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고 막막한 20대를 횡단하는 청춘들을 위한
우리 시대 대표적 지성 10인의 인문학 강의
20대는 더 이상 꿈과 희망의 아이콘이 아닌 지 오래다. ‘20대’ 하면 우리가 먼저 떠올리는 것은 결핍과 좌절, 불안과 우울 같은 부정적인 정조로 점철된 신조어들이다. 이를테면 ‘이태백(이십 대 태반이 백수)’, ‘청년 실신(청년 실업자+신용불량자)’, ‘삼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넘어 이제는 무려 ‘칠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집, 꿈, 희망을 포기한 세대)’에 이르기까지, 20대의 갑갑한 현실을 빗댄 암울한 신조어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차고 넘친다.
이 책은 이렇듯 불안하고 막막한 20대를 보내고 있는 청춘들에게 우리 시대 대표적 지성들이 보내는 인문학적 조언과 충고, 응원과 독려의 메시지이다. 영남대학교 기초교육대학에서 2015년 1학기에 개설된 교양 강좌 ‘스무 살의 인문학’을 통해 강신주, 고미숙, 홍세화, 안도현, 신정근 등 우리 시대 대표적 지성 10인이 펼친 릴레이식 인문학 강의를 담은 이 책은 ‘20대에는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공부는 왜 해야 하며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절망과 좌절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등등 20대 청춘들이 고민할 만한 절실한 주제들을 가지고 강연자와 학생들이 뜨겁고 치열하게 대화하고 소통한 시간들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다.
20대, 어떻게 살 것인가?
자기로의 여정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응원과 독려의 메시지
대학이 인문학을 포기하고 학생들을 스펙 쌓기라는 무한 경쟁의 정글로 내몬 이후 20대들은 더욱 불행해졌고, 강요된 길 위에서 오히려 더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대학이 아닌 기업에서 인문학을 가르치고 학교 밖에서 인문학의 열기가 더욱 거센 이 기형적인 상황에서 20대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철학자(강신주), 고전평론가(고미숙), 사회운동가(홍세화), 시인(안도현), 동양학자(신정근) 등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이 책의 지은이들은 ‘스무 살을 위한 인문학’ 혹은 ‘스무 살에 필요한 인문학’이라고도 할 수 있을 ‘스무 살의 인문학’에 자신들만의 방식대로 다채롭게 접근한다.
활발한 저술과 강연 활동으로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우리 시대의 대표 인문학자 강신주는 “타자의 욕망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에 따라 사는 주인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20대들은 “나만의 욕망”, “나만의 잠재성”을 찾기 위해서 “지금까지의 삶에서 감히 하려고도 하지 않았던 것에 기꺼이 몸을 던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고전평론가 고미숙은 20대들이 “자기 존재에서 어떻게든 결핍을 찾아내서 ‘나는 너무 비참한 존재야’라고 생각하는 호모 미세라빌리스”가 되었다고 개탄하며, 20대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많은 것들, 즉 터질 듯한 젊음과 스승과 친구가 있는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나만이 연출할 수 있는 특이성”인 나의 몸을 긍정하며 스펙이 아닌 지성과 지혜로 자신을 무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언론인이자 사회운동가인 홍세화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암기 교육을 통해 주입받은 생각을 막무가내로 고집하는 경향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며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나?”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스스로 사유하는 힘을 기를 것을 당부한다.
평단과 대중에게 두루 사랑받는 시인 안도현은 학생들과 함께 여러 편의 시를 읽으며 “남들하고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말하고, 다르게 표현”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동양철학자 신정근은 ‘공부’, ‘배운다는 것’의 의미를 되짚어 보며 공부라는 것은 “문제 풀이의 고통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는 비장의 무기”이며 “사람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동력”임을 이야기하고, 공부를 통해 일상의 세계와는 다른 또 하나의 세계를 얻게 된다면 “삶에 지치고 힘들더라도 이 세계를 살아갈 수 있는 무한한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강의의 기획자이자 동양철학자인 최재목은 “청춘이란 무엇인가”를 물으며,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인 김병일은 “선비에게 배우는 멋지게 사는 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교육학자인 박철홍은 “인간답게 잘 살기 위한 안목 높이기로서의 공부”에 대해서 말한다. 또한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인문학자인 박홍규는 반 고흐의 삶과 그림을 통해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힘과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종교문명학자인 이용주는 “인문학도가 과학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를 역설한다.
인문학, 주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한 첫걸음
이처럼 서로 다른 목소리로 서로 다른 주제를 이야기한 10명의 지성들이 고뇌하고 번민하는 20대를 향해서 전하고자 한 공통된 메시지가 있다면 그것은 ‘네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주인으로서 당당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 자신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알려줄 수 없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스스로 성찰하고, 고민하고, 경험하고, 탐구하는 수밖에 없다. 이 책을 통해 20대 청춘들이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물어보는 시간을 마음껏 누리기를, 그리하여 이 책이 청춘들이 스스로의 길을 찾아 나설 용기를 내는 데 작은 보탬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