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양,홍한별 공저
노지양 저
[노승영의 멸종 위기의 나날들] 어린이책을 번역한다는 것
2021년 10월 01일
2020년 03월 27일
2019년 04월 12일
“번역은 복원이다”p.4
->작가의 글을 다른 언어로 그가 원하는대로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번역이라고 그는 말했다.
“번역서는 단순히 한국의 서점, 도서관, 서재가 아니라 한국어 속에 자리 잡아야한다.”p.65
->그렇기에 한국어를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이해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번역은 말하자면 꾸역꾸역 읽기라고나 할까?” p.102
->꾸역꾸역 한글자 한글자 읽다보면 한권의 책이 끝나는 법~!
"어느 이탈리아 장인은 한 땀 한 땀 추리닝을 만든다지만 번역가는 한 자 한 자 원고를 엮는다. 글자는 번역가의 땀이다. 어떻게 보면 인형에 눈을 붙이는 작업과도 그리 다르지 않다. 200자 원고지 한 매에 4000원을 받는다고 치면 20원짜리 글자를 하나씩 원고지에 붙이는 격이니 말이다.“ p. 129
->장인 정신이 아니고서야 번역도 못할 일이다.
"난 일이란 이층집과 같다고 비슷하다고 생각해. 전체를 받치는 일층은 생활비를 벌기 위한 곳이지. 하지만 그것뿐이면 너무 재미없잖아. 그래서 꿈을 이루기 위한 이층이 필요한 거야. 꿈만 꾸는 집은 무너지지만 밥만 먹는 집은 답답하잖아.“ P. 139
->변두리로켓 일드 중
->가장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한 1층, 꿈을 이루기 위한 2층을 위해 오늘도 잊지 않고 노력해야지~!
“전업 번역가가 번역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 째로 들 수 있는 이유는 번역 속도다. 이건 두말할 필요 없는 전업 번역가의 장점이다.”p.169
->하루 꼬박 혹은 7-8시간을 한 자리에 앉아서 마감날짜를 지키기위해 사명감을 다하는 번역가들을 타직업인들은 따라갈 수 없는 법이다.
"한국어는 영어와 달리 친족 관계를 시시콜콜 구분하고 따로따로 명칭을 붙이기 때문에 번역가는 저자가 밝히지 않은 정보까지 알아내야 제대로 번역할 수 있다.“ p. 178
->그래서 저자에게 일일이 이메일로 물어보아야 하는지라 시간이 배는 더 걸린단다. 우린 왜 이러게 친족에 집작하는 걸까?
"편집자는 첫 독자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 독자는 내가 오역이나 오타를 저지른 것이 없나 눈에 불을 켜고 찾아볼 뿐 아니라 걸핏하면 내 문장을 자기 멋대로 뜯어 고치는 사람이다.“ p. 239
->편집자와의 그 불편한 그 관계에 대한 정의
"사전 찾는 일의 8할은 수많은 대역어 중에서 가장 알맞은 단어를 고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전에서 마음에 드는 대역어를 찾지 못하면 번역가의 고뇌는 기학급수적으로 늘어난다.“ p. 246
->가장 꼭 맞는 단어를 골라내지 못하면 머리를 싸매고 화장실을 못간 마냥 끙끙 앓는단다.
"슬럼프 대처법
첫 번째 방법은 무작정 밖으로 탈출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마지막 방법은 가장 극단적인 방법이면서 동시에 효과가 큰 방법으로 빚을 지는 것이다. 평소 사고 싶었던 물건을 과감히 지르거나 하고 싶었던 일을 해버리는 것이다.“ p. 263-265
->두번째 방법을 자주 써먹는데 세번째는 화끈하지 않을 수없다.
서평 제목을 알랭드 보통의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따왔습니다. 산뜻하고 평온해 보이는 표지 느낌과는 다르게 번역가의 치열한 일상과 희로애락이 가감없이 쓰인 책은 과학책 번역하는 남자 노승영씨와 스릴러 번역하는 여자 박산호씨가 1년 반 가까이 온라인 매체에 쓴 칼럼을 엮은 에세이입니다.
저 역시 번역을 밥벌이로 삼고 있어서 그런지 책 제목이 ‘번역가 모모씨의 일일’인데 자꾸만 ‘열일’로 보입니다. 한국에서 전업 번역가는 말 그대로(literally) 열심히 일해야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죠. 보통 직업이 번역가라고 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영어 잘하시겠네요.”, “시간 여유가 좀 있겠네요.”, “육아하면서도 일하기 좋겠어요.” 등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실제로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영어를 잘해야 하지만 영어만 잘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시간은 관리하기 나름이지만 대부분은 직업병을 달고 지내며 바깥 세상과 스스로를 격리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목차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두 저자는 번역가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현실적 고민과 애환, 번역가 지망생들이라면 누구나 궁금할 만한 거의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가감없이 담았습니다.
완벽한 번역은 없지만 최선을 다하라
이 책의 매력 중 하나는 저자의 솔직함입니다. 모든 글이 솔직 담백하지만, 그 중에서도 노승영 번역가가 상당히 부끄러울 수 있는 과거의 오역 사례를 소개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과학 전문 번역가로 잘 알려졌고 시사주간지 ‘시사인’이 선정한 ‘2014년 올해의 번역가’로도 뽑힌 베테랑 번역가의 고백은 오역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후배 번역가에게 위로가 되는 동시에 용기도 줍니다.
번역가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성실함, 쪼잔함, 겸손함, 집요함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중요한 것을 꼽자면 ‘강한 멘탈’을 들 수 있다. 번역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오역을 저지를 수밖에 없기에, 편집자나 독자에게 오역을 지적 받을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직업에 회의를 느낀다면 번역가로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 (51쪽)
하지만 번역가로서 최선을 다했다면, 사전의 마지막 의미까지 찾아보고, 구글 마지막 페이지까지 검색하고 머리가 터질 때까지 고민했다면 자신의 마지막 판단을 믿고 당당하게 선택하기 바란다. (54쪽)
제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시대 번역가의 운명은?
얼마 전 해외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호기심에 자막을 한국어로 설정해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자동 번역된 문장이 생각보다 자연스럽고 괜찮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해 해외여행을 갔을 땐 그 나라 언어를 못해도 스마트폰의 번역기로 바로 소통할 수 있고, 심지어 약국에서 제품명만 사진을 찍으면 텍스트 이미지를 인식해서 번역되는 어플도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이러다가 정말 앞으로 내 생계가 위협받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든 적이 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번역가들은 한번쯤 그런 생각을 했을 겁니다.
박산호 번역가 역시 2017년 네이버의 파파고 서비스를 보고 한동안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합니다. 저자가 나름대로 고민하고 기계번역에 대한 조사를 통해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그나마 문학과 철학 같은 분야는 당분간 기계번역으로 대체하기 힘들다고 본다면, 그때까지라도 기계가 따라올 수 없는 실력의 날을 다듬는 수밖에 없다.
기계가 따라올 수 없는 번역이란 아마도(?) 기계는 가질 수 없는 풍요로운 정서와 상상력을 갖춘 번역 아니겠는가? 그래서 나는 더욱 더 인간다워지기로 했다. 그러자면 기계적으로 옮기던 습관에서 벗어나 보이는 것 너머를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49~50쪽)
번역은 즐거운 고통의 연속
번역에 대한 보상은 노력이 아니라 결과를 기준으로 주어지며 결과는 질보다 양으로 측정된다. 실력보다 속력이 중요하다. 물론 실력이 향상되면 번역료가 어느 정도 인상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초보와 대가가 받는 번역료에는 큰 차이가 없다. (94쪽)
비슷한 실력의 번역가가 있으면 같은 시간 동안 많은 양을 소화하는 번역가에게 일감을 줄 것입니다. 그래서 속력도 실력이고, 체력도 실력입니다. 다른 분야처럼 연차가 올라가면서 수입이 비례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또래 친구들보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습니다.
가끔씩 작업 진도는 안 나가는데 예상치 못한 지출이 발생해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때, 이 가성비 낮은 일을 왜 하고 있나 라는 자괴감에 우울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내용을 작업할 때, 아름답고 의미 있는 문장을 옮기고 있을 때,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작품이 완성되었을 때, 남들은 모르는 희열을 느낄 수 있습니다. 비록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도 스스로 가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보람도 느낍니다. 이처럼 번역은 즐거운 고통의 연속입니다.
이 일은 끊임없이 텍스트와 대화를 나누며 읽고 또 읽는 생활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 또한 옮길 수 없는 텍스트를 옮기는 일에 비애와 슬픔을 느끼겠지만 그마저도 즐길 경지에 오르면 굉장히 강력한 무기가 생기는 셈이라는 말도 덧붙이고 싶다.
이 모든 괴로움과 슬픔을 음미할 준비가 됐다면, 번역의 세계로 들어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29쪽)
번역 잘하는 방법에 관한 책은 꽤 많습니다. 번역에 관한 기술보다는 번역 한 번 해볼까 하는 분들, 번역가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신 분들에게 이 책을 강력 추천합니다!
리뷰를 쓴 다른 많은 독자처럼 모모라는 번역가에 대한 내용인 줄 알았더니, 번역가들의 경험담과 삶에 대해 쓴 책이었다.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원어를 익히기도 하고, 자격증도 따보기도 하고, 번역일에도 관심을 가졌던 때가 있었다.
특히 영화를 보면서 분명 한국말인데 자막 내용이 이해가 안 갈때나, 아무리 봐도 터무니없는 내용으로 번역된 자막을 볼 때면 내가 해도 이보단 낫겠다고 생각했던 때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깊게 번역의 세계에 들어가보면 번역이란게 결코 쉬운일이 아니구나 금세 깨닫게 된다. 그런 경험이 약간 있었던 터라, 책의 내용에서 저자들에게 공감이 가고 와닿는 것이 많았다. 번역일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 하다.
꽤나 치열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어서, 파스텔톤 책 표지에서 풍기는 몽글몽글하고 달달한 느낌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겠다.(내용도 표지 디자인 만큼 귀여울 줄 알았다.) 원문의 brother를 제대로 번역하기 위해 저자에게 메일을 보내서 형인지 동생인지 물어야 했던 일, korean scientist C.Y. Jung의 한국식 이름을 찾기 위해 그의 논문을 뒤져 이메일 주소를 찾아낸 일, 번역료를 떼인 일, 오역 논란에 마음앓이를 한 일 등등등....아무리 낭만적으로 보이는 직업이라도 가까이 보면 절대 그렇지 않은 법이다.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이라는 제목에 일본 번역가 '모모' 씨의 이야기인가 생각했습니다. 아니 제가 이런 큰 실수를... 읽다 보면 번역가 분들의 애환, 고충에 공감하고 평소 하던 생각을 번역가 분들도 하고 계셔서 놀라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존잘님의 책을 번역하라니 나에겐 무리야...!라던가, 아무리 책 내용이 싫었어도 그렇지 그걸 니가 까면 안 되지...!같이 평소 생각하던 것이나 읽다가 번역가님 이 부분 보시면 멘탈이 괜찮으시려나...? 싶었던 것도 역시나 고민하고 계셨구나 하는 것이요.(정성들인 것이 보이는 책에 있는 오역이나 오.탈자는 읽는 사람도 안타깝게 만듭니다.) 무거운 작법책을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가벼운 일상 이야기라 읽기에 부담 없이 번역가의 하루를 슬쩍 본 것 같아요. 재미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