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세상이 참 빠르게 발전하면서 사람의 삶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법도 달라지는 것이 당연하다. 최근에는 공직자들이 부정 청탁을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김영란법이 주목받았고, 세월호 참사에 책임이 있는 유병언을 조사하면서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 유병언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특히 안타까운 것으로는 등교하던 초등학생을 성폭행하고 영구 장애를 입힌 조두순이 떠오른다.
그런 충격적인 일들 외에는 법과 친하게 지내지 않아서 법이 어떻게 달라지고 어떤 과정을 통해 제정되는지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요즘 대통령 탄핵 문제가 불거지면서 법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드는 것이 바로 '법은 얼마나 정의로운가'였다. 정의의 여신은 눈을 가리고 천칭과 칼을 든 형태로 묘사되는데, 정말 정의로우려면 눈을 가리지 말고 크게 떠야 한다는 말도 있다. 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정과 정상을 파악해야 한다는 말이다.
<법은 얼마나 정의로운가>(2017, 폴커 키츠 지음, 한스미디어 펴냄)는 이런 시기에 내게 딱 맞는 책이었다. 법이 현실 위에서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반영하고 수용하는 모습이 흥미로운 상황과 함께 설명되기 때문이다. 저자인 폴커 키츠는 심리학과 법학을 전공했고 저널리스트, 변호사,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법은 얼마나 정의로운가>는 법을 다루는 책인데도 드라마처럼 흥미롭게 읽힌다.
이 책은 크게 정의, 존재, 자유, 가족, 벌, 죽음이라는 여섯 파트에서 법을 이야기한다. 그중에서 성전환, 잊힐 권리, 안락사 같은 항목은 최근의 현실을 담았기 때문에 생생하고, 고문과 종신형, 종교와 양심의 자유는 인간의 근본적인 면을 담고 있어서 의미 있다. 저자는 실제로 일어났던 갈등 상황을 드라마틱하게 소개한 다음, 이 문제를 법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논의하는지 보여준다.
예를 들어보자. 요즘 매주 토요일에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우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시민의 항명'을 다룬 2장을 보았다. 1983년, 핵탄두를 실은 트럭이 저장고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도로 위에 앉아서 비폭력 시위를 하는 장면을 담았다. 익숙한 장면이다. 이 1983년의 노상 시위에 앞서 1966년 클라우스 래플레의 시위가 있었다. 대학생 월정액권 가격 인상에 반대해서 수천 명이 선로에 앉는 시위를 조직한 것. 이 장에서 저자는 '폭력'의 다양한 정의를 설명한다. 과학처럼 명확한 답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세심하게 하나하나 확인해야 한다. 저자가 서문에서 이야기하듯 법에는 열린 결말이 없어야 하지만 법도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법의 결말은 시간과 상황에 따라 계속 달라질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 그렇게 법이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세상이 조금 더 정의로워지는 것이다.
도로뿐 아니라 건물 안까지 꽉 채운 CCTV, 자동차마다 달려 있는 블랙박스가 세상의 눈으로 시민의 안전을 책임진다고 하지만, 사생활 침해라는 부작용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상황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배웠고, 법의 고민도 잘 느꼈다. 법이 현실 속으로 성큼 들어왔다.
평소에 법에 대하여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다.그냥 법을 잘지키며 살아야 한다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나 할까.법을 잘지키는 것이 민주시민의 의무라고 막연히 생각하니 말이다. 법을 잘지킴으로써 나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라고도 생각하는데 언제 나의
권리를 주장해 본 적이 있었나 싶다.사실 지금까지 나는 법에 대해 무심하게 살아왔다.
그런 나를 반성하는 의미로 이 책을 읽기로 생각하고 너무 딱딱하진 않겠지 하고 지레
짐작을 해보기도 했다. <법>이란 단어는 웬지 어렵고 딱딱하단 느낌을 준다. 그래서 나는
법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는 독일인으로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다양한 서적을 25권이상 집필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3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세계최고의 자연과학
연구소 연구원을 거쳤단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가지 유감스러웠던 것은 아주
재미있어서,지루할새 없이 읽힌 이 책의 내용이 독일 헌법에 기초했다는 것이다.
저자가 독일사람이니 당연한 일일수도 있다. 한편으로는우리나라 저자들은 왜 이런
책을 집필하지 않는 것일까? 하고 내심 속상하기도 했다.
맨 앞에서 마약에 대한 얘기로 시작한 저자는 우리의 일상에서 <자유>란 어떤 의미인지,
헌법에서 보호한다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은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하여 알기쉽게 설
명하였다. 마약, 동성애, 개인정보 보호, 가족, 성교육,고문, 종신형,안락사등 비교적
현시대가 안고있는 문제들에 촛점을 맞추면서 그 문제들에 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설명하였다. 여러 권의 책을 집필한 저자답게 책의 내용이 흥미롭고 술술 읽혔다.
<양심의 자유>라는 소제목의 글에서 직장생활에서 벌어진 예를 들었다.책에서 소개한
예들은 대개 선진국에서 일어날 법한 현대사회의 문제들 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과연 독일은 문제가 되는 것들도 우리보다 선진국이라는 느낌이 여러번
들었다. 책을 읽는내내 최대 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는 독일의 진보된
체재가 부러웠다. 국민 서로의 행복과 권리를 위하여 최대한 공정하게 처리하는 느낌을
받았다. 저자는 이부분을 이렇게 표현했다. 삶은 달걀 두개를 유리컵에 넣을 때,두개가
약간씩 짓눌리면서 두개가 같이 유리컵에 담기는 것으로 비유를 했다. 그렇게 서로 생각과
손익의 차이가 다른, 양쪽이 서로 나름의 양보를 해야 한다고 여러번 강조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법외엔 관심없이 살아온 나다. 이 책에서 만난 독일법은 공정한 사회를
구현하고, 최대한 많은 자유와 행복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주기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법은 원래 구속하는, 강제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나는 이런 느낌을 받은게 신기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