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공부, 이렇게 하자!
▶▶ 새로운 경제교과서, 올바른 경제 교육을 위한 대안적 경제 공부법
2013년부터 순차적으로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시행된다. 2014년 고교 교과과정 개편에 맞춰 교과부와 재정부가 ‘경제교육 활성화 추진단(TF)’을 구성하고, 상경계열 입학사정관 전형 등을 고려한 ‘통합사회’와 ‘실용경제’ 과목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현행 교육과정의 경제 교육과 관련해서는 2007년 교육부와 전경련이 공동 발간한 ‘차세대 고등학교 경제교과서 모형’을 둘러싼 학계와 언론의 찬반 논란이 유명하다. ‘시장 경제’와 ‘기업’에 대한 교과서의 편향적 서술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비판하며 새로운 경제교과서의 모형을 제시하자, 이른바 진보성향의 경제학자들이 다시 한 번 역비판을 가한 것이다.
독일의 사회과 교육에 있어서는 ‘학문과 정치에서 논쟁적인 것은 학교 수업에서도 역시 논쟁적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원칙이 교육자들 사이에서 합의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 경제교과서를 둘러싸고 이러한 논쟁이 벌어진다는 사실에서 드러나듯, ‘경제학’에는 수학, 물리학과 같은 자연과학과는 달리 이념적인 요소가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다.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 어느 한쪽의 이념적인 요소를 강변하거나, 그러한 요소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어려운 경제 이론을 맹목적으로 외우도록 강요하는 것은 올바른 경제 교육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 그런 점에서 『거짓말로 배우는 10대들의 경제학』은 논쟁과 토론을 통한 경제 공부를 제안한다.
▶▶ 강의와 그에 대한 반론을 정리한 노트 형식, 친구들과의 토론 노트까지
이 책의 주인공은 경제 영재 학교인 K중학교 3학년인 근진이, 근진이의 친구인 주환이, 은지, 수정이다. 네 아이는 저마다의 개성 넘치는 성격으로 한경제 교수의 강의에 적극 참여한다. 한경제 교수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경제 특강을 여는 유명 교수로, K중학교에서 『맨큐의 경제학』 서론에 나오는 ‘경제학의 10대 기본 원리’로 한 학기 동안 강의를 한다. 그런데 근진이의 삼촌이자 역시 경제학 교수인 마경제가 근진이를 통해 접한 강의 내용에 반론을 제기한다. 그러면서 두 교수 사이에 당사자들은 모르는 논쟁이 벌어진다. 아이들은 두 교수의 설명을 번갈아 들으며, 서로 다른 의견들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비교하고, 친구들과의 토론을 통해 자기가 이해한 바를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개진시킨다.
내 생각에는 경제 시간에 배웠던 건 시장의 원리를 말하는 것 같아. 실제 시장의 모습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어쨌든 시장이 그렇게 완벽하진 않지만, 누가 간섭하거나 감시하지 않는데도 아주 터무니없이 돌아가지는 않잖아? 무작정 바가지 씌우거나 그러는 일도 의외로 별로 없고, 음식점들도 가보면 약속이라도 한 듯이 밥값도 서로 비슷하지 않아? 그런 걸 말하는 것 같은데. -은지-
그런데 삼촌은 그 자유 시장이라는 발상 자체가 허구적인 것이라잖아. 솔직히 교수님 말을 완전히 비웃어 버린 거 아니야? 역사상 그런 시장은 있어 본 적이 없고, 있을 수도 없다니. 그래 놓고 이상한 메시지까지 날리더라? 경제학자들은 종종 ‘~라면’이라는 조건절을 ‘~이다’라는 단언으로, 심지어는 ‘~해야 한다’는 요청으로 오버해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나? 그건 또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어. 혹시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해 줄 사람? -근진-
20년 이상 중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사회 과목을 가르쳐 온 저자 권재원은 그간의 내공을 발휘하여 딱딱한 경제 이론을 쉽고 재미있는 예들로 풀어 설명한다. ▶‘스마트폰을 포기하고 시험공부를 선택하는 건 편익에 비해 기회비용이 너무 커서 도저히 수용할 수가 없습니다’(기회비용), ▶‘넌 남자들끼리 있을 때는 떡볶이 한 그릇도 안 사잖아? 그런데 여자애들 있을 때는 갑자기 대인배처럼 돈을 쓰더라?’(경제적 유인과 반대되는 선택), ▶‘넌 짬만 나면 슈퍼마켓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잖아. 그건 그렇다 치고, 뭘 믿고 가게 주인한테 돈을 내지?’(경제 활동을 조정하는 정부). 또한 아이패드로 카카오톡 메시지와 메일을 보내며 삼촌과 활발히 의견을 주고받는 근진이의 모습은 요즘 10대들의 생활과 감정을 잘 보여 준다.
시원하기도 하지만 혼란스럽기도 한 경제 강의가 끝나고 근진이는 삼촌에게 묻는다. 경제 시간에는 도대체 뭘 배우는 거냐고. 근진이의 질문에 대한 삼촌의 대답이 인상적이다.
(…) 나는 한 교수의 주장이 인간이 마치 빈틈없는 계산기처럼 비용 편익을 계산할 수 있다는 식으로 들리는 게 싫었을 뿐이야. 감정이나 본능에 휩쓸리지 않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가면서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훌륭한 삶의 태도지.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어쩔 수 없이 가지고 있기 마련인 감정과 본능을 부정해서는 안 돼. 우리의 합리적인 계산 능력을 과신해서도 안 되고. 이런 몇 가지를 고려한다면 인간이 주어진 조건에서 되는 대로 살기보다는 기회비용을 줄여 가면서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데 동의해. 그리고 경제학은 바로 그 방법, 즉 합리적인 선택의 방법을 찾으려는 학문이야. 작게는 개인적 차원에서, 크게는 사회 전체, 공동체 전체 차원에서 말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니?”
“솔직히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적어도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런 사람을 경제를 아는 사람, 경제 박사 따위로 부르는 게 잘못이라는 것은 알겠어요.”
“바로 그 생각으로 나와 한 교수가 뭉칠 수 있는 거야.” _ 본문 197쪽, 「시원한 방학」 중에서
경제학의 기초를 튼튼하게 다지고 싶은 학생들, 앞으로 경제생활을 하면서 자신에게 진정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당당한 10대들에게 권할 만한 경제책이다.
다른 나, 다른 지식 다른 청소년 교양
도서출판 다른에서 「다른 청소년 교양」 시리즈를 새롭게 선보입니다. 다른 나, 다른 지식을 꿈꾸는 청소년들을 위한 교양 도서 시리즈입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열린 공부’를 지향하며,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의 다양한 주제를 다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