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어른으로 산다는 것>,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김혜남 선생님의 글을 참 좋아한다.
이사를 여러 번 하면서 가장 짐스러운 게 책이라, 아끼던 책들을 많이 줄이고 줄였지만, 그럼에도 아직 책장에 꽂혀 있는 책 중 일부가 바로 김혜남 선생님의 책이다.
언니같고 엄마같은 따뜻한 심리분석과 메시지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사랑이 힘들고, 내가 나를 사랑할 줄 몰라 우울에 빠져 지내던 힘든 순간마다 정말 큰 위로와 용기가 되었다.
이번 그림과 글 모음 <오늘을 산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책과는 다르다.
엄마같은 선생님이 나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것 같던 지난 책들과는 다르게, 그냥 편안하게 엄마가 엄마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기도 하고, 일기장 같기도 한 책이었다. 엄마가 들려주는 엄마의 이야기는 관조적이지만 딱딱하거나 장황하지 않고, 편안하고 소박하고 맑은 일상의 이야기들이었다. 삐뚤빼뚤한 그림은 아름답기도 했고 귀엽기도 했다.
김혜남 선생님이 건강하셔서 또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시면 좋겠다.
마치 또 다른 언어를 발견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림 하나를 그리는 데는 평균 5분~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물론 그림에 따라서는 1시간 이상 걸리는 것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따라 선을 그리고, 색을 입힘으로써 완성한 그림은
다시 내 생각을 자극하고 확장 시킵니다.
차츰 그림의 내용도 나에게 쓰는 편지의 형태를 띄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나에게 쓰는 편지, 이제껏 글로 정리해왔던 것을 손바닥 안에서 이미지로 담아내는 작업,
이것은 점차 작업할 수 있는 시간과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제한되어 가는 나에게는
또 다른 출구가 되었습니다.
■ 의자
삶의 여정에 길을 잃고 지친 사람들이
물 한모금 마시고 잠시 생각을 고르고
다시금 방향을 찾아 길을 떠날 수 있는,
그런 작은 의자가 되고 싶습니다.
■ 책
책은 나에게 세상을 열어주는 출구요,
나와 세상을 이어주는 다리입니다.
책을 통해 난 지구 반대편의 사람과 만날 수도 있고
시간여행을 통해 아주 오래전의 사람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만나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정말 경이로운 일입니다.
그래서 책상은 나의 놀이터요,
여행의 출발지이며,
열딘 토론이 일어나는 토론장이기도 합니다.
■ 한 발짝
때론 삶이 막막하고
앞이 안 보일 때도 있습니다.
현실이 너무 원망스럽고 고통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 수만은 없습니다.
그건 그 어둠과 고통 위에 머무는 것이니까요.
거기서 한 발짝 나아가는 것.
그것이 답입니다.
그렇게 한 발작 한 발짝 나아가다 보면
어딘가 다른 곳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 천국의 계단
"힘들고 지치면 잠시 앉아 쉬었다 가세요.
필요하면 잠시 기대어 잠도 주무세요.
누구와 경쟁하는 것도 아닌데 무리할 필요 없잖아요.
그리고 다시 일어나 걸으세요."
그렇습니다. 가다가 힘들면 쉬었다가고,
너무 힘들어 눈물이 나면
소매로 눈물 한소끔 쓱 닦고 가세요.
그렇게 가다 보면 어느 시점에선가
천국의 문 앞에 다다른 내가 있을 거예요.
■ 뿌리
뿌리가 깊은 나무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아
잎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이 뿌리는 자신에 대한 자존감,
삶에 대한 신념,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입니다.
사람이 산다는것은 그것이야 말로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누구나 같은 삶이지만 정작 까놓고 들여다 보면 어느 한 사람 나와 똑같은 삶을
사는 사람이 없기에 우리는 모두 특별한 존재이며 그러한 의미로 우리의 삶은
기적이 아닐 수 없는 기적이다.
우리의 삶은 우리에게 고통과 즐거움이라는 두가지 감정을 선사한다.
우리의 일상이 마주치는 소소한 생활에서 느끼는 소소한 감정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희노애락의 감정을 담고 있기에 우리는 삶을, 생활을 감정과 함께 하는
여정을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정은 마음을 담는다. 그런 마음을 그림언어로 표현하고 독자들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수준급의 그림편지 작가 김혜남의 "오늘을 산다는 것"의 책은 언젠가
나역시 그러한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기억을 반추하게 하는 추억록과도
같은 의미를 부여한다.
작가 역시 타인들을 향해 쏟아 내던 수 많은 글들과 그림들이 점차 자신을 향해
안으로 치닫는 경험을 하고 자기 내면 세계의 굳게 닫힌 문을 여는 기회이자
삶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 과정 과정마다의 소소함과 따듯함을 담아놓은 그림언어와 글들이 우리의
소소한 삶과 생활에서의 지침과 고통스러움을 조금은 누그러트리고 위안해 줄
수 있는 소중한 가르침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저자는 17년간 파킨슨 병을 앓아온 환자로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작품활동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한 발짝만 내 딛어 보라는 그녀의 주문처럼 사지육신이
멀쩡한 평범한 우리에게 커다란 용기를 북돋워 주는 역할을 한다. 대단하다.
그야말로 살아있고, 살아가는 것만이 기적인것 처럼 그녀의 삶에도 감정은
오늘을 살게하는 또다른 이유이자 그녀가 지속적으로 작품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주는 삶의 의미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