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책 소개만 봐도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가능
결말이 대충 보이는 듯한 느낌의 책이었다
그래도 좋아하는 리안 모리아트 작가의 책이라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그러고보면 이 작가도 그렇고 요즘 나오는 소설들에서
하나같이 중년의 부부의 권태기나 바람, 위기등을 많이들 다루는 것 같다
외국에서는 외도가 참 한순간에 잘도 일어나는것 같다
그래도 교훈을 주며
앨리스의 기억이 되돌아오지 않길 바랐지만..아쉽게도 돌아왔고..
전남편을 미워하는 포인트를 잘 모르겠다..
모두가 초심의 마음으로 부부가 서로를 대한다면 문제는 없을텐디..
우리는 누구나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곤 한다. 어린 시절 과거의 나도 내가 20살이 되면, 20살이 나는 내가 30살이 되면 하고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했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내가 10년 전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기억까지 잃어 10년 전의 '나'로 돌아가서 그때의 기준으로 바라보는 현재의 내 모습은 어떻게 느껴질까. 게다가 10년 전에 끔찍하게 여기던 사람의 모습이 지금 '현재의 나'라면 어떨까. 그것은 비로소 기억을 잃고 10년 전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그때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현재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인데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앨리스는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다 머리를 다쳐 쓰러진 후 10년 전 스물아홉 살 때까지의 기억을 갖고 깨어난다. 1998년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앨리스는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지만 차차 주변 상황을 파악하게 되면서 2008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현재의 삶은 자신이 기대했던 것과는 너무 달랐다. '내가 서른아홉 살 이란 말이지? 그렇다면 나는 지금 이렇겠네?'라고 생각하면 모든 것은 그 반대였다. 스물아홉 살의 앨리스가 바라보는 서른아홉 살의 '새 앨리스'는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10년 전 자신이 이해할 수 없었던 부류, 정말 싫어하는 부류의 사람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앨리스는 차차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서서히 바뀔 때는 전혀 이상하지 않았던 것들이 어느 한순간 갑자기 10년 전으로 돌아가서야 커다란 차이가 느껴지고, '나'라는 사람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사실 기억상실증이라 하면 우리에게 너무 진부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소재이다. 하지만 그러한 소재를 가지고도 책을 손에서 뗄 수 없게 만드는 흥미를 유발하는 이야기였다. 앨리스의 이야기와 그녀의 언니 엘리자베스의 이야기(편지 형식이기는 하지만)가 교차로 진행되는데, 두 여자 모두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단조롭고 우울한 느낌이 드는 것이 오히려 당연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작가는 어떻게 해야 이 우울한 자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 아주 잘 아는 것 같았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고작 일주일 정도의 기간만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밀고 당기기를 하듯이 조금 분위기가 가라앉을 듯하면 다시 뒷내용이 궁금해서 책을 놓을 수 없는 것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작가는 끝까지 주인공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하도록 하기 위해 이런 플롯을 구성한 것이겠지만 나는 이 부분이 아직까지도 좀 아쉽게 느껴진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정답을 알려주지 않다가 정말 끝에 다다라서야 짠! 하고 결말을 보여주며 끝나는 이야기라니. 일주일 밖에 안되는 시간을 500페이지에 섬세하게 담아내는 노력을 결말에서도 조금만 더 친절하게 보여줬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오랜만에 소설이 읽고 싶어져 아무 생각 없이 덥석 집어 든 책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어 너무 기분이 좋았던 것은 사실이다. 소설은 정말 한동안 손에 대지 않고 살았는데 소설이라는 장르의 재미를 다시금 알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가볍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런 소설이야말로 대중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 아닐까.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고 내가 내 인생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이것이 과거의 내가 꿈꾸었던 내가 맞는가 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게끔 하는 책이었다.
삶을 살아가다보면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기도 하고 무료함에 새로운 것을 계속 찾아가려고 노력한다.
나 또한 일상생활이 무미 건조하고 지루함을 자주 느끼는 탓에, 늘 새롭고 신선한 것들을 동경하고 이 일상 속을 벗어나고 싶어 안달이다. 마치 그것이 나를 속박 하기라도 한 것 처럼
이 책의 주인공인 앨리스도 머리를 다치기 전 까지는, 지난 10년간의 시간에 대해서 좋았고 행복했던 순간들 보다는 폭풍우가 치고 우중충했던 기억의 안좋은 단상들만 가진채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이런 앨리스에게 지난 날의 밝았던 순간을 보라는 전환점을 주기 위해 기억 상실이라는 상투적인 장치를 이용했는데, 물론 조금 뻔하고 전개가 예상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과연 리안 모리아티답게 개연성 있게 글이 진행돼서 이해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에필로그 부분이 너무 마음에 와닿고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여전히 내 마음 속에 생생히 남아있다. 나도 가끔 삶에 너무 지쳐 이 삶을 벗어나려고 안달날 때도 있지만, 다른 공간 시간 속에서 그 순간을 조명해보면 평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중하고 기억 속에 저장하고 싶은 순간들도 무수히 많을 것이다. 물론 지우고 싶은 나날들도 존재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