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할 정도로 말로 하는 편이 좋아. 친구 사이란 어려워서 말이야. 어른이 되면 더욱 어려워지지. 일이나 인간 관계 같은 여러 굴레가 늘어나면 단지 좋아해서 같이 있을 수 있는 관계는 적어져. 그래서 솔직하게 친구라고 말하는 것 자체를 할 수 없게 돼.” (38~39쪽)
“말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아.” (157쪽)
책이 세권이면 마지막까지 다 보고 생각하는 게 좋겠어. 한권씩 읽고 나서 이런 말을 하다니. 1권과 2, 3권 이런 식으로 보면 괜찮을 것 같아. 첫번째로 끝났다고 말하기 애매해서, 이야기를 더 쓴 건 아닐까 싶어. 난 첫번째 것 뒷이야기가 더 알고 싶기도 했는데. 다음에 나쓰키와 메이코라는 이름이 나와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했어. 그렇다고 기억술사까지 다르다니. 아니 기억을 지우는 힘을 가진 사람이 한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해봤어. 3권 네번째에 나오는 <마지막 이야기 : 고백>을 보다가 어렴풋이 알았어. 확실하게 그렇다고 생각한 건 아니고, ‘혹시 그렇지 않을까’ 했어. 확실하게 그 말이 나오고 그 생각이 맞았구나 했지. 첫번째도 그렇지만 두번째와 세번째도 기억술사를 찾는 것이 중요한 건 아니야. 사람을 죽이거나 나쁜 짓을 한 사람을 찾기가 아주 중요하지 않은 것과 같아.
이노세와 나쓰키는 요리사 마리야 슈 기억이 사라졌다는 말을 들어. 마리야 슈는 우연히 리나가 말하는 ‘기억술사’ 이야기를 듣고 조금 관심을 갖게 됐어. 마리야는 어렸을 때 요리 대회에 나가고 일등을 했는데, 거기에는 도가미 세이이치가 있었어. 마리야는 도가미가 한 음식을 먹고 맛있다고 여겼어. 그런데 누군가한테 밀려서 마리야는 도가미 음식을 엎어버렸어. 마리야가 그때 미안하다 말했다면 좋았을 텐데, 열다섯해가 지나고 마리야는 어떤 파티장에서 도가미를 만나. 마리야는 거기에서 도가미한테 또 실수하는데 미안하다는 말보다 옷을 빨라면서 돈을 줘. 그냥 미안하다 말했다면 괜찮았을 텐데. 자존심 때문이었을까. 도가미가 누구한테나 붙임성있게 말했다면 달랐을지도 모르겠어. 도가미는 뭐든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고, 마리야는 이런저런 생각을 아주 많이 했어. 난 마리야만큼은 아니지만 이것저것 생각 많이 해서 마리야 마음 알 것 같기도 해.
두 사람을 보니까 무엇이든 실력이 비슷한 두 사람이 생각났어. 마리야와 도가미는 둘 다 요리하는 사람이야. 마리야는 도가미가 만든 음식을 먹어보고 싶고 도가미한테 인정받고 싶고 친구가 되고 싶었어. 마리야는 어렸을 때 자신이 도가미 음식이 수수하다고 한 말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어. 마리야가 하고 싶었던 말은 그게 맛있다는 거였는데. 나중에 만났을 때 마리야가 편하게 말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시간이 흐르고 마리야는 도가미한테 자기 마음을 말해. 마리야만 도가미한테 말하지 못한 건 아니기도 했어. 도가미는 마리야한테 옛날 일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 않고 마리야가 만든 요리 맛있다고 말해. 실력이 비슷한 사람도 서로 인정받고 싶어할까. 자신은 자신대로 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친구가 인정해주길 바라는 사람도 있겠지. 마리야가 왜 기억술사를 찾았는지 말하지 않았군. 마리야는 자기 기억이 아니고 도가미 기억을 없애고 싶다고 했어. 남의 기억을 멋대로 지우는 건 안 되지. 첫번째 책에는 그런 것도 나왔지만.
나쓰키가 기억술사를 찾는 이노세를 도운 건 친구 메이코가 기억술사가 아니다는 걸 증명하려는 거였는데, 나쓰키는 이노세를 그만 돕기로 해. 메이코가 기억술사라 해도 받아들이겠다면서. 이건 이노세한테 한 말은 아니군. 나쓰키와 친한 친구라 해도 메이코가 자주 나오지 않은 까닭을 깨달아야 했는데. 메이코가 기억술사가 아니다는 건 알았어. 나쓰키는 메이코한테 이노세하고 한 일을 말하고 메이코한테 기억술사인지 아닌지 물어봐. 그 사람 모르는 데서 알아보기보다 그 사람한테 바로 물어보면 되는데, 이렇게 말해도 그게 어렵다는 거 나도 알아. 그런 말 하면 상대가 싫어할지도 몰라 생각하고 말하지 못하는 거겠지. 마리야도 자기 멋대로 생각했어. 1권에서 기억술사였던 사람은 그 뒤로 그만뒀어. 2권에 이름이 같은 사람이 나와서 헷갈렸는데, 한자는 다를지도 모르겠어. 다른 사람 기억을 지우는 힘이 있다 해도 그 힘을 쓰지 않는 게 더 낫다고 봐.
기억을 지우고 다시 시작하는 게 좋은 걸까. 기억은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희미해지는데. 기억이 아주 조금이라도 없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해. 기억이 사라졌다는 걸 모르면 별 문제없을까. 그건 기억이 사라진 사람보다 둘레 사람이 알아채더군요. 기억이 없으면 둘레 사람이 조금 슬퍼하겠어. 2, 3권에는 그런 모습이 나오지 않지만 1권에는 그런 것도 나와. 슬프고 힘들고 부끄러운 기억도 자신이다 생각하면 괜찮겠지.
희선
☆―
“기억을 지운다는 건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되돌릴 수 없는 엄청난 일이에요. 그 기억이 당신 것이든 남의 것이든. 그 사람을 구성하는 한부분을 지움으로 그 사람은 영원히 바뀌어버릴지도 모른다고요.” (101쪽)
내 기억속에 인상깊었던 이야기로 휘감았던 책이다.
1권을 샀다가 궁금해서 2권 눈떠보니 3권까지 구매해버린 구매자다.
기억을 잃어버리고 싶은 사연의 주인공들 사이로 에피소드가 펼쳐지고 특이하게도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 하며 스토리를 전개하는 방식이 좋았다.
그러기에 더욱 인상이 깊었던 작품이었다.
사람이라면 잃어버리고 싶던 기억이 하나쯤은 있을것이다
앞으로 인생을 살며 수치스러웠던 기억들도 있을것이고 아픔을 받았던 기억도 있을것이다.
그런 기억을 소재로 통하여 만든 책 ' 기억술사 ' 는 아마 사람들의 기억이라는 단어를 통해
공감성도 느끼지 않을까 싶다.
기억술사
오리가미 교야 지음
출판사 아르테
공포 카테고리에 있는데다가 감성 넘치는 표지가 예뻐서 사봤다.
이북으로 구매했다.
카테고리는 공포, 미스터리이고 "도시괴담"인 기억술사가 주제이기는 한데, 내용 자체는 공포가 아니다.
3권짜리 소설이기는 하지만 3권이 전부 한 내용은 아니다.
1권은 1권 하나로 완성. 그 후, 기억술사라는 소재를 가지고 2권 3권이 나온 듯 하다. 2, 3권은 이어진다.
-1권 줄거리-
사람은 잊고 싶은 기억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언젠가부터 퍼지기 시작한 "기억술사" 괴담.
기억술사는 자신이 잊고 싶은 기억을 지워준다는 도시괴담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그리 유명한 괴담도 아니고, 넓은 지역에 퍼진 괴담도 아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기억술사의 존재를 믿고 기억술사를 찾아다닌다.
주인공이 기억술사를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대학교 신입생 때 알게 된 선배. 주인공은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다.
어릴 적 어둠 속에서 치한을 만났던 그녀는, 어둠을 무서워해서 늘 오후 8시가 되기 전에는 집에 들어간다.
주인공은 그녀와 가까워지고 그녀의 트라우마를 사라지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녀는 어두워지면 공포에 젖어 괴로워한다.
그러던 중, 그녀는 '기억술사'라는 괴담을 듣게 되고, 기억술사를 만나 자신이 치한을 당해 어둠을 무서워하게 된 기억을 지우고 싶어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주인공을 알아보지 못하게 되었다.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하듯 주인공을 대하는 그녀.
그녀는 더 이상 어둠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오래 전 치한을 당했던 일도 깨끗이 잊었다.
마치 그와 관련된 기억을 누군가 먹어치운 것처럼.
좋아하는 그녀에게 잊힌 주인공은, 예전에도 자신의 주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적이 있다는 걸 떠올린다.
그렇게 기억술사의 존재를 믿게 된 주인공은, 기억술사를 만나기 위해 그 도시괴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1권은 이런 내용이다.
2, 3권은 기억술사와 얽힌,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이기에 1권만 읽어도 이야기가 완성된다.
도시괴담이라는 말이 붙어서 공포인가 싶지만, 읽어보면 아주 감성이 흘러넘치는 소설이다.
기억과 마음, 기억과 애정, 그런 것들이 주된 이야기다.
잘 읽히고, 재미있었다.
2, 3권 역시 또 다른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