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맥주 한 잔 더 할까?
좋아요.
미지근한 바람이 불어와 주렴 커튼을 테이블 쪽으로 밀어붙였다.
맥주가 시원하군. 남자가 말했다.
아주 산뜻해요. 여자가 말했다.
이건 매우 간단한 수술이야, 지그. 남자가 말했다. 수술이라고도 할 수 없어.
여자는 테이블 다리 밑의 땅을 내려다보았다.
난 네가 이걸 별로 신경 쓰지 않으리라 생각해. 지그, 정말로 별거 아니야. 그냥 공기를 한 번 집어넣는 것과 비슷하다고.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와 함께 가서 끝날 때까지 내내 함께 있어줄게. 공기를 한 번 주입하면 그다음에는 모든 게 자연스러운 상태로 되돌아간다고.
그다음에 우리는 뭘 하죠?
그다음에는 문제가 없게 되는 거지. 전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무슨 근거로 그렇게 생각하죠?
그게 우리를 괴롭히는 문제라고. 그게 우리를 불행하게 마들고 있어.
그러니까 그 뒤에는 문제가 사라지고 행복하게 될 거라는 얘기군요. 68쪽
앞뒤 맥락이 없이 읽었더니
몇 가지가 연상되었습니다.
그냥 저의 상상만 가진 채로 이 한 쪽을 읽고는 덮었더니
이 책을 쭈욱 읽고 싶어집니다.
왼쪽 서가에, 정확히는 의자에 앉은 저의 눙에 들어오는 위치에
"업무 개선과 조직을 바꾸는 능력"이라는 메모가 붙어있습니다.
이런 메모가 일상이었다가 잠시 휴지기를 갖고 있으니까
소설도 눈에 들어오는 것이겠죠.
삶은 참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정말로.
*작가 헤밍웨이(1899~ 1961)의 단편 중에 희곡 형식의 아주 짧은 단편
[오늘은 금요일 Today is Friday]이란 작품이 있다, 때마침 오늘은 금요일
이라서 특별히 다시 읽기를 해보았다,
십자가 형을 받은 예수의 죽음을 바라보는 로마병사들의 심리가 그려진
이 작품은 특히 1920년대 초반 죽음의 주제에 천착한 작가 헤밍웨이의
심리가 투영되어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예수의 손에 못을 박고 십자가를 세웠던 로마병사 중
한사람인 등장인물이 예수의 옆구리를 창으로 찌른 것은 십자가 형의
고통(특히 십자가를 세울때 체중이 실리면서 못박힌 부분의 고통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더 심할 것이라면서)으로 괴로워 하는(어디까지나
로마병사의 시선에서) 그를 위해 해 줄 수 있었던 것이 그것 뿐이었다
라는 대목이 잊히지 않는다,
이 작품은 예수를 처형한 로마병사들이 일과후 주점에서 나눈 대화들로
이뤄져 있는데 짧은 분량 임에도 그 울림은 길다,
얼마전 예수의 죽음을 추적하는 로마 장교를 주인공으로 한 종교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이런저런 내용을 덧붙인다면 이 단편 역시 새로운 관점의
장편 시나리오로 재탄생 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한 것 아닐까도 싶었다,
근년 무라카미 하루키가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 제목을 패러디해 달리기에 대한 에세이를 냈던 것처럼) 제목을 차용해 영어로는 똑같은 제목의 소설집을 낸 이유로 독자에게 친숙한 제목이 된 단편집. 70편 정도의 단편을 쓴 헤밍웨이의 단편들은 출판사에서 재편집해 묶어 낸 경우가 많은데 1927년 헤밍웨이가 낸 그대로의 작품 순서대로 낸 점이 좋다. 하드보일드한 간결한 문체라 다른 언어로 번역했을 때 왜곡이 적을 수 있지만 어떤 번역어를 택하느냐에 따라 의미와 해석이 눈에 띄게 달라지는 부분도 많다. 가령 민음사 단편집에서는 단편 중 'The Undefeated'라는 제목을 패배하지 않는 사람들'로 번역했는데 여기에서는 '패배를 거부하는 남자'로 번역한 점 등.
어네스트 밀러 헤밍웨이 작가님의 [여자없는 남자들]리뷰입니다. 헤밍웨이 작가의 단편집입니다. 노인과 바다는 유명하여 읽어보았지만 단편집은 처음이라 신기했습니다. 14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고 서로 다른이야기가 아니라 연결되어 있는듯한 느낌이 들어 신선했습니다. 제목이 무슨 뜻인지는 다 읽고 나서도 이해가 안가긴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