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숙 글/장서영 그림
박현숙 글/장서영 그림
박현숙 글/장서영 그림
박현숙 글/장서영 그림
박현숙 글/장서영 그림
박현숙 글/유영주 그림
<원심북클럽>이 10월에 읽은 책은 박현숙 작가의 <수상한 아파트>입니다. 박현숙 작가의 수상한 시리즈를 정말 좋아하는 심이가 직접 골랐습니다. 수상한 도서관, 수상한 교실, 수상한 기차역 등등 수상한 시리즈는 끝도 없이 이어지는데 어른인 제가 보기에도 재미있고 흥미진진합니다. 박현숙 작가의 작품이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 작가의 인터뷰를 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가르치려고 하는 동화는 실패한 작품'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정말 박현숙 작가의 글은 가르치고 하거나 명확한 교훈을 던져 주기 보다는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여러 가지 상황을 통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 같아요.
특히 수상한 아파트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하는 이웃 간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라 더 좋았습니다. 생각을 이어가다 보면 '고독사'에 대해서도 미치게 되는데요, 아직은 고독사라는 개념이 생소한 아이와 뉴스 등 이것저것 정보를 찾아봤는데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웃에게 인사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사회에서 당연한 이야기인데 사실 쉽지는 않죠. 요즘은 어떤 이웃이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고요. 층간 소음 때문에 사이가 틀어진 경우도 많아요. 소설 속에서도 이웃에 관심을 가지는 여진이에게 어른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해요. 쓸데없는 일에 관심 갖지 마라. 계속 그러면 쫓아버린다는 협박도 하게 되죠. 결국 이웃을 이리저리 관찰하던 여진이는 도둑으로 오인을 받고 크게 혼나기도 하죠. 하지만 용기 있는 여진이는 포기하지 않아요. 오래 보이지 않던 할아버지의 집을 따서 할아버지를 살리거든요. 너무나 장한 일을 한 여진이지만 여진이에게 남은 건 칭찬이 아니에요. 사람을 살린 것보다 닫혀 있던 남의 집을 몰래 따고 들어간 것에 더 집중하는 어른들도 있어요. 속상하지만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 전개라 씁쓸했어요.
저희는 베이징이라는 낯선 도시에서 이방인으로 5년간 살았어요. 이방인의 신분이라 저희는 더 열심히 인사했어요. 인사가 주는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늘 느꼈는데 이웃들이 저희에게 불쑥 불쑥 다정한 손길을 내밀어 주기도 했거든요. 더 반갑게 인사해 주고, 먹을 것을 나눠주고, 닫힐 문을 잡아줬어요. 그뿐인가요. 공공장소에서도 아이에게 먼저 자리를 양보해 주고 헤매고 있던 우리에게 길을 먼저 알려주던 분들도 계셨죠. 때로 또렷하고, 때로 희미했던, 누군가 저희에게 베푸는 줄도 모르고 베풀어주었던 다정한 순간들이 때로 구원의 다른 이름이 되었어요. 코로나 시대, 사회가 삭막해질수록 우리를 구원하는 건 다정한 마음이라는 깨닫게 되었어요.
김영하 작가는 <여행의 이유>에서 '환대는 이렇게 순환하면서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그럴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라고 했죠. '준 만큼 받는 관계보다 누군가에게 준 것이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세상이 더 살만한 세상'이라고요. 환대에 대한 저의 생각 또한 비슷합니다. 상대방에게 바로 되돌려주는 것보다는 '곳곳에서 불쑥, 누군가에게서 나와서' 돌고 도는 환대의 순환을 꿈꿔요. 여진이가 할아버지를 포기하지 않고 행동한 것처럼, 저희 식구들도 늘 그렇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용기를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릴 때 이웃의 죽음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은 박현숙 작가도 그런 세상을 꿈꾸며 이 글을 썼습니다. 혼자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남의 일에 가끔 참견도 하고, 엘레베이터에서 밝은 인사도 종종 건네는 그런 촉촉하고 부드러운 세상을 꿈꾸면서요.
그래서 어느새 우리의 소망은 '친절한 사람'이 됐습니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대사처럼 '다정은 공짜’고 아무리 써도 줄지 않으니까요. '친절함이야말로 인류의 가장 큰 특징'이며 '당신이 친절한 사람이라면, 그걸로 됐다.'라는 로알드 달의 문장을 늘 기억하며 다정한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고 싶어요.
여러분은 고독사가 무엇인지 알고 있나요? 고독사는 혼자 집에서 고독하게 죽는것입니다. 근데 요즘 이런 상황이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수상한 아파트>에서도 어떤 할아버지가 고독사를 하실 뻔 했습니다. 그런데 호기심 많은 여진이가 열쇠를 구하여 문을 따고 들어갔는데 할아버지가 베란다에 누워있었습니다. 안전하게 구급차가 와서 병원으로 가셨습니다. 여진이 덕분에 할아버지는 고독사를 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여진이는 이웃에 관심이 있기 덕분에 생명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웃사람에게는 인사도 하고 관심을 주는 게 맞는거 같습니다. 너무 이책처럼 엘리베이터에서 벽만 보는게 마냥 좋은 것도 아니고 인사가 최고 입니다. 아마도 그게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