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이 무엇인지 파헤치는 ‘웰메이드’ 법정 드라마다. ‘대한민국 사상 처음으로 100원짜리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변호인단의 패기는 비록 현실과 동떨어진 텍스트 속의 이야기라 해도 가슴이 뻥 뚫릴 만큼 시원하다. 우연과 필연의 경계선을 허물어뜨린 평범하고 선한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는 또 어떠한가?
아수라장 같은 강제철거 현장에서 열여섯 살 철거민 소년과 스무 살 의경이 죽는다. 사망한 소년의 아버지 박재호(이경영 분)가 의경 살해 혐의를 받아 체포된다. 경찰은 철거용역 깡패들이 소년을 죽였다고 발표한다. 여기까지가 눈에 ‘보이는’ 사실(fact)이다. 그런데 아버지 박재호의 의견은 다르다. 사실이 아닌 진실을 알고 있는 탓이다. 박재호는 첫 번째 접견에서 변호인 윤진원(윤계상 분)에게 “내 아들 죽인 놈들, 그 깡패 새끼가 아니라 경찰이요”라며 권력을 ‘고발’한다. 죽음이 조작되었다는 뜻이다. 이에 윤진원은 검찰의 진의를 의심하는 자신을 되려 ‘의아해하는’ 선배 변호사 장대석(유해진 분), 상식 밖으로 깨끗한 살해 현장에 의문을 품은 기자 이준형(김옥빈 분)과 함께 진실 밝히기 게임에 돌입한다. 그리고 마침내 죽은 소년의 아버지가 밝히고 싶어 하는 진실을 세상으로 끌어내기 위해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고, 배상액으로 ‘100원’을 청구한다. 국가가 잘못을 인정하라는 뜻에 다름 아니다.
영화에 나오는 변호사 윤진원의 대사―“이 재판에서 저희는 검찰이 무엇을 감추고자 하는지 그것을 밝히겠습니다”―는 1차적 기능을 상실한 국가와 그에 빌붙어 명맥을 유지하는 부패한 권력, 그리고 침묵하는 다수에게 던지는 정면 도전장이다. 작가 손아람이 『소수의견』 서두에 ‘이야기는 드레퓌스 사건의 애널로지이다’고 기록한 이유와 맥이 닿는 대목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소수의견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 사회엔 여전히 묵살되고 버려지는 ‘소수의견’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라 안팎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모종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그 ‘사건’의 이전과 이후 세상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고민하는 사람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되묻는 사람들 모두에게 『소수의견』의 일독을 권한다.

‘적법(適法)’과 ‘진실(眞實)’ 사이의 간극을 재다
주인공 ‘나’는 서른일곱의 나이에 사법연수원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진로를 정하지 못한 상태다. 법조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 채 국선변호사로 첫발을 내딛는다. 그리고 “민변을 유령처럼 떠돌았던 사건”(54쪽)을 맡게 된다. 구치소에서 박재호를 면회하고 본격적으로 변호를 준비하면서 ‘나’는 ‘언어의 미로’ 속을 방황하게 된다. 소설은 국가를 대변하는 검사 측과 박재호를 변호하는 변호팀의 논쟁이 주축을 이룬다. 부패 권력을 상징하는 검사, 조속한 해결을 종용하는 권력자들, 개발 이권에 눈이 먼 지역주민들은 진실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적법한’ 승리이다. 작가 손아람은 텍스트와 현실 사이에서 생기는 충돌 지점을 매우 지적으로, 그리고 매우 심도 있게 고찰한다. 국가인가 개인인가, 사실인가 진실인가, 법인가 정의인가, 외면인가 각성인가? 이렇게 질문을 던지면서 그는 우선 법체계 자체를 심판대에 올려놓는다. 그러나 이 질문들이 결국 독자 개개인을 향하고 있다는 데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내 변론의 요지는 간단했다. 맞다. 피고 조구환은 살인을 교사했다. 피고 조구환은 사체를 은닉했다. 1992년에. 사건 당시의 개정 이전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이 죄목의 공소시효는 15년이다. 공소시효가 만료되었으므로 이 공소는 이유 없다. 그러자 법의 규정에 따라 입증책임은 검사에게로 넘어갔다. --- p.11

매스컴을 타고 철거민 박재호의 법적 공방이 유명해지자 이를 자신의 정치적인 이력으로 이용하려는 거대 법무회사의 대표가 나타나 ‘나’의 지위를 가로챈다. ‘나’는 국선변호사로 다른 사건의 변호를 맡게 됐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은평구 뉴타운의 재개발과 관련이 있다. 기초공사 현장에서 시체가 나오자 ‘나’는 살인을 교사한 범죄조직의 두목을 ‘공소시효 만기’를 이용하여 무죄 판결을 이끌어낸다. 진실은 법정에서 한낱 말장난으로 엄폐되고 만다.

‘소수의견’이 존중받는 사회는 가능할까?
다시 맡게 된 박재호의 변호에서도 법의 허상은 여실히 드러난다. 법원에서 진실은 이미 엎질러진 사건을 얼마만큼 포장하고 말로 의미를 집어내느냐로 판명될 뿐이다. “나는 법을 가르쳤는데 학생들은 법이 쌓아놓은 성에서 물샐 틈을 찾는 법을 배우고 졸업하지”(25쪽)라는 사법연수원 교수의 자조적인 푸념은 법체계와 법조인들의 위선을 질책한다. 법정에서 벌어지는 국가와 개인의 대립 또한 예외가 아니다. 검찰 측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유리한 증거와 설정을 토대로 변호인을 압박하거나 국가의 실체를 눙치듯 흐리며 교묘한 언변으로 진실의 본질을 비껴나려고 할 뿐이다.

“국가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 있습니까? 국가의 손을 잡아본 적 있습니까? 아니면 국가의 심장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두 변호사님은 국가란 적과 싸우시나 봅니다. 하지만 그건 실체가 없는 적이요. 적의 이미지만 있고 실체는 없을 때 증오는 발산되기 마련이지. 한때 사람들은 그렇게 마녀를 잡지 않았소?” --- p.155

그러나 진실을 밝혀내고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은 법을 통한 판결밖에 없다. 권력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는 틀 속에서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같지만. 그러나 ‘나’는 역사적으로 볼 때 소수의견이 점차 상식적인 법의 판례를 이끌어왔다는 점에 희망을 걸고 법정 투쟁에 임한다. 작가는 간결하고 건조한 문체를 사용하여 인간성과 진정성이 사라진 세상과 ‘공평과 정의’라는 단어로 포장된 법체계의 허상을 고발한다. 무색무취한 법정에 달린 유리창을 통해 한 줄기 빛이 새어들듯 한 줄기 희망을 감지해내는 일,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떤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 찾기를 여전히 독자의 몫으로 남겨 놓은 채. ‘소수의견’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결국 평범하고 선한 우리의 ‘의지’이자 ‘할 일’이다.

종이책 회원 리뷰 (8건)

손아람을 각인시킨 강렬한 법정소설, 국가의 정의는 무엇인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생* | 2022.11.23

손아람 작가의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를 읽고, 어 이 작가 재밌네. 글 잘 쓰네. 글맛이 있네. 이렇게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 <소수의견>도 망설임없이 집어들었는데, 이 책은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와 결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재개발을 위한 철거민 진압 과정에서 경찰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16세 아들을 지키기 위해, 경찰을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무력한 아버지에 대한 재판 과정을 그린 소설.

국선변호사로 박재호 아버지를 만났다가 국선변호사를 포기하고, 공무집행방해치사죄가 아니라, 정당방위임을 증명하고, 국가를 상대로 100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으로 바꾸는 변호사로 등장하는 주인공.
그의 눈을 통해 법정이 열리고, 증거가 수집되고 변론이 진행된다.

거대한 권력의 국가를 상대로, 무명에 불과한 변호사 나부랭이가 과연, 이 재판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가.

나는 화장실에서도, 차량 안에서 신호를 기다리면서도, 그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 휴대폰을 들었다놨다 했다.

예스24의 북클럽 전자책으로 읽고 있어서이기 때문인데, 이 책은 그렇게 그냥 읽어내기만 하기엔 너무 무거운 책이다.

공의와 정의 그리고 진실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는 거대한 담론의 책이다.

어떻게 이런 책을 쓸 수 있을까. 작가의 그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표지를 보니 영화로도 나온 것 같은데, 한번 찾아서 봐야겠다. (유해진이 소설의 '대석' 변호사 역이라니 참신한 구성이다. 출연진이 짱짱하다.)

 

강추한다.
손아람 작가의 <소수의견>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접어보기
파워문화리뷰 현실주의 소설 『소수의견』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로얄 금* | 2018.02.26

지역에 있는 서점에 가면 꼭 책을 산다. 아이 책, 내 책, 남편이 원한다면 남편 것도. 그래야 우리 지역의 서점이 살 수 있다는 거창한 소명의식으로. 책등의 제목과 '손아람'이란 작가명을 보고 바로 골랐다. 책꽂이에서 책을 꺼내들었을 때 표지를 보고 한 2초 망설이긴 했다. 영화 포스트를 띠지로 만들어놓았는데 마케팅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기에 출판사에서 개정판 디자인으로 삼았겠지만 나는 다시 책꽂이에 집어 넣을 뻔 했다. 제목에 비해 가벼운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작품 자체를 읽고 감상하기 보다 외부에 영향을 먼저 받아버리는 느낌이 싫다고 할까. 등장인물들의 얼굴까지 내 상상이 아닌 여기에 찍힌 영화배우들을 삽입하게 되니 더 별로였다. 나 같은 독자보다 이러한 띠지의 디자인을 환호하고 즐기는 독자가 더 많겠지.

 

손아람 작가는 지난 대선 시즌때 페북에 올린 글들을 접하며 각인된 작가다. 작품을 통해 먼저 만난 것이 아니다.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자신의 생각을 명료하고 정제된 글을 통해 밝혔다. 문학 한다는 사람에게서 자주 보았던 자기애, 우울, 예민함이 덜 묻어났다. 마음에 들었다. 그의 작품을 별다른 정보없이 고른 이유다.

 

『소수의견』은 페북의 글을 통해 판단한 손아람이란 작가에 대한 느낌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주었다. 도시재개발과 무리한 공권력 투입, 이로 인해 발생하는 저항과 피해를 법정 소설로 극화했다. 앞서 말했듯이 영화 시나리오를 보는 느낌이다. 윤 변호사(화자가 '나'이다. 이름이 안나오는지, 나왔는데 그냥 지나친 건지)는 법조계의 비주류다. 한부모 가정, 어느 4년제 대학의 법대 졸업, 뒤늦은 고시 공부, 낮은 연수원 점수 등 어느 하나 내세울 것이 없다. 혈연, 지연, 학연 심지어 법조계 조직의 연도 없다. 일찌감치 국선 변호사를 선택한 이유다. 그런 그에게 안현동 뉴타운 재개발 진압 사건의 피고인 박재호의 변호를 맡아달라는 요구가 들어온다. 박재호는 이 지역의 철거민 중 한 사람이었고 망루에서 아들 박신호와 함께 있다가 시위 도중 아들을 잃고 자신은 경찰 한 사람을 죽였다. 윤 변호사는 직감한다. 이건 국가라는 권력이 개입된 사건이라는 것을. 그들은 국가를 상대로 100원짜리 배상청구를 한다. 이 소설의 시작이다.

 

  모든 밤은 구치소의 밤과 같아 차등도, 차별도 없이 세상을 덮었다. 커튼을 쳐서 밤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이불을 접어서 밤을 걷어낼 수도 없었다. 그렇게 밤을 치워낼 수 있겠는가. 시간이 밤을 지워줄까. 시간이 밤을 밀어내도 밤은 또 시간을 덮친다. 나는 세상의 말 많은 사상이 아닌 천문학을 빌려 말한다. 밤 이전이란, 밤 이후란 없다. 밤이 온 게 아니다. 밤 아래 세상이 온 것일 뿐.

  밤이 너무 깊었다. 아마도 그런 것 같다. (65쪽)

 

용산 참사 생각이 안 날 수 없을 것이다. 소송 과정이나 재판 내용은 전혀 다르다. 국민참여재판까지 끌어들였다. 교사이다보니 법 동아리나 법과 정치 수업에서 활용하면 좋을 책이란 생각을 했다. 재판 절차와 법률 용어를 이론으로만 배우면 어렵지만 이렇게 소설 또는 영화로 접한다면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작가 본인이 겪은 소송 과정에서 법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한다. 검사와 변호사의 발언과 신문, 심리, 반론이 치밀할 수 있었던 이유다.

 

재개발이 된다는 것은 누군가 그 지역의 터를 내어준다는 것이다. 단순히 주고받는 거래가 아니라 쫓겨나고 철거되는 과정에서 부당함이 존재하기 때문에 충돌이 일어난다. '불법'이라는 타이틀을 상대에게 서로 건다. 자본권력 앞에 개인의 몸부림은 부질없어 보인다. 그들은 그래도 싸운다.

굴삭기의 시퍼런 기계음들이 음표처럼 땅과 하늘 사이의 철근 위에 기록된다. 기계들이 연주하는 그 음표들의 춤이 사람의 목소리를 몰아냈다. 아니다. 목소리. 현장의 인부들은 일을 하며 서로에게 끊임없이 욕설을 내뱉는다. 파괴와 창조. 한끝 차이의 개념들. 그것이 양립불가능의 의미이다. 인부들은 하나같이 허름하게 낡았다. 그들에게도 철거가 필요했다. 그들은 철거를 담당했다. 그들의 철거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이곳이 아닐 뿐이다. 어딘가에서 그들의 터전이 철거되었을지 누가 알겠는가. (231쪽)

 

작가가 응달진 곳을 바라보았고 그것을 소설화함으로써 양달로 내놓았다. 햇볕을 받은 의제들은 대중의 손으로 들어간다. 소수의 일이 여럿의 일로 받아들여진다. 사건명만 다를 뿐이지 우리 주변에서 비슷한 레퍼토리의 사건들은 존재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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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소수의견은 소수이기에 정의롭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k****9 | 2017.06.22

뉴타운 개발되면 다 잘사는 줄 알았다. 그들의 사탕발림에 이용당한 건데, 우리도 같이 허황된 꿈을 꾸며 개발을 부추겼다. 용산의 가장 불편한 진실이기도 하다. -- 이충연 (용산참사 생존자)


사회적 약자가 선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약자이기에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들 또한 욕망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간과할 때 우리는 이상과 정의의 혼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소설에도 재개발을 지지하는 노인 투자자가 등장한다. 누구든 기회가 주어진다면 철거민에서 투기 동조자로 변신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치밀한 법정 논쟁을 그린 수작이지만 스모킹 건은 다소 김빠진 맥락으로 등장한다. 홍검사라면 그리 쉽게 양형거래를 깨뜨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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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회원 리뷰 (2건)

구매 소수의견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 t****1 | 2021.02.03

교양 과목 강의 주제로 선정되어 읽게 된 작품이었습니다. 글 구성은 나름 짜임새 있고 술술 읽힙니다. 법정물에서 보여줄 긴장감을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법관련 지식이 전혀 없었는데도 읽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던 점이 만족스러웠습니다. 다만 마무리가 다소 맥없이 풀린다고 느껴 아쉬움이 남습니다. 전자책의 편집부분에서도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재편집했으면 더 읽기 편하고 좋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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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 YES마니아 : 로얄 s*****s | 2018.01.07

2015년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손아람 작가의 <소수의견>

큰 줄거리는 강제철거현장에서 발생한 두건의 사망사건에 대해 심층적으로 접근하며 공권력의 부적절한 개입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는 내용이다. 
주로 법정에서 법적 다툼을 다루고 있기에, 등장하는 단어의 내용들이 생소할수 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을 통해 독자들이 다소 어려워 할 수 있는 법적용어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고 있으며, 이야기의 흡입력이 좋아 쉽게 읽히는 책이었다. 

지극히 개인적이던 한 변호사가 의뢰인과의 만남, 그리고 주변인들과 함께 법적한계와 서열에 저항하며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잘 묘사한 작품이다.

그런데 이 책을 전자책으로 구입하여 읽었는데, 띄어쓰기가 엉망이었다.
출판사가 교열을 다시 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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