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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2020년 01월 07일
인문학 붐이 일던 2018년에 출간된 책이다. 출간 당시에는 모르고 있다가 2년 전 코로나가 한창일 때 중고서점에서 발견하고 <퇴근길 인문학 수업> 시리즈 3권을 모두 구매했다. 신나게 밑줄 그으며 읽고 밑줄 친 부분을 필사도 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 기억나는 게 거의 없어 리뷰를 남기려고 새로운 기분으로 다시 읽었다.
이 책은 크게 생존과 공존, 대중과 문화, 경제와 세계, 철학과 지혜라는 4개의 대목차로 이루어져있으며 각각의 대목차는 3개씩의 소목차로 나뉘고 소목차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순서로 다섯 꼭지씩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문화창작부 교수, 정신과 전문의, 한문학자, 소설가, 영화평론가, 경제학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쓴 글이다 보니 전문성은 있지만 할당된 분량이 적어서인지 독자가 흥미를 가질만한 정도에서 끝난다. 인문학 입문의 마중물. 이 책의 역할은 그 정도가 아닐까.
문학, 역사, 철학, 신학, 음악, 영화, 미술, 경제, 과학 등을 주제로 하는 여러 분야의 이야기가 실려있어 읽는 이는 각자의 흥미에 맞는 부분을 먼저 골라 읽을 수 있다. 그 중 이번 리뷰에서는 ‘조선의 대중문화’편에 수록된 <어우야담>과 <도문대작>이라는 책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해보겠다.
<어우야담>
<어우야담>은 공자왈, 맹자왈하는 유교서적이 대세이던 조선시대에 인어, 귀신, 꿈, 성(性) 등의 민간에 떠도는 이야기를 모아 만든 책이다. 현세에 집중하는 유교 사상의 영향으로 조선의 사대부는 사실이 아닌 것을 기록하는 것을 꺼렸다고 한다. 그렇지만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도 튀는 인재는 있는 법. <어우야담>을 지은 유몽인(1559~1623)이 그런 존재였다. 그는 선조 시대의 수재로 학문과 문장에서 모두 뛰어나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내정을 살피고, 명에 세 번이나 사신으로 가는 등 외교업무도 맡았다고 한다.
전쟁 동안 직접 백성의 어려움을 살피고, 명의 문물을 접하면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명에서 들어온 소화집 <절영삼소>등을 통해 조선에서도 통속문학에 대한 관심이 일어났다. 그렇지만 소화집은 음담패설이 많고, <금병매>나 <수호지>같은 명나라 유명 소설에는 허망하고 터무니없는 말이 많아서 조선 문인들의 반응이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당대 최고의 문장가로 꼽히는 유몽인은 이런 것에 구애받지 않았다. 그는 전통적인 글쓰기를 거부하고 <어우야담>을 집필했다. 임진왜란이라는 대전란을 겪고 난 후 정치적 혼란과 당쟁, 그리고 백성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을 보면서 현실을 풍자하고 싶었을 것이다.
(p.243~244)
<어우야담>은 우리나라 최초의 야담집이며 조선 중기 대중문화의 물꼬를 튼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막상 시대를 앞서갔던 천재는 시대와 화해할 수 없었나 보다. 인조반정 때 역적으로 몰려 아들과 함께 처형당했으니 말이다. 임진왜란이라는 환란을 겪고도 변화하지 않는 지배층으로 인해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진 사실을 생각하면 그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고가 더욱 소중하고도 안타깝게 느껴진다.
<도문대작>
조선의 자유로운 영혼을 말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인물, 허균.
<홍길동전>으로 유명한 허균이지만 이번에 소개할 책은 <도문대작>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음식 품평서인 <도문대작>은 허균이 유배지에서 지난날 먹던 산해진미를 생각하며 쓴 책으로 온갖 맛있는 음식에 대한 품평이 실려 있다. ‘도문대작(堵門大嚼)’라는 제목도 ‘푸줏간 앞에서 입맛을 다시다’라는 의미로 유배지에서 산해진미를 먹을 수 없는 상황을 아쉬워하며 지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선비의 식도락 책이라니. 특이하다. 선비의 글들은 한술 보리밥과 나물반찬이 어쩌고 하는 청빈한 삶을 추앙하는 내용이 다수가 아니던가.
허균은 당시 최고 명문가에서 태어났고, 처가도 부유했으며, 임진왜란을 겪으며 팔도의 음식을 다 먹어볼 기회가 있었고, 중국인들과의 교류도 있어서 중국 요리에 대한 식견도 갖춘 인물이라고 한다. 맛 칼럼리스트가 되기 최적의 조건이다.
그런데 이런 조건의 선비가 허균 뿐이었을까.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사대부들도 허균과 비슷한 배경을 지녔고 그들 또한 온갖 산해진미를 접할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문대작>같은 책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음식에 관한 다양한 경험 덕분이라기보다 당시의 선비들과는 다른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는 게 더 타당한 설명이 될 듯하다. 이것은 ‘식욕과 성욕은 인간의 본성이다’라는 저술의도에서도 드러난다.
이 책을 통해 그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홍길동전>이 그랬듯이 이 책 또한 시대와 타협하지 못하는 자신의 생각을 음식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유몽인과 허균.
최근 한국사책을 읽으며 경직된 조선시대에 답답함을 느껴서인지 조선의 이단아들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덧.
빡빡한 삶에 지친 직장인이나 학생들에게 인문학을 통해 자기성찰과 치유의 기회를 마련해주면서 동시에 인문학에 대한 지적 갈등도 해소하기 위해서다. 근로시간 단축을 계기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작용했다.
(p.7)
프롤로그에서 밝히는 기획의도 중 일부이다.
그런데 책이 나오고 5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근로시간을 늘리자는 정책이 화제가 되는 지금, ‘근로시간 단축을 계기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는 문구가 서글퍼 보인다.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이다. 무언가에 쫒기듯 살아오는 인생에 여유가 없이 살아가는 듯 하다. 하지만 이럴때일수록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며 사유해야한다. 나는 누구이지. 나는 왜 살고 있지. 이런 존재론적 질문이 시작된다. 멈추고 난뒤에 가능한 일이다.
퇴근길 인문학 시리즈는 가볍게 읽을 수 있게 만들어놓은 인문학 교양집이다. 인문학을 어렵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퇴근길에 가볍게 시도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일독을 권한다.
하루에 한 꼭지씩 '인문학적 소양'을 쌓는다면 어떨까? 인문학은 별거 아니다. 어떤 이는 '지적허영'을 만끽하기 위해서 <인문학책>을 읽는다고도 하지만, 그런 거창한(?) 계획 없이도 인문학을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허나 인문학의 범주가 워낙 광범위하다보니 뭘 읽을지 고민스러운 것이 '일차적인 문제'일 것이다. 그렇지만 요즘은 그런 '일차적인 고민'조차 할 필요가 없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이라는 책이 있기 때문이다.
제목에 '퇴근길'이라 쓰여 있어서 출근길에는 읽을 수 없는 책이 아니다. 요일마다 한 꼭지씩 읽을 수 있도록 낱개 포장(?)이 되어 있긴 하지만 하룻밤에 다 읽어도 무방하다. 주제도 다양하다. 깊이를 다룬 책인데도 내용이 어렵지 않고, 분량 또한 2~4장으로 가볍기 그지 없다. 이런 책을 두고도 <인문학책> 고르기가 너무 힘들다고 푸념하는 이들이 있다면 단언컨대 바보가 틀림없을 것이다.
<퇴근길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이 책의 키워드는 '멈춤'이다. 1장의 주제는 '생존과 공존', 2장은 '대중과 문화', 3장은 '경제와 세계', 끝으로 4장은 '철학과 지혜'다. 하지만 어디에도 '멈춤'에 해당하는 꼭지는 없다. 그런데도 왜 '멈춤'일까? 혹시,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문구에서 영감을 얻은 것은 아닐까 싶다. 빠르게 질주를 하면 '결과'는 빨리 얻겠지만 '과정'의 즐거움은 즐길 수 없을 것이다. 경주를 하면 결승선만 보이고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의 짜릿한 영광은 누릴 수 있겠지만, 산책을 하면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내 주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눌 여유도 생긴다. 그러면 '멈춤'을 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뒤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앞만 보고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속 현대들에게 뒤돌아볼 여유 따윈 없어진지 오래다. 아니 되돌아가는 것을 '퇴보'로 여기고 '실패'로 간주하며 심지어 '해서는 안 되는 일탈'로 치부할 뿐이다. 오로지 목표달성을 위해 '눈가리개'를 하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그 때문일까? 현대인들은 '행복지수'가 형편없는 수준이다. 특히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꼴찌를 따놓은 당상처럼 매년 도전하고 있다고 한다. 최하위권이라는 얘기다. 행복은 '비교'를 해야만 비로소 인식할 수 있는 감정이다. 비교는 '두 개의 기준'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과거'와 '현재' 말이다. 물론 '난 행복해질 거야'라면서 미래를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다.
암튼,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보다 낫다고 생각한다면 '행복'할 수 있다. 그 반대라면 '불행'하다고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눈물 겨웠지만 먼 훗날에는 행복해질 거라고 다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행복이냐, 불행이냐 '결과'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삶의 지혜를 통해서 부정도 긍정으로 바꾸어 생각할 수 있고, 긍정도 더 나은 기쁨으로 승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바로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다. <인문학>은 이렇게 소소하게 시작할 수도 있다. 엄청난 지식을 쌓은 다음에야 뭐라도 할 수 있다고 지껄이는 것은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말이다.
그럼 '인문학'을 즐기면 무엇이 좋을까? 해보지 않았으면 말을 말아야 한다.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딱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인문학적 즐거움은 끝이 없다. 바다보다 넓고 하늘보다 높은 '인문학적 방대함'에 한 번 접하면 끝도 모를 즐거움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엔 '교양프로그램'이 넘쳐나는 시절을 보내고 있다. 예능프로그램에 '전문지식인'들이 패널로 참여해서 나름의 지적정보를 꺼내주는 것만으로도 '고품격'이라고 느껴진다. 한때는 저질스러웠던 예능이 '인문학'과 만나면서 고품격 예능 버라이어티로 거듭난 프로그램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러자 애초부터 '고품격'을 지향하는 교양프로그램이 예능적 요소를 띠는 '역전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예 '전문지식인들'이 나와서 수다를 떠는 예능까지 나오고 있으니 말 다했다.
어쨌든 우리는 살면서 알게 모르게 '인문학'을 접하고 즐기고 있다. 그런데도 그 원천이 되는 <인문학책>만 안 읽고 있는 셈이다. 정확히는 '읽는 사람'만 또 읽고 또 읽는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데 책만 펴면 졸음이 쏟아진다면서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인문학>에 도전하고 싶다는 용기를 내는 분들에게 적극 권한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이 책 한 권을 다 읽고서 수다를 떠들어보길 바란다. 아니 그냥 퇴근길에 이 책을 손에 들고만 있어도 지적인 충만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거짓말이라고? 그걸 간파했다면, 당신은 이미 인문학적 천재의 소질이 충만하다는 증거다. 책을 손에 들고만 있어도 '교양인'이 된다. 이건 거짓말이 아니고 말이다. 그리고 책을 아무대나 펼쳐보면 다양한 인문학적 주제와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주제를 만나도 당신을 푹 빠져들 것이다. 이건 '인문학적 매력'이다. 바쁜 도시의 삶을 잠시 잊고 그냥 푹 젖어들어도 좋을 것이다. 참 매력적인 책이니까 말이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 시리즈가 출간 된지도 오래되었는데 이렇게 다시 읽어보니 좋네요. 특히나 인문학이라는 학문적 특성상 거리감이 조금 있어서 쉽게 접할 수 없었는데 하루에 조금씩 인문학을 접해볼 수 있는 카테고리 구성을 갖고 있는 책이 출간되어서 좋아요. 퇴근길 인문학 수업이라는 타이틀도 좋구요. 원래는 종이책으로 구매하려고 했는데 종이책으로 구매하려고 하니 책이 너무 크고 휴대성이 안좋아서 결국 이북으로 구매했네요. 나중에 핸드북 사이즈로 출간된다면 종이책으로도 구매해보고싶어요.
파트가 나누어져있어서 관심분야에 따라 질리지않게 이것저것 섞어보면 괜찮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철학파트가 조금 지루했습니다. 한 주제에 맞추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다섯개의 글이 묶여있는 것은 괜찮은 구성인 것 같은데 주제가 맞지않으면 조금 지루하기도해요. 하지만 책의 구성은 나름 알찼던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유익했어요. 잘 읽었습니다.
이 책은 2013년부터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인문학 아카데미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을 바탕으로 쓰인 책이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공공도서관과 학교에서 성황리에 진행중인 강연의 내용들을 다듬어서 책에 싣고, 일부는 특별히 필진을 모시기도 했다. 총 12명의 필진이 자신의 전문분야를 가지고 월,화,수,목,금 5일에 하나씩 짧은 강의를 하는 형식을 갖췄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나름 인문학에 대한 말도 안 되는 자부심(?) 같은 게 있었다. 에이 내가 그래도 뼛속까지 문과인데, 라는 생각. 그래도 웬만큼 수박 겉핥기는 해봤다, 라는 생각.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나의 착각은 산산조각나버렸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에 실린 이야기들은 그 두께만큼이나 깊이가 깊었고, 필진 열두 명의 다양한 구성만큼이나 말하는 범위가 넓었다. 제 1강의 저자는 최형선이라는 분이다. 사실 이번에 처음 본 저자인데 생태학자라고 한다. 무심코 책을 넘겼는데 이건... 늘 문과의 글만 읽어오던(?)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뻥을 좀 보태서 글의 98%는 동물과 생물 이야기이다. 이게 왜 인문학이지? 인문학 수업이라면서 왜 1강부터 생물 이야기로 나오는 거지? 라고 생각했다. 물론 2강부터는 다른 저자의 전혀 다른 글이 나오겠지만, 왠지 제목이 주는 기대감과는 다르게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책을 읽기 시작한지 한참 지났음에도 리뷰를 쓰기까지 굉장히 오래 걸렸던 이유는 팔할이 '1장이 가져다 준 까마득함'이었다(심지어 뒤에 11강이 더 남았기 때문에!).하지만, 아마 이 책이 아니었으면 이런 분의 글을 읽을 기회도 없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뒤에 나오는 다른 저자의 글 중에도 내 취향에 맞는 글이 있고 아닌 글이 있다. 중간쯤에 나오는 조선시대 청나라에 불었던 한류(韓流)이야기나 수레 이야기처럼 내 취향에 맞는 이야기들, 얼마전 비트코인 대란으로 인해 유명해졌던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 등 최근 이슈였던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있었다. 밀덕(밀리터리 마니아) 취향에 딱 맞춘 한 저자의 전쟁사 이야기는 마치 유튜브를 보듯 재밌게 읽었다. 그렇게 쭈욱 읽고서 무심코 내가 어려워했던 제 1강, 생물 이야기를 펼쳤더니 뭔가 다르게 보인다. 저자가 던지는 모든 메시지는 문자 자체로는 동물 이야기다. 사슴이 나오고, 레밍이 나오고, 북극곰과 불곰이 나오고 급기야 남방코끼리물범까지 나오는 동안 인간과 인문학에 대한 얘기는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그 뒤에, 이 이야기들을 선별한 기준은 다분히 인문학의 관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구나, 라는 걸 찾았다(실은, 소제목이 아니었다면 평생 알아차리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결국, 인문학이라는 건 참 알다가도 모르겠구나 라는 생각을 해본다. 여기부터 여기까지 인문학이야, 라고 정의할 수도 없다. 누구는 경제 얘기만, 누구는 전쟁 얘기만, 누구는 동물 얘기만 주구장창 했지만 결국은 이 모든 것이 다 인문학이고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썰풀기(이야기)이다. 함부로 인문학에 대해서 안다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이고, 인문학을 함부로 지루하다고 말할 수도 없지 않을까. 그건 어찌 보면 인문학을 너무 좁은 범위에 가두는 것이며, 사실은 그 비좁은 영역을 벗어나면 얼마든지 매력뿜뿜하는 이야기들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