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 김현길 저
배종훈 저
카콜 저
리모 김현길 글그림
이종욱 저
김소영 선생님이 교사가 되기 전에 쓴 책 <손그림 여행 IN EUROPE>을 읽었다. 나는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부럽다. 그가 부러운 까닭은 그의 그림 그리는 재능만이 아니라 그림 한 장으로 담아 표현할 수 있는 데이터 양이 일백 마디 말보다 훨씬 더 많고 다양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유럽 여행에서 만난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그림은 미술에 관한 지식과 감상 능력이 보잘 것 없는 내가 보아도 보통 잘 그린 그림이 아니게 느껴지는 것은 물론 그림에 담겨진 여행지나 사람들이 내게 다양한 이야기를 걸어오는 것 같다. 굳이 작가가 그림의 대상이나 여행지에 대하여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독자는 그림과 대화하며 여러 가지를 상상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작가의 나레이션은 간결하다. 간결하지만 독자로 하여금 추가적으로 상상하도록 그림의 여백처럼 이끌기도 한다.
튀르키예 갈라타 다리에서 본 무뚜뚝한 낚시꾼, 사람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오는 이스탄불에서 만난 고양이, 역사의 유적지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언덕 아래서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소녀, 역사의 나라이자 축구의 나라이기도 한 이탈리아, 그것도 김민재 선수가 월드 클래스로 뛰었던 나폴리에서 아직 글을 모르는 어린 꼬마가 신문 가판대 앞에서 아빠에게 나폴리가 이겼는지 유벤투스가 이겼는지 묻는 장면, 빈콜리의 베드로 성당에서 만난 노부부, 파리 로댕 미술관으로 선생님을 따라 현장 체험학습을 나온 어린이들이 조각상 <생각하는 사람> 앞에 모여 감상하고 사진 찍는 모습, 전철역에서 버스킹 가수가 부르는 스팅의 명곡 <Englisgman in New York>을 들을 때, 가사처럼 사람들의 시선이나 선입견에 굴하지 않고 당당히 자기의 모습으로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가다듬으며 가수와 작가 자신에게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내는 장면 등 간결히 묘사하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자 작품이다.
선생님의 좋은 경험은 선생님 한 분의 체험에 그치지 않고 그 선생님에게서 배우는 학생들과 공유하여 그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질 수 있는 훌륭한 수업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선생님의 좋은 경험의 기회는 다양하게 확대될 필요가 있다. 필자는 40대 중반이 되어서야 서부 유럽과 워싱턴, 뉴욕, 볼티모어, 필라델피아를 비롯한 미국 동부 지역을 돌아보는 연수 기회를 가진 적이 있다. 그때 국내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해외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우면서 나의 인식의 지평이 확 넓어지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그런 나의 연수 경험을 수업시간을 통해 학생들과 공유할 수 있었다. 김소영 선생님의 체험과 그것을 담은 책 <손그림 여행 IN EUROPE>은 김소영 선생님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끼치게 될 것이라 여겨진다.
외국 여행을 가서 미술관이나 박물관, 공원 등의 장소에 가면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그곳엔 언제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흔하게 볼 수는 없는데 나이가 조금 든 중년의 사람들이 이젤과 스케치북, 물감 등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다른 구경거리도 많지만 이상하게 그 주변을 서서히 둘러보게 된다. 어떤 풍경이 좋아서 그림으로 남기려고 하는 것인지 화가의 시각에서 그 풍경을 보려는 것이다. 실외뿐만 아니라 박물관의 실내에서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자주 보았다. 전문적인 화가는 아니지만 자신이 필요해서,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왠지 멋져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림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분야이다. <손그림 여행 in Europe>를 읽으며 한 페이지, 한 페이지에 담긴 그림을 보고 너무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흔히 여행을 가면 손에 카메라를 들고 간다. 그렇게 카메라에 그 풍경을 담으려고 하는데 그림을 그리게 되면 화폭에 풍경을 담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눈에 풍경을 담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림은 풍경 모두를 세밀하게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풍경과 화가가 그리고 싶어하는 풍경만을 골라 그리게 되는데 그런 풍경이 어쩌면 모든 것을 담으려고 하는 사진보다는 더욱 추억이 오래남고 오래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스탄불, 아테네, 나폴리, 로마, 시에나, 피렌체, 베네치아, 베로나, 파리까지 저자가 여행을 다니며 그 풍경을 손으로 직접 그려 보여준다. 주변의 복잡하고 잡다한 풍경은 모두 빼고 자신이 그림으로 남기고 싶어하는 모습만 그려 더욱 흥미롭기도 하다.
어디를 가나 다 똑같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의 모습이지만 그림으로 보는 사람들의 얼굴은 표정이 살아 있었다. 여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사과를 먹는 가족, 광장의 한쪽에서 사탕을 열심히 먹고 있는 아이, 전차에서 내리는 아저씨, 햇빛을 쬐고 있는 듯하게 무료하게 앉아있는 할아버지와 담배,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들, 거리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들 등은 여행에서 만나는 선물과도 멋진 풍경이다.
효형출판사 |
2015.06.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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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그림 여행 IN EUROPE 김소영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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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여 일에 가까운 75일간의 유럽여행을 다녀온 저자의 선물이다. 80여 일의 세계여행이란 책도 있듯이 그 세계도 다닐 수 있는 긴 시간을 오로지 유럽 그것도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 네 나라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조각보를 잇듯 유럽엔 많은 나라가 있는데 4군데만 소개해서 고개를 갸웃했는데 버스와 배 그리고 오로지 도보로 구석구석을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여백의 공간이 돋보이는 간결한 글과 특이한 그림
저자의 글은 백 김치처럼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맛이 느껴진다. 시처럼 간결하게 표현하여 때로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며 서양미술사를 공부한 사람답게 역사적 지식을 조금씩 풀어내지만 예술과 자연은 배경일 뿐 그녀의 관심은 방문지의 사람들의 삶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모습들을 담백하게 담아낸다.
로마를 맨발로 걷게 한 로마 토박이 마씨모 아저씨. 아저씨 직업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로마의 돌바닥을 제대로 느끼게 맨발로 권유하며 토박이만이 알 수 있는 소박한 로마식당의 전통 음식 수플리와 데친 시금 요리를 함께 즐겼다는데 무슨 맛일까? 맨발에 닿은 로마의 돌바닥은 어떤 느낌일까
이탈리아 시에나 도시 사람들의 드레스 코드는 붉은 벽돌이 가득한 도시처럼 붉은 색!
유명한 피렌체 대성당 앞에서 즐기는 젤라또! 나도 먹고 싶고 피렌체의 오래된 골목을 자전거로 달리고 싶다. 나폴리의 치르쿰베수비아나라고 불리는 사철은 우리나라 지하철 1호선쯤 될까? 아니면 비둘기 호? 산을 끼고 달리는 열차를 타보고 싶게 한다.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장황하게 수다를 떠는 여행객도 있지만 먼저 말을 걸어오거나 도움을 주는 호의적인 사람들과 유럽의 도시들을 연결해준다.
감상
흔한 유럽 여행기가 아니다. 보통 낯선 땅에 가면 그 나라 풍습과 문화, 먹거리, 명소들을 담아내느라 분주하며 그 곳에서 스치듯 만난 인연들이 조미료처럼 더해지는데 이 책은 언제나 사람이 중심에 있으며 그 사람들은 길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 도시에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 혹은 여행객처럼 여행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우리들이 별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유명한 명소들은 배경이 된다. 호기심이 많은 어린아이 같은 눈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저자의 글속에는 사람에 대한 애정들로 가득하다. 우리들은 타국의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게 되지만 문화적인 충격보다 우리와 별 다르지 않은 그들의 소소한 일상을 바라보며 적어나간 단상들은 독자들에게 잔잔한 웃음과 여운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