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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나이, 대체로 맑음

날씨만큼 변화무쌍한 중년의 마음을 보듬다

한귀은 | 웨일북 | 2018년 5월 15일 한줄평 총점 10.0 (12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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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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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책 속에서

내가 느끼는 행복은 별 게 아니다. 그저 ‘다행이다’ 싶은 게 행복이다. 덜 추워서 다행이다, 덜 더워서 다행이다, 덜 피곤해서 다행이다, 덜 아파서 다행이다……. 그러니까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놓고 그것을 피하면 행복하다고 해석하는 거다. 행복은 ‘감정’이 아니라 ‘해석’에서 온다. 몸의 통증도, 마음의 통증도 다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잘 해석해야 할 대상이다. 통증을 해석하고 나니 통증에 대한 두려움도 좀 사라진다. 통증에 대해 알게 된 셈이다. 무릇 아는 것만큼 자유로워지는 법이다.
_p31 ‘다들 그렇게 산다’ 중에서

청춘과 성욕이 사라진 자리에 유머가 생겼으면 좋겠다. 유머는 가장 성숙한 방어기제다. 더 나이가 들고, 몸이 아파오고, 죽음에 더 가까워지면 두렵고 상처 또한 많이 받게 될 것이다. 그럴 때 유머로 잘 극복하면 좋겠다. 비록 세상을 정확하게 보는 것에 실패하더라도, 세상에 대해서 어떤 현명한 발언을 하지 못하더라도, 한 개인으로서의 윤리를 견지하고 소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아, 그리고 성욕이 사라진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괜한 흥분과 조바심을 조금은 남겼으면 좋겠다. 멋있는 노년의 남자를 보고 약간은 설레었으면 좋겠고, 그 때문에 주책없는 행동을 하게 되더라도, 그것으로 또 한 번 유연하게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_p50 ‘청춘이 진짜 사라지는 순간’ 중에서

나이가 들면 자기 얼굴이 낯설어진다. 우리 집 거울 속의 ‘나’는 그래도 봐줄 만하다.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득 다른 곳에서 무심코 본 거울 속의 여자는 너무 이상하다. 고개를 돌려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도 스캔은 순식간에 이루어진다(그나마 아직 덜 늙은 증거다). 저 모습으로 집 밖으로 나왔단 말인가. 머리카락, 윤기가 없다. 몸, 긴장감이 없다. 얼굴, 어둡고 칙칙하다. 자신감, 없어 보인다……. 인정하고 싶지가 않다. 문제는 그 놀람도 잠깐이라는 것이다. 놀람이 유지되었다면 미용에 좀 관심을 가졌겠지. 그러나 아줌마는 금방 잊는다. ‘그러려니’ 한다. 그래서 금방 다시 ‘주부’로 돌아갈 수 있는 거다.
_p56 ‘갱년기’ 중에서

이 나이쯤 되면 컴컴한 어둠 속에서도 순간 반짝이는 빛을 발견할 줄 알게 된다. 그 빛이 사라지더라도 또 다른 빛이 오리라는 것도 알게 된다. 삶이란 그 빛을 기다리는 과정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그러므로 살아야 된다는 것도 알게 된다. ‘삶’도 중요하지만 ‘생명’ 그 자체가 더 눈부시다는 것도 알게 된다.
_p68 ‘산다는 건 빛을 기다리는 과정’ 중에서

어렸을 때 어른들이 “너 많이 컸구나” 하면 그게 굉장한 칭찬으로 느껴졌었다. 다만 시간이 지난 것뿐인데……. 지금은 어떤 얘기가 칭찬으로 여겨지는가. “너 아직도 노안이 안 왔구나”나 “너 아직 머리숱이 많구나” 같은 것이다. 어렸을 때는 시간이 흐른 것 때문에 칭찬받고, 나이 들어서는 시간을 비껴간 것 때문에 칭찬 비슷한 것을 듣는다. 그러니까 우리는 듬성듬성해진 머리, 오르기 시작한 뱃살, 거칠어져가는 피부, 그런 것들과 함께 사랑을 해야 한다. 환상이 작동하기 참 힘든 조건이다.
_p79 ‘환상과 환멸은 멀지 않다’ 중에서

인생의 쇄신과 갱신은 바로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그 순간 일어나게 돼 있다. 살다 보면 어찌할 수 없는 일을 만난다. 정말 어찌할 수 없어서 어쩌지도 못하고 그냥 마음만 동동거릴 경우, 이것이 기회가 될 수 있다. 자신을 실험할 수 있는 기회.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 어쩌지 못하는 일에 마음만 분주하고 그 일에 질질 끌려 다닌다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고, ‘나’를 알고 믿을 수 있는 기회는 아예 박탈당한다. 애초에 어쩌지 못하는 일이었으니 물질적인 것 따위는 좀 잃어도 괜찮다. ‘나’에 대한 앎과 믿음이 인생의 또 다른 일에 대한 현명한 에너지가 될 것이다.
_p86 ‘자신을 받아들이는 순간’ 중에서

주사를 맞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감정이입은 된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으로서 어찌 아니 그러하겠는가. 나이 들어서 나이 들어 보이는 건 괜찮은데 우울해 보이는 건 아무래도 좀 속상하다. 우울해 보이지 않으려고 화장을 진하게 하면 사나워 보인다. 역시 딜레마다. 딜레마를 가까스로 피하는 방법은 그냥 ‘나’로 살아가는 방법밖에는 없다. 나를 그냥 방치하라는 말이 아니다. 사실, 나를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 특히 자신에게 내재된 미(美)라고 할 수 있는 코드를 발견하여 끄집어낼 수 있는 사람은 더욱 드물다. 그 대단한 일을 해내야 한다.
-p238 ‘얼굴, 주사로 가능할까’ 중에서

아마 노년에 누군가에게 “너를 사랑해”라고 말한다면, 그 말에는 ‘너의 냄새까지도 사랑해’라는 뜻도 들어 있을 것이다. 말로는 그럴 것이다. “당신 피곤한가 봐. 안 나던 냄새가 나네.” 그렇게 서로를 위로하게 될 것이다. 왜 ‘서로’라는 말을 썼는가 하면, 그 냄새가 나에게도 날 것이기 때문이다. 늙으면 피할 수 없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눈물겨운 일이다.
-p251 ‘노년의 사랑’ 중에서

치매가 있으면 치매가 있는 대로 치매 있는 사랑을 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뇌는 고령에도 지속적으로 가소성을 유지한단다. 가소성이란, 말 그대로 쓰면 쓸수록 좋아진다는 의미다. 파킨슨이나 알츠하이머가 오더라도 뇌를 계속해서 쓰면 병변이 없는 뇌의 부분이 활성화 되어서 그 병의 증상을 완화시킨다고 한다. 사랑은 뇌를 다양하게 쓸 수 있는 기회이다. 사랑은 뇌의 가소성을 증강시킬 것이다. 그것이 사랑의 힘이다. 신은 고약하게 늙어가는 인간을 위해 ‘사랑’을 선물하신 거다.
-p252쪽 ‘노년의 사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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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차례
여는 글. 중년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일
1부. 이 나이에도 여전히 미숙하고 꾸준히 실수한다
몸과 마음에 찾아온 난데없는 변화
느닷없이 저지른 일의 진짜 이유
청춘이 사라진 자리에 필요한 것
주부로 20년을 살고 보니
2부. 고장 난 마음을 어떻게 다시 수리할 것인가
마음 공정, 온갖 마음을 다 겪는 것
중년 이후, 시간이 없어, 라는 조바심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
위층에 골칫거리가 산다
‘잘 사는 것’에 대한 흔한 착각
3부. 매듭짓지 못한 관계를 담담하게 바라보는 법
삶의 미결 서사들
마흔 이후에 떠올리는 짝사랑은
직면해야 할 때는 직면할 것
마흔 이후부터는 잃는 친구가 더 많은 법
응원한다, 과거의 나든 오늘의 타인이든
4부. 마흔, 나다운 삶을 모색해도 늦지 않은 나이
덜 읽고 더 살기로 했다
늙어가는 딸이 늙어버린 아버지에게
아이에게 바랐던 건 결국 내 욕심
미지의 다가오는 것들을 받아들일 준비
자기 삶에 대한 질문을 발명하기
5부. 인생은 의외로 길고 사랑 역시 그렇다
나의 외모, 노화, 우울과도 사이좋게 지낸다
노년의 사랑을 상상할 수 있는가
이끌릴 수 있는 힘이 사랑이다
결혼, 그리고 살림이라는 그 짠한 말
오늘의 나이, 대체로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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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 : 한귀은
경상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문학을 가르치는 그녀는, 학생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문학을 가까이 하길 바란다. 20세기에 한 시인은 “모두 병들었지만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라고 했지만, 21세기엔 “아무도 병들지 않았지만, 모두들 아프다.”라고 그녀는 진단한다. 이 환부가 없는 아픔에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치유의 시간만이 흐를 때, 문학이 삶의 나침반이 되어줄 수 있 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그리고 21세기 문학의 소명은 치유에 있다고 믿는다. 세상 대부분의 일을 책, 영화, 드라마, 음악으로 배웠다. 마흔 즈음부터 그 배우고 익힌 것을 몸소 실험하면서 인문학의 위력을 실감... 경상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문학을 가르치는 그녀는, 학생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문학을 가까이 하길 바란다. 20세기에 한 시인은 “모두 병들었지만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라고 했지만, 21세기엔 “아무도 병들지 않았지만, 모두들 아프다.”라고 그녀는 진단한다. 이 환부가 없는 아픔에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치유의 시간만이 흐를 때, 문학이 삶의 나침반이 되어줄 수 있 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그리고 21세기 문학의 소명은 치유에 있다고 믿는다.

세상 대부분의 일을 책, 영화, 드라마, 음악으로 배웠다. 마흔 즈음부터 그 배우고 익힌 것을 몸소 실험하면서 인문학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인문학으로 사랑뿐만 아니라 육아, 직장생활, 돈 쓰기나 쇼핑, 심지어 거절까지도 잘할 수 있다고 믿는 인문학 과격주의자이다. 감성만 있으면 늙어도 그냥 늙는 게 아니라고 믿는 감성 낙관주의자이며, 행복하지만 이 행복이 낯설어서 더 신이 나는 행복전향자이다. 그 외 고독능력자, 롤랑 바르트 신봉자, 작가 노희경처럼 쓰고 싶었던 인문학자이기도 하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KBS 진주 라디오에서 ‘책 테라피’(bibliotherapy) 코너를 진행했다. 책을 통해 스스로 자신을 보살피는 과정과 방법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 시간을 거치면서 책이 얼마나 안전하며 또 은밀한 치유제인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어 2010년 하반기에는 이별한 여자의 치유 과정을 담은 ‘문학치료의 (불)가능성’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영화를 통한 위로와 이해의 메시지를 담은 에세이 『이토록 영화 같은 당신』을 펴냈으며, 그 외 저서로 『여자의 문장』,『하루 10분 엄마의 인문학 습관』, 『그녀의 시간』, 『엄마와 집짓기』, 『가장 좋은 사랑은 아직 오지 않았다』, 『모든 순간의 인문학』, 『이별리뷰』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책 소개

중년은 ‘어떤 것’이 되는 기회!
전전긍긍하지 않고 담담하게
나이가 쌓여가는 풍경을 보는 법

“중년이 되면 더 잘 알아서가 아니라 더 불안해서 서둘러 균형을 잡으려 한다. 제대로 된 균형일 리 없다. 서둘러 균형을 잡기보다 균형 잡기의 기술이 다양해지고 고난도의 기술도 생겼으면 좋겠다. 간혹 10점 만점에 8~9점 정도의 착지도 해내고, 그걸로 기뻐하면서, 내 기쁨을 함께 기뻐하는 사람과 더불어 살고 싶다.”_ ‘여는 글’ 중에서

≪오늘의 나이 대체로 맑음≫은 서른을 지나 마흔을 통과하면서 한 여성으로서 겪은 몸과 마음의 소란한 풍경을 놀랍도록 솔직하고 담담하게 풀어낸 에세이다. 마흔은 늘 그렇듯 느닷없이 찾아온다. ‘내가 벌써 중년이라니……’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그게 마음대로 될 리가 없다. 탄력을 잃은 피부, 풍성함이라곤 없는 모발, 예전 같지 않은 체력, 불쑥 찾아드는 허무감…… 불안은 증폭되고 마음은 휘청거린다. 두 번째 방황이 시작된 것이다. ≪오늘의 나이 대체로 맑음≫은 40대를 코앞에 둔, 혹은 40대를 지나고 있는 여성들에게 나이가 드는 것은 한 발 한 발 계단을 오르며 낯선 문을 마주하는 일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높은 층으로 오를수록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완전히 달라지고, 그에 따라 예전과는 다른 눈으로 자신과 타인, 세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것. 이 과정은 매일이 당혹스럽고 퍽 쓸쓸하다. 하지만 미지의 다가오는 것들을 받아들이며 불확실 속에서 자신과 대면할 때 몰랐던 자기 자신을, 인생의 새로운 가치와 스러지지 않는 진실을 다시 발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중년은 ‘어떤 것’이 되는 기회이다. 저자 한귀은은 한 여자로서, 엄마로서, 딸로서, 직장인이자 생활인이자 인문학자로서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며 겪은 에피소드들을 때론 수다떨듯 때론 독백하듯 지면에 펼쳐낸다. 독자들은 그 에피소드 속에서 길고 긴 중년의 계절을 ‘대체로 맑게’ 건널 힌트를 쥐게 될 것이다.


마흔, 나다운 삶을 모색하는 데 가장 알맞은 나이
불안해서 서둘러 균형을 잡으려는 40대에게 전하는 위로와 공감

나이 듦의 징후는 몸도 몸이지만 무엇보다 급격하게 줄어든 자신감, 즉 심리적 위축감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이제 겨우 40대인데 매스컴은 떠들썩하게 ‘100세 시대’를 말한다. 남은 50~60년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 불안은 성급히 어떤 결론을 내라고 독촉한다. 저자 한귀은은 그녀 자신이 겪고 들은 일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들려줌으로써 서둘러 잡는 균형이 오히려 나쁜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어느 날 아침, 인터넷 동영상을 보다가 갑자기 자신의 머리카락을 셀프커팅하고는 엉망이 된 머리를 사후처치하러 미용실을 찾은 일, 중년 이후 ‘시간이 없다’는 조바심 때문에 휴가 때마다 의미 있는 추억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4050들의 짠한 강박, 별일도 아닌 일에 불쑥 터지는 히스테리와 짜증, 점점 예민해지는 오감과 관계 속에서 쌓이는 섭섭한 감정들, TV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의 예찬론자가 된 사연부터 이제는 눈물도 생리 현상의 일부로 느껴진다는 애잔한 고백까지 그야말로 차마 드러내놓지는 못했지만 구구절절 내 얘기 같은 에피소드들이 펼쳐진다. 이 무수한 경험을 통해 저자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 불안해서 서둘러 균형을 잡지는 말 것. 서둘러 균형을 잡기보다 자신이 흔들린다는 것을 알고, 더 흔들리며, 삐거덕거리는 마음을 다시 공정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마흔 이후야말로 나다운 삶을 모색하는 데 가장 알맞은 나이다.

마음 편히 나이 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인문학자 한귀은의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통찰

그럼에도 나이 듦은 어쩔 수 없이 서글프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행복해지고 단단해질 거라는 긍정적 자신감은 아무나 갖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느슨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나이가 쌓이는 풍경을 바라볼 수 있을까? 저자는 나이도 노화도 지금까지의 삶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순간 인생의 쇄신과 갱신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고 말이다. 그렇다고 이 모든 것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자신을 방치하라는 말은 아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아가되 자신에게 내재된 미(美)를 발견해내고, 그 나이에 맞는 고유한 매력을 하나하나 찾아간다면, 나이 듦을 좀 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 또한 가장 성숙한 방어기제는 유머라며, 청춘이 사라진 자리에 필요한 것은 어쩌면 유머일 거라고 말한다. 느닷없이 찾아온 노화의 징후들이 두려워질 때 유머로, 자연스럽게 마음 가는 대로 유연히 살아가라고 말한다. 행복은 추구하는 게 아니라 현재를 받아들이고 그 순간에 온전히 몰입할 때 불쑥 찾아온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종이책 회원 리뷰 (11건)

구매 오늘의 나이, 대체로 맑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H***M | 2018.09.10

친한 언니가 다쳐서 병원에 있을 때 병문안을 가면서 손에 들고 갔던 선물입니다. 나이가 한 살 한살 먹어가면서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 좀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실감하는 것 같아요. 젊다고 해서 마음까지 젊은 건 아니고, 신체 나이가 늙었다고 해서 마음까지 늙은 건 아니듯이 인생의 나이는 어느 한 단면으로 판단하기엔 복잡다단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또 나이든 것을 실감하고요. 그저 오늘, 대체로 맑네, 하고 웃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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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오늘의 나이, 대체로 맑음/웨일북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책**맘 | 2018.03.22

오늘의 나이, 대체로 맑음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한귀은

경상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문학을 가르치는 그녀는, 학생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문학을 가까이 하길 바란다. 20세기에 한 시인은 “모두 병들었지만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라고 했지만, 21세기엔 “아무도 병들지 않았지만, 모두들 아프다.”라고 그녀는 진단한다. 이 환부가 없는 아픔에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치유의 시간만이 흐를 때, 문학이 삶의 나침반이 되어줄 수 있 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그리고 21세기 문학의 소명은 치유에 있다고 믿는다.

세상 대부분의 일을 책, 영화, 드라마, 음악으로 배웠다. 마흔 즈음부터 그 배우고 익힌 것을 몸소 실험하면서 인문학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인문학으로 사랑뿐만 아니라 육아, 직장생활, 돈 쓰기나 쇼핑, 심지어 거절까지도 잘할 수 있다고 믿는 인문학 과격주의자이다. 감성만 있으면 늙어도 그냥 늙는 게 아니라고 믿는 감성 낙관주의자이며, 행복하지만 이 행복이 낯설어서 더 신이 나는 행복전향자이다. 그 외 고독능력자, 롤랑 바르트 신봉자, 작가 노희경처럼 쓰고 싶었던 인문학자이기도 하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KBS 진주 라디오에서 ‘책 테라피’(bibliotherapy) 코너를 진행했다. 책을 통해 스스로 자신을 보살피는 과정과 방법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 시간을 거치면서 책이 얼마나 안전하며 또 은밀한 치유제인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어 2010년 하반기에는 이별한 여자의 치유 과정을 담은 ‘문학치료의 (불)가능성’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영화를 통한 위로와 이해의 메시지를 담은 에세이 『이토록 영화 같은 당신』을 펴냈으며, 그 외 저서로 『여자의 문장』,『하루 10분 엄마의 인문학 습관』, 『그녀의 시간』, 『엄마와 집짓기』, 『가장 좋은 사랑은 아직 오지 않았다』, 『모든 순간의 인문학』, 『이별리뷰』 등이 있다.


[예스2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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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내가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대한

굉장한 압박을 받은 적이 있다.


중년으로 접어들어 가면서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나이가 든다는 것이 뭔가 사회적으로 소외됨과

외형적인 변화 또한 나에겐 참 세월 앞에 장사없음을 보여주는

초라함을 남겨가는 것 같아 참 비참해진다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참 괜찮다라고 느낀적이 있었나를 묻는다면

사실 그동안 없었다.


연륜이 쌓여서 좋은게 인생의 다양한 경험을 통한

깊이와 철학이라고 하기엔

내 나이가 참 중간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듯 했다.


이도 저도 아닌 참 불편한 나이..


그런데 이 책에선 내 머릿 속을 환기시킬만한

참 좋은 터닝포인트가 된다.


눈부신 봄날만 봄날이 아니다.

그저 조금만 따뜻해도 된다.

손바닥만 한 양지만 있어도 된다.

숨 쉴 만큼, 함께 이야기 나눌 만큼의 바람만 있으면 된다.

그런 날이 많지 않아도 된다.

봄날이 그런 것이라면 중년을 넘어도, 더 나이가 들어도 간혹 와준다.

그게 생이다.


뭔가 기대하던 일을 조바심 내다가 낭패를 본 적이 많다.


그럴 때마다 기대에 대한 아쉬움보다 괜한 분노감도 든다.


이젠 안되는가 싶은 희망 잃은 내 가여운 모습을

나도 스스로 돌아봐지면서 나에게 봄날은 언제인가를

늘 기다리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눈부신 봄날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내 눈 앞에 펼쳐진 손바닥만 한 양지의 햇살을

난 보지 못하고 살아왔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조바심나고 조급해 했던 것 같다.


내 몸과 마음의 풍경을 바라볼 여유없이

찬란한 빛으로 내가 더 빛날 수 있는 때만을

늘 기다리고 기다리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런 봄 날이 중년에 찾아와준다면 하는 마음에

뭔가 로또 1등 당첨되는 기분처럼

학수고대하는 내 바램이 헛된 기대가 되었다라고 좌절했던 순간들..


삶은 포기하기 이르고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언제까지 찬란한 봄날만 바라보고 있을 것인가.


그렇게 살기엔 내 생에 남은 시간들이 아까운 생각들로

허비되고 있다는 것이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나이 사십을 바라보면서

어중간하지 않을 만큼 내가 몫을 하며 살아가고 있나 싶지만

그런 걱정과 근심은 내가 가진 남은 나날들 속에서

참 무의미한 것들이었음에

나는 지금의 나로 충실히 살아가고 싶다.


늘 맑을 순 없겠지만, 대체로만 맑았으면 하는

오늘의 나이..


나이 듦에 익숙해지려 애쓰지 말고

지금을 편안히 느끼며 하루 하루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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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드는 건 생각보다 괜찮은 일이야 [오늘의 나이, 대체로 맑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콘* | 2018.03.22

아는 사람의 글을 읽는 건 새롭다. 그 사람을 만나는 것과는 또다른 느낌이 든다. 행동과 말에서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를 글은 담아낸다. 그리고 조금 더 정돈되고 단정하다. 혹여나 글에서 가식이나 거짓이 묻어나더라도 결국 그것 또한 글쓴이 자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글은 행동과 말 만큼이나 큰 표현력을 가진다.

 

오늘의 나이, 대체로 맑음한귀은 저자는 아는 사람이다. 말 그대로 아는 사람. 나는 일년 정도 그녀에게 수업을 들었다. 비록 그녀는 나를 기억하지 못할 거지만, 나는 분명히 기억한다. 저자의 강의는 대학 내에서 인기가 많았고 수업 또한 재밌었다. 다른 노교수들보다 고루하지도 않고 진부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강렬하게 남아 있는 하나, 교내 영상 공모전에서 심사위원이었던 그녀가 1등의 자리를 비워놓고 내게 2등을 줬다. 나보다 나은 사람이 없었지만, 1등 받을 퀄리티는 아니었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이 부족했는지 조언해줬다. 언뜻 기분 나쁘게 들릴 수도 있었지만, 나는 그 경험을 통해 성장했다. 돌아보면 정말 고마운 일이다.

 

오늘의 나이, 대체로 맑음은 공적으로 알던 저자 한귀은의 철저한 사적인 이야기다. 그래서 낮설다. 교단에서 당당한 모습의 그녀와 달리 아들을 기르는 평범한 주부 혹은 중년의 여성이 책에 담겨 있다. 조금씩 쳐지는 피부, 날이 갈수록 적어지는 머리 숱, 예전 같지 않은 기력, 허무감 등 많은 것들이 그녀에게 다가온다. 갑자기 찾아오는 사춘기와는 달리 중년의 허무함은 하루마다 조금씩 스며든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이 현재 겪고 있는 중년의 쓸쓸함을 토로함과 동시에, 한편으로 담담한 통찰을 보여준다. 일과 가족, 관계와 사랑 등에서 새로운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비춰주고 있다. 아직 청춘의 마음을 잃지 않은 감수성으로 40대 여성의 삶을 응원하고 있다.

 

저자 한귀은은 기존에 사랑에 관한 전작을 꽤 냈다. 그때의 책이 전문적이고 객관적이었다면, 이번 책은 현실적이다. 그렇지만 둘 다 저자의 모습이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났다고 선택하는 것조차 모순이다. 다만, 인간적인 모습이 보이는 이번 책이 참 살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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