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 리쿠 저/김선영 역
히가시야마 아키라 저/민경욱 역
시마모토 리오 저/김난주 역
사토 쇼고의 달의 영휴를 읽고 쓰는 리뷰입니다.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을 하다가 나오키상 수상작을 골라보기로 하고 고르고 골라서 주문해보았습니다. 아마존재팬 문학 분야 베스트셀러 1위라는 광고문구도 눈에 들어와서 기대하며 읽었습니다만, 글쎄요. 저는 불편했습니다. 굳이 이런 설정을 해야만 했을까요? 로리콤을 부추기는 설정으로만가야 사랑이 설명 가능했던 것일까요?
사랑 이야기이다.
잊지 못한 사랑을 찾아 환생하는.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환생하는 스토리이지만 어쩐지 어딘지 모르게 찝찝하다.
살아가는 사람의 나이와 환생하는 여자 사이의 나이에서 오는 것 때문인지.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랑이 왜 불륜인 것인지.
내용자체를 놓고 보면 아름답긴하지만, 현실세계를 놓고 보면 불편함이 따른다.
환생을 영휴 (달이차면 다시 기우는 현상)에 비유한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겠으나, 내 개인적으로는 불편함이 따른 소설.
하지만 내용자체는 참신하다!
7세 연상의 유부녀 로리와 스무살 청년의 불륜이 세번의 환생을 거쳐 아름다운 사랑으로 포장되는 이야기.
남편의 적극적인 구애로 결혼한 로리는 임신에 번번히 실패하면서 남편과의 관계가 틀어지고 젊은 남자와 불륜을 저지른다. 로리는 남편의 멸시과 무관심, 남편 외도녀의 지속적인 전화에 지쳐 남편에게 이별을 고하고 연인에게로 가는 길에 열차 사고로 사망한다. 로리가 젊은 내연남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여기서 그 끊질긴 윤회가 시작된다.
이야기를 이끄는 주인공은 죽은 유부녀가 첫번째로 환생한 아이의 아버지. 소설은 그가 부인과 딸 모두를 사고로 잃고 그 후에 두번 더 환생한 딸 모녀와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그들의 만남으로 30년 환생 스토리가 밝혀지고 결국에는 화자가 지금 사귀고 있는 여자의 딸이 자신의 죽은 부인의 환생이었다는 것까지 밝혀진다. 환생 이야기가 도합 네건 등장. 제목을 '영휴'- 달이 차고 진다는 의미, 억지로 만든 단어같이 보이는-로 붙여서 거창하게 보이지만, 그냥 사랑의 환생 스토리.
다른 건 다 모르겠고, 환생녀의 환생 사유가 이해가 안간다. 유부녀와 연하남의 사랑이 세번을 환생할 만큼 절절했던가. 부인 사후에 죄책감으로 인생을 스스로 망쳐버린 남편은 두번의 환생 이후에도 용서될 수 없는가? 저도 바람 핀 주제에? 한이 맺혔어야 할 사람은 아이까지 두번이나 유산하고 버려진 남편의 내연녀가 아닐까?
코로나로 인한 칩거생활때문인지 독서에 도대체 집중이 안돼서 올해 들어 읽은 책이 별로 없다. 아 벌써 5월! 독서를 가볍게 시작하기에 좋을 것 같아 택했는데 소기의 목적은 달성된 셈.
한 모녀를 만나러 가는 오사나이의 모습으로 이야기는 시작돼요. 자신이 오사나이의 죽은 딸의 환생이라고 주장하는 어린 아이와의 만남은 그를 먼 과거로 이끌죠. 아내와 만나서 결혼하고 낳은 딸아이 루리. 루리가 생전에 보였던 평범치 않은 모습은 그녀가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뜨면서 수수께끼로 남았지만 루리의 환생이라 주장하는 또다른 루리의 등장으로 그 비밀이 조금씩 드러나게 돼요. 달처럼 죽고 다른 생으로 다시 태어남을 반복하는 루리와 반복된 삶에서 끊임없이 그녀가 만나고 싶어했던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요. 윤회나 환생이란 초현실적인 주제가 담담하고 유려한 문체로 있음직하게 그려져 술술 읽힙니다. 마음을 따뜻하게 울리는 작품이에요.
우선 이 책은 제목부터가 눈에 야릇하다. 영휴(盈虧)라는, 일상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한자어다. 한국어로 달의 '참과 이지러짐'이라는데, 아마 일본어 제목도 이렇게 풀어쓴 것(月の滿ち欠け) 같지만, <달의 참과 이지러짐> 이러면 느낌이 안 나서 그런지 말이 길어서 그런지 생소한 한자어를 넣어 간략하게 번안 제목을 뽑았다. 작중에 영휴의 개념 설명이 나오는데 태초에 인간에게 선택권을 준 죽음의 두 방법 중 하나이다. 자손을 남기며 죽는 방법과 환생을 하는 방법. 이 환생이 달의 영휴처럼 이승에서 현상화된다. 환생이 있다면 작품에서처럼 사람이 죽고 그렇게 빨리 다시 태어날까 싶은데, -주호민의 <신과 함께>에서도 착한 영혼은 49일만에 환생하기도 하고-이 작가의 세계관은 이러려니 하고 좀 의아해도 넘어가자.
이 작품에는 오싹할 정도로 주인공 여성의 환생이 여러번 나오고 그 전에 모두 어린 나이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이러한 반복되는 전개는 마치 소멸되지 않는 업장의 되풀이같다. 주요 모티브는 작중에서도 언급된 <안나 카레니나>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유부녀로 연하의 남성과 사랑에 빠지다 기차에 치여 파국에 치닫는. 이 작품은 안나 카레리나의 사후가 덧붙여진 환생 버전이랄까. 처음에 연하남과 사랑에 빠질 때 그렇게나 사랑했을까 갸우뚱할 정도로 당시 여자의 행동은 담담하지만, 나중에 가서 주로 서술로써 그 사랑이 목숨도 각오하고 환생도 불사할 정도로 강렬했다고 추론된다. 워낙 루리의 사랑과 집념이 크다보니 까도 까도 나오는 양파같은 환생 이야기에 빨려들게 된다.
한 가지 특이한 점으로, 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과 거듭되는 환생이 강한 에너지를 행사하면서 주변 인물들의 삶은 무력하게 가정이 파탄나거나 영락하거나 고독하게 되는데, 마지막 즈음에 가서 어쩌면 분량 면에서는 남자 주인공이라고도 할 수 있으나 별 존재감 없던 오사나이와 아내의 사랑이 갑자기 생명력을 얻게 되는 전개가 탁월하다.
오사나이의 아내 역시 오사나이가 알지 못한 예전부터 몰래 흠모해 왔었고, 역시나 그 사랑에 미련이 있어 환생을 한 것인데, 이로 보면 이 작품의 주요 여성들은 겉모습과는 달리 인류 대다수가 맞이하는 죽음의 형태를 거부하고 환생을 불사하는 강렬한 사랑의 실천자들이다.
끝으로 이 작품을 영화화하기에는 힘들 것 같다. 소설이라면 그러려니 하고 독자가 각자 이미지화해서 읽고 감상하면 되는데, 영화에서는 잘못하면 로리타 컴플렉스로 연결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