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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기담

전건우 | CABINET | 2018년 10월 2일 한줄평 총점 9.0 (66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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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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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한 평짜리 작은 공간, 그 곳에도 삶이 있다.
쇠락한 고시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기묘하고도 환상적인 이야기

변두리 시장 통에 자리한 고문고시원. 1990년대 불어 닥친 고시원 열풍에 편승해 지어진 고문고시원의 원래 이름은 ‘공문고시원’이었다. ‘공부의 문’이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었으나, 어느 날인가 ‘공’자 밑의 이응이 떨어져나가 ‘고문고시원’이 되고 말았다. 처음에는 고시원 원장의 저가 전략에 힘입어 다양한 사람들이 고문고시원에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시설이 낙후되면서 곧 하나 둘 떠나게 되고, 원장이 고시원을 허물겠다고 발표한 이후에는 대부분이 방을 비워 지금은 단 여덟 명만이 고문고시원에 거주하고 있다. 고문고시원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인 채 살아간다. 마치 유령처럼,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된 그들은 각자의 방에 틀어박혀 한 평짜리 삶을 이어가고 있다.

『고시원 기담』은 유령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기묘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옴니버스 구성으로 전개되는 이들 각각의 이야기는 추리, SF, 무협, 스릴러 등 서로 다른 장르를 통해 저마다의 색으로 다채롭게 펼쳐진다. 이들의 기묘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들은 마지막에 하나의 사건과 이야기로 합쳐지고, 거대한 음모와 맞닥뜨리게 되면서 기적 같은 순간으로 이어진다.

가장 장르적인 방식으로 전하는 가장 문학적인 메시지

작가는 한국사회의 축소판과도 같은 고시원이라는 공간을 가져와 이곳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장르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풀어낸다. 죽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이 생겨나고, 유령이 돌아다니는 등의 기이한 사건들은 작가의 묵직한 현실 인식과 주제 의식 위에서 단단한 현실성을 갖추고 다양하게 변주된다. 지루할 틈 없이 펼쳐지는 이야기들을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묵직한 주제의식과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한국사회의 다양한 일면을 풍자와 유머를 통해 보여주면서도 소외된 사람들, 약하고 비루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는다. 작가는 『고시원 기담』을 통해 이토록 기괴하고 끔찍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 연결되기를 포기해서는 안 되며, 지척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존재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잔잔하게 전한다.

목차

고문고시원
303호: 그 남자, 어디로?
비정묘시(悲情猫市) ①
316호: 오케이맨
비정묘시(悲情猫市) ②
313호: 취업 무림 패도기
비정묘시(悲情猫市) ③
311호: 매일 죽는 남자
비정묘시(悲情猫市) ④
317호: 사투 소녀
비정묘시(悲情猫市) ⑤
310호: 뱀 사나이, 얼음장, 그리고 괴물 유령들
304호: 고양이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작가 후기

상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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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 : 전건우
사람들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 소설가가 되어 호러 미스터리와 스릴러 장르의 황태자로 불리며 다양한 작품을 써내고 있습니다.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나라를 지켜낸 성웅 이순신처럼 하루하루 내 삶을 지켜내는 용기를 가지자고, 모두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했습니다. 작품으로는 동화 ‘미스터리 유튜브’ 시리즈, 소설 『밤의 이야기꾼들』, 『소용돌이』, 『고시원 기담』 『뒤틀린 집』 등이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 소설가가 되어 호러 미스터리와 스릴러 장르의 황태자로 불리며 다양한 작품을 써내고 있습니다.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나라를 지켜낸 성웅 이순신처럼 하루하루 내 삶을 지켜내는 용기를 가지자고, 모두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했습니다. 작품으로는 동화 ‘미스터리 유튜브’ 시리즈, 소설 『밤의 이야기꾼들』, 『소용돌이』, 『고시원 기담』 『뒤틀린 집』 등이 있습니다.

출판사 리뷰

그들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유령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한 평짜리 이야기

『고시원 기담』은 한 평짜리 좁은 공간에서 기꺼이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살아가던 비루한 존재들이 자신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존재를 깨닫고 힘을 합쳐 악에 맞서는 이야기이다.『고시원 기담』에는 비루하고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고시생, 취업 준비생, 외국인 노동자, 신용 불량자, 가출 소녀 등 그들의 삶은 그들이 거주하고 있는 고시원 방만큼이나 비좁고 비루하다. 하지만 그들에게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그들은 성장하고 자신을 가두고 있던 껍질을 깨고 나오며, 다른 껍질 속에 있던 이들과 조우하게 된다.

작가는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인간’과 ‘관계’ 란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을 전하고, 공동체와 도시적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작가의 전작인 『밤의 이야기꾼들』, 『소용돌이』에서 보여주었던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는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호러,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 문학을 꾸준히 집필해 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여러 장르의 작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거침없이 이야기를 풀어낸다. 작가는 탁월한 솜씨로 서로 다른 장르의 이야기들을 하나로 꿰어내면서, 인간의 존재와 관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뛰어난 문학적 성취를 이루어 낸다. 무엇보다 작품 전반에 깔려 있는 약자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빛난다. 끔찍하고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한 평짜리 삶을 묵묵히 살아내고 있는 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시종일관 견지하며, 조용한 위로를 전하는 전건우 작가는 아마도 우리 시대 가장 사려 깊은 이야기꾼이다.

종이책 회원 리뷰 (64건)

쇠락한 고싱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기묘하고도 환상적인 이야기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수*니 | 2020.07.21

변두리 시장 통에 자리한 고문고시원 1990년대 불어 닥친 고시원 열풍에 편승해 지어진 고문고시원의 원래 이름은 공무고시원이었다 공부의 문이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었으나 어느 날인가 공자 밑의 이응이 떨어져나가 고문고시원이 되고 말았다 처음에는 고시원 원장의 저가 전략에 힘입어 다양한 사람들이 고문고시원에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시설이 낙후되면서 곧 하나 둘 떠나게 되고 원장이 고시원을 허물겠다고 발표한 이후에는 대부분이 방을 비워 지금은 단 여덟 명만이고문고시원에 거주하고 있다 고문고시원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인 채 살아간다 마치 유령처럼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된 그들은 각자의 방에 틀어박혀 한 평짜리 삶을 이어가고 있다

 

고시원 기담은 유령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기묘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옴니버스 구성으로 전개되는 이들 각각의 이야기는 추리 SF 무협 스릴러 등 서로 다른 장르를 통해 저마다의 색으로 다채롭게 펼쳐진다 이들의 기묘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들은 마지막에 하나의 사건과 이야기로 합쳐지고 거대한 음모와 맞닥뜨리게 되면서 기적 같은 순간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한국사회의 축소판과도 같은 고시원이라는 공간을 가져와 이곳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장르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풀어낸다 죽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이 생겨나고 유령이 돌아다니는 등의 기이한 사건들은 작가의 묵직한 현실 인식과 주제 의식 위에서 단단한 현실성을 갖추고 다양하게 변주된다 지루할 틈 없이 펼쳐지는 이야기들을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묵직한 주제의식과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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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에는 고시생만 살지 않는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n***8 | 2019.05.20

 한국에서 아주 작은 방은 고시원일지도 모르겠다. 감옥 독방은 한평도 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던데 고시원 방 하나가 한평 정도밖에 안 된다면 감방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런 곳에 침대와 작은 텔레비전 냉장고도 있다니. 상상하기 어렵다. 어렸을 때 한칸짜리 방에서 살아본 적 있지만 고시원 방보다는 컸다. 고시원이 어떤지 잘 모르기도 한다. 언젠가도 고시원이 배경인 소설 봤는데 제목이 뭐였는지 잊어버렸다. 고시원이 배경인 소설 없었던 것 같다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구나. 고시원이었는지 독서실이었는지. 총무는 고시원에만 있을까. 그때 본 소설에도 총무가 나왔다.

 

 일본 소설을 보면서 집을 허술하게도 짓는구나 했는데 한국이라고 그런 곳이 없지 않다니. 내가 세상을 정말 모르는구나. 고시원 방은 방과 방 사이에 합판을 끼워서 방음이 안 되고 창문이 없는 곳도 있다고 한다. 창문이 없는 방은 얼마나 답답할까. 창문이 있으면 방값이 비싸다니. 그런 곳 짓는 것도 규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주인은 싼값에 큰돈을 벌려고 하겠지. 고시원 한다고 큰돈이 될지 모르겠지만. 고시원은 서울에만 있을까. 서울은 집값 방값이 아주 비싸다. 그래서 지방에서 서울에 가면 먼저 고시원에 방을 얻는 사람이 많겠지. 고시원 방에는 고시 공부만 하는 사람만 살지 않는다. 회사원, 학생, 술집 여자, 삐끼. 지금 말한 사람이 살았던 곳은 바로 이 책에 나오는 고문고시원이다. 본래는 공문고시원이었는데 태풍이 간판에 있던 ㅇ을 날려 버렸다고 한다. 거기에 맞고 사람이 죽다니. 공문고시원 터 때문일지 운이 없는 건지.

 

 지금은 고시원이고 사는 사람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고시원이 있는 터에서는 많은 사람이 죽었다. 처음에는 연탄불 생선구이촌이었는데 불이 나고 여러 사람이 죽고 다음에는 나이트 클럽을 지었는데 그곳을 열기 전날 불이 나서 또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 다음에 지은 게 바로 공문고시원이다. 지금은 고문고시원이지만. 1층은 상가고 2, 3층은 고시원이었는데 이제는 1, 2층은 비고 3층에만 사람이 살았다. 고문고시원이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겠지. 건물이 비어 있는 곳 무서울 것 같은데, 돈이 없는 사람은 바로 방을 옮기지도 못한다. 사람은 303 316 313 311 317 310호에 살았다. 예전에는 여관에 오랫동안 산 사람도 있는데. 그런 이야기도 떠오르다니. 한사람 한사람 이야기가 나오다가 고시원에 사는 사람이 힘을 합쳐 괴물을 물리치려고 한다. 물리쳤다기보다 살아남았다고 해야겠다. 괴물은 어디론가 사라졌지만. 죽은 건지 사라진 건지.

 

 사람들 이야기에 고양이도 나온다. 고양이는 고문고시원에 사는 사람을 지키려고 거기에 있었던 건지도. 고시원에 사는 사람은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유령처럼 살았다. 옆방에 산다고 인사하고 사는 거 조금 멋쩍겠다. 그래도 누군가는 누군가한테 마음을 쓰기도 했다. 사람이기에 힘든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 거겠지. 공부하는 홍, 필리핀에서 돈 벌러 온 깜, 협객이 되려고 먼저 일자리를 구하려는 편, 스트레스 해소방에서 누군가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느라 날마다 죽는 최,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는 여자아이 정. 이렇게 쓰고 나니 고문고시원에 사는 사람은 별나구나. 실제 있을 수 있을까. 310호에 사는 사람을 빼먹었다. 그 사람이 바로 뱀 사나이, 얼음장 그리고 괴물이다. 괴물은 고문고시원에 쌓인 안 좋은 것들에 더 쉽게 물들었을지도. 어릴 때부터 사는 게 그리 괜찮지 않았는데 괴물은 그런 일이 없었다 해도 자신은 괴물이 됐으리라고 생각했다. 괴물이라고 했는데 사이코패스나 마찬가지다.

 

 정말 많은 사람이 죽은 곳은 안 좋을까. 터가 안 좋다는 말이 있기는 하다. 그건 풍수지리에서 안 좋은 게 아닐까 싶은데. 집 터가 안 좋아서 안 좋은 일을 겪는 사람이 아주 없지 않겠지. 고문고시원 사람은 그곳이 그렇게 좋은 곳이 아니어도 편하게 여겼다. 괴물이 무슨 일을 저지르려고 했을 때 그곳을 지키려고 했지만 불이 나서 달아나는 것밖에 못했다. 그래도 서로 돕는 모습은 보기에 좋았다. 한번도 말하지 않은 사람도 살았구나. 홍이 그 사람을 기억해 내고 구했다. 그 뒤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다들 어디로 갔을까. 다른 곳에 가서도 비슷하게 살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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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고시원 기담: 딱히 무슨 맛인지 모를 잡탕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h********a | 2018.09.11


 표지나 제목만 보고는 상당히 오싹하고 고요한 공포를 예상했다. 일본 공포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서늘한 공포 말이다. ‘기담’이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도 그런 예상에 한몫한 것 같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상당히 자유분방(?) 한 이야기였다. 심지어는 공포가 아닐 수도 있겠다. 공포의 탈을 쓴 복합장르라고 해야 할까.   

 

《고시원 기담》은 장르를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인데, 이 작품을 읽은 독자들이 각자 생각하는 장르를 붙여줬으면 하는 마음에 이런 구성으로 글을 썼다. p. 427, 작가 후기

 

 되게 새로운 걸 만들어 낸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 전에 없던 새로운 장르를 창조해낸 건 아니다. 정확히는 작가가 해보고 싶은 장르를 다 욱여넣은 느낌? 코믹함을 바탕으로 추리(그냥 흉내만 내고 있지만), 초능력, 무협, 도시괴담, 킬러라는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단편집처럼 엮였다. 굉장히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고 장르가 서로 너무 달라서 옴니버스 이야기 같다. 모든 이야기가 마지막에 공포로 묶이기는 하지만, 각 편의 아이디어들이 많이 휘발되고 있어서 결말의 필연적인 느낌은 덜하다. 

 

 결과적으로 상당히 애매해졌다. 공포인가 싶으면 다른 장르의 비중이 훨씬 많고, 사회풍자극인가 싶으면 그런 것치고는 장난스럽다. 생각 없이 웃기에는 불편한 지점이 많고. 가볍게 시간 때울 킬링 타임용 장르소설? 그 정도가 적당한 분류 같다. 

 

 

 전작인 <소용돌이>는 스티븐 킹의 <그것>에서 큰 틀을 거의 그대로 옮겨 오는 한계를 보였었다. 이번에 <고시원 기담>까지 보고 나니, 작가는 장르소설의 큰 구조를 짜는 데 아직 자신이 없는 것 같다. 일종의 단편집 같은 구성으로 이뤄진 장편소설을 선택했는데, 어쩌면 단편에 더 강한 장점을 살리면서 장편을 쓰기에 최적화된 구조를 찾아낸 건지도 모른다. 물론 구조를 그대로 베껴 온 전작보다는 훨씬 나은 결과를 보여준다. 돌파구를 찾아내려는 작가의 노력이 느껴졌다. 

 

 

 본문으로 들어가 보면 상당히 촌스러운 느낌이 있다. ‘다방 아가씨’라든지, ‘커피숍’이라든지, 고전 탐정소설과 무협소설 속 인물과 어휘들이 난무하고, ‘책 대여점’까지 등장한다. 물론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굳이 저런 어휘를 써야 했을까 싶은 느낌은 있다. 현재라는 생각보다는 과거의 어떤 지점에 멈춰진 시간대 같았다. 어쩌면 변두리 서울에 대한 편견 같기도 하고. 

 

 어휘에 대한 문제는 첫 챕터인 ‘고문 고시원’에서 도드라지는데, 어휘나 표현에 있어서 상당히 저열한 느낌이다. 작가의 야심찬 기획임을 감안했을 때 오프닝의 문장들이 너무 성의 없다. 

 

 ‘브라자나 빤스’(p. 9)라는 어휘 선택이나, ‘산타 모자를 쓰고 비키니를 입은 여자의 가슴 부위가 동그랗게 타 들어간다 싶더니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갔다.’(p. 11) 같은 묘사는 불쾌하라고 쓴 것 같다. ‘즉사(卽死). 방금 전까지 철권의 연속기를 외우고 있었을 소년의 머리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p. 18), 그리고 가스 마시던 양아치가 옥상에서 떨어지는 부분(“사이어인이 쳐들어왔다!" 양아치가 남긴 마지막 말이다. 무공을 할 수 없었던 그는 무릎으로 착지했고, 척추가 파열되는 동시에 혀를 깨물어 평생 앉은뱅이와 벙어리로 지내게 되었다. p. 19)은 죽음에 대한 지나친 장난스러움이 느껴져서 거북했다. ‘김치는 중국산으로, 발로 담근 듯한 맛이 난다.’(p. 23) 같은 표현은 프로 작가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발로 쓴 것 같은’ 문장이었다. 

 

 한결같이 일부러 불쾌하게 만들려고 작정해서 쓴 느낌이다.  

 

 이것은 먼저 말했던 장르적인 애매함이 불러일으킨 문제가 아닐까 싶다. 사회적인 문제를 드러내는 공포이면서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유머러스한 잡탕 장르물을 한 작품에 넣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아예 ‘펄프 픽션’같은 싸구려 장르 소설을 지향했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훨씬 노골적이어야 했겠지만. 

 

 오프닝에서 이렇게 광선동 사람들을 아무렇게나 굴려놓고 엔딩에서 그들을 보듬는 것처럼 매듭짓는다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마지막까지 장르적으로 애매한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은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작가 후기에서 작가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 것도 같다. 

 

그러니까 이건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위해서 다양한 장르를 빌려 왔을 뿐이다. p. 427, 작가 후기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는 말로 장르적 문제를 어물쩍 넘어가는 건 아닐까. 일정한 톤으로 장르들을 엮어내지 못한 것을 변명하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저열한 어휘와 묘사들이 분위기 조성을 하고 있기도 하다. 저열함이 공포라는 장르와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에-다른 장르였다면 단점으로 불거져 나왔겠지만-전체적인 분위기 속에 묻혀 눈에 띄지 않는 편이다.(물론 공포 소설을 저열한 어휘로 써야만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봐도 처음 책을 펼친 독자 입장에서는 첫인상이 굉장히 안 좋을 수밖에 없다. 작품에 대한 선입견에 앞서 작가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된다.  

 

 

 소설 속에서는 다양한 사회적 단면들을 코믹하게 다루고 있어 사회 풍자적인 성격도 엿보인다. 단지 그 모습이 상당히 피상적이고 상투적인 편이다. 치밀한 취재를 통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그냥 그렇다고들 알려져 있는 통념들을 그대로 가져와서 사용하는 수준이다. 

 

 ‘오케이맨’ 챕터에 나오는 보수 기독교 층을 비롯한 언론의 반응들이 그렇고, 인터넷 방송을 하는 젊은이들이 그렇다. 깜이라는 외국인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도 굉장히 상투적이다. 고시생이나 취준생의 고통도 딱 일반적으로 알려진 수준이고, 정치인들이나 조폭들에 대한 묘사도 마찬가지. 

 

 생각해 보면 고시원에 대한 기담이라는 발상도 그 정도 발상에 머문다. 낡디낡은 시설, 정체를 알 수 없는 구성원들에 대한 공포, 벽을 통과해 그대로 전해지는 옆방의 소음… 작가 후기에 보면 실제로 고시원에서 살았던 생활을 바탕으로 했다고 하는데, 의외로 상당히 외부적 편견으로 가득 차 있다.  

 

 

 순간의 연출에 있어서 공포감을 주는 능력은 확실해 보인다. 단지 긴 이야기 속에서 그런 순간이 너무 짧고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게 일어난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확실히 공포 장르와 단편소설에 최적화된 작가 같다.  

 

 그 공포 연출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스펙터클로 채워져 있다. 전작인 『소용돌이』와 마찬가지로, 멤버 모두의 능력을 합친 사건 해결 방식이 스펙터클하게 엔딩을 향해 치닫는데, 이것이 과연 공포에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스펙터클한 엔딩에 대한 강박이 느껴지기도 한다. 주로 할리우드 공포영화에서 익숙한 방식이다. 브라이언 드 팔마의 <캐리>나 토브 후퍼 감독의 <폴터가이스트>의 엔딩을 보면 집이 땅으로 꺼지거나 오그라들어 다른 차원으로 사라진다. 에드거 앨런 포의 『어셔가의 몰락』에 영향을 받은 듯한 이런 엔딩은 해결 단계의 확실한 비주얼을 보여주며 개운함을 선사하지만, 공포의 여운은 남기기 힘들다. 전건우 작가가 선호하는 이런 엔딩 방식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좀 뻔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가족과의 관계, 특히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 연속적인 존재로 정체성을 얻는 데 반해, ‘괴물’은 부모와의 연계성 없이 단독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이 재밌었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정확한 지적 같기도 했지만, 타인과의 의사소통 없이는 ‘괴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저자의 목소리로 들리기도 했다. 

 

 결국 괴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옆방 사람들과의 연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연대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서로의 이름을 밝히고,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누는 것이 전부다. 지구라는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이상, 자신의 집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웃의 집을 지켜야 한다. 우리는 서로가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괴물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 서로 연결되어야만 한다. 고시원의 얇은 벽이 서로를 나누고 고립시키기도 하지만, 옆방의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일종의 희망처럼 느껴진다.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것도 그런 것이었을 것이다. 다음 작품에서도 고뇌가 느껴지는, 한층 발전된 모습을 기대해 본다. 

 

그리고 이제 책장을 덮고 어둠 속에서 빛으로 걸어 나가시길 바랍니다.  

사람이 사는 곳으로. 

찬란한 그곳으로. 

p. 428, 작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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