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 저
안데르스 한센 저/김아영 역
천선란 저
조원재 저
궤도 저
김민식 저
김상욱 교수님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이라는 책과 빅히스토리, 그리고 이 책을 거의 동시에 읽기 시작했는데 두번째로 완독(은) 했다. 생명이라는 것이 어떻게 탄생했는지에서부터 별의 탄생, 원소이야기 그리고 지구의 소싯적 이야기 등은 기억도 안나지만 어릴때 듣던 옛날옛적 이야기의 글로벌 버전이라고 해야하려나.
먼 고대의 어느 철학자가 피라미드 높이를 측정하고자 했던 이유와 지금 딛고 서있는 지구의 크기를 측정하기 위해 태양으로 인한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시간을 맞춰서 엄청나게 멀리 떨어진 두 곳에서 막대를 꼳아넣었던 이유는 우주에서 원소가 모여 은하와 행성을 만들고 생명을 탄생시킨 역사를 궁금해하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문명과 교육의 발전으로 인해 호기심히 상향평준화된 이들이 바로 이런 강의와 책을 찾아듣고 보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고.
예일대 최고의 과학강의라는 부제처럼 밀도있는 교양강의를 수강한 느낌이었다. 지구는 인간이라는 종의 명멸에 관심이 없기에 언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하여도 지구 전체 생애주기에서는 뾰루지 하나 났다가 사라진 것처럼 보일수도 있을 테지만 그럼에도 일본 핵오염수 문제로 시끄러운 이유는 지금 현재를 사는 우리 나라에, 나아가 주변 지역생태계에 예측불가능한 유전자 수준에서의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향후 수년, 수십년 후의 미래에 나타난 현상의 기원이 오늘날 일본의 반인류적인 행위가 되지 않기를.
행성 물리학, 판 구조론, 지구 내부 화산 원리 등을 연구하는 예일대학교 교수 데이비드 비코비치의 책이다. 그는 말랑말랑한 과학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책은 전체 여덟 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우주와 은하, 2장 별과 원소, 3장 태양계와 행성, 4장 지구의 대륙과 내부, 5장 바다와 대기, 6장 기후와 서식 가능성, 7장 생명, 8장 인류와 문명 등이다.
저자는 어두운 밤 하늘을 이야기하며 그것은 우주의 시작임을 언급한다. 우주의 나이가 무한대라면 즉 시작이 없다면 밤하늘은 어둡지 않을 것이다. 무한대의 나이를 가정한다면 아무리 멀어도 빛이 도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주의 나이가 유한하고 공간이 팽창한다는 것은 우주에게 생일이 있다는 의미다.
우주의 경계면 바깥에는 빛도, 물질도, 에너지도 없고 시간과 공간도 없다. 세상에 그런 공간이 어디에 있냐고 물을 필요는 없다. 세상이란 우주의 내부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경계 바깥이 어떤 곳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애써 상상할 필요는 없다. 우주에 존재하는 질량과 에너지의 70%는 암흑 에너지이고 25%는 암흑물질이다.
별과 행성, 인간 등 우리에게 친숙한 물질은 나머지 5%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들은 거의 대부분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는 은하와 같이 큰 규모의 우주에서 작용하기 때문에 인간의 한정된 감각으로는 그들의 존재를 느낄 수 없다. 최초의 기체 구름은 주성분이 수소와 헬륨이었기 때문에 이로부터 지구와 같은 행성이 탄생할 가능성은 조금도 없었다.
그렇다면 주기율표에 나와 있는 그 많은 원소들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리튬, 베릴륨, 탄소, 산소, 질소, 납, 철 등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별의 내부에서 핵융합반응을 통해 만들어졌다. 우리 태양은 핵융합 과정에서 에너지를 방출함으로써 중력에 의한 수축을 버티면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태양의 중심 온도는 1,500만도c다. 질량이 태양의 15배 이상 되는 별들은 중심 온도가 1,500만 도c에 도달해도 멈추지 않고 계속 수축하면서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온도가 1억도c에 도달하면 헬륨이 핵융합반응을 일으켜 탄소와 산소를 만들고 이보다 큰 초거성들은 핵융합을 여러 번 반복하여 철까지 만들 수 있다.
무거운 원소를 생산하는 핵융합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헬륨 원자핵인 알파입자의 융합이다. 양성자 2개와 중성자 2개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서도 세 개의 알파입자가 두 차례 반응을 거쳐 탄소로 변환하는 3중 알파입자 반응은 매우 드물게 그리고 어렵게 일어나는 사건이어서 산소보다 무거운 원소가 생성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 과정이자 반드시 넘어야 할 장벽이기도 하다.
태양계에서 수소와 헬륨 다음으로 흔한 물질은 알파입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은 지구와 생명체를 구성하는 탄소, 산소, 실리콘, 마그네슘, 칼슘, 철 등의 핵심 성분이다. 지구의 생명체들이 탄소에 기반을 두게 된 원인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탄소는 알파입자 연쇄 반응에서 제일 먼저 생성되는 원소이기 때문에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으며 결합 능력이 뛰어나서 다양한 화합물을 만들 수 있다.
특히 생명의 기본단위인 유기분자는 주로 탄소와 수소의 화합물이다. 만일 원시지구에 각기 다른 원소를 생명의 기반으로 하는 생명체들이 무더기로 등장했다면 탄소에 기반을 둔 생명체가 압도적으로 유리했을 것이다. 생명 활동에 필수적인 질소와 인도 탄소에서 시작된 연쇄 핵융합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당신의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원자들은 과거 어느 날 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단 물에 포함되어 있는 수소는 빅뱅 직후 만들어졌다. 별의 후손이라고 하면 무슨 외계인이나 신성한 존재를 떠올리지만 사실 우리가 별의 직계후손인 셈이다. 인간은 육지에 기반을 둔 생명체이고 최초의 생명체는 바다에서 태어났으므로 진화의 한 단계에서 우리의 먼 선조들에게는 물 밖에서 생명활동을 이어갈 만한 육지가 필요했을 것이다.
대륙은 지구에만 존재하는 특이한 환경이다. 그러나 대륙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이해하려면 지구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지구의 내부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려면 깊이 6,400km에 달하는 금속과 바위층을 직간접으로 들여다보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구의 내부는 멀리 떨어진 은하보다 훨씬 관측하기 어렵다.
첨단 망원경을 이용하면 50 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은하까지 촬영할 수 있지만 6,400km에 불과한 지구의 내부는 아직도 태반이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지구의 내부에 관한 지식은 대부분은 지구를 관통하는 탄성파를 분석하여 알아낸 것이다. 이 분야를 지진학이라 한다. 지구의 평균 밀도는 5.5g/세제곱 cm다. 물의 밀도는 1g/ 세제곱 cm다. 돌의 밀도는 3g/세제곱 cm다.
대부분의 금속은 10g/ 세제곱 cm다. 그러므로 지구의 밀도는 바위와 금속의 중간쯤 되며 내부 깊은 것은 압력이 매우 높다. 지구 내부는 크게 세 개의 층으로 이루어졌다. 바깥은 가벼운 바위로 이루어진 얇은 지각이고 그 밑으로 지구 반지름의 절반에 해당하는 무거운 바위로 이루어진 맨틀로 되었으며 가장 깊은 중심부 맨틀보다 무거운 철 코어가 자리잡고 있다.
맨틀과 핵의 두께는 거의 같지만 맨틀이 핵을 에워싸고 있기 때문에 부피는 맨틀이 압도적으로 크다. 실제로 지구 전체에서 맨틀이 차지하는 비율은 80%가 넘는다. 밀도가 다르다는 것은 온도가 다르다는 뜻이다. 핵을 둘러싸고 있는 맨틀은 마그네슘, 철, 실리콘(규소), 산소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은 큰 별의 내부에서 핵융합을 거쳐 생성된 원소들이다.
지구의 표면을 덮고 있는 지각은 실리콘과 산소를 비롯하여 칼슘, 포타슘, 알루미늄, 나트륨 등 다양한 광물질이 섞여 있다. 처음 이 다양한 원소들은 골고루 섞여 있었으나 융해 과정을 거쳐 분리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의 맨틀은 매우 거대하고 느리게 움직이기 때문에 냉각 과정뿐 아니라 지질학적 변화 흔적까지 곳곳에 남아 있다.
시생대의 맨틀은 여전히 뜨거웠으나 몇 군데 중요한 지점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굳은 상태였다. 한편 우라늄, 토륨 등 불안정한 방사성 원소와 칼륨의 불안정한 동위원소가 붕괴하면서 발생한 에너지는 맨틀에 열에너지를 공급하고 있었다. 뜨거운 것은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것은 아래로 내려가는 현상을 열대류 또는 자유대류라 한다.
맨틀은 물론이고 바다와 대기, 행성과 별, 그리고 당신의 책상 위에 놓인 커피 잔에서도 항상 일어나는 현상이다. 지구 대류는 태풍과 뇌우를 일으키고 태양 대류는 흑점을 만든다. 단 대류가 일어나려면 물질의 유동성이 높아야 한다. 그래야 뜨겁고 가벼운 물질과 차갑고 무거운 물체가 쉽게 자리를 바꿀 수 있다. 맨틀은 고체 상태였지만 긴 시간 규모에서 볼 때 유체처럼 행동한다.
빙하가 높거나 흔들리지 않고 갈라지지도 않으면서 이동하는 것과 비슷하다. 대류는 유체가 열을 식히는 방법 중 하나다. 지표면 근처의 차가운 물질이 대류를 타고 가라앉아서 내부의 뜨거운 물질과 섞이면 전체 온도는 내려간다. 중심부의 뜨거운 물질이 대류를 타고 위로 올라가 표면의 차가운 물질과 섞일 때도 빠른 속도로 열이 손실된다. 그러므로 지구는 자신과 같은 크기의 거대한 돌덩어리보다 식는 속도가 빠르다.
그래도 맨틀 대류 자체는 워낙 느리게 진행되기에 인간적 관점에서 보면 거의 정체 상태나 다름없다. 외핵은 액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쉽게 흐를 수 있고 주성분이 전기적 도체인 철이기 때문에 전류를 실어나를 수 있다. 외핵에서 일어나는 유체운동은 주로 대류와 지구 자전에 의해 발생하며 여기에 걸려 있는 외부 자기장에 의해 전류가 발생한다. 이 과정은 발전기의 작동 원리와 비슷하다.
지질학자들은 판구조론 혁명을 불러일으킨 1등공신으로 해저확장의 발견을 꼽는다. 지구의 표면이 움직이고 있다는 아이디어가 처음으로 대두된 것은 1930년대였는데 당시 유행했던 대륙이동설은 판구조론과 사뭇 다른 이론이었다. 독일의 기상학자 베게너가 처음 제안했던 대륙이동설은 대륙이 대양 지각을 밀어내면서 마치 빙하처럼 표류 한다는 이론(후일 이런 식의 이동은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되었다)인 판구조론은 지표면 전체가 몇 개의 조각으로 나뉜 채 각자 상대적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개개의 조각 위에 놓인 대륙들은 판이 이동할 때마다 무임승차한 승객처럼 따라서 움직인다는 이론이다.
지각판이 갈라진 이유는 미스테리다. 우리가 아는 한 다른 행성 표면은 여러 조각으로 갈라져 있지 않다. 해저 확장이 일어나는 곳에서는 지각판들이 서로 멀어지는데 한 지역에서 멀어지면 다른 지역에서는 가까워져야 한다. 하나의 판이 이웃한 판으로부터 멀어지면 반대편의 또 다른 판 아래로 파고 들어가는데 섭입대는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지질구조판이 처음 생성된 뜨거운 지역에서 멀어지면 차갑고 무거워지면서 서서히 흐르는 맨틀 쪽으로 가라앉기 때문이다. 해양에서 분출한 용암이 물과 반응하면 각섬석(角閃石; amphibole)이나 사문석(蛇紋石; serpentine) 같은 함수광물(含水鑛物)이 생성된다. 함수광물이 맨틀의 특정 깊이(약 100km)에 도달하면 온도와 압력이 너무 높아 수분을 밖으로 토해내는데 이 수분은 섭입판의 상부로 올라왔다가 근처의 맨틀바위로 유입된다.
이렇게 수화(水化)된 바위는 마른 바위보다 쉽게 녹기 때문에 수분을 머금은 맨틀에 용해된다. 실리카를 가장 많이 함유한 마그마는 화강암으로 이는 차가운 용해 과정의 전형적 산물이다. 화강암은 지각이 녹았다가 굳고 또 녹으면서 지금도 계속 생산되고 있다. 이는 가벼워서 맨틀에 가라앉지 않기 때문에 욕조 배수구 위에 떠다니는 장난감처럼 섭입대 근처에 계속 쌓인다.
그러므로 화강암은 지각 위에 점점 더 두껍게 쌓여 대륙지각의 기초가 되었을 것이다.(124, 125 페이지) 맨틀에 섞여 있던 규산염과 화강암이 융해와 분리를 반복하면서 대륙을 이룰 정도로 누적될 때까지 20억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었다. 초대륙의 이합집산 주기를 윌슨 주기라 한다.(윌슨은 캐나다의 지질학자 '투조 윌슨; Tuzo Wilson'의 이름에서 따온 말이다.)
지질구조판과 물은 오랜 세월 지구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왔다.(지질구조판, 물, 적절한 온도는 삼각대의 다리처럼 하나가 존재하기 위해 둘이 필요한 관계였다.) 두께가 100km에 달하는 판의 경계면 전체를 매끄럽게 만들 정도로 물이 많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토록 압력이 높은 곳에 다량의 물이 많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빠르게 변형된 판의 경계면에 자연스럽게 노출된 바위들은 특히 작은 광물 알갱이를 함유하고 있는데 이런 바위를 압쇄암이라 한다.
이 알갱이들이 바위를 부드럽게 만들어서 판의 경계면이 매끄러워졌고 판이 미끄러지면서 경계면 바위에 손상을 입혀 알갱이는 더욱 작아졌다. 아마도 대륙의 경계는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서서히 형성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광물 알갱이는 혼자 있을 때 서서히 커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바위는 일종의 치유과정을 거쳐 다시 견고해지고 이런 과정은 온도가 높을수록 빠르게 진행된다.
현재 바닷물의 총 무게는 맨틀 무게의 0.05%에 불과하다. 고체 맨틀의 대류는 아주 느리게 진행된다. 뜨거운 바위가 압력이 낮은 표면으로 올라오면 쉽게 녹고 녹은 바위는 대부분 대양지각이 되었다. 고체 맨틀의 일부가 녹아서 물과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후 지표면으로 배달되면 화산을 통해 분출된다. 화산은 지면에도 있고 깊은 바닷속에도 있다. 그러므로 대기와 바다가 지구 내부에 존재했다는 가설도 나름대로 타당성을 갖고 있다.
대기의 압력이 1기압일 때 물은 100도c에서 끓지만 기압이 높으면 더 높은 온도에서 끓는다. 부엌에서 쓰는 압력솥은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지구의 대기압이 60 기압이었던 시절 물은 200~ 300 도c에서도 액체상태로 존재했다. 정확한 비등점은 270 도c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물과 바위에 스며들면서 기온이 서서히 내려갔다. 온실효과가 완화되었기 때문이다.
날씨란 대기의 가장 낮은 층인 대류층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대류권의 고도는 지표면에서 약 10km까지로 이 영역에서 빠르고 변화무쌍한 열역학적 대류가 일어난다. 대류권 위의 공기층을 성층권이라 한다. 대류권과 달리 성층권에서는 위로 올라갈수록 온도가 높아진다. 성층권의 온도가 높은 이유는 오존 때문이다. 오존은 생성되거나 분해될 때 특정 파장의 자외선을 흡수한다.
오존층이 없다면 지구 생명체들은 자외선에 그대로 노출되어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이다. 동물은 식물에게 산소, 오존이라는 이중의 신세를 지는 것이다. 성층권은 고도 50km까지 계속된다. 성층권 위로 고도 100km까지를 중간권이라 한다. 중간권에서는 열복사가 훨씬 효율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성층권보다 온도가 낮다. 중간권 위로는 온도가 훨씬 높고 밀도가 희박한 열권이 있고 그 위로 1만 km까지를 외권이라 한다. 외권 밖으로 나가야 비로소 우주(행성간 공간)라 할 수 있다.
행성이 태양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물이 얼어붙고(화성), 너무 가까우면 증발해 버린다.(금성) 행성에 물이 존재하려면 골디락스 영역에 놓여 있어야 한다. 희귀 지구 가설에 의하면 지구는 은하수의 적절한 위치에 자리 잡은 덕분에 생명체 탄생의 적절한 환경을 확보할 수 있었다. 만일 우리의 태양계가 은하의 중심에 가까웠다면 초대형 블랙홀이 내뿜는 가공할 복사 에너지에 초토화 되었을 것이다.
또한 지구는 탄생 시기도 적절했고(생명이 필요한 원소들이 모두 만들어진 후에 탄생했다.) 물이 고체, 액체, 기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을 정도로 태양과의 거리도 적당했다. 천문학적 조건 외에도 지구는 지질구조판을 가지고 있어서 안정된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으며 달의 조력(潮力)에 의한 조수현상 덕분에 수상 생물이 육지생물 진화할 수 있었다.
조간대(潮間帶)에 사는 생물들은 물이 찼을 때 물속에서 살다가 물이 빠지면 육지 생활을 하면서 육상생물의 첨병 역할을 했다. 뿐만 아니라 지구는 자전축의 공전면에 대하여 적당한 각도로 기울어져 있어서 계절이 주기적으로 변했고 그 덕분에 다양한 생명체가 출현할 수 있었다. 물론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소행성이 떨어지거나 대형 화산이 폭발하여 생명체가 대량으로 멸종한 적도 있고 초대륙이 형성된 후에는 해안선이 급감하여 연안 생태계에 심각한 위기가 닥치기도 했다.
그러나 대량멸종이 일어날 때마다 지구의 생태계는 새롭게 정리되어 생물학적 다양성과 진화의 밑거름이 되었다. 저자는 생명이란 화학반응을 이용해 주변 환경으로부터 물질과 에너지를 취하여 성장하고 번식하는 생물학적 개체를 말한다고 설명한다.(209, 210 페이지) 생명체 안에서 일어나는 반응은 결과물이 반응 자체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자가촉매적이다.
무기화학반응 중 생명 활동의 특성을 그대로 빼닮은 것도 있다. 가령 불은 호기성 생물처럼 물질과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물과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낸다.(광합성과 정반대) 불은 생명과 마찬가지로 더 많은 연료(나무, 잔디 등)를 소모하기 위해 멀리 퍼져나가고 발화할 때까지 연료를 태우면서 자신의 활동을 촉진한다. 그러나 불은 물이나 이산화탄소와 같이 단순한 분자만 재생산할 수 있다.
불은 습도에 강한 것과 약한 것이 따로 있지 않아서 주변에 습기가 많으면 그냥 꺼진다. 생명체는 물 이외에 포도당, 지방산, 아미노산, 뉴클레오티드 등 네 가지 기본 요소로 이루어졌고 이들은 다섯 종류(수소, 탄소, 질소, 산소, 인)로 이루어졌다. 수소는 빅뱅 직후 만들어졌고 나머지는 별의 내부에서 핵융합을 통해 만들어졌다.
지표면에 사는 생명체는 예나 지금이나 직간접적으로 광합성에 의존해왔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볼 때 지구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사건은 생명체의 출현이고 두 번째는 광합성의 개발이다. 지구에 생물이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태양에너지와 급변한 대기, 그리고 광합성 덕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광합성을 어린 학생들도 아는 기초 지식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지금도 새로 발견되는 내용이 있을 정도로 복잡하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인간과 침팬지는 지금으로부터 700만년전에 진화나무에서 분화되어 각자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 아프리카 차드에서 발견된 초기 인류의 화석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가 이 사실을 입증한다. 인간이 침팬지와 작별을 한 결정적 계기는 직립보행이다. 대형 유인원도 두 발로 걸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다.
직립보행의 가설들 중 셋이 눈길을 끈다. 1) 음식을 손으로 운반하면 은밀한 곳에 저장해놓을 수 있어 끼니때마다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 2) 먼곳까지 볼 수 있어 포식자를 피하고 음식을 찾는 데 유리하다. 3) 두 발로 서서 양팔을 휘두르면 몸집이 실제보다 커보여 상대방을 위협하여 우위를 점하거나 더 좋은 짝을 만날 수 있다 등이다.
직립보행은 체온을 유지하는 데도 유리하다. 우리가 땀으로 체온을 조절하게 된 이유중 하나는 호모 사피엔스가 빙하기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대기가 뜨겁고 습했던 5천만년 - 3천만년전에 태어났다면 다른 방식으로 체온을 조절했을 것이다. 사람의 땀은 춥고 건조한 날씨에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저자는 지질학자로서 재러드 다이아몬드가‘총, 균, 쇠’에서 제기한 근대사에서 식민지 확장 사업이 일방적으로 진행된 의문에 대해 논한다. 다이아몬드는 그 원인을 대륙의 방향성에서 찾는다. 대륙의 방향성을 결정한 것은 판의 구조다. 거대한 대륙의 한복판에 자리한 유라시아 문명은 주로 동서 방향으로 확장했기 때문에 제국 전체에 걸쳐 기후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체적인 기후대가 수백, 수천 km에 걸쳐 비슷하더라도 도중에 사막이나 강이 있으면 수십 km 간격을 두고도 환경이 크게 달라진다. 지질구조판 중 유라시아 판은 지질학적으로 유리한 점이 많았다.
대륙의 축이 동서방향으로 뻗어 있어서 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영토확장을 할 수 있었으며 다양한 농경민들이 모여들어 다양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다른 대륙들은 대부분 남북방향으로 뻗어있기 때문에 기후가 비슷한 동서방향으로 영토를 확장하기 어려웠고 남북으로 진출하면 국물과 가축들이 서식가능 지역을 벗어나 큰 피해를 입었다.
모든 것의 기원-우주의 탄생부터 인류 문명의 탄생까지
이 책은 예일대학교 지구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데이비드 버코비치 교수가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모든 것의 기원’이란 주제로 한 학기 동안 진행하였던 세미나를 엮은 것이다. 책 표지에 예일대 최고의 과학 강의라 선전하고 있는데, 다른 강의를 들어보진 않았지만 그리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저자는 우주의 탄생에서 인류 문명의 탄생까지 우주에 존재하는 만물의 기원을 생명 탄생에 초점을 맞추어 파헤쳐 나간다. 모든 것이 원인이 되어 그 결과로 인류와 문명이 탄생했음을 보여주는데, 저자의 전공이 지구물리학이어서인지 지질구조판과 대기(기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저자는 ‘얇고 피상적이면서 영양가 있는 책’을 집필할 목적으로, 138억 우주의 역사를 초간단 약식으로 서술하였다. 따라서 전체 p281 분량으로 그리 많지 않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는 군더더기 내용이 없다. 자연 불필요한 내용이 없어 요약내용이 길어졌다. 138억 년 우주의 역사가 이보다 더 간단하면 안 될 것도 같다.
1장 우주와 은하의 기원
어두운 밤하늘은 자체로 우주의 시간과 크기에 한계가 있다는 증거다. 우주가 나이가 유한해야 멀리 있는 별에서 방출된 빛이 아직 지구에 도달하지 않아서 밤하늘이 어두울 수 있다. 또 우주가 크기가 유한해야 하늘을 바둑판처럼 작은 구획으로 나눴을 때 별이 하나도 없는 부분이 존재하여 밤하늘이 어두울 수 있다. 이것은 우주가 거대한 폭발에서 시작되었다는 빅뱅 가설의 근거가 되었다.
은하수 외의 다른 은하를 발견한 허블은 ‘적색편이red shift’라는 현상을 통하여 우주가 팽창하고 있음을 알아냈다. 허블은 모든 은하에서 방출된 빛들이 한결같이 붉은색 쪽으로 치우친다는 사실을 알아냈는데, 빛이 붉은색 쪽으로 치우친다는 것은 빛을 방출한 은하가 지구로부터 멀어진다는 뜻이다. 우주의 나이가 유한하고 공간이 팽창한다는 것은 우주에게 ‘생일’이 있다는 뜻이다.
지금으로부터 138억 년 전에 상상을 초월한 뜨거운 하나의 점, 우주 달걀이 폭발하면서 질량과 에너지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빅뱅(Big Bang)이론이다. 평균 3K(-270℃)의 온도로 우주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는 마이크로파 우주배경복사(CMB)가 빅뱅의 가장 확실한 증거다. 우주의 구조와 거기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의 특성은 빅뱅 후 1분 사이에 결정되었다.
빅뱅 후 100초가 지났을 무렵 양성자와 중성자가 결합하여 헬륨과 수소 원자핵이 되었다. 그리고 3억 년 후에 수소와 헬륨이 중력으로 뭉치면서 최초의 ‘별’이 탄생했다. 이 별들이 또 중력으로 뭉쳐 ‘은하’와 ‘은하단’, ‘초은하단’이 되었다. 빅뱅 후 최초의 은하가 형성될 때까지는 약 10억 년이 걸렸지만, 은하단과 초은하단이 형성될 때에는 10~20억 년이 더 소요되었다.
관측 자료에 의하면 별들의 질량을 모두 합해도 은하 전체의 질량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별 외에 다른 구성 요소가 또 있다는 말이다. 은하에 속한 대부분의 별들은 중심과의 거리에 관계없이 거의 똑같은 속도로 공전하고 있다. 중력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약해지기 때문에 은하 중심에서 먼 별일수록 공전 속도가 느려야 한다. 은하를 구성하는 별들의 공전 속도가 거리와 무관하게 일정하다는 것은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별일수록 궤도 안에 많은 질량이 포함되어 있어서 별을 잡아당기는 중력이 강하다는 뜻이다. 천문학자들은 “망원경으로 보이지 않는 물질이 은하 곳곳에 퍼져서 모자라는 질량을 채우고 있다”고 결론짓고, 이 미지의 물질에 ‘암흑물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눈에 보이는 별은 일부분에 불과하며, 은하의 대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중력은 무한히 먼 거리까지 작용하는 힘이므로 우주의 팽창 속도가 점점 느려져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팽창 속도가 다시 빨라지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간에 압력을 가하여 팽창을 가속시키는 ‘암흑에너지dark energy)’의 개념을 도입했다. 암흑에너지가 중력보다 강해져서 우주의 팽창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40억 년 전의 일이다. 우리의 태양계보다도 경력이 짧다. 우주에 존재하는 질량과 에너지의 70%는 암흑에너지이고, 25%는 암흑물질이 차지하고 있다. 별과 행성, 인간 등 우리에게 친숙한 물질은 나머지 5%에 불과하다.
2장 별과 원소
대부분 수소로 이루어진 기체구름이 자체 중력으로 수축하다가 온도가 약 1천만℃에 도달하면 별이 탄생한다. 이 온도에서는 이온화된 수소들이 융합 반응을 일으켜 헬륨 원자핵이 된다. 수소 원자 4개의 질량은 헬륨 원자핵의 질량보다 조금 크므로 핵융합 반응 시 질량의 일부가 에너지로 변환된다. 이 때 구름이 수축을 멈추고 약 1천만℃의 온도를 유지하게 되는데 이 상태에 도달한 구름을 ‘별’이라고 부른다.
질량이 태양의 15배 이상인 별들은 중심 온도가 1,500만℃에 도달해도 멈추지 않고 계속 수축되면서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낸다. 온도가 1억℃에 도달하면 헬륨이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탄소와 산소가 생성되고, 이보다 큰 초거성들은 핵융합을 여러 번 반복하여 철까지 만들 수 있다. 탄소는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으며, 결합 능력이 뛰어나서 다양한 화합물을 만들 수 있다. 특히 생명의 기본 단위인 유기 분자는 주로 탄소와 수소의 화합물이다. 생명 활동에 필수적인 질소N와 인P도 탄소에서 시작된 연쇄 핵융합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결국 우리의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원자들은 과거 어느 날 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제아무리 덩치가 큰 거성도 마지막 핵융합 원료까지 바닥나면 자체 중력에 의해 수축될 수밖에 없다. 거성은 수축이 매우 빠르고 격렬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바깥층이 초고밀도 코어에 되튀면서 엄청난 충격파와 함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다. 이것이 바로 초신성이다. 초신성이 일어나면 원자가 중성자를 빠르게 흡수하여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이 무더기로 생성된다. 또한 초신성은 폭발하는 순간 이 무거운 원소들을 은하 전체로 흩뿌려서 차세대 별과 행성의 밑거름이 되게 한다. 이 원소들은 성간구름에 유입되어 떠돌다가 별이 되는데, 수소와 헬륨밖에 없던 1세대 별과 달리 행성도 만들어질 수 있다.
거성이 수명을 다하여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면 대부분의 질량은 외부로 흩어지지만, 중심부는 계속 수축하여 초고밀도 상태로 남는다. 이 잔해의 질량이 태양의 2~3배 정도라면, 원자가 중성자 덩어리로 변해 ‘중성자별neurtron star’이 된다. 별이 폭발하고 남은 잔해의 질량이 태양이 3배가 넘으면 아직 발견된 사례가 없는 ‘쿼크별quark star)'이 되고, 잔해의 질량이 태양이 5배가 넘으면 강한 중력 때문에 빛조차도 탈출하지 못하는 ’블랙홀‘이 된다.
3장 태양계와 행성의 기원
현재 알려진 지구와 태양계의 나이는 약 46억 년으로, 이 값은 소행성 벨트Asteroid에서 지구로 떨어진 운석을 분석하여 알아낸 것이다. 우리의 태양계는 거대한 먼지구름이 수축되면서 탄생했다. 태양계 생성 초기 먼지구름이 바람개비처럼 회전했는데, 회전 속도가 충분히 빨라지면서 회전축과 수직한 방향으로 원심력이 작용하여 수축력을 상쇄시켰다. 그래서 이 방향으로는 더 이상 수축되지 않고, 회전축과 나란한 방향으로는 원심력이 작용하지 않아 계속 수축되어 납작한 원반 모양이 되었다.
수축과 회전을 겪으면서 원반처럼 납작해진 먼지구름은 주로 수소와 헬륨, 초신성의 잔해(다양한 먼지와 얼음)로 이루어져 있었다. 먼지구름의 대부분은 가운데로 모여들어 태양이 되었고, 이와 비슷한 시기에 테두리 구름에 섞여 있는 작은 입자들이 뭉쳐서 수성, 금성, 지구 등 지금과 같은 행성계가 만들어졌다.
화성과 목성의 중간쯤에는 휘발성 물질이 고체 상태(얼어붙은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한계선인 설선Snow Line이 존재하는데, 설선은 자신을 기준으로 안과 밖에서 움직이는 입자들을 자신에게 가까워지도록 끌어 모은다. 설선 근처에 기체와 얼음이 집중되면서 목성과 같은 거대 행성이 형성되었다. 목성의 중력은 자신보다 바깥 궤도를 도는 물체를 가속시켜서 그들의 궤도 반지름을 키워놓았다. 먼 궤도에서 나선을 그리며 다가오던 먼지와 얼음 알갱이들은 목성 때문에 밖으로 밀려가던 입자들과 만나서 또 하나의 거대 행성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토성이다. 내태양계인 바위 행성들과 외태양계인 가스 행성들의 경계선은 설선가설로 설명될 수 있다.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가장 큰 미스터리는 ’달‘이다. 달은 지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으며 지구의 자전 속도를 조금씩 늦추고 있다. 태양계의 행성들이 지금과 거의 비슷한 크기로 자랐을 무렵, 화성과 덩치가 비슷한 소행성 테이아Theia라는 행성이 원시 지구와 충돌했는데 다행히도 살짝 빗나갔다(정면충돌했을 경우 둘 다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이 충돌로 중심부(코어)만 남은 테이아는 지구의 코어로 흡수되었으며, 맨틀에서 바위 성분이 많았던 부분은 충돌의 와중에 기화되어 지구 주변을 공전하는 구름이 되었다가 중력으로 뭉쳐서 지금의 달로 진화했다. 이 ’테이아 충돌 가설‘은 가장 그럴듯한 가설로 자리 잡았지만, 달의 화학성분이 지구와 거의 비슷한 이유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테이아가 태양계의 다른 부분에서 날아왔다면 지구와 달의 화학성분은 많이 달라야하기 때문이다.
4장 지구의 대륙과 내부
지구의 내부는 크게 3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깥 표면은 가벼운 바위로 이루어진 얇은 지각(육지가 자라나면서 점차 두꺼워졌다)으로 덮여 있고, 그 밑으로 지구 반지름의 절반에 해당하는 부분은 무거운 바위로 이루어진 맨틀mantle로 채워져 있으며, 가장 깊은 중심부에는 맨틀보다 무거운 철 코어iron core(중심핵이라고 한다)가 자리 잡고 있다. 지구 전체에서 맨틀이 차지하는 비율이 80%가 넘는다.
지구 중심핵의 주성분은 철이고 이외에 소량의 니켈과 유황이 섞여 있는데, 이들은 액체 상태의 철에 잘 녹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중심부로 유입되었을 것이다. 핵을 에어싸고 있는 맨틀은 마그네슘, 철, 실리콘(규소), 산소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은 큰 별의 내부에서 핵융합을 거쳐 생성된 원소들이다. 지구의 표면을 덮고 있는 지각은 실리콘과 산소를 비롯하여 칼슘, 포타슘, 알루미늄, 나트륨 등 다양한 광물질이 섞여 있다.
지구와 테이아가 충돌했을 때 엄청난 양의 충돌 에너지가 열에너지로 전환되어 지구의 대부분은 액체 상태로 변했다. 이 마그마의 바다가 굳은 후 지구는 서서히, 그러나 꾸준히 식어 갔고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맨틀이었다. 맨틀은 고체 상태였지만 긴 시간 규모에서 볼 때 유체처럼 행동했다. 맨틀의 상부는 차갑고 무거워서 아래로 가라앉았고, 중심핵에 가까운 하부는 뜨겁게 달궈지면서 위로 떠올랐다. 고체 맨틀에서 일어나는 대류현상은 지각판을 움직이게 하고, 지진과 화산활동을 일으켜 대형 산맥을 만들기도 한다. 또한 맨틀의 대류는 지구를 서서히 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맨틀이 서서히 식었기 때문에 지구의 중심핵도 냉각이 서서히 진행되었다. 핵은 대부분이 액체이며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내핵은 고체 상태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외핵은 액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쉽게 흐를 수 있고, 주성분이 전기적 도체인 철Fe이기 때문에 전류를 실어 나를 수 있다. 외핵에서 일어나는 유체운동은 주로 대류(핵이 식으면서 나타나는 현상)와 지구의 자전에 의해 발생하며, 여기에 걸려 있는 외부 자기장(태양의 자기장에서 온 것)에 의해 전류가 발생한다. 이렇게 발생한 전류는 자신의 주변에 자기장을 만든다. 지구 자기장은 태양풍에 실려 날아온 고에너지 하전 입자로부터 대기와 생명체를 보호해 준다.
지구의 표면은 가장 큰 태평양판을 비롯하여 약 12개의 지질구조판으로 덮여 있다. 지질구조판 위에 놓인 대륙들은 판이 이동할 때 무임승차한 승객처럼 따라서 움직인다. 지질구조판은 100km 두께의 차갑고 견고한 바위층이지만 경계면은 구조가 약하여 끊임없이 미끄러지고 있다. 이 미끄러짐이 누적되면서 판의 이동이 나타난다. 하나의 판이 이웃한 판으로부터 멀어지면 반대편에 있는 또 다른 판 밑으로 파고 들어가는데, 이 과정에서 섭입대라는 지형이 만들어진다. 판의 이동은 맨틀의 대류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섭입대는 지진과 화산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이다.
20억 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맨틀에 섞여 있던 규산염과 화강암이 용해와 분리를 반복하면서 대륙이 형성되었다. 초기에는 여러 개의 대륙이 모여서 거대한 초대륙을 이루었다가 지질구조판이 주기적으로 파열되면서 지금과 비슷한 크기의 대륙으로 갈라졌고, 수억 년 후부터는 다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대륙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형성되려면 ‘지질구조판’과 ‘액체 상태의 물’, ‘선선한 기후’가 삼각대의 다리처럼 필요하다. 맨틀의 대류는 모든 행성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오직 지구만이 지질구조판을 가지고 있고, 지구는 강한 자기장을 갖고 있는 유일한 행성이다. 자기장과 지질구조판, 물의 존재는 지구로 하여금 생명체가 존재하는 유일한 행성이 되게 했다.
5장 바다와 대기의 기원
지구의 생명은 표면을 덮고 있는 얇은 대기와 물에서 탄생했다. 행성의 대기는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태양계 바깥에서 날아온 혜성이 물과 이산화탄소, 그리고 휘발성 물질을 지구로 배달해 준 덕분에 형성되었다는 ‘후기 버니어 가설’과, 대기와 물이 지구 내부에 숨어 있었다는 ‘내생기원설’이 있다. 얼어붙은 마그마의 바다에 마지막으로 남은 용해 물질은 물과 이산화탄소를 끝까지 품고 있다가 최후의 순간에 빠른 속도로 방출했다. 그 후에도 맨틀로부터 물과 기체가 꾸준히 공급되었다. 고체 맨틀의 일부가 녹아서 물과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후 지표면으로 배달하면 화산을 통해 분출된다. 화산은 지면에도 있고 깊은 바다 속에도 있다.
최초의 대기는 지금과 완전 딴판이었다. 화산을 통해 분출된 대기는 주성분이 이산화탄소와 수증기였다. 이산화탄소와 수증기는 강력한 온실가스다. 당시 지구의 표면 온도는 200~300℃였으며 대기압은 지금보다 60배쯤 높았다. 높은 대기압 덕분에 물은 200~300℃에서도 액체 상태로 존재했고(정확한 비등점은 270℃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물과 바위에 스며들면서 기온이 서서히 내려갔다. 기온이 내려가니 물의 양도 자연히 많아지고, 물이 많아지면 이산화탄소가 더 많이 녹아서 기온은 더 내려가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지각판의 운동이 활발해졌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함유량은 꾸준히 감소하여 아주 소량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바위 속으로 흡수되었다. 오늘날 지구의 대기는 처음 형성되었을 때보다 훨씬 얇아졌으며 식물들은 물과 이산화탄소로 광합성을 수행하여 포도당과 같은 영양분을 만들어내고, 그 부산물로 산소를 방출하여 대기 중 산소 농도를 높여 놓았다.
행성에 대기와 바다가 존재한다고 해서 반드시 생명체가 태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지구의 경우는 대기와 바다의 구성 성분이 적절했고 때맞춰 적절하게 이동했기 때문에 생명체가 번성할 수 있었다. ‘날씨’란 지표면에서 약 10km까지인 대류권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바로 이 영역에서 빠르고 변화무쌍한 열역학적 대류가 일어나고 있다. 대기의 대류는 열대지방의 뜨거운 공기를 극지방으로 옮겨서 차갑게 식히고, 차가워진 공기를 다시 열대지방 쪽으로 되돌려놓는다. 그러나 지구는 자전하고 있기 때문에 대류는 동일한 위치에 머물지 않고 남반구와 북반구에서 각기 다른 방향으로 순환하는 세 종류의 대류환으로 존재한다. 지면(또는 해수면) 근처에서 부는 바람은 지구의 자전 때문에 동쪽(편서풍) 또는 서쪽(무역풍)으로 편향되며(대류순환의 중간과 꼭대기에 부는 바람은 ‘제트기류’란 한다), 각 바람은 지구의 기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이 대기를 통해 지구 전역으로 이동하는 과정도 대류환에 의해 결정된다.
6장 기후와 서식가능성
기본적으로 서식이 가능한 곳이란 액체 상태의 물과 생명의 기본 단위(영양분)가 존재하고, 수백만 년에 한 번씩 생명체가 멸종되지 않을 정도로 기후가 안정된 곳을 의미한다. 지구의 기후는 ‘지면의 햇빛흡수율’과 ‘대기 중 온실가스함유량’이라는 두 가지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 자연에는 기후 변화를 촉진하거나 완화시키는 천연의 피드백 매커니즘이 존재하며, 그중 일부는 이산화탄소와 관련되어 있다. 특히 지질구조판은 날씨와 계절, 또는 기후에 상관없이 수억 년 동안 기후를 안정시키는 피드백을 일으킨다.
‘지질학적 탄소 순환’으로 불리는 지질구조판의 피드백 효과는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다. 지질구조판은 지각과 맨틀로부터 신선한 광물을 표면으로 부상시킨다. 광물질이 지표면으로 올라오면 빗물이나 강, 호수, 바다 등지에서 물과 이산화탄소와 화학반응을 일으키는데,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광물질과 결합하여 바위 속에 저장된다. 바위가 비와 눈, 강물과 빙하에 침식되면 광물질은 결국 바다로 유입된다. 그리고 침식이 일어나면 지질구조판을 타고 올라온 신선한 광물질이 노출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화학반응을 일으키고……이렇게 동일한 과정이 반복된다.
지질구조판은 신선한 광물을 지표면으로 들어올릴 뿐만 아니라, 대형 산맥과 화산을 만들고 침식에 의한 순환을 유지시키고 있다. 지질구조판이 맨틀로 되돌아가는 섭입대에서는 해저면의 탄산염이 맨틀로 빨려 들어간다. 이곳의 바위에 갇혀 있는 이산화탄소가 뜨거운 맨틀에 도달하면 밖으로 탈출하여 섭입판 위에 있는 맨틀 속으로 유입된 후 화산을 통해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이처럼 이산화탄소는 지구 내부로부터 대기로 서서히 유출되면서 지구의 온실효과를 유지시키고 있다.
광물질의 풍화와 침식은 온도의 영향을 받는다. 온도가 높으면 물의 증발량이 많아져서 비가 자주 내리고 침식이 더 빠르게 진행되며. 신선한 광물을 탄소와 결합시키는 탄화나 풍화과정도 온도가 높을수록 빠르게 진행된다. 따라서 화산이 폭발하여 여분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유입되면 숲에 대형 화재가 발생하거나 화석연료를 태우고, 온실효과로 기온이 높아져서 비가 내리면 광물의 침식과 풍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되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다시 낮아진다. 이와 반대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감하면 온실효과가 완화되고 증발과 강수, 침식, 풍화 작용이 감소하여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더 이상 흡수되지 않는다. 그 사이에 화산에서 이산화탄소가 서서히 분출되어 결국 대기는 원래의 농도로 되돌아간다. 결론적으로 지질구조판이 대기의 온도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시키고 있어, 지구는 주기적 변화를 겪으면서도 수억 년 동안 안정된 상태를 유지해왔다.(여기서 ‘안정적’이라 함은 평균 기온이 수십℃이상 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동안 지구는 빙하기와 열대기 등 다양한 기후변화를 겪었다. 지구는 약 6억 년 전 전체가 얼음으로 뒤덮인 적이 있었다.(눈덩이 사건Snowball event라 한다) 이 사건이 종료된 후, 지구에는 복잡한 생명체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는 ‘캄브리아 폭발’을 맞이하게 된다. 이와 반대로 에오세Eocene 초기인 5천만~6천만 년 전에는 지구 전체가 찜통처럼 끓어서 북극권까지 얼음이 모두 사라지고 열대기후로 변한 적도 있다. 에오세에 접어든 후 거의 5천만 년 동안 지구는 수시로 동결사건cooling event을 겪어왔다. 약 3천만 년 전에는 남극대륙의 얼음이 모두 녹았다가 1,500만 년 전에 다시 얼음으로 덮였다. 가장 최근의 빙하기는 홍적세(180만 년 전~1만 년 전)를 지배했던 빙하기로 260만 년 전부터 12,000년 전까지 계속되었으며, 그 직후에 최초의 인류 문명이 싹트기 시작했다. 인류가 출현하기 전인 700만 년쯤 전부터 지구는 빙하기와 다름없는 한랭화를 겪었으며, 혹한 속에서 등장한 최초의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추위에 적응하는 쪽으로 진화했다.
현재 진행 중인 지구온난화는 정말로 인간이 방출한 이산화탄소 때문인가? 아니면 인간의 문명과 상관없는 자연스러운 변화인가? 이 점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우리가 환경을 아무리 망쳐놓아도 지구는 적어도 앞으로 수백만 년 동안 멀쩡하게 유지될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지질구조판은 인간이 내뿜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려놓을 것이다. 지구는 인간의 생존 여부에 아무런 관심도 없다.
7장 생명의 기원
생명이란 자립적으로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일련의 화학반응을 통해 자신을 재생하는 개체이며, 이들은 결과물이 충분히 다양하기 때문에 자연선택을 통해 환경에 적응해 가는 능력을 갖고 있다. 지구 최초의 생명체는 35억 년 전에 등장한 단세포미생물(박테리아)이었다. 생명체는 물 이외에 네 가지 기본 요소로 이루어져 있으며(포도당, 지방산, 아미노산, 뉴클레오티드) 이들은 다섯 종류의 원소(수소, 탄소, 산소, 질소, 인)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중 수소는 대부분이 빅뱅 직후에 탄생했고 나머지는 별이 내부에서 핵융합을 통해 만들어졌다.
1950년대 시카고 대학교의 해럴드 유리 교수는 수소와 물, 메탄, 암모니아 등 수소화합물을 섞어서 지구의 원시 대기와 비슷한 기체를 만든 후 고온에서 전기 충격을 가하는 식의 실험을 수행했는데, 며칠 후 놀랍게도 플라스크에서 몇 가지 아미노산이 발견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페인의 호안 오로도 비슷한 환경에서 아미노산과 함께 핵염기(DNA 및 RNA 사다리의 가로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존 서덜랜드는 지구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여 생명의 기본단위인 지질과 아미노산, 뉴클레오티드를 합성하였다. 최근 들어 하버드대학교 잭 쇼스택이 이끄는 연구팀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지질은 자발적으로 지방산을 포함한 거품을 형성하여 원시세포와 비슷한 형태가 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1970년대 말에 오레곤주립대학교의 지질학자 잭 콜리스와 그의 동료들은 심해 잠수정을 이용하여 갈라파고스 중앙해령(두 개의 거대한 지질구조판이 만나는 곳)의 열수분출공에서 살아 있는 생명체를 발견했다. 이곳은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암흑세계로 온도는 비등점(100℃)보다 높고, 분출된 물에는 이산화탄소, 수소, 황화수소 같은 화산기체와 각종 광물이 섞여 있다. 이 혹독한 환경에서 박테리아와 비슷한 고세균(古細菌,archaea)이 발견된 것이다. 잭 콜리스의 발견은 최초의 생명이 지표면의 뜨거운 열과 유동성 가스를 피해 심해에서 출현했음을 보여주었다.
지표면에 사는 생명체는 예나 지금이나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광합성에 의존해왔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볼 때 지구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사건은 생명체의 출현이고, 두 번째는 광합성의 개발이다. 지표면에서 번성한 최초의 생명체는 남세균(藍細菌, cyano-bacteria)과 비슷한 광합성 세균이었다.
생명체가 처음 등장한 후 지구의 생태계는 거의 10억 년 동안 박테리아나 고세균 같은 단세포 원핵생물의 세상이었다. 복잡한 세포(동물과 식물, 그리고 균류, 아메바, 짚신벌레 같이 복잡한 단세포생물)가 등장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20억 년 전이었는데, 이것을 진핵세포eukaryote cell라 한다. 진핵세포는 원핵세포와 달리 세포골격으로 지탱되는 막안에 세포핵과 DNA가 갇혀 있고, 세포의 기능을 수행하는 다양한 세포기관을 갖고 있다.
전핵세포의 기원을 설명하는 가장 그럴듯한 이론은 ‘세포내공생설(細胞內共生說)’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2개의 원핵세포가 한 몸이 되어 진핵세포로 진화했다. 진핵생물은 다른 세포들이 효율적으로 모인 조합이기 때문에 원핵생물보다 덩치가 크다. 또 분열할 때 파트너와 DNA를 석었다가 나눠 갖는 감수분열을 개발하여, 다양한 형질의 후손을 낳을 수 있었으며 부모의 유전적 오류가 후손에게 전달될 확률을 줄였다.
다세포식물과 다세포동물은 세포집단이 형성되던 무렵에 처음으로 탄생했다. 다세포생물이 등장할 때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6억 4천만 년 전까지만 해도 지구의 생태계는 단세포 생물의 천국이었고, 6억 4천만 년~5억 4천만 년 전에(에디아카라기Ediacaran) 나뭇잎이나 튜브처럼 생긴 생명체가 등장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멸종했다. 그후 약 5,400만 년 전부터 다세포생물이 바다 밑에서 다양한 형태로 출현하기 시작했는데, 대부분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이 시기를 ‘캄브리아 폭발기’라 한다.
8장 인류와 문명의 기원
인류는 최초의 다세포생물이 탄생하고 수억 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등장했다. 사실 인류의 조상은 공룡 시대에도 살고 있었다. 조그만 설치류의 형태로 공룡이 출몰하지 않는 구석에 숨어 살고 있다가, 6,500만 년 전 공룡이 멸종하자 지구를 접수했다. 공룡과 동시대에 살았던 일부 소형 포유동물들은 열대우림의 나무 위에서 살았다. 모든 영장류의 선조는 공룡이 멸종하던 무렵에 등장한 나무두더지일 것이다. 아프리카와 동아시아, 아메리카 등지에 서식했던 꼬리 없는(또는 짧은) 원숭이는 꼬리가 긴 원숭이류(개코원숭이, 여우원숭이, 붉은털원숭이, 히말라야원숭이 등)로부터 약 3천만 년 전에 분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후 꼬리 없는 원숭이의 가계는 대략 1,800만 년 전에 대형유인원과 소형유인원으로 분리되었으며, 대형유인원은 오랑우탄, 고릴라로 분리된 후 700만 년 전에 최종적으로 침팬지와 인간으로 분리되었다.
지구는 지난 5천만 년 동안 기온이 서서히 내려갔지만 3천만 년 전부터 1,500만 년 전 사이에는 기후가 전체적으로 따뜻해지면서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열대우림이 형성되었다. 나무 타기를 좋아하는 소형 포유류에게는 최적의 서식지였다. 그러나 1,500만 년 전부터 다시 추워지기 시작하여 나무를 기반을 한 서식지는 대부분 사라졌다. 차가워진 기온과 융기된 땅은 아프리카의 열대우림을 사바나(초원)로 바꾸었고, 이런 환경에서 1,500만 년 전에 마지막 호미니드(Hominid, 대형유인원)가 분화되었다. 우리의 선조가 나무에서 땅으로 내려오게 된 것이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인간과 침팬지는 지금으로부터 약 700만 년 전에 진화나무에서 분화되어 각자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 이 침팬지와 작별을 고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직립보행이었다. 우리 선조들은 직립보행 덕분에 자유로워진 손으로 도구를 다룰 수 있게 되었고 포식자를 좀 더 쉽게 피할 수 있었으며, 음식을 얻기도 쉬워졌다.
불을 사용한 최초의 인간은 약 200만 년 전에 등장한 호모 에렉투스였다. 호모 에렉투스는 5만 년 전에 사라졌고 20만 전에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했다. 20만 전부터 5만 년 전까지는 세 종족이 함께 살았던 셈이다. 이들 중 네안데르탈인은 유럽과 서아시아로 퍼져 나가 추운 날씨를 불로 버티다가 약 3만 년 전에 멸종했다. 호모 에렉투스와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와의 경쟁에서 탈락했거나, 유전적으로 흡수되었을 수도 있다.(현대인의 유전자에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일부 남아 있다.)
지구는 지난 1,500만 년 동안 마지막 한랭기를 겪으면서 몇 차례의 짧은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쳤다. 그후 12,000년 전부터 기후가 온화해지기 시작하여 5,000년 전에 정점을 찍었고, 바로 이 무렵에 다양한 형태의 농업이 시작되었다. 농사를 시작한 후로는 여러 사람들이 집단을 이루고 살았다.
농경사회가 자리를 잡을 무렵, 사람들의 지위는 장인(匠人)에서 육체노동자에 이르는 ‘일하는 자’와 그들을 통제하는 ‘다스리는 자’로 나뉘었다. 또한 관개시설과 수원,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곡창지대를 보호하기 위해 군대와 정치체계가 확립되었으며, 타인과의 소통과 거래도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역사적 사건과 기술을 기록하는 문자가 개발된 후로는 인류는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된다. 이 모든 발전을 토대로 지금으로부터 약 7,000년 전에 메소포타미아 남부의 수메르에서 최초의 인류 문명이 탄생했다.
인간의 7,000년 역사는 140억 년에 걸친 우주 역사의 2백만 분의 1에 불과하다. 우주의 역사를 24시간으로 축약했을 때, 인간의 역사는 길게 잡아봐야 0.04초밖에 안 된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는 간빙기 시대로 잠깐 날씨가 따뜻해지지만 결국 빙하기 시대를 맞이한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지질구조판이 대기의 이산화탄소량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량이 많아져 온실효과가 나타나 기온이 올라가면, 바다에서 증발되는 수증기가 많아져 비가 자주 내리게 되고,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바위에 흡수시켜 침식시킴으로 다시 이산화탄소량이 정상으로 된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단지 간빙기의 속도를 조금 가속시킬 뿐이며, 기후변화로 인한 대재앙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지구는 스스로의 자정 능력으로 자신의 대기를 다시 정상으로 돌려놓겠지만 그 때까지 인류가 멸망하지 않아야 한다.
과학자에게 정답이란 없다. 결코 확정된 것은 없다는 뜻이다. 데이비드 버코비치 교수가 이 책에서 말하는 모든 것의 기원도 100% 확실한 정답은 아니다. 버코비치 교수는 어떤 것이 존재하게 된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해주는 가설을 세울 뿐이라 했다. 실험이나 관측을 통해 가설이 틀렸음을 반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서문에서 독자들이 이 책에 수록된 내용을 절대적 진리로 받아들이지 말고,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대충 훑어본 경치’쯤으로 생각해주기 바란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비코비치 교수의 유쾌한 해설은 138억 우주의 역사가 결코 지루하지 않게, 많은 궁금증을 단순명쾌하게 해결해준다. 저자가 비록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교양과학서’ 같은 말랑말랑한 과학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였지만, 이 책은 ‘고등학교 2학년 이상이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교양과학서’이다(물론 말랑말랑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과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필독서라 생각된다.
강의를 엮어서 책으로 내는 거 원래 굳이 읽지 않는 편인데 할인가로 대여해서 구매했어요. 서문에서부터 쓸데없는 소리를 해서 아... 싶었지만 내용은 그럭저럭 한번쯤 읽어볼만하네요. 과학 교양 도서로 적당합니다. 엄청나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유치하거나 시시하지도 않아서.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지만 결국 알아내는 것은 why가 아니라 how라는 추천평에 공감이 가네요.
저자가 예일대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했던 강연을 책으로 옮겨놓은 것인데 다른 곳에서 추천받고 보고 싶었는데 이북으로 나와서 편하게 볼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의 기원이 무슨 의미인가 했는데 우주의 기원부터 인류의 역사까지 말그대로 기원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책이었어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었어서 그런지 읽으면서 이해하기도 쉽고 얻을 수 있는 정보도 많아서 만족스러웠습니다
모든 것의 기원 리뷰
평소에 과학 교양을 쌓을 일이 거의 없어서 과학 도서를 찾아보던 중에 제목이 맘에 들어서 구입해본 책이예요. 일단 예일대 교수님이라는 점에서 뭔가 믿음이 가서 구입해봤는데, 사실 과학쪽 지식이 거의 전무해서 읽는게 쉽지는 않았어요. 우주와 별에서부터 생명과 인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의 기원이라는 제목처럼 다양한 부분에서 과학적인 시각에서 본다는게 재밌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