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천호 저
페터 볼레벤 저/강영옥 역
최훈 저
카트린 하르트만 저/이미옥 역
나오미 오레스케스,에릭 M. 콘웨이 공저/홍한별 역/강양구 해제
마리-모니크 로뱅 저/목수정 역
2022년 11월 10일
2019년 01월 02일
[연말 특집] 독자 50인이 말하는 ‘2018 올해의 책’ ①
2018년 12월 11일
한승태 작가는 글을 참 잘쓴다. 이 불편한 주제를 이렇게 유려하게 풀어내다니. 외국인 노동자 얘기가 깊어질때는 약간 주제에 벗어나는 거 아닐까 싶었지만 읽는데는 전혀 문제가 되지않았다. 집중해서 잘 읽었다.
나는 고기 엄청 좋아한다. 채식주의자는 될 생각도 없다. 닭, 돼지, 소를 불쌍하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양계장 양돈장 근처에 가면 냄새난다고 얼굴 찌푸린적은 많았다. 그것들이 사육되는 과정은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먹어서 맛있으면 그만이었지.
"아 불쌍할 게 뭐 있어, 저래도 잡아먹히는 거고 이래도 잡아먹히는 건데.. 저러다 죽으면 죽는 거고 살면 사는 거고. 뭐 지들 팔자지." -돼지고기 비육농장.
이게 맞는 말 같다. 인간 중심의 사회에선 식량으로 사육되는 동물들의 처우 개선 이런건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겠지. 다만 저렇게 생산되는 고기들의 질이 안좋아진다면 환경이 좀 좋아질 지도 모르겠다.
다만 마지막 개고기의 경우는 너무 끔찍해서 읽기 힘들었다. 개고기는 접해 본 적이 없어 그렇게 사육되고 있는지 몰랐다. 닭이나 돼지나..먹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같은 고기 일텐데..잘 모르겠다.
암튼 내용과는 별개로 작가가 글을 참 재미있게 잘 쓴다.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무감각한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10동에서부터 차례대로 작업했는데 얼마나 많은 닭을 죽였는지 모르겠다. 수백 마리는 될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정말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중략)
이런 식이면 사람도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 154p
통계와 클로즈업
문제애 대해 수치 위주로 접근하게 되면 금방 이해한다. 그리고 금방 까먹는다.
우리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건들을 수치로 접하게 되었을 때 자신은 이 비극을 '안다'고, 피해자들의 고통을 '이해한다'고 생각하기 쉽다.(뉴스에서 전해오는 제 3자나 다른 국가에서 생긴 비극들을 떠올려 보라) 대상을 파악했다는 감각은 내적으로 형성된 불안감을 해소시킨다. 이때 생긴 만족감은 계속해서 의심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동력을 감소시킨다. 이해했기에 안심하고, 안심했기에 그것들은 계속해서 다른 세상 일로 남을 수 있다.
저자는 직접 현장에 일을 우리에게 전함으로써, 우리와 대상 사이의 거리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비록 순간일지라도 생생한 글들은 우리 경험의 일부가 된다.
경험 이야기
이 책은 저자가 직접 농장에 위장취업하여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을 적은 노동 에세이다.
고기와 가축들에서부터 그들을 키우는 사람들과 환경.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게 된 이유. 가축들을 대하며 점점 변해가는 자신에 대해, 저자 특유의 풍부한 비유와 관점으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가축들을 다룰 때는 항상 '죽임'과 '죽음'이 함께 했다. 반복되는 일상에 점점 무감각해져 가는 저자. 그리고 함께 무뎌져 가는 독자인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책 내용은 다채롭다. 붉은 피가 뿜어져 나오고 생명이 죽어가는 소리와 발버둥의 현장을 벗어나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동물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사람과 동물, 법, 그리고 환경 등 전반적인 이야기가 있어 좀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저자가 개고기 농장에 갔을 때 이야기다. 아무래도 개가 사람과 가장 친근한 동물이다 보니 저자 본인도 일을 하면서 사장으로부터 "개에게 미워하지 말고 정도 주지 말라"는 충고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마리의 개에게 관심 가지게 되고 이로 인한 기대감에 다른 개로부터 배신감을 느껴 개를 싫어하게 되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 개를 무서워한다던 저자가 사람만 보면 꼬리를 살랑살랑 쳐대는 백구를 만나 개에 대한 마음을 열고, 백구에게 관심과 호감이 생겼었지만, 이로 인해 다른 개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은연중에 저자의 마음에 생겨났던 것 같았다.
백구와는 반대로 사람만 보면 짖고 으르렁거리는 갈색 수컷의 쿠조에게 저자는 차별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고, 순한 백구에 비해 사나운 쿠조를 비교하며 결국 저자는 '고기'를 상대로 분노하게 된다. 생명이 아닌 상품에게.
강아지를 키우고 사람들이 국회로 모여 개고기를 생산하지도 팔지도 말자는 데모를 했다는 내용이 나왔다. 그래서 식용인 개가 없어진다면 그 많은 음식점, 학교, 호텔 등에서 나오는 대량의 음식물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할 것이며, 처리 비용은 어떻게 되고 또 개 농장을 운영하는 농장주의 삶은 어떻게 되는 것이고, 음식물을 처리하는 비용이 증가하게 되는 식당들은 어떻게 되고, 또 거기서 나오는 실업자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라며 개고기 농장 사장은 혀를 찼다. 데모하는 그들이 한심하다는 듯이 저자에게 늘어놓는다.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비용을 늘이기는 싫지만, 그렇다고 그걸 개한테 먹이는 것도 싫다.
어느 한쪽의 편만 들어줄 수 없는 이해관계였다. 이런 내용은 사회 어디를 가나 있을 법한 이야기여서 공감도 되고, 지금의 법이 싫어서 덤벼들어 봤더니 알고 보니 자기 무덤 파는 이야기인 걸 깨닫고 법에 관심이 있다 없다 한 건가 하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전문용어
"병아리 들을 '처리'할 때는 죽인다, 잡는다고 하는 대신 불량품을 도태시킨다고 중얼거린다. 하자가 생긴 물건을 처리하는 거다. 이건 도태다. 도태, 도태, 도태. 어느 순간엔 정말 닭을 죽이는 것이 문서를 파쇄하거나 삼각 김박을 폐기하는 것처럼사무적으로 와닿을 때가 있다. 도태 대신 B52나 비활성화라는 말을 썼다면 사무적인 순간이 더 늘어났을 것이다."
말에는 힘이 있다. 언어는 무의식적으로 생각의 틀을 재단한다. 그래서 이름과 사용하는 단어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생물과 상품 그 어딘가
고기가 아닌 가축들의 삶은 개선되어야 한다. 발에 치이고, 앉았다 일어섰다가 다인 공간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임신 중이거나 출산 중인 상태밖에 없는 삶을 살아가는 동물들, 무게 그램 수가 부족하여 목이 비틀어지는 동물들, 썩고 썩어 구더기와 곰팡이가 신선해 보이기까지 한 음식 쓰레기를 먹는 동물들... 이것들을 누가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비윤리적이다. '생명체'에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에는 분명하다.
식용으로 쓰이기 위해 사육된 소, 돼지, 닭
오락거리 쓰이는 말과 식용으로 쓰이는 말
집을 지키기 위해 길러져 왔던 개
그리고 식용으로 쓰이는 또 다른 개
인간은 자기 입맛 편하게 생명을 도구화시켜왔다. 이기적인 게 인간이다.
인류애가 바닥나는 이야기들과 뉴스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뉴스가 아니더라도, 우리 일상 속에서 의식 중에서나 무의식 중에서나 어디서든 있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인류가 살아있는 한 인류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지는 일들은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다.
그렇다고 '인류는 악이야. 인간으로서 이러한 일들을 바로 잡아야 해.' 라는 어디선가의 외침은 몇 초 정도 공감하다가 편리한 이기심으로 나를 감싼다.
아직 자유롭게 방목해서 풀린다는 유기농이란 태그가 붙은 녀석들은 대부분 비싸다.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가치를 만들어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면 더 자유로울 수 있을까
모르겠다.
제목부터가 너무 슬프다. 왜 이 지구상에 태어난 운명이 다 달라서 어떤 동물은 처참하게 살아가고 결국은 인간의 입으로 씹혀 내장으로 들어가는걸까?
고기를 먹을 때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보통 소비자가 고기를 섭취하고자 할 때 고기를 구입하는 장소인 마트나 정육점에서 우리는 처음 만난다. 그 이전의 과정은 사실 들어보긴 했지만,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잔인한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이 책을 모든 사람이 읽는다면 고기를 고집하는 사람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강아지를 키우는 입장에서 개농장에 대한 섹션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개를 도살하는 과정이 너무 끔찍하다. 아직도 그런 과정으로 개농장이 운영되는지 궁금해서 검색해보았다.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말이 되는걸까? 다행히 여러 동물 보호 단체들이 있어서 감시하고 동물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듯 하다.
언제나 개고기에 대해서는 끔찍하고 말도 안되는 음식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책을 덮고는 왜 돼지와 닭은 먹어도 되는것인지에 대해서 다시 스스로 물어보게 된다. 그 동물들의 죽음도 정말 끔찍하다. 생명에는 경중이 없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채식주의에 대해서 고민해보고 실천해보고자 한다. 내가 할 수 있는게 많지는 않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건 바로 이게 아닌가 싶다.
전작부터 이슈였던 작가의 이번 책 역시나 굉장히 특이하면서도 생각해야 할 문제를 가득 안고 있다. 한국의 식용 동물 농장 열 곳에서 일하고 생활하면서 겪은, 보고 느낀 것들의 기록이다. 며칠 전에 티비로 봤던 환경 스페셜 프로그램과 겹쳐보이기도 한다. 인간에게 먹을 것으로 제공되는 운명이 되어버린 가축들. 그 동물들이 인간에게 고기로 제공되어지려고 어떻게 왔다가 어떻게 가는지, 4년 동안 일하면서 경험했다고 한다.
상당히 충격적인 시작으로 이야기를 이어가지만, 좀더 구체적이고 넓은 의미의 문제들을 끄집어낸다. 닭, 개, 돼지 농장 등을 거치면서 생명의 존엄과 윤리를 생각하고, 거기에 이어지는 노동자의 삶까지 함께 고민한다. 인간이 노동자로 살아가는 문제이기도 하고, 인간에게 자연에 관한 권리를 어디까지 주었는지 묻기도 한다. 한국의 고기 유통 산업의 문제 또한 들고 온다.
고기를 먹으면서 사는 일상은 야만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우리가 쉽게 먹는 그 고기가 생산되는 과정은 비윤리적인 부분이 많다면서, 그 문제를 고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하게 먹기 위해 우리 식탁에 놓인 것들을 단순하게 보이지 않게 하는 문제들을 같이 이야기한다.
작가는 일자리를 구하기 전에 막연하게 생명을 다루는 곳은 지루하지 않을거라는 생각에서 육고기 농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제가 생각해 볼때 작가의 인성이 본래 생명에 대한 인지가 있는 분인거 같다.
작가는 일하는 에피소드를 들려 주었는데 그건 내가 볼때 노동 환경을 생각해 볼수 있었다.
노동환경과 사장의 갑질은 고기 동물을 대하는 사장이 인간에게도 똑같이 적용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비 위생적인 환경 속에서 사는 고기용 동물을 다루는 직원은 그 동물과 똑같은 장소에서 일하기 때문에 똑같이 비 위생적인 털먼지 속에서 일한다.
반면 부화장 같이 소독이 항시 필요한 곳은 일하는 사람들도 똑같이 소독과 위생복을 입고 들어 가야 한다.
궁금한 점은 닭,돼지들을 햇빛에 노출시켜서 자외선 살균을 시키면 돈을 많이 들여서 소독을 할 필요가 없을거 같다. 그래도 전염병이 돌아 죽는 동물들도 많다. 그러나 책을 읽어 보면 옮겨야 할 동물들이 몇백 마리 된다. 이 동물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못해 이동을 하지 않으려 해서 동물들을 한꺼번에 몰때면 너무 힘들다고 했다. 욕심을 버리고 좀 적은 수를 데리고 키우면 되지 않을까 했지만 대형 농장만 살아 남는다고 한다.
그리고 가축의 위생과 질병은 주사를 놓는 것으로 해결하나 보다.
요즘 소비자들은 가축에 항생제를 놓는 것을 알아도 먹는다. 나의 부모님도 고기를 먹어야 배가 든든하고 몸 보신 되어 건강을 유지할수 있다는 신념이 있으시다. 그러나 아빠는 배도 많이 나오시고 고혈압 약을 드시고 계시다. 내가 고기를 않드셔야 건강하다고 아무리 설명해 드려도 소용 없다. 나에게 고기를 먹여야 안심을 하시니 나도 하는 수 없이 같이 고기를 먹게 된다.
책을 읽어 보니 자연이 할 일을 사람이 많은 돈을 들여 한다는 사실이다. 바람 대신 환풍기, 자외선 대신 소독제, 온도 맞추기, 사냥 대신 시간 맞춰 먹이 주기, 동굴과 땅속 대신 추위와 더위를 피해 줄 실내 등등.
사람을 위해 고기로 태어 났지만 동물에 대한 이해 없이는 인간을 이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