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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래시

누가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가?

수전 팔루디 저/손희정 해제/황성원 | arte | 2017년 12월 21일 한줄평 총점 10.0 (26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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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 여성/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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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앨리스 워커, 바버라 에런라이크, 록산 게이… … ,
신 ? 구세대 페미니스트들이 입을 모아 칭송한 바로 그 책!

페미니즘은 어떻게 ‘공공의 적’이 되었나?
사회적 보수화가 낳은 조작과 왜곡, 그리고 거짓말



1991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논픽션 부문 수상
? 지난 25년간 미국에 영향을 미친 책 25권_《유에스에이 투데이》
? 세대를 초월한 논픽션 10권_《미즈》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해석하고 움직일 수 있는 언어와 문제 틀을 제시해 줄 것.”_손희정(해제)

“진작 나왔어야 할 강력한 신화 파괴서 …… 단숨에 고전이 될 책 …… 눈부신 르포르타주 …… 기막힌 첫 작품!” _Kirkus Review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 베티 프리던의 『여성의 신비』만큼이나 획기적이고 매혹적이다.”_로라 샤피로, Newsweek

“전적으로 설득력이 있고 대단히 불온하다.”_The New Yorker







◎ 도서 소개

미디어, 상업주의, 정치가 결탁한
반反페미니즘 여론전의 전말
페미니즘의 고전이자 영원한 문제작,
『백래시』 한국어판 출간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은 여성들이 완전한 평등을 달성했을 때가 아니라 그럴 가능성이 커졌을 때 터져 나왔다. 이는 여성들이 결승선에 도착하기 한참 전에 여성들을 멈춰 세우는 선제공격이다.” _본문 가운데

출간과 동시에 미국 사회를 들썩이게 만든 문제작. 유수 언론사들로부터 “역사적 이정표”, “단숨에 고전이 될 책”이라는 평을 두루 받으며 화제에 올랐으며, 그해 전미 도서비평가협회 논픽션 부문을 수상한 수전 팔루디의 강렬한 데뷔작, 『백래시』가 오랜 기다림 끝에 한국어판 출간을 맞이하게 됐다. 1991년 출간된 『백래시』는 지금껏 번역되지 않은 것이 의아할 정도로 국내외 페미니스트들에게 꾸준히 영감을 불어넣었고, 페미니즘의 역사를 다룰 때 꼭 참조해야 할 필독서가 되었다. 또한 2007년 《유에스에이 투데이》 선정 ‘지난 25년간 미국에 영향을 미친 책 25권’에, 2011년 《미즈》 선정 ‘세대를 초월한 논픽션 베스트 10’ 목록에 이름을 올리며, 시대를 불문하고 끊임없이 소환되고 재인용되는 고전으로서의 가치를 재확인했다. 팔루디는 이 책에서 여성의 권리 신장을 저지하려는 반동의 메커니즘에 ‘백래시(backlash, 반격)’라는 이름을 붙임으로써 정치, 사회, 문화적 역풍을 해석하고 그에 맞서려는 페미니스트들에게 분석의 도구를 제공했다. 사회 변화나 정치적 변화로 인해 자신의 중요도나 영향력, 권력이 줄어든다고 느끼는 불특정 다수가 강한 정서적 반응과 함께 변화에 반발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이 사회학 용어는, 『백래시』 출간 이후 페미니스트 사전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를 잡는다. 1980년대 레이건 시대의 신보수주의 물결 아래 미국 여성들이 준비 없이 맞닥뜨린 ‘반페미니즘’ 선전전을 표층에서부터 심층까지 파고들어 간 이 책은, 지금 여기의 한국 상황에 놀라울 정도로 변함없는 시사점을 던진다. 한편에서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와 같은 페미니즘 리부트가 일어나고 다른 한편에서는 온라인상 반페미니즘 정서가 득세하는 상황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페미니즘은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말이 지지를 얻는 상황에서, 『백래시』는 페미니즘에 대한 반동이 특수한 시대적 상황의 산물이자 동시에 보편적 현상이라는 통찰을 제시한다. 이번에 출간되는 한국어판은 2006년 출간된 15주년 기념판을 판본으로 삼은 것이다. 페미니즘과 여성의 권리를 둘러싼 진부한 소동, ‘반격’의 전모를 기록하다
“반격의 주장은 언제나 천편일률적이었다. 동등한 교육은 여성을 노처녀로 만들고, 동등한 고용은 여성을 불임으로 만들며, 동등한 권리는 여성을 나쁜 엄마로 만든다는 것이다.”_본문 가운데

1970년대 미국 여성들은 페미니즘의 두 번째 물결이 가져다준 성취에 흠뻑 빠져 있었다. 여성이 머물 곳은 집이라는 낡은 주장은 더 이상 설 곳이 없는 것처럼 보였고, 참정권 운동을 전개한 이래 여성들이 더 완전한 권리, 인간으로서의 존엄에 가장 가까워진 것처럼 보였다. 언론들도 앞다퉈 ‘성공한’ 여성들의 사진을 표지 기사에 실으며 “봐, 이 여자는 행복해. 그건 이 여자가 해방됐기 때문이야”라고 외쳐 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요란스럽지만, 어쨌든 호의적인 언론의 선전전은 완전히 태세를 전환한다. 그들은 “봐, 이 여자는 비참해, 그건 이 여자가 너무 해방되었기 때문이야”라고 말하며 똑같이 ‘성공한’ 여성의 사진에 다만, 우거지상을 그려 놓았다. “나이 많은 싱글 여성이 결혼할 확률은 길을 가다 테러를 당할 가능성보다 낮다”, “직장 여성들 사이에 ‘불임 유행병’이 번지고 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이기적인 엄마들”, “여성은 성공의 대가로 관계를 희생시켰다” 등등 과거 해방의 선전꾼들이 오늘의 ‘반격의 나팔수’가 되어 한목소리로 “너희들은 이제 자유롭고 평등할지 몰라도 그 어느 때보다 비참해졌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성들이 처한 비참함의 원인으로 너 나 할 것 없이 페미니즘을 지목했다. “페미니즘이라는 전염병이 여성들에게 스트레스, 불안, 우울 강박증, 중독, 그리고 극도의 피로감을 안기고 있다.”, “여성해방의 끔찍한 진실”, “페미니즘은 이제 충분하다!” 팔루디는 해방의 열기가 냉대와 경멸, 혐오의 공기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미국 사회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차분하게 살펴본다. 반격의 나팔수들이 호들갑스럽게 요리해 내놓은 메시지는 “여성들이여, 다시 집으로 돌아가라”였고, 이들의 단골 메뉴는 일, 결혼, 그리고 모성이라는 페미니즘을 공격하는 미디어 삼부작이었으며, 이는 “뉴스 가판대에, 텔레비전 화면에, 영화에, 광고와 의사의 진료실에 그리고 학술지에” 실려 1980년대 미국 풍경이 되었다. 팔루디는 이 풍경에서 기시감을 느낀다. 1848년 역사적인 세니커폴스 대회에서 여성의 권리 선언이 낭독되고 얼마 되지 않아 빅토리아식 도덕적 설교가 호전적인 입법부와 점잖은 학계에서 쏟아져 나왔고, 20세기 초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은 ‘빨갱이’로 매도당해 침묵을 강요받았으며, 2차 세계대전 전후, 미국 정부와 산업계는 한때 ‘산업의 역군’이라 칭송하던 여성들을 직장에서 몰아낼 궁리를 하느라 바빴다. 매 시기마다 “뇌와 자궁의 충돌”처럼 “과학 연구의 새로운 발견들에 왕년의 싸구려 도덕주의를 버무린” 유사한 언어들이 범람했다. 팔루디는 반격의 반복되는 습성을 언급하며 여성해방의 역사는 늘 “결코 목적에 닿지 못한 채 무한을 향해 나아가는 수학적 커브와 유사”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커브가 그리는 “나선은 결승선 바로 앞에서 그녀의 등 뒤로 돌아간다.” 팔루디가 인용한 심리학자 진 베이커 밀러의 말에 따르면 반격은 “여성들이 실제로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증거일 수도 있지만, 보통 성취가 작을 때,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변화가 일어나기 전에 일어난다. …… 마치 큰 변화를 앞두고 위협을 느낄 때 반격의 선두 주자들이 변화의 공포를 이용하는 것 같다.” 1980년대 팔루디가 포착한 그 공포는 언론이 배포하는 ‘트렌드 기사’에서 시작해서 텔레비전, 영화, 광고, 수술실을 경유해 여성의 일, 마음, 그리고 신체를 구속하는 것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반격의 서두: 독립을 위해 결혼을 포기한 비참한 싱글 여성
“언론은 여성의 불행의 근원을 다른 곳에서 찾을 수도 있었으리라. 뉴라이트와 여성 혐오적인 백악관에서, 한기가 도는 재계와 고집스러운 사회·종교기관에서 …… 하지만 언론은 반격을 철저하게 파헤치는 대신 이를 유포하는 쪽을 택했다.”_본문 가운데

“‘남자 품귀 현상’ 때문에 여성의 결혼 가능성이 위험할 정도로 희박해졌다.” 1986년 한 지역 언론이 밸런타인데이 특집 기사로 다룬 소위 ‘결혼 궁핍 사태’는 곧 미국 대중문화의 모든 미디어들이 열광하는 뉴스가 됐다. 이 기사는 예일 대학의 사회학자 닐 베넷과 하버드 대학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블룸이 공동으로 진행 중인 여성의 결혼 패턴에 대한 미발표 연구를 토대로 하고 있었다. 베넷의 통계치는 사실상 모든 주요 신문의 1면을 장식했고, 전국 뉴스 프로그램과 토크쇼, 시트콤과 영화, 자기 계발서, 각종 광고와 심지어 신년 카드에까지 오르내렸다. 알고 보니 이 통계는 간단한 인구 조사표만 살펴보아도 오류투성이였다. 어디에도 남자 품귀 현상을 가리키는 지표는 없었다. 오히려 더 폭넓은 인구센서스를 바탕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5세에서 45세 사이 대졸 이상 학력 여성의 경우 사실상 혼인율이 증가하고 있었다. 잘못된 모델에 근거한 조사, 미숙한 통계 조작이 빚어낸 실수가 언론이 기댄 통념과 합작해 거대한 헛소동을 만든 셈이었다. 하지만 믿을 수 없는 통계라는 사실이 드러난 이후에도, 베넷과 블룸, 그리고 언론은 ‘교육 지향’과 ‘출세 지향’의 여성들이 결국 비참한 말로를 맞이하게 되리라는 주장을 번복할 생각이 없었다. 정부는 미국 인구조사국 연구원이 하버드-예일 연구를 반박하는 보고서를 발표하려 하자 노골적인 방해 공작을 펼쳤다.
팔루디는 연구 책임자인 베넷과 베넷에게 기사를 받아 쓴 기자들, 그리고 베넷의 통계 수치를 의심스럽게 바라본 연구자들을 인터뷰하며, ‘반격의 서사시’라 할 만한 이 두꺼운 책의 서두를 완성한다. 어떻게 단순한 흥미 위주의 기사가 싱글 여성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말라붙은 자궁”과 “자정을 향해 가는 생체 시계”로 표상하게 했는지, 그리고 ‘결혼 궁핍’과 ‘결혼 안 하는 싱글 여성의 문제’를 국가적 의제로까지 확장시켰는지를 지켜보는 과정은 소름 돋도록 흥미진진하고, 섬뜩할 정도로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다. 여성의 생애 주기 전반에 걸친 통계의 범람, 사실에 토대하기보다 바람직한 행동을 지시하는 처방전으로 통계를 활용하는 언론, 정해진 길을 벗어날 경우 어떤 위험해 처하게 되는지 여성들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는 소위 ‘전문가들’까지, “세련되면서도 진부하고, 얼핏 보기엔 ‘진보적’이지만 동시에 보란 듯이 후진” 반격의 주장들을, 팔루디는 한편의 풍자화처럼 속도감 있게, 동시에 정밀하게 스케치한다.

조롱과 혐오의 대상,
마침내 ‘짐’이 된 페미니즘
“여성의 권리를 상대로 한 반격은 …… 그것이 사적인 색채를 띨 때, 한 여성의 내부에 똬리를 틀고 안에서 그녀의 관점을 바꿔 버릴 때, …… 결국 그녀 역시 자발적으로 이 반격에 동참하게 될 때 위력을 갖게 된다.”_본문 가운데

『백래시』는 총 4부로 구성됐다. 프롤로그를 포함한 1부는 팔루디가 이 책을 쓴 계기이기도 한 하버드-예일 대학의 결혼 연구로 포문을 열어 1980년대 반격의 풍경을 한 편에, 페미니즘과 함께한 반격의 유구한 역사를 다른 한 편에 배치한다. 2부와 3부에서는 본격적으로 반격의 창시자와 유포자 들을 찾아 나선다. 대중문화를 점령하다시피 한 반격의 물결이 언론, 영화, 텔레비전, 그리고 패션과 미용 산업을 잠식해 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리고 있는 2부에서는 소위 ‘트렌드 저널리즘’이 유포한 ‘남자 품귀 현상’, ‘말라붙은 자궁’, ‘고치 짓기’, 그리고 ‘엄마 트랙’ 같은 용어들이 어떻게 영화와 텔레비전의 여성 재현에 영향을 미치고 반격의 정서를 강화했는지 다룬다. 실제로 1970년대 스크린을 자유롭게 활보하던 독립적인 여성들은 1980년대에 이르면 지루한 노동에서 벗어나 결혼하고 싶어 안달 난 외로운 싱글이거나 떽떽 거리는 마녀, 그도 아니면 잔인하게 살해당하거나 강간당하는 피해자로 그려진다. “여성은 여성과 각을 세우고” 여성의 정당한 분노는 “개인적 우울”로 축소되며, 여성의 삶은 “좋은 엄마는 이기고 독립적인 여성은 벌을 받는다는 도덕 이야기의 틀”에 갇혀 버린다. 극명한 예가 1987년 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영화 〈위험한 정사〉다. 팔루디는 “낯선 사람의 고통에 대한 책임”을 말하고자 했던 초안에서 어떻게 1980년대의 전형적인 여성 혐오 영화가 탄생했는지를 시나리오 작가, 제작자, 영화사 사장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영화는 ‘집 안의 천사’가 ‘독립적인 여성’을 살해하며 끝을 맺는다. 10대 소녀와 결박당하거나 훼손된 여성 신체 이미지에 강박적일 정도로 집착하는 광고업계의 관행이 시작된 것도 이즈음이었다.
이처럼 반격에 가담한 대중매체가 유포하려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여성은 일과 결혼 둘 모두를 가질 수 없다.” 그리고 일과 독립을 선택했을 때는 응당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팔루디는 3부에서 이러한 반격의 메시지를 만들어 낸 진정한 요람, 반격의 이데올로그들을 찾아 나선다. 뉴라이트는 여성의 권리에 관한 전방위 공격에서 단연 선두 주자였다. 이들은 단순히 방어만 한 게 아니라 자신들의 비대중적인 주장을 전파하기 위해 새로운 언어 전략을 세웠다. 뉴라이트의 팸플릿 상단에 자리한 ‘생명 친화적’, ‘순결 친화적’, ‘모성 친화적’, ‘가족 친화적’이라는 표현은 실제로는 출산권, 노동권, 성적 권리 등 여성이 이제 막 획득하기 시작한 권리들에 반대하는 퇴행적인 내용들을 가리기 위한 위장 전술이었다. 3부의 마지막 장에서는 페미니즘에 ‘가모장주의’, ‘반민주적 이데올로기’, ‘남자다움을 빼앗아 간 공격수’ 같은 딱지를 붙이는 상아탑의 멀쩡한 학자들과 뉴에이지 남권주의자들을 인터뷰한다. 그리고 반페미니즘의 대변인으로 뉴라이트 진영의 총아가 된 여성, 베티 프리던처럼 과거의 입장을 철회하고 페미니즘을 반격의 먹잇감으로 만든 이들, 캐럴 길리건처럼 의도하진 않았으나 반격의 이데올로기에 포섭된 페미니스트들을 만나 그들 안의 변절과 모순, 그리고 딜레마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팔루디는 반격의 목표이자 가장 악랄한 효과는 “여성의 정신과 감정을 반격에 종속시키는” 데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반격이 노리는 것은 여성의 정신과 감정만이 아니라 여성의 신체까지 포함한다. 4부에서 팔루디는 대중 심리학자와 자기 계발서 저자들이 어떻게 ‘여성 일반의 억압’을 “내 마음속 어린아이 문제”나 “알코올중독자 남편을 ‘선택’한 개인의 문제”로 몰고 갔는지, ‘남성의 일자리’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려는 경영진과 남성 노동자의 가부장적 카르텔이 어떻게 여성 노동자들을 체계적으로 배제하고 심지어 일을 하기 위해 여성 스스로 불임을 ‘선택’하게 했는지, ‘태아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어떻게 여성의 신체를 태아 대 여성의 구도로 분열시켰는지를 보여 준다. 심리 치료사의 상담실, 베스트셀러 저자의 거실, 여성 노동자들에겐 투쟁의 장소이기도 한 공장, ‘생명 친화적’인 낙태 반대론자들이 테러를 일삼는 클리닉, 그리고 태아 측 변호사와 산모 측 변호사가 ‘각자’의 생명을 두고 다투는 병원과 재판소를 숨 가쁘게 오가며, 팔루디는 반격의 결과물들, 즉 여성의 몸과 정신, 그리고 일상에 각인된 반격의 효과를 아플 만큼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 책의 가장 큰 교훈은
거의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
“페미니즘의 의제는 기초적이다. 페미니즘은 여성들에게 공적인 정의와 사적인 행복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정체성을 그 문화와 남성들이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 스스로가 규정할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_본문 가운데

언론이 검증되지 않은 통계를 특정 메시지를 유포할 수단으로 삼은 일화에서 시작된 1980년대 반격의 대장정이 자신의 바람과 상관없이 단지 임신부라는 이유로 수술대에 ‘올라/오르지 못해’ 죽거나 상처 입은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끝을 맺는 것은 상징적이다. 여성들이 겪는 고통이 반격의 나팔수들이 말하듯 모두 페미니즘 탓이라면, 여기 어디에서 페미니즘의 죄를 물을 수 있을까? 해제자 손희정이 팔루디의 입을 빌려 말했듯, “여성들의 비참함과 불행은 페미니즘 탓이 아니라 페미니즘이 충분하지 않은 탓”이 아닐까? 하지만 1980년대 반격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했고, 팔루디는 2000년대 한 대학 강의실에서 이제 자신들에게 “페미니즘은 짐”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니는 여학생을 만난다. 팔루디가 15주년 기념판 서문에서 토로하듯 페미니즘이 ‘성공 지향’, ‘출세 지향’을 일컫는 말이라면, 그 여학생의 말이 맞다. 그러나 페미니즘은 “다른 모든 것 이전에 나는 인간”이라는 기본적인 선언에 불과하다. 그것이 누군가에게 선동으로, 혹은 부담으로 느껴진다면 팔루디의 말처럼 “평등이라는 약속의 땅에 들어서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는 것을 함의할 뿐이다.
낙태법 폐지 국민 청원과 낙태죄 폐지 반대 서명 운동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백래시』를 읽는다는 것, 국책 기관이 저출산 해법으로 “여성들의 하향 결혼”을 제시하고 행정자치부가 가임기 여성 인구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출산 지도’를 만드는 이곳에서 1991년에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기시감과 함께 묘한 패배감에 사로잡히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옮긴이의 말처럼 “지금, 여기의 상황을 끊임없이 의식하게 만드는 그 놀라운 유사성은 이 책을 받아 든 우리에게 행운일까, 아니면 불행일까?” 2014년 미국의 온라인 저널이 기획한 『백래시』 다시 읽기 북클럽 캠페인에서 록산 게이 역시 이 옛날이야기를 읽고 “변한 게 거의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는 게 위안이 될 수도 있겠다. 어쩌면 『백래시』는 해제자의 말처럼 “계속되는 백래시에 부딪히고, 그러면서 퇴보하기도 하고 우회하기도 하는” 여성의 역사 속에서 “앞서간 사람들이 그려 놓은 지도”를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지도 위에서 다음 발걸음을 놓을 자리를 찾는 것은 독자들 각자의 몫이다.




◎ 이 책에 쏟아진 찬사

“진작 나왔어야 할 강력한 신화 파괴서 …… 단숨에 고전이 될 책 …… 눈부신 르포르타주 …… 기막힌 첫 작품.”_Kirkus Review

“여성을 상대로 한 반격은 현실이다. 우리가 그것을 이해하고, 전투의 피로를 이겨 내고, 계속 싸워 나가려면 바로 이 책이 필요하다.”_앨리스 워커Alice Walker, 『더 컬러 퍼플』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 베티 프리던의 『여성의 신비』만큼이나 획기적이고 매혹적이다.” _로라 샤피로 Laura Shapiro, Newsweek

“화염처럼 뜨거우면서도 재기 넘치는 문장.”_Booklist

“역사적인 이정표.”_San Diego Union

“전적으로 설득력이 있고 대단히 불온하다.”_The New Yorker

“기를 죽이는 논변 …… 명석한 주장을 화려한 언변에 녹여 낸 이 책은 젠더 평등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의 필독서가 될 것이다.”_Publishers Weekly

“빈틈없고, 꼼꼼하게 기록했으며, 설득력이 있다.”_Chicago Tribune

“분노와 활기, 광명을 선사하는 이 책은 무엇보다 진실되다.”_New York Newsday

“엄청난 열정과 인상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 새로운 운동의 물결을 일으키는 촉매가 될 것이다.”_Vanity Fair

“팔루디는 여성의 독립과 비전통적인 역할 수행의 결과를 부정적으로 왜곡하고 강조하는 수많은 보도 사례를 보여 준다. 이런 영향은 일시적이지만 그녀가 옳다는 증거는 풍부하다.”_다이앤 존슨Diane Johnson, New York Review of Books

“만일 당신이 …… 평등은 여성에게 좋은 것이고 전통적인 성 역할은 본성이 아니라 문화가 부당하게 강요한 것이라 믿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대단히 값진 자료가 될 것이다._”웬디 카미너Wendy Kaminer, Atlantic

“날카로운 필치, 비범한 보도”_M. Magazine

“팔루디는 훌륭한 통찰력과 위트로 여성 평등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밝혀내고 우리를 장래성 있는 대응의 길로 인도한다.” _데버라 로드Deborah L. Rhode, 『아름다움이란 이름의 편견』

“매혹적이고 놀라운 이 책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경각심을 일깨운다.” _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 『로버트 라이시의 자본주의를 구하라』

“팔루디는 현란한 탐사로 페미니즘을 의기양양하게 폄하하는 사람, 위선자, 배신자, 반反페미니스트 들을 제압한다. 그 덕에 강력한 논리와 도덕적 명료함으로 무장한 풍부하고 흥미진진한 책이 탄생했다.” _바버라 에런라이크Barbara Ehrenreich, 『노동의 배신』

“완전히 새로운 관점 …… ‘우리에겐 페미니즘이 필요하지 않다’고 쓴 피켓을 들고 있던 여성에게 이 책을 건네고 싶다.” _록산 게이Roxane Gay, 『나쁜 페미니스트』

“팔루디의 『백래시』는 여성들의 개인적 삶을 변화시킨 바로 그 특정한 순간을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_레베카 트레이스터Rebecca Traister, 『싱글 레이디스』


◎ 책 속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은 여성들이 완전한 평등을 달성했을 때가 아니라, 그럴 가능성이 커졌을 때 터져 나왔다. 이는 여성들이 결승선에 도착하기 한참 전에 여성들을 멈춰 세우는 선제공격이다. …… “그건 마치 큰 변화를 앞두고 위협을 느낄 때 반격의 선두 주자들이 변화의 공포를 이용하는 것 같다.”

…… 페미니스트들을 ‘페미-나치’라 부르며 공격한 러시 림보가 직접 만들어서 판매하는 프로그램이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라디오 토크쇼가 되었다. 미국라디오 -텔레비전업계여성협회American Women in Radio & Television가 1987년에는 여성을 긍정적으로 그린 광고에 상을 주지 못했다는 소식 같은 것도 있다. 수상 자격을 갖춘 광고를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성의 권리를 상대로 한 반격은 그것이 정치적인 일로 보이지 않을 정도의 선에서, 전혀 투쟁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의 선에서 성공을 거둔다. 그것이 사적인 색채를 띨 때, 한 여성의 내부에 똬리를 틀고 안에서 그녀의 관점을 바꿔 버릴 때, 그래서 그녀가 억압은 모두 머릿속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상상하게 될 때, 그리고 결국 그녀 역시 자발적으로 이 반격에 동참하게 될 때 반격은 가장 위력을 갖는다.

‘페미니스트’라는 단어의 뜻은 ……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역량을 품고 있는” 여성을 묘사하기 위해 처음으로 등장한 이후 사실상 바뀌지 않았다. 한 세기 전 입센의 『인형의 집』에서 노라가 말했듯 페미니즘은 “다른 모든 것 이전에 나는 인간”이라는 기본적인 진술이다.

페미니즘의 의제는 기초적이다. 페미니즘은 여성들에게 공적인 정의와 사적인 행복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정체성을 그 문화와 남성들이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 스스로가 규정할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불임 유행병’의 원인을 찾던 미디어와 의료 기관 들은 그에 대한 해답은 부의 증가와 중간계급 여성 인구의 독립에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직장 여성들을 도마 위에 올렸다. 《뉴욕타임스》의 한 칼럼니스트는 페미니즘과 그로 인한 출세 지상주의가 중간계급 여성 사이에서 ‘불임의 자매애’를 양산했다고 몰아 세웠다.

마거릿 미드Margaret Mead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에서 남성다움은 절대적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이는 매일 유지하고 다시 획득해야 하는데, 그것을 규정하는 데 본질적인 요소 중 하나는 양성이 진행하는 모든 경기에서 여성을 이기는 것이다.” 남성성의 꽃잎을 가장 처절하게 짓뭉갠 것은 페미니즘의 가는 빗방울인 것 같다. 그리고 여기서는 단 몇 방울도 폭우로 인식된다.

이 시대의 경제적 희생자들은 누군가가 자신의 미래를 훔쳐 달아났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그 절도범이 여성이라고 의심한다.

[반격의] 주장은 언제나 천편일률적이었다. 동등한 교육은 여성을 노처녀로 만들고, 동등한 고용은 여성을 불임으로 만들며 동등한 권리는 여성을 나쁜 엄마로 만든다는 것이다.

트렌드 저널리즘은 실제 보도가 아니라 반복의 힘을 통해 권위를 획득한다. 충분히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반복하면 그 어떤 것도 진실처럼 보일 수 있다. 하나의 미디어에서 선포한 트렌드는 나머지 미디어들이 재빨리 그 이야기를 퍼 나르면서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이런 새로운 종류의 프로그램에서는 젊은 여성 캐릭터를 상대로 한 공격의 잔인함이 사이코패스가 잔혹한 살인을 일삼는 슬래셔 무비를 뺨칠 정도였다. 가령 〈레이디 블루Lady Blue〉에서는 수술용 메스로 무장한 10대 소년들이 여성 먹잇감의 장기를 적출하고, 〈우리 가족의 영광 Our Family Honor〉에서는 열일곱 살의 소녀가 코트 걸이에 베여 죽는다. 그리고 이 시즌에 공격을 당하지 않은 여성 캐릭터들은 입마개가 채워지거나 사건을 당해 실종된다.

1980년대 말 패션 광고에서는 구타당하고 묶여 있거나 시체 운반용 가방에 들어간 여성이 주 메뉴였다. 주요 백화점 창문에 서 있는 여성 마네킹들은 난데없이 가죽옷을 입은 남성에게 구타당한 피정복자로, 쓰레기통에 쑤셔 박힌 시체로 연출되고 있었다.

“내 작품은 페미니즘의 밋밋함에 대한 반동이지.” 그가 말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은 여성들을 구속하려는 게 아니라 새로운 선택지를 알려주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포스트페미니즘 시대라고.”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젠 여성이 다시 여성이 될 수 있어. 내 모든 소녀들에게 선택권이 있는 거지.”

향수 광고 속의 여성들은 아기를 가진 어머니가 아니라 본인이 점점 아기가 되어 갔다. 향수 회사들이 너도나도 새로운 여성성의 상징으로 사춘기 소녀들을 택했던 것이다. 짙은 화장을 하고 금발의 곱슬머리가 통통한 볼에 도발적으로 흘러내리는 어린 소녀 롤리타의 사진을 내세운 《보그》 광고에는 “향수는 여성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 중 하나”라는 설명이 딸려 있었다.

이런 언어 전략하에 뉴라이트는 여성들이 새롭게 획득한 출산에 대한 권리에 반대하면서 여기에 “생명 친화적”이라는 표현을, 여성들이 새롭게 포용한 성적 자유에 반대하면서 여기에 “순결 친화적”이라는 표현을, 그리고 여성들의 대대적인 직업 시장 진출에 적개심을 표출하면서 여기에 “모성 친화적”이라는 표현을 갖다 붙였다. 마지막으로 뉴라이트는 그들 자체, 그러니까 여성의 권리 신장에 반대하는 자신들의 퇴행적이고 부정적인 태도에 “가족 친화적”이라는 표현을 갖다 붙였다.

“그건 내부의 문제였어요.” 그녀는 청중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오랫동안 생각했죠. ‘어째서 이 모든 나쁜 일들이 나에게 일어나는 걸까?’ 그건 내가 그런 일들을 선택했기 때문이었어요. 우리가 알코올중독자를 택한 거죠. 우리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남자들을 택한 게 바로 우리란 말이에요.”

새로운 연공제 안에 대한 표결을 하기 위해 노조가 회의를 갖던 날, 아흔 명의 남성이 사무실 한쪽에, 열다섯 명의 여성이 반대편에 자리를 잡았다. 남성이 한 명 한 명 일어서서 제안된 연공제 계획에 찬성 발언을 했다. “나한테는 부양할 가족이 있어요. 지금 빵 값이 얼만지 압니까?” 그다음엔 여성들이 일어서서 이 중 많은 수가 부양할 가족이 딸린 이혼 여성이라고 말했다. 전남편들은 양육비를 전혀 대지 않고 있었다. “이건 남자의 일이라고.” 한 남자는 이렇게 소리쳤다.

호전적인 낙태 반대 운동의 대변인들은 대중 앞에선 페미니스트들을 “영아 살해자”라고 불렀고, 이들 때문에 낙태율이 위험할 정도로 빠르게 치솟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자기들끼리는 페미니스트들을 “창녀”, “레즈비언”이라고 불렀는데, 어쩌면 이런 욕설이 더 많은 것을 시사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페미니스트에게는 살인보다 성적인 독립이 더 큰 범죄일 수도 있었던 것이다.

전통적인 아버지의 권위를 옹호하고자 하는 바람은 1980년대에 낙태를 중단해 달라며 제기된 많은 ‘아버지의 권리’ 소송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었다. 이 경우 원고는 보통 자신의 명령을 듣지 않거나 최근에 이혼 신청을 한 아내와 다툼 중인 남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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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목차
한국어판 해제 역사가 된 기록, 그러나 여전히 새로운 페미니즘 선언_손희정
15주년 기념판 서문
1장 [프롤로그] 그건 페미니즘 탓이야!
1부 신화와 회상
2장 [신화] 남자 품귀 현상과 불모의 자궁
3장 [역사] 반격의 과거와 현재
2부 대중문화에서의 반격
4장 [미디어] 반페미니즘이라는 트렌드
5장 [영화] 치명적이고 치기어린 상상
6장 [TV] 10대 천사와 결혼하지 않은 마녀
7장 [패션] 인형 옷 입히기
8장 [미용] 미용 산업과 생명을 얻은 마네킹
3부 반동의 기원: 전달자, 선동가, 사상가
9장 [선전] 뉴라이트가 벌이는 원한의 정치
10장 [정치] 여자 사람 스미스 씨 워싱턴을 떠나다
11장 [사상] 반격의 수뇌부, 네오콘에서 네오펨까지
4장 반격의 결과물: 여성의 마음, 일터, 몸에 미친 영향
12장 [심리] 그건 모두 당신 마음속에 있어요
13장 [일터] 직장 여성에게 타격을 입히다
14장 [몸] 여성의 몸을 침략하다
에필로그
미주
감사의 말
옮긴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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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저 : 수전 팔루디 (Susan Faludi)
1981년 하버드대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한 후 저널리스트로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기고해 왔다. 1991년 미국 대형 슈퍼마켓 체인 세이프웨이의 구조조정으로 해고된 직원들을 취재해 그해 해석 보도 부문 퓰리처상을 받았다. 1991년 미국에서 출간된 후 26년 만에 한국에 소개된 『백래시』는 1980년대부터 오늘날까지도 광범하게 행해지는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을 드러내고 이름한 책으로 끊임없이 소환되고 재인용되고 있다. 팔루디는 이후로도 ‘반격’의 이면에 도사린 전통적인 남성성의 붕괴와 그로 인해 미국 남성들이 직면한 위기를 다룬 『스티프드: 미국 남자의 배... 1981년 하버드대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한 후 저널리스트로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기고해 왔다. 1991년 미국 대형 슈퍼마켓 체인 세이프웨이의 구조조정으로 해고된 직원들을 취재해 그해 해석 보도 부문 퓰리처상을 받았다. 1991년 미국에서 출간된 후 26년 만에 한국에 소개된 『백래시』는 1980년대부터 오늘날까지도 광범하게 행해지는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을 드러내고 이름한 책으로 끊임없이 소환되고 재인용되고 있다.

팔루디는 이후로도 ‘반격’의 이면에 도사린 전통적인 남성성의 붕괴와 그로 인해 미국 남성들이 직면한 위기를 다룬 『스티프드: 미국 남자의 배신Stiffed: The Betrayal of the American Man』, 9·11 사태에 대한 미국인들의 ‘젠더화된’ 심리적 반응을 고찰한 『테러 드림: 포스트 9·11 미국의 신화와 여성혐오The Terror Dream: Myth and Misogyny in an Insecure America』 등을 썼다. 2016년 발간된 『다크룸』은 『백래시』부터 이어진 페미니스트 저널리스트로서의 끈질기고 치밀한 분석과 문제의식, 헝가리 태생의 유대인으로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후에 트랜스젠더 여성이 된 아버지 스테파니 팔루디와의 관계라는 내밀하고 개인적인 고찰을 함께 담은 책으로 커커스리뷰상을 받았으며,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해제 : 손희정
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 프로젝트38 연구원. 1977년생, 텔레비전 전성기에 태어나 유튜브 전성기를 살고 있다. 극장에서 처음 본 영화는 1984년 [E.T.]였다. 티브이에서 방영하는 영화를 비디오테이프로 녹화해서 셀 수 없이 돌려보았던 첫 영화는 [아마데우스]였는데, 그 이후로 늘 모차르트 같은 천재를 꿈꿨지만 그저 ‘성실한 직업인’인 살리에르에 가까웠다. 용돈을 털어 처음으로 구매한 비디오는 오우삼 감독의 [종횡사해], 그땐 세계적인 도둑이 되고 싶었다. 세상에 완전히 다른 영화가 있다는 걸 알려준 작품은 제 3회 서울여성영화제에서 본 아녜스 바르다의 ... 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 프로젝트38 연구원. 1977년생, 텔레비전 전성기에 태어나 유튜브 전성기를 살고 있다. 극장에서 처음 본 영화는 1984년 [E.T.]였다. 티브이에서 방영하는 영화를 비디오테이프로 녹화해서 셀 수 없이 돌려보았던 첫 영화는 [아마데우스]였는데, 그 이후로 늘 모차르트 같은 천재를 꿈꿨지만 그저 ‘성실한 직업인’인 살리에르에 가까웠다. 용돈을 털어 처음으로 구매한 비디오는 오우삼 감독의 [종횡사해], 그땐 세계적인 도둑이 되고 싶었다.

세상에 완전히 다른 영화가 있다는 걸 알려준 작품은 제 3회 서울여성영화제에서 본 아녜스 바르다의 [이삭 줍는 사람들과 나]였다. 디지털카메라와 함께 자유롭게 세상을 떠돌며 삼라만상을 수집하는 여성감독의 모습에 사로잡혀 ‘여성의 관점’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여성영화에 대해 공부하겠다고 연구계획서를 써서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영화이론과에 입학했다. 2000년, 그렇게 시네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했다.

첫 영화 책 『당신이 그린 우주를 보았다』를 내놓는다. 『페미니즘 리부트』 『성평등』 『다시, 쓰는, 세계』 이후 네 번째 단독 저서이기도 하다. 공저에 『21세기 한국영화』 『대한민국 넷페미사史』 『을들의 당나귀 귀』 『원본 없는 판타지』 등이 있고, 역서에 『여성 괴물, 억압과 위반 사이』 『다크룸』 등이 있다.
역 : 황성원 (성원)
학부에서 영문학을, 대학원에서 지리학을 공부했다. 환경, 여성, 노동, 도시 등을 주제로 한 여러 학술서와 대중서를 번역해왔다.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배우는 게 좋아서 시작한 일이 어느덧 업이 되었다. 책을 통한 사색만큼 물질성이 있는 노동을 사랑한다. 물론 균형 잡기는 항상 어려운 문제다. 옮긴 책으로 『자본의 17가지 모순』, 『백래시』, 『캘리번과 마녀』, 『혼자 살아가기』, 『저항주식회사』, 『쫓겨난 사람들』, 『칼을 든 여자』, 『염소가 된 인간』 등이 있다. 학부에서 영문학을, 대학원에서 지리학을 공부했다. 환경, 여성, 노동, 도시 등을 주제로 한 여러 학술서와 대중서를 번역해왔다.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배우는 게 좋아서 시작한 일이 어느덧 업이 되었다. 책을 통한 사색만큼 물질성이 있는 노동을 사랑한다. 물론 균형 잡기는 항상 어려운 문제다. 옮긴 책으로 『자본의 17가지 모순』, 『백래시』, 『캘리번과 마녀』, 『혼자 살아가기』, 『저항주식회사』, 『쫓겨난 사람들』, 『칼을 든 여자』, 『염소가 된 인간』 등이 있다.

종이책 회원 리뷰 (5건)

구매 백래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d**e | 2020.04.25

페미니즘을 접하면 백래시란 단어를 자주 듣게 됩니다.

백래시에 대해 알기 위해선 이 책을 읽어보란 이야기도 많이 들었구요.

그래서 구입해봤습니다.

우선 책이 비싸서 놀랐고, 받고 두께에 한번 더 놀랐습니다.

그렇지만 읽기 어려운 책은 아니에요.

'이 두께도 별 거 아니군.' 하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으니 아직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도전해보세요.


이 책이 1991년에 출간됐다는데 3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지금의 한국 사회와 다른 점이 없다는 사실에 한숨을 쉬게 됩니다.

어쩌면 그리 한결같은 레파토리인지.

이 책을 읽고 나면 페미니즘에 가해지는 그 뻔한 백래시들이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 별 것 아닌 메시지에 위협을 느끼기도 했던 과거가 부끄러워질 지경이니까요.

꼭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이 시대의 경제적 희생자들은 누군가가 자신의 미래를 훔쳐 달아났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그 절도범이 여성이라고 의심한다.


[반격의] 주장은 언제나 천편일률적이었다. 동등한 교육은 여성을 노처녀로 만들고, 동등한 고용은 여성을 불임으로 만들며 동등한 권리는 여성을 나쁜 엄마로 만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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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백래시 / 수전 팔루디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삐* | 2019.10.01

알게 된 건 작년쯤이였는데 이제서야 구매를 하고 읽기 시작했다.

가격이 조금 쎈편이여서 이 부분때문에 금방 살 수 없었음 또르륵

무튼 내가 페미를 알게 된 건 3년전이였다.

커뮤로 알게 되었는데 커뮤로만 배우고싶지않아서 이것저것 책도 사서 배우기시작했다.

결과는 좀 어렵다.. 나는 사실 아직도 페미가 너무 어렵지만 알아버린 이상 예전처럼 돌아가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꾸준히 책을 읽고 공부할생각이다.

백래시는 이런 나에게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고, 여자라면 누구든지 한번쯤은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접어보기
구매 수전 팔루디 : 백래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왜*******래 | 2019.01.10

*

마음의 대비를 하고 읽었지만 챕터를 너머갈 때마다 표정이 일그러진다.

80년대를 흘러가는 이야기가 맞나 의구심이 들 정도로

지금의 우리나라 상황은 한참 뒤떨어져 있구나 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통쾌한 반격을 내심 기대도 했는데, 고통이 끝을 모르고 이어진다.


*

1980년대에 여성들이 비참했다면 (많은 여성들이 비참했던 건 분명했고, 반격이 심화될수록 더 많은 여성들이 힘들어졌다) 그건 널리 알려진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결국 페미니즘, 그리고 이와 함께 찾아온 자유는 여성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과는 거의 관계가 없었다. 그보다 평등에 대한 여성들의 갈망, 1980년대를 지나면서 소멸되지 않겠다는 욕구는 반격이 쌓아 올린 자기 의심과 상호 비방의 벽을 때려 부수는 데 원동력을 제공하면서 꾸준히 반격의 의제와 충돌을 빚었다. 


반격이 여성에게 쥐어 준 행복의 처방전은 효과가 없을 것이고 없을 수밖에 없다. 이는 여성의 삶을 가정과 직장이라는 두 개의 반쪽짜리 삶으로 갈라놓은 뒤 가정만이 충족되고 완전한 존재 양식이라고 홍보했다. 여성들이 이 처방에 저항하면 심리적, 물리적 처벌을 통해 여성들을 구렁텅이로 밀어넣었다. 반대로 이 처방에 따르려고 노력한 여성들은 현대의 삶과는 전혀 맞지 않는 잘못된 치유법 (반은 환상이고 반은 처벌인) 임을 알게 되었다. 사실 반격의 처방은 한 번도 유효했던 적이 없다. 그것은 항상 부실한 대체재였을 뿐이었다. 반격의 처방은 수 세기 동안 여성들이 누차 제시했던, 그리고 항상 사회가 바로잡고자 했던 열망과 기본적인 인간의 필요를 한 번도 충족시키지 못했다.



*

진짜 반성하자 지구의 남자들아..

우리 같이 분발해야 돼... 


정신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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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회원 리뷰 (3건)

구매 백래시는 이미 오고있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m***m | 2018.09.30

무려 오백페이지짜리의 두꺼운 책을 이북으로 볼 수 있다는 말에 냉큼 구입한 책.

수전 팔루디의 백래시를 읽으면서 정말 많은 기시감을 느꼈다.

페미니즘이 퍼지고 사람들이 이정도면 어느정도 좋아졌다라고 생각한 바로 그 때,

그때 백래시는 도달한다는 작가의 말에 정말 많이 공감했다.

이미 우리 사회만 해도 수많은 백래시의 현상이 눈에 띄니까.

혁명과 여성평등은 단숨에 오지 않고 수 많은 페미니즘으로 둔갑한 퇴보의 압력이 밀려온다.

이 압력에서 밀려내지 않기 위해, 오늘도 다시 한번 백래시를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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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파워문화리뷰 모두를 위한 약진 - 수전 팔루디 『백래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C*****C | 2018.09.13

이 책에서 펼쳐지는 7~80년대 미국 여성과 남성의 노동계 대립을 보며 ‘러다이트 운동(노동자에 의한 기계 파괴 운동, 1811~1816)’이 생각났다. 지금은 인공지능과 4차 산업 혁명으로 인간 대 기계의 싸움 2차전을 맞이하고 있는데 우린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점점 더 남녀노소 세대를 가리지 않는 각축전이 되어가고 있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러다이트 운동 때는 ‘착취’의 문제였다. 공장 식 기계 도입으로 노동자들은 편해지기보다 더 착취당했다. 그때의 기계 파괴 운동은 자본가들에 대한 항의이자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이었다. 그때 여성들은 어디 있었고 얼마나 되었나. 권리를 말할 수라도 있었나. 여성이 노동계에 본격 진출하게 되자 여성 대 남성의 권리 투쟁이 되었다. 남성들이 점유하는 일일 때 더욱 그랬다.


사회학자 바버리 레스킨의 직업 통합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의 직종에 가장 많이 진출한 10여 개의 직종(조판, 보험 청구 사정, 제약업 등)에서 여성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이런 일의 보수와 지위가 크게 하락해서 남성들이 빠져나갔기 때문이었다. 가령 컴퓨터화가 진행되면서 남성 식자공들은 타이피스트로 좌천되었고, 드럭스토어 소매 체인점이 등장하면서 독립적인 약사들이 저소득 점원으로 전락했다. 은행 경영에서 여성의 진보에 대한 다른 연구들은 남성 일색이던 지점 경영자직이 여성들에게 넘어가게 된 건 대체로 그 일의 임금과 권력, 지위가 크게 하락해서 남성들이 그 일을 더 이상 원하지 않기 때문임을 밝히기도 했다.”
 
백인 남성이 노동력에서 50퍼센트 미만이 된 것도, 더 이상 새로운 제조업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은 것도, 대학 등록자 중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것도, 여성의 50퍼센트 이상이 일자리를 가지게 된 것도, 기혼 여성의 50퍼센트 이상이 일자리를 가지게 된 것도, 일자리를 가진 여성 중 자녀가 없는 여성보다 있는 여성이 더 많은 것도 모두 처음이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서 공식적으로 가장을 남편으로 정의하지 않게 된 해가 1980년이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여성이 드물었던 도로 관리인 일을 한 다이앤 조이스는 주위 남성들의 조롱과 위협, 배척에 시달려야 했고, 위험한 안료를 다루던 아메리칸사이안아미드에서 일했던 여성들은 그들을 내몰려는 공작인 걸 알면서도 퇴출당하지 않기 위해 불임 수술을 자발적으로 했다. 부양해야 할 가족들과 삶을 위해 스스로 여성성을 포기해야 했다! 정부나 사회는 당신들이 선택한 거 아니냐고 차갑게 응수했다. 지금은 얼마나 나아졌나. 여권 신장을 말하며 포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많은 여성들은 판매업, 청소 서비스, 음식 준비, 비서, 행정 업무, 접수 업무, 간호사, 교사, 사회복지사등에 많이 분포해 있다. 1980년대 미국에서의 호전적인 낙태 반대 운동, 역차별 소송, 강간과 성폭력, 직장 내 성차별, 남녀 급여 차별 등도 2018년 한국에서도 여전하다. “사회 진보와 변화 등에 대한 대중의 반발을 뜻하는『백래시』를 수전 팔루디가 1991년에 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동계 뿐만이 아니다.


혁명적인 태도에 가장 적대적인 건 상업적인 태도라는 수백 년 전 토크빌의 주장대로 소비 시장이 페미니즘으로 구사한 유인 상술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1929년 광고계의 한 저명한 남성은 5번가에서 여성 참정권을 예찬하는 의미에서 여성들에게 마음껏 담배를 피우라고 촉구하는 자유 행진Freedom March’을 조직했다. 아메리칸타바코사American Tabacco Company의 홍보 담당자였던 그는 선도적인 페미니스트에게 자유의 횃불을 뻑뻑 피워 대는 여성 대오의 선두에 서 달라고 설득했다. 좀 더 최근인 페미니즘 두 번째 물결 이후, 광고업체들은 샴푸에서부터 나일론 스타킹에 이르기까지 온갖 물건을 팔기 위해 여성의 혁명정신을 갖다 붙였다. 하네스*에서는 전미여성연맹National Organization for Women, NOW의 한 임원에게 해방적인팬티스타킹을 홍보해 달라고 설득하기도 했다. 이런 전략은 이 책이 처음 출간될 즈음엔 일반적인 관습이 되어 버렸다. 얼마 가지 않아 나 역시 청바지나 하이힐, 심지어는 가슴 확대 수술 브랜드에 내 페미니스트 인장을 박아 달라는 상인들의 숱한 권유를 처리(하고 거절)하게 되었다.
이런 노골적인 광고는 오늘날 세련된 판매 전략으로 훨씬 더 발전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는 페미니즘의 기본 정신들이 상업적 방식으로 재구성되어 마치 세 개의 황금 사과처럼 우리 발밑을 굴러다닌다. 경제적 독립이라는 페미니즘 윤리는 구매력이라는 황금 사과가 되었다. 그리고 이 구매력은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카드 빚과, 터져 나갈 것 같은 옷장, 그리고 절대 끝나지 않는 허기를 안겨 줄 뿐이다. 허기가 절대 채워지지 않는 건 물질적인 것을 넘어선 무언가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결정이라는 페미니즘 윤리는 자기 계발이라는 황금 사과로 변신했다. 이 자기 계발은 주로 외모와 자부심, 그리고 젊음을 되찾으려는 헛수고에 바쳐진다. 그리고 공적 주체라는 페미니즘 윤리는 언론의 관심이라는 황금 사과로 탈바꿈했다. 이제는 이 세상을 얼마나 많이 바꾸는지 보다 이 세상의 틀에 얼마나 멋지게 맞춰 사는지에 좌우되는 인기를 좇고 있다.”

싱글 여성들에게는 노처녀”, 직장 여성들에게는 불임 여성”, “나쁜 엄마딱지를 붙이는 풍조와 여성들에게 도망치라고 조언하는 트렌드와 다시 돌아오라고 떠다미는 트렌드가 짝을이루며 어디에도 안주하지 못하게 만든다.
     
여성의 자리는 없고 폭력물만 난무하는 지금 한국 영화 산업이 80년대 할리우드 영화 산업과 똑같은 건 정말 신기할 정도다



“1980년대 말 이런 류의 많은 영화에서 남성과 여성은 사태를 매듭짓기 위해 더 이상 끝까지 노력하지 않을 뿐 아니라 똑같은 영화에서 함께 어울리지도 않는다. 반격 성향의 1950년대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독립적인 여성들은 결국 스크린에서 밀려남으로써 침묵당한다. 1980년대 말에 만개한 터프가이 영화에서 남성 주인공은 남자밖에 없는 전쟁 지역과 황량한 서부로 향한다. 끊임없이 생산되는 전쟁 영화와 액션 영화의 폭력 수위가 올라가면서(프레데터, 다이하드, 다이하드 2, 로보캅, 로보캅 2, 리썰 웨폰, 폭풍의 질주, 토탈리콜) 여성들은 말 없고 부차적인 캐릭터로 축소되거나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1980년대 말 갑자기 나타난 성인 남성과 남자아이의 몸이 뒤바뀌는 영화(18 어게인(1988), 하몬드가의 비밀Like Father, Like Son(1987), 그리고 가장 기억할 만한 영화로는 Big(1988))에서 남성들은 여성에게서 해방된 소년기에서 피난처를 찾는다. 그리고 또 다른 집합의 영화에서 남성 캐릭터들은 그보다 훨씬 멀리 나아가 아버지의 부활이라는 전적으로 남성적인 환상에 빠져든다. 꿈의 구장Field Of Dreams(1989), 인디애나 존스 : 최후의 성전, 아버지의 황혼Dad(1989), 스타트렉 : 최후의 결전같은 영화에서는 어머니가 죽거나 아예 등장하지 않고 (때로는 죽었다가 부활하기도 하는) 아버지와 아들만 남아서 영적인 유대를 복원한다.
미국 배우협회Screen Actors Guild1990년 할리우드의 여성 배역을 계산해 보고서 지난 2년간 여성의 수가 급락한 사실을 알게 된 건 별로 놀랍지도 않다. 배우협회의 보고에 따르면 이제 남성 배역이 여성 배역보다 두 배 이상 더 많아졌다.
남성들이 꿈을 꾸듯 남성성이 과장되게 흘러넘치는 환상의 나라로 떠나는 동안 아직 죽지 않은 여성 캐릭터들은 훨씬 폭력적인 시련에 혹사당했다. 1988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여성 중 한 명을 제외한 전부가 피해자 역을 맡았다.”

의학계도 여성을 강간을 즐기는 사람, 정신 질환자, 아이 낳는 기계쯤으로 대접하는 건 예사였다.



“1980년대 스타일 후기 빅토리아시대에 처음으로 등장한 마조히즘의 정신의학적 진단에 따르면, 마조히스트는 고통에서 성적인 쾌락을 얻는 사람들을 말한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이 말은 여성의 정신을 입맛에 맞게 규정하는 표현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그러니까 그 많은 여성들이 학대를 당하는 건 여성들이 학대를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말이다....(중략)....정신분석 전문의인 캐런 호니Karen Horney1920년대에 처음으로 지적했듯, 소위 자연스러운여성 마조히즘은 많은 여성들이 순종적인 태도를 채택하게 유도하는 성차별주의적인 사회의 상벌 시스템이 낳은 부자연스러운 산물일 가능성이 더 높았다.”
 
정신 질환 진단 통계 편람은 표준적인 참고서라서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환자를 진단할 때 이 책에 의지했고, 연구자들은 정신 질환을 공부할 때 이 책을 사용했으며, 민간 및 공공 보험사들은 치료 보상비를 산정할 때 이 책이 반드시 있어야 했고, 법원에서 정신이상 참작 탄원과 자녀 양육권 판결을 할 때 이 책을 참고해야 했다.
그해에는 테레사 베르나르데스Teresa Bernardez가 미국정신의학회 여성위원회위원장을 맡고 있었는데, 위원장의 역할은 여성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진단 제안 일체에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새로운 진단의 기초를 마련한 패널들은 굳이 베르나르데스나 다른 여성위원회 위원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 미국정신의학회가 이 진단을 표결에 부치기 직전쯤 베르나르데스는 우연히 이 소식을 멀리 사는 친구에게서 듣게 되었다. 자초지종을 캐 들어간 그녀는 학회 패널들이 여성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진단을 하나도 아니고 셋이나 추가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고, 이 세 가지 모두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 가지 중에서 두 번째는 월경 전 불쾌 장애라는 진단이었다. 월경 전 증후군이 단순한 내분비 계통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 질환이라는 주장이 그렇게 오랫동안 망신을 당했는데도 다시 고개를 쳐든 것이다. 세 번째 진단은 성도착적 강간 장애였다. 학회 패널들은 이 진단명을 강간이나 성희롱에 대한 환상을 꾸준히 표출하고 이런 충동을 반복적으로 실천하거나 이런 충동 때문에 눈에 띄게 힘들어하는모든 남성(혹은 이론적으로는 여성)에게 적용할 생각이었다. 이것이 승인될 경우, 워낙 정의가 모호하기 때문에 돈 많은 변호사만 고용하면 강간범이나 아동 추행범도 손쉽게 정신이상 참작 탄원을 할 수가 있었다. 이 점이 워낙 자명해서 미국 법무부 장관실은 이미 반대 의사를 밝힌 적도 있었다.”
 
낙태 합법화 판결에 대한 한결같은 대중적 지지는 미국사라는 큰 맥락에서 살펴봐야 이해가 가능하다. 이 역사적인 판결은 그저 원상태로 돌아간 것뿐이었다. 19세기 말 마지막 50년 전까지만 해도 (식민지 시대부터 어떤 형식으로든 시술이 이루어지던) 낙태권은 한 번도 제한된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 이전까지만 해도 태동’(착상 후 7개월) 전에 하는 임신중절에는 도덕적 오명이 씌워지지도 않았다. 산아제한 역사가 크리스틴 루커Kristin Luker 말처럼 아이러니하게도 엄청난 비방의 대상이 된 1973년 대법원 낙태 판결 Roe 웨이드Wade’ 법적인 낙태 규정을 3개월 단위로 구분하지만, 이는 미국인 대부분의 생각보다는 낙태에 대한 전통적인 처우와 훨씬 더 맞닿아 있었다.
1800년 낙태는 모든 주에서 합법이었고, 낙태에 대한 여론은 대체로 중립적이었다. 낙태가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된 건 여성운동이 등장한 19세기 중반 이후부터였다. 여성들이 (아내가 건강상의 이유로 성관계를 자유롭게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자발적인 모성같은 간단한 가족계획 방법을 요구하고 나서자 의사, 입법가, 언론인, 성직자 들은 모든 형태의 산아제한에 반대하는 훨씬 극단적인 방법으로 반격에 나섰다.” 
    
태아 보호 정책들은 건강을 의식하는 기업들의 진보적인 노력으로 포장되었지만, 20세기 초에 확산된 후진적인 노동 보호 정책들과 공통점이 더 많았다. 당시의 노동 보호 정책들은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의 형태와 노동시간, 수당을 제한했고, 이로써 여성들을 최소한 6만 개의 일자리에서 배제했다. 이 정책을 지지했던 사람들 역시 여성들이 앞으로 가지게 될 아이들에 대해 자애로운 관심이 있는 척했지만, 이들 중 많은 수는 남성 일색의 영역을 보호하려는 남성 노조 지도자들과 입법가들이었다. 담배 제조 국제 노동조합 Cigarmakers International Union 1879년 연례 보고서에서 우린 여성을 일터에서 끌어낼 수는 없지만, 공장법을 통해 여성의 일일 노동 할당량을 제한할 수는 있다 노골적으로 밝혔다.”

태아 보호 정책을 우선한 병원 당국과 법원이 카더 앤절라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로 제왕절개한 일화가 나온다. 태아와 앤절라는 다 사망했다. 이 이야기는 NBC의 드라마 에피소드 소재가 되기도 했는데 산모는 죽고 태아는 살아서 판사가 올바른 선택을 했다는 결말이어서 유족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섬뜩하다.
 
책 읽는 내내 이 현실의 참상에 침울했는데 수전 팔루디는 우리에게 반격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걸 잊지 않았다.


 

여성들에게 논쟁의 힘으로 남성들을 설득하려 하기보다는 행실이나 외모로 남성들을 기쁘게 해 주라는 조언이 지배적이던 반격의 시대에도 남성들이 정서적 주도권을 모두 쥐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대체로 망각했다. 여성들에게 남성이 필요한 만큼, 남성들 역시 여성이 필요하다. 남성과 여성 간의 유대는 끊어질 수 있고, 여성을 억압하는 데 사용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이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서로에게 이로운 성장과 변화를 촉발할 수도 있다.
반격이 지배하던 1980년대에 여성들이 대단히 적극적이고 당당한 전략을 구사했던 얼마 안 되는 사례에서 이들은 결국 공적인 분위기를 바꿔 놓았고 자신들의 언어로 의제를 설정했으며 많은 개별 남성들의 마음을 돌려놓았다. 1989년 다시 활기를 찾은 낙태 선택권 옹호 운동이 낙태를 둘러싼 정치를 180도로 바꿔 놓은 사건이 여기에 부합하는 교과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198949일 자신의 몸을 통제할 권리를 옹호하는 여성 50만 명이 국회의사당에서 행진을 하며 워싱턴 D. C. 최대의 시위를 벌였고 낙태 클리닉 문에서 낙태 반대 시위대와 맞붙었다. 1960년대 반전 행진에 참여했던 여성 대학생보다 낙태 선택권 옹호 시위에 참여한 여성 대학생이 더 많았다. 이 엄청나게 많은 시위대는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여성의 출산권을 완전히 묵사발로 만들어 놓을 것 같았던 낙태 반대 운동을 수적으로 압도해 버렸다."

최근에도 이러한 반격의 힘을 보여준 사례가 있었다. 20183월 스페인에서는 여성의 날에 여성 노동자 530만 명이 총파업으로 뭉쳤다. 실리 없던 이목 끌기가 아닌 원하지 않는 세상을 멈출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아파트 발코니마다 국기처럼 앞치마가 내걸려 있던 게 장관이었다. 언론에서는 이걸 크게 부각하지 않았지만 더 나은, 모두를 위한 세상을 위해 이런 반격,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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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백래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H***M | 2018.08.23

5월 도서정가제 악법의 개정 시행으로 인하여 10년 대여가 사라지면서, 4월 막판에 10년 대여 책들이 굉장히 많이 풀렸었지요. 하루만에 판매가 중단됐던 책도 있었고요. 나온 지 얼마되지 않은 따끈따끈 신상이 풀려서 놀라기도 했었더랬습니다. 그 중 하나였던 <백래시>에요. 사실 이 책은 종이책으로 사서 뜯고맛보고즐기려 했었는데요. 10년 대여로 굉장히 저렴하게 나온 데다가 당시 예스24에서 미친듯이 대여 할인쿠폰을 뿌리는 바람에 고민하지 않고 질렀던 책입니다. 어쩌면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속박에서 풀려나기 위해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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