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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의 문장2

자유롭고 행복한 글쓰기란 무엇일까

고종석 | 알마 | 2014년 9월 29일 한줄평 총점 8.6 (44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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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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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더 잘 쓰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기획 의도

완간, 한국어 글쓰기의 정본!
《고종석의 문장》(이하 《문장》)이 전 2권으로 완결되었다. 이로써 한국 사회는 새로운 세기에 걸맞은 한국어 글쓰기의 정본을 얻게 되었다. 이태준의 《문장 강화》가 20세기의 글쓰기 교육을 감당했다면, 이 책 《문장》은 21세기의 그것을 감당해내길 기대한다. 《문장》은 작가 고종석의 글쓰기 강의를 녹취 정리한 것으로, 강연은 2013년 9월부터 12월까지 석 달 동안 모두 열두 차례에 걸쳐 숭실대학교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둘째 권은 후반부 여섯 강을 정리한 것이며, 전반부 여섯 강을 묶은 첫째 권은 2014년 상반기에 출간된 바 있다.
그런데 왜 새삼 ‘글쓰기’일까? 흔히 SNS가 보편화하면서 글쓰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이야기한다. 고종석도 이런 인식을 공유한다. 이른바 “글쓰기의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모든 사람들이 저자가 되는 세상이 열렸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고종석은 ‘글쓰기 교육’의 필요성을 발견한다.

사실 글로 얽힌 논쟁의 많은 부분이 글을 잘 못썼다거나 오독을 해서 벌어지거든요. 만약 글쓰기나 읽기 훈련이 안 되어 있다면 불필요하고 소모적이고 때로는 파괴적일 수 있는 입씨름들이 인터넷 시대엔 더 많아질 거예요. 대중적 글쓰기는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_456쪽

그는 논객으로 활발히 활동하던 시절, 오독으로 빚어진 소모적인 말싸움을 숱하게 경험했다. 그리고 절필한 이후에도 트위터의 타임라인에서 가장 보통의 사람들과 설왕설래하길 마다하지 않았다. 이 같은 경험은 그에게 말이 곧 글이 되고, 모두가 필자인 시대에 글쓰기 교육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했을 것이다.
이 책은 SNS시대의 글쓰기 민주화 현상을 긍정하면서도, 그것이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정의에 기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방향의 글쓰기 교육’을 제안한다. 숱한 글쓰기 책들처럼 테크닉에 함몰된 교육은 되레 파괴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글로 다른 사람을 상처 주”거나 “글을 사람 잡는 흉기로 쓰”는 사람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고종석이 《문장》 1권의 기조를 2권에서도 이어, 글쓰기 테크닉의 비중만큼이나 인문 교양 강의에 무게를 두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저명한 비평가의 글을 한줄 한줄 강독하며 세밀한 읽기의 모범을 보여주는가 하면(1강), 언어에 나타나는 구별짓기의 여러 양상을 관찰하며 글의 이면에 있는 인간의 욕망에 주목한다(2강). 또 정치와 광고 분야의 전략적 언술에 분석적으로 접근해, 비판적 읽기와 효과적 글쓰기를 동시에 도모한다(3강). 이러한 교양 강의는 근현대 역사와 정치․시사 상식, 언어학적 교양을 활달하게 넘나들며 이루어진다. 글쓰기 교육과 인문 교양 강의의 이 절묘한 만남은 “글 쓰는 삶이란 곧 생각하는 삶이다”라는 잊기 쉬운 기본 명제를 가만히 상기시킨다.

도약을 머뭇거리는 이들을 위한 글쓰기 직설
2권에는 글을 쓰는 데 직접적인 도움이 될 만한 조언들이 풍성하게 담겨 있다. 특히 6강 ‘글쓰기를 묻다’와 특별 부록 ‘글쓰기 직문직답直問直答’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문답들이 특기할 만하다. 첫 문장을 쓰는 방법부터, 글의 주제를 잡는 법, 구성과 전개 방법, 독창적 발상법, 그리고 메시지를 극대화하는 방법까지 친절하고 상세하게 알려준다. 수강생 혹은 청중들과 직접 소통하며 강의한 것이라, 피부에 와닿는 실전 밀착형 조언이 두드러진다. 6강에서 글쓰기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문답이 오간다면, ‘글쓰기 직문직답’에서는 글쓰기를 할 때의 보다 구체적인 어려움에 대한 문답이 이루어진다. 자신의 일생을 글쓰기로 건축한 이 문장가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모두 아울러, 현실적이고 공감을 자아내는 어드바이스를 제공한다.

메모는 기록 이상이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 길바닥에 떨어진 비둘기 깃털, 아니면 생쥐의 시체…. 세상 도처에 있는 것이 글감이다. 그게 곧 글의 주제가 된다. 그런데 대부분은 그걸 다 스쳐 보내고 곧 잊어버린다. 무슨 생각이 떠오르면 그걸 메모해놓아야 한다. 메모는 구성을 하는 데에도 아주 중요하다.

표현 ‘훔치기’ ‘이건 굉장히 중요한 정보다’라는 것에만 줄을 치는 게 아니라, ‘이런 내용을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구나’ 하고 표현이 새롭게 느껴질 때에도 밑줄을 치고 메모도 하라. 말하자면 표현을 ‘훔쳐’ 오라. 그렇게 몇 번을 훔치다보면 또 그 훔쳐온 것들끼리 화학반응을 일으켜서 자기만의 새로운 표현이 생긴다.

창의성의 샘, 의심 남들이 하는 말을 똑같이 한다면 그건 답습이지 창의성이 아니다. 항상 의심하고, 의심하고, 의심하라. 회의주의자가 되라. 의심하는 것, 회의하는 것이 곧 독창성과 창의성을 연습하는 것이다. ‘이건 혹시 틀린 말 아닐까? 틀린 생각 아닐까?’ 이렇게 되물으며 생각을 가다듬다보면 ‘새로움’이 생긴다.


쓰면, 된다 글을 쓸 때에는 이론에 따라서 쓰는 게 아니다. 글의 밑그림이나 시놉시스조차 안 그려질 때, 몇 개의 단어라도 나열해보라. 그러고 말이 되든 안 되든 하여간 써라. 쓰다보면 한 단어가 또다른 단어를 불러내 문장을 만들어내고, 그 문장이 다음 문장을 다시 자연스럽게 불러낸다. 그렇게 해서 얼개가 짜인다.


한국어에 대한 치밀한 이해
고종석은 한국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문장가로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왔다. 저서 《국어의 풍경들》《말들의 풍경》은 물론이고, 《감염된 언어》와 《자유의 무늬》의 몇몇 글들 역시 언어, 그리고 한국어에 대한 교양과 통찰의 일대 장관을 보여준다(알마 출판사는 이들 글을 묶어 2014년 말에 ‘고종석 선집: 언어 편’을 발간할 예정이다). 《문장 2》에서는 크게 4강 ‘로마자표기법과 외래어표기법’과 5강 ‘은유와 환유’에서 그 면모가 화려하게 드러난다. 가령 그는 한글을 로마문자로 표기하는 것을 주제로 하여 매큔-라이샤워식과 문화부식과 예일식 등의 세 가지 방법을 설명하면서, 음성-음소-형태음소와 관련한 이론 지식의 자세한 풍경을 펼쳐 보인다. 또 엔도님과 엑소님이라는 다소 생경한 개념을 강의의 한복판으로 끌고 와서는, 인명․지명 등 고유명사와 관련한 이론적 정리를 시도한다. 사실 이들 강의의 내용은 어떤 독자들에게는 일견 글쓰기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미루어 생각해보면 그가 한 단어 한 단어 써내려갈 때마다 얼마나 많은 것들을 고려했는지 알 수 있고, 이는 다시 우리에게 좋은 글쓰기의 조건, 좋은 글쟁이의 자세에 대해 성찰해볼 여지를 행간에 자욱하게 남겨놓는다.

목차

차례
1강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
2강 구별짓기와 차이 지우기
3강 전략적 글쓰기
4강 로마자표기법과 외래어표기법
5강 은유와 환유
6강 글쓰기를 묻다

저자 소개 (1명)

저 : 고종석 (Koh, Johng-Seok,高宗錫)
작가 한마디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고, 다가오는 세기에 완성해야 할 혁명은 개인주의 혁명이다. 간결하면서도 냉철한 글로 유명한 고종석은 이 시대 유명한 저널리스트이다.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과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언어학 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학교 교육을 통해서 법학과 언어학을 공부했지만 문학이나 저널리즘에 관심을 가진 그는 24세에 한 영어 일간지의 기자가 된 이 후 지금까지 직업적 저널리스트 생활을 해 왔다. 좋아하는 작가는 애거서 크리스티, 에릭 시걸, 존 그리셤 같은 영어권의 대중 소설가이고, 저널리즘에 대한 취향이 까다로운 그가 선택한 신문은 르몽드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정도이다. ... 간결하면서도 냉철한 글로 유명한 고종석은 이 시대 유명한 저널리스트이다.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과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언어학 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학교 교육을 통해서 법학과 언어학을 공부했지만 문학이나 저널리즘에 관심을 가진 그는 24세에 한 영어 일간지의 기자가 된 이 후 지금까지 직업적 저널리스트 생활을 해 왔다. 좋아하는 작가는 애거서 크리스티, 에릭 시걸, 존 그리셤 같은 영어권의 대중 소설가이고, 저널리즘에 대한 취향이 까다로운 그가 선택한 신문은 르몽드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정도이다.

그를 정서적으로 압도한 최초의 책은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눈물을 훔쳐내며 읽은 심훈의 『상록수』이며, 그를 지적으로 압도한 최초의 책은 고등학교에서 내쳐져 자유롭던 열 일곱 살 때 골방에서 담배 피우기를 익히며 읽은 노먼 루이스의 『워드 파워 메이드 이지』다. 그는 자신의 문체에서 에릭 시걸과 김현과 복거일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자신의 생각에서 칼 포퍼와 김우창과 강준만을 느낀다.

[코리아타임스], [한겨레신문], [시사저널] 등지에서 스물 두 해 동안 기자 노릇을 한 그는 2005년 봄 [한국일보] 논설위원직을 끝으로 '출근하는 직장인'의 멍에와 명예에서 벗어났다. 현재 도서출판 개마고원 기획위원으로 있다. 나이에 걸맞은 가장 노릇을 못하며 살아온 터라, 그는 더러 자신이 객원남편, 객원아비, 객원자식이 아닌가 생각한다. 문득 자신을 객원한국인이나 객원인류로 여길 때도 있다. '객원'의 비정규성과 느슨함이 베푸는 자유의 감촉을 그는 무책임하게도 흐뭇해하는 편이다. 언젠가 페르시아어로 '루바이어야트'를 읽어보는게 꿈이다. 특별히 집착하는 기호품은 디스 플러스 담배와 붉은 포도주와 아스피린이다.

지은 책으로는 사회비평집 『서얼단상』, 『바리에떼』, 『자유의 무늬』, 『신성동맹과 함께 살기』, 『경계 긋기의 어려움』, 문화비평집 『감염된 언어』, 『코드 훔치기』, 『말들의 풍경』, 한국어 크로키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어루만지다』, 『언문세설』, 『국어의 풍경들』, 역사인물 크로키 『여자들』, 『히스토리아』, 『발자국』, 영어 크로키 『고종석의 영어 이야기』, 시 평론집 『모국어의 속살』, 장편소설 『기자들』, 『독고준』, 『해피 패밀리』, 소설집 『제망매』, 『엘리아의 제야』, 여행기 『도시의 기억』, 서간집 『고종석의 유럽통신』, 독서일기 『책 읽기, 책 일기』, 에세이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등이 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이게 다예요(C'est tout)』, 『어린 왕자』를 우리 말로 옮겼다. 주저主著 『감염된 언어』는 영어와 태국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출판사 리뷰

종이책 회원 리뷰 (40건)

구매 고종석의 문장 - 한국어 글쓰기 강좌 2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배*훈 | 2018.11.02

 

고종석의 문장 2’1의 논의가 이어지며 좀 더 파고들고 심화시키고 있다. 1에서 글을 왜 쓰는가? 라는 질문에 이어 2에서는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으로 시작하고 저자는 되도록 명쾌하고 이해하기 쉽게 대답을 해주고 있다.

 

김현

 

저자는 불문학자이면서 문학 비평가였던 김현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면서 이런 저런 얘깃거리들을 꺼낸 다음 평론가 김현이 발표한 말들의 풍경서문을 문장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

 

철저한 분석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세심하게 따져보면서 단순히 문장만을 살펴보는 것이 아닌 평론가 김현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알려주려고 한다. 아울러 서문을 읽으며 떠올려지는 생각을 꺼내보기도 하는 등 하나의 글을 통해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평론가 김현의 글을 함께 읽으며 뛰어난 문장과 탁월한 비유와 표현 그리고 명료함이 얼마나 글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지 알려준 다음 저자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 문법과 글쓰기 비결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그 다음에 1과 마찬가지로 저자가 발표한 글을 다시 다듬으며 실전에서 쓸 수 있는 글쓰기 요령과 글과 관련한 이런저런 정보와 저자의 생각을 들려주고 있다.

 

자신의 글이 어떤 맥락과 이유였었는지 그리고 시간이 지난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솔직하게 알려준 후 글쓰기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아리송하게 느껴지는 구별짓기와 차이 지우기를 다루고 있다.

 

처음에는 왜 저런 걸 설명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째서 다뤘는지 알아챌 수 있도록 이후의 논의가 이어진 다음 좋은 문장가의 글(과 생각)과 나쁜 문장가의 글(과 생각)을 짧게 살펴본 후 다시금 문법에 대해서와 자신의 글을 다듬으며 여러 논의들을 이끌어간다.

 

1에 비해서는 이론에 대한 부분이 좀 더 많았고 자주 다루고 있어 설명을 잘 따라가야만 이해할 수 있어 어렵게 읽혀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책의 구성 자체는 1과 크게 다르지 않아 아주 힘들 정도는 아니었다.

 

1권과 동일하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좀 더 자세하고 복잡하게 다뤄지는 내용도 있어서 부담스럽게 읽혀질 수 있지만 그래도 되도록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글쓰기에 관한 솔직한 생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러 가지로 유용한 내용이었다.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것들을 글을 쓸 때 잘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간간히 이런 책들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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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의 문장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e******a | 2017.10.17

한국 사회는 새로운 세기에 걸맞은 한국어 글쓰기의 정본을 얻게 되었다. 이태준의 문장 강화 가 20세기의 글쓰기 교육을 감당했다면, 이 책 문장 은 21세기의 그것을 감당해내길 기대한다 문장 은 작가 고종석의 글쓰기 강의를 녹취 정리한 것으로, 강연은 2013년 9월부터 12월까지 석 달 동안 모두 열두 차례에 걸쳐 숭실대학교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둘째 권은 후반부 여섯 강을 정리한 것이며, 전반부 여섯 강을 묶은 첫째 권은 2014년 상반기에 출간된 바 있다 그런데 왜 새삼 ‘글쓰기’일까? 흔히 SNS가 보편화하면서 글쓰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이야기한다. 고종석도 이런 인식을 공유한다. 이른바 “글쓰기의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모든 사람들이 저자가 되는 세상이 열렸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고종석은 ‘글쓰기 교육’의 필요성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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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글쓰기란 생각쓰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e*a | 2015.11.05

『고종석의 문장 2』를 읽으면서 다시금 느끼게 되는 것은 글쓰기란 어찌 되었던 생각 나타내기란 점이다. 고종석이 아무리 글쓰기의 여러 테크닉을 얘기하더라도 더 눈길이 가고, 밑줄이라도 하나 더 치게 되는 부분은 다름 아닌 고종석이 띄엄띄엄 드러내는 '생각'이니 말이다. 스스로 절필했다고는 하지만, 책으로 묶여져 나오는 글의 주인이 고종석인 바에야 고종석의 글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고(굳이 굳이 ''이라고 하면야 할 말을 없다), 이 글에서 읽게 되는 것은 다름 아닌 고종석의 '생각'이다. 글쓰기에 대한 생각,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생각 등등.

 

그 생각들에 대해서 몇 가지만 추려서 다시 음미해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고종석은 몇 명의 작가에 대해 분명한 판단을 하고 있다. 전혜린, 양주동, 피천득이라는 세 작가에 대한 것인데, 그저 두루뭉술하게 써도 별 문제가 없으련만 자신의 호오(好惡)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들에 대한 고종석의 호오는 기본적으로 그들의 삶의 자세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우선 전혜린에 대해서는 '구별짓기의 나쁜 예'라고 언급하고 있다. 구별짓기란 소통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나는 당신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드러내는데, 전혜린이라는 사람은 그런 구별짓기를 통해 자기 만족을 이루려고 하였다.

양주동(이 양반의 이름 뒤에는 꼭 '박사'라는 호칭을 넣어야 할 것만 같다. 어린 시절 늘 그렇게 불리는 것을 들어왔으니)의 경우에는 '독보적 문체를 통한 구별짓기'라 제목을 짓고 있다. 극단적인 한문체 문장을 쓴 영문학자 양주동은 그것을 자신의 스타일을 세웠다. 그는 그런 스타일을 확고히 하는 방향으로 남들과 글쓰기를 구별지었다는 것이다. 고종석은 양주동에 대해서는 나쁜 평가를 하지 않는다.

마지막은 피천득이다. 익히 잘 알고 있는인연이라는 수필의 지은이. 고종석은 '글에는 스타일로도 결코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 있습니다'라고 하고 있다. 그 벽이란 바로 '마음의 천박함'이다. 완벽히 역사 의식을 결여한 글에서 마음의 무늬를 읽어내는 것은 무슨 의미냐는 것이다. 고종석은 피천득의 글에 혐오감이란 단어를 쓰고 있다.

그렇다면 글이란 스타일도 중요하고, 논리도 중요하고, 수사도 중요하고, 맞춤법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며, 생각이라는 것을 고종석은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2. 고종석은 그 생각의 일면으로 전체주의, 집단주의에 대한 혐오를 자주 드러내고 있다. 또한 순수성과 열정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이전 자신의 글(『자유의 무늬』란 책에 실린 글들)을 통해 여러 차례 이야기하고 있다. 동의할 수 있는 부분도 많지만, 선뜻 동의하기가 꺼려지는 부분도 없지는 않다. 이를테면 깨끗한 도시가 자연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혹은 지나치게 순수성을 강요하는 것이기에 싫다는 것은 일면 이해는 가지만, 꼭 그렇게만 볼 수는 없지 않을까 싶다.

- 글을 읽되, 좋은 글을 많이 읽고, 좋은 글을 읽으면서도 비판적인 거리를 둬야 한다는 고종석의 말에 따르면 나는 썩 그의 말을 잘 따르는 셈인데,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대한 생각도 나는 그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3. 대체로 고종석은 강요를 하지 않는다. 이것이 좋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 혹은 이것은 별로 좋지는 않지만, 굳이 쓰겠다면 반드시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식이다(물론 꼭 바꾸어야 하는 것은 바꾸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러니까 글이란 생각을 담는 수단이지, 그 수단에 완벽히 얽매어 재미없는 글을 쓰는 것은 반대한다는 뜻이리라. 그럼에도 좋은 글은 있다. 모든 문법적인 제약을 다 무시하면서도 좋은 글을 좋을 글로 읽힌다. 당연히 모든 사람에게 좋은 글이란 있을 수 없지만, 그래도 보편적으로 좋은 글이 있을 수 있으며, 보편적으로 좋은 글은 아니라 할지라도 내게는 좋은 글일 수도 있다. 은유와 환유니 하는 것들을 의도적으로 쓰지 않더라도, 으르렁말과 가르랑말을 의식적으로 나누어 쓰지 않더라도, 'Paris' '파리'로 쓰던, '빠리'로 쓰던 어떤 좋은 글을 그냥 좋은 글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글쓰기 강좌를 듣고, 그 강좌를 묶은 책을 읽는 이유는 무얼까? 그저 글쓰는 생각을 읽기 위해서? 다른 인문학 서적이나, 사회과학 서적, 자연과학 서적을 읽는 것이 더 풍부하고 논리적인 사고를 접할 수 있는데도? 아니면 우리는 느끼지 못하지만 글쓰기의 테크닉이란, 글쓰기의 문법적 고려란 글 속에 녹여져 글을 좋게도, 나쁘게도 만들기 때문에? 그것도 아니면 내가 쓴 글이 과연 잘 읽힐 수 있는 글인지를 스스로 판단하는 기준을 알기 위해서?

 

4. 내 글쓰기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글을 많이 쓴다. 블로그에 쓰는 글을 제외하고도, 나는 연구 계획서도, 연구 보고서도 자주 쓸 수 밖에 없고, 논문도 적지 않게 쓰게 된다. 그런데, 연구 계획서나 연구 보고서의 글은 수사라고는 들어갈 틈이 없는, 삭막하기 이를 데 없는 글이다. 게다가 개조식이라고 '~', '~'으로 끝나도록 강요받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걸 여기서 말하는 글이라 할 수 없으니, 여기의 글쓰기 강좌는 아주 제한적으로밖에 의미가 없다(맞춤법이라든가, 조사라든가, 명료함이라든가 하는 것들은 그래도 의미가 있으니). 논문은 더욱 그렇다. 고종석도 끝에 영어로 글을 쓰게 되는 상황에 대해서 잠깐 언급을 했는데, 나의 논문은 한글로 된 논문이 없다. 그러니 그 논문을 잘 쓰게 되는 것은 내 한국어 감각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영어 실력의 의한 것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앗 잠깐! 내가 간과한 것이 있다. 비록 나는 영어로 논문을 쓰지만 생각은 우리말로 한다는 사실이다. 워낙에 일천한 영어 실력이다보니 영어 자체로 영어 논문의 문장을 쓰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논리는 당연히 우리말로 되어 있다. 여기에 글쓰기의 요령이 필요하다면 이 책은 의미가 있다. 고종석도 명료함, 즉 논리가 우선이라고 하지 않는가.

블로그의 글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비록 이 짧은 글도 비문투성일 테고, 명료하지 않는 문장이 몇 되지도 않는 읽는 이로 하여금 짜증을 선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분명한 것은 단 한 가지라도 『고종석의 문장』을 통해 고쳐진 문장일 것이란 것이다. 누구도 깨닫지 못할 수도 있지만.



(201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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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회원 리뷰 (1건)

구매 고종석의 문장2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책**3 | 2019.03.22

기존 1편과 함께 2편도 구입하였다. 작가의 글쓰기 강연을 녹취한 것을 정리한 것으로 더 친근하고 이해하기 쉬웠다. 지금은 SNS가 워낙 활발한 시대이기에 글쓰기의 중요성이 더더욱 중요해졌는데, 이를 고려한 접근법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평소 생각지 못한 일상에서 도움이 될 만한 조언들이 인상 깊었는데, 내 하루에도 적용해볼 생각이다. 아름다운 문장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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