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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이탈리아의 시인 잠바티스타 바실레가 민담을 모아 바로크 양식을 가미해 나폴리 방언으로 집필한 유럽 최초의 동화 모음집 <펜타메로네>는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라는 평가에 걸맞게 우아하면서도 음란하고 에로티시즘과 풍자, 유머 등 바로크 특유의 화려하고 불가사의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마테오 가로네 감독이 연출하고 뱅상 카셀, 셀마 헤이엑, 토비 존슨이 출연했던 영화 <테일 오브 테일즈>의 원작 소설이기도 하며, 영화에서는 여러 편의 소설 중 3편을 골라 옴니버스 형태로 제작하여 호평을 받았다.
발레 펠로사 왕국의 공주이자 웃지 않는 소녀 '초차'를 웃게 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노력했지만 실패한다. 어느날 초차는노파와 시동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난생 처음 웃음을 터트리는 데, 이를 본 노파가 무덤에 누워 잠들어 있는 왕자 타데오를 남편으로 맞이하지 않으면 평생 결혼할 수 없다는 저주를 내린다. 타데오를 깨우기 위해서는 무덤 앞에 걸려 있는 물통을 사흘 안에 눈물로 가득채워야 하는데, 초차는 이를 거의 성공시키지만 잠시 쉬는 틈을 타 노예가 눈물을 조금 흘려 물통을 가득차게 하고 잠에서 깬 타데오는 노예를 자신의 왕비로 삼는다. 이에 실망한 초차는 요정들이 선물해준 마법의 열매를 이용하여 노예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안달나도록 하고, 노예는 아이를 죽이겠다 겁박하자 타데오가 이야기 꾼 열명을 뽑아 이야기를 하도록 한다. 그리고 마지막 날 초차는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며 노예를 압박하기 시작한다.
<판타메로네>는 닷새간 열명의 이야기꾼이 한 편씩 이야기를 하고, 왕궁의 관리 두 사람이 막간극을 펼치면서 하루를 마감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당히 많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일부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을 준다.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을 떠오르게 하는 민담의 원형을 알 수 있는데, 우리가 아는 이야기보다 좀 더 자극적이고 찜찜하고 괴이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해피엔딩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진짜 해피엔딩인지는 좀 의심스러울 때도 있지만 신기한 이야기가 많다.
다만 방언으로 적혀 있어서 그런지 옛날 민담 형태를 유지한 구성이라서 그런지 가독성이 매우 좋지 않고, 더 나아가서는 당시 시대상이 많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풍자로 구성된 막간극 부분은 거의 이해하기가 어렵다. 표면적인 의미 이해는 가능하지만 굳이 그 이야기를 왜 넣었는지, 깊은 이해가 어려운 탓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출판사의 센스인지는 모르지만 이야기 시작 전에 줄거리가 적혀 있어서 민담의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좋았다. 민담 자체가 어렵다기보다는 가독성이 좋지 못해 집중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비록 "스포" 당한 느낌이 들지만 이야기에 대한 줄거리가 어느 정도 정리되어 있어서 계속해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구성이었다.
책은 추천하기 어렵고 차라리 영화를 보는 게 더 재미날 것 같다. 민담이나 동화(특히 어른을 위한 잔혹동화) 또는 기괴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시작해도 나쁘지 않지만 거듭 말해도 부족할 정도로 가독성이 좋지 못하기 때문에(책 자체가 그렇게 쓰여져 있다) 추천하지 못한다. 출판사와 번역가가 나름대로 정리한 느낌이지만 읽는 내내 문장 한 줄이 제대로 안 읽혔던 책은 처음이었다. 도대체 영화는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길래 호평을 받는 건지, 수상을 한 것인지 살펴봐야겠다.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크게 높여준 셈.
우리가 아는 모든 동화는 대부분 원작과 다르게 각색되었다고 합니다. 원작은 잔혹하고 괴기스럽고 폭력적이어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아름답고 행복한 결말로 고쳐 썼다는 얘기입니다. 어른들의 시각에서 잔혹 동화로 인해 동심이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했거나 어린이들이 잔혹성과 폭력성을 모방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짐작했지요. 아이들이 보는 동화가 얼마나 잔인하고 잔혹할까 싶어서 직접 읽고 무엇이 다른지, 왜 잔혹 동화라 불리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판타지 영화 「테일 오브 테일즈 Tale of Tales (2016)」가 개봉했을 때 원작소설 『펜타메로네(책세상)』를 알게 되었습니다. 책을 소개한 내용 중 내가 주목한 부분은 세상 모든 동화의 모티브가 된 ‘이야기 중의 이야기’라는 소개보다 어른들을 위한 잔혹 동화라는 문구였습니다. 그동안 간직해 온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겁니다.
영화에서 본 세 가지 에피소드를 먼저 찾아 읽었습니다. 왕이 자신을 문 벼룩을 붙잡아서 키우다가 덩치가 양보다 커지자 껍질을 벗겨 가죽으로 만든 뒤 가죽의 정체를 알아맞히는 사람을 공주와 결혼시키겠다고 했다가 딸을 큰 위험에 빠뜨린 이야기 「벼룩」과 늙은 여인의 목소리에 반한 왕은 그녀가 절세미인이라고 상상하며 구애하지만 여인의 실제 모습이 늙고 추한 노파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창밖으로 던져버리고, 추락하다가 무화과나무에 걸려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노파를 본 요정들은 마법으로 노파를 열다섯 소녀로 변하게 만들어 주는데 그 아름다운 모습에 반한 왕은 그녀와 결혼하고 언니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질투한 여동생 노파는 언니에게 방법을 물어보는데 계속된 질문이 귀찮았던 언니가 내뱉은 말을 믿고 진짜 살가죽을 벗기다가 죽음을 맞이한 이야기 「살가죽이 벗겨진 여자」는 책과 영화의 내용이 비슷했지만, 아이를 낳지 못한 왕비가 바다괴물의 심장을 먹으면 아들을 낳을 것이란 예언자의 말을 믿고 그대로 이행한 이야기 「마법의 암사슴」은 영화와 책의 내용이 많이 달랐습니다.
세 가지 에피소드 중 제일 충격적인 이야기는 「살가죽이 벗겨진 여자」입니다.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현대에도 계속되고 있으니 새삼스럽지 않지만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망각한 채 젊음과 아름다움을 얻기 위해 스스로 살가죽을 벗기기로 결정한 노파의 불타오르는 욕망이 무서웠습니다. 영화는 살가죽을 벗겨 얼굴부터 온 몸이 벌겋게 된 노파가 피를 흘리며 걸어오던 장면을 보여주는데요. 지금도 그 충격적인 장면을 떠올리면 눈앞에서 노파가 걸어오는 것처럼 고개를 돌리게 됩니다. 너무 끔찍해서요.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책보다 더 많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갑작스럽게 손과 얼굴에 주름이 돌아온 언니 노파가 도망치듯 궁전을 떠나는 모습은 젊음은 아름답지만 영원하지 않다는 말을 한다고 이해했습니다.
「살가죽이 벗겨진 여자」는 욕심으로 인해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극단적인 이야기이지만 잔혹 동화의 대부분 플롯은 타인을 향한 질투와 시기 그리고 욕심입니다. 남의 것을 탐했다가 결국 벌을 받거나 착한 이는 상을 받는 결론이지요. 책을 읽고 나서 보니 잔혹하고 괴기스럽고 폭력적이라기보다 확실하게 권선징악을 알려준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사람을 죽이는 장면이 많이 등장해서 폭력적이긴 합니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며 가장 불편했던 건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부분이 아니라 동화 속 주인공이 모두 잘생긴 왕자와 아름다운 공주라는 점입니다. 나 역시 어릴 적 유치원에서 공주가 등장하는 동화를 제일 많이 봤지만 세상에는 왕자와 공주보다 평범한 사람이 더 많은 걸 알려줄 필요도 있을 텐데 말이지요.
<펜타메로네>는 영화 <테일 오브 테일즈>의 원작이라고 해서 사실...무슨 영화인지도 모르는데 영화 원작이라고 하니 재밌겠지 하고 산 책이다. 이 작품은 어렸을 적 읽었던 세계명작 동화 뭐 이런 이야기들의 현실버전 같달까. 성인들의 잔혹동화 같은 느낌도 있고. 어렸을 적 하하호호 웃으며 보았던 동화들의 실체가 이런건가 싶은 그런 느낌. 책 읽기전부터 놀랬던 것은 영화의 원작이라고 해서 요즘 시대에 쓰여진 책인 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작가가 옛날 사람~ 작가 소개글을 보고 시작부터 깜짝 놀라고 말았다. 17세기 이탈리아의 시인이었던 작가가 떠도는 민담글을 모아 놓은 구성한 것이라고 한다. 쉬엄쉬엄 읽기에 좋은 책~
(생각해보니 책 표지를 참 잘 뽑은 것 같다. 엄청 재미난 책인 줄 알았다는 ㅋㅋㅋ)
영화 <테일 오브 테일즈>는 본 적 없다. 판타지 영화는 별로라서. 소설도 고3이후로 읽은 권수가 손에 꼽을 정도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하나,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라는 점이다. 그리고 놀란 건 배수비오 화산이 폭발했던 이탈리아 작가 작품이라니. 잔혹동화라는 것도 그 시절 유럽의 떠도는 민담을 재구성 해서 만든 소설인 듯 싶다. 아쉬운 점은 보통 각주는 페이지 맨 밑에 나오는데, 빨간점으로 표시하고 문단 끝나는 지점에 있어서 혼란스럽다. 흔히 동화에 등장하는 왕과 왕자, 요정과 괴물 등이 나오지만 생각보단 잔혹스럽진 않다. 동화보다는 좀더 실감하지만 잔혹 까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