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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삶으로 017 어떤 일을 하나요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피터 볼레벤 글
강영옥 옮김
더숲
2018.04.10.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를 지지난봄에 샀다. 이 책을 사던 날 책시렁 이곳저곳을 기웃하는데, 나이든 어느 분이 옆에서 ‘글쓰기를 잘 하고 싶다면 이바지할 책’이 있다면서 여러 가지를 얘기하셨다. 그런가 보다 하고 이분이 알려주는 책을 집어서 펼치는데, “어떤 일을 하나요?” 하고 묻고, “일하는 곳이 이곳만 해요?” 하고도 물어보았다. 나는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우리 일터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선뜻 밝히지 못 했다. 처음 보는 어르신이 물어보았기 때문이기보다는, 내가 하는 일이 어설프고 부끄럽다고 여기는 마음이었다.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는 사람이 함부로 숲(자연)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들려준다. 숲이라는 그물은 빈틈이 없이 짜인 터전이기에, 사람이 멋모르고 건드리면서 작은 목숨붙이 하나라도 사라지면, 사람이 살아가는 터전도 흔들리고 무너진다고 들려준다. 늑대가 사라질 적에 사슴이 불어나면서 들숲이 어떻게 바뀌는지 들려주고, 이러면서 비버가 살아갈 터전이 흔들리면 또 잇달아 다른 터전이 어떻게 흔들리는지 들려준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비밀 네트워크”라기보다 그냥 ‘숲’이다. 숲에서는 어느 하나도 잘나거나 못나지 않다. 더 좋은 나무나 꽃이 없고, 더 나쁜 나무나 꽃이 없다. 어릴 적에 어머니하고 아버지 곁에서 논밭일을 도울 적에 매는 김도, 김을 매니까 맬 뿐이지만, 봄뿐 아니라 다른 때에는 나물이었다. 먹을 적에는 나물이고, 맬 적에는 김이다. 우리가 겨우내 쓸 만큼 나무를 해서 장작을 팰 뿐, 넘치게 나무를 하는 일이 없다.
우리 어머니하고 아버지도 그러셨지만, 더 먼 옛날 옛적 모든 어머니하고 아버지도 시골살림을 스스로 하나하나 지으면서 아이들한테 ‘숲’을 그대로 보여주고 알려주고 이야기했다.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처럼 어렵게 말하는 일은 없었지만, 어른도 아이도 언제나 ‘숲’ 곁에서 숲을 알고 느끼고 마주하면서 스스로 ‘숲’답게 푸르게 자라고 살았다.
내가 일하는 대구 한켠 마을가게(마트)는 어떤 터전일까. 이 일터도 ‘숲’일 수 있을까? 내가 우리 일터인 가게에서 손질해서 파는 나물 한 꾸러미는 이 별(지구)에서 어떤 몫으로 이바지를 하려나? 마을가게에서 다루는 과일이나 라면이나 여러 살림살이는 마을에 어떻게 숲빛으로 이바지를 하려나? 나는 우리 일터가 썩 숲답지 않다고 여겨서 ‘내가 하는 일’을 낯선 어르신한테 선선히 말하지 못 하고 쭈뼛거렸을 텐데, 아무래도 여러 눈치를 먼저 느끼는구나 싶다.
우리 어머니 같은 흙일꾼이 땡볕에서 키운 능금 복숭아 수박이다. 우리 아버지 같은 논밭일꾼이 뙤약볕에서 돌본 벼 보리 수수이다. 목마른 땅에 들에 숲에 구름이 피어나고 비가 내린다. 빗물은 샘물이 되고 냇물이 된다. 나뭇잎이 말라서 가랑잎으로 떨어지면 땅을 다시 살린다. 풀 한 포기도 나무 한 그루도 숲이고, 어느 하나도 빠질 수 없다. 나도 틀림없이 우리 별을 이루는 작은 풀포기나 나무일 텐데, 어쩐지 부끄럽다고 여겨 고개를 들지 못 하는 할미꽃일지 모르겠다.
이다음에 어느 누가 불쑥 또 “어떤 일을 하나요?” 하고 물으면 “마을가게를 해요.”나 “동네마트를 꾸려요.” 하고 선뜻 말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내 일이 무엇인지 말을 않고 살아갈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나무를 언제나 곁에 둘 생각이다. 작은 풀꽃을 마음에 담을 생각이다. 빗물을 바라보고 햇볕을 듬뿍 쬘 생각이다. 그리고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는 옮김말이 우리말답지 않아서 읽기가 힘들었다.
2023.08.10. 숲하루
#독서후기 [선한리뷰 2020-028] 패터 볼레벤의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세상에 혼자 사는 생명체는 없다.
자연통역가가 펼쳐보이는 숲에 관한 완전 입체적인 이야기.
당신이 지금까지 알고 있던 나무와 숲에 대한 이야기는 다 잊어라.
서두에 좀 과하다고 여겨지는 한줄평을 적었는데, 자연을 사랑하고 숲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에 해당하는 책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사실 숲에 관한 책, 나무에 관한 책, 동물에 관한 책 등 우리와 이웃하여 사는 많은 생명체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나름 꽤 많은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제는 어느 정도 편안하고 익숙한 자세로 흠, 몇 개나 건질 게 있을지 모르겠군 하며 다소 여유있는 자세로 흔들의자에 앉아 책을 펼쳐들었을 테다. 그러다 이 책은 지금까지의 책과는 전혀 다르고 놀라운 책이야! 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느낀 느낌을 좀 동적으로 상상해서 표현한다면 이렇다는 뜻이다. 그만큼 이 책은 자연이 보여주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자연의 네트워크에 관해 놀랄만한 비밀이 가득하다. 책을 읽다보면 그저 깜짝 놀랄 지경인데, 그것은 책을 읽어가면서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다고 여겼던 자연에 대해, 숲에 대해, 나무에 대해, 늑대에 대해, 연어에 대해, 청설모에 대해, 그저 껍데기만 알고 있었구나. 하는 자책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과한 서두와 그 서두에 대한 변명이 많이 길었다. 어쨌든 이것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내게 그렇게 여겨졌다는 뜻이니 나의 이 호들갑을 독자 모두가 일반화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이 책을 이해하는 데 가장 좋은 글은 책 도입부 첫 단락의 글이다.
대자연 속 생명체들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늑대 복원 사업은 이러한 대자연 속 생명체들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다. 최상위 포식자인 늑대를 방사한 후 강의 흐름이 바뀌면서 강가의 주변 환경이 새롭게 조성되는 현상은 경이 그 자체다. (13쪽)
그러니까 자연의 네트워크라는 것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먹이사슬에 의한 네트워크 개념이 아닌 것이다. 저자는 늑대의 복원을 통해 강의 흐름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경이롭게 지켜보았고, 강의 흐름이 바뀌면서 일대 숲의 모든 생명체의 역동이 조정되는 것을 확인했다.
1900년대 초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벌어진 일이다. 인근 지역 농부들은 최상위 동물인 늑대가 농가의 가축을 위협한다며 미국 정부를 끊임없이 압박했고 결국 1926년에는 마지막 늑대가 사라졌다. 다른 모든 동물, 생명체는 그대로 둔 채 늑대만 사라졌다. 그런데 그 이후 최상위 포식자가 사라지가 다른 모든 동물들의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급격히 증가한 동물들은 공원과 숲의 나무와 풀을 닥치는 대로 뜯어 먹었고 강 주변 식물은 초토화가 됐다. 땅과 강이 황폐해지자 새들이 사라졌고, 물에서 사는 비버도 사라졌다, 비버가 좋아하는 버드나무가 모두 사라져버렸기 때문이었다. 강 주변의 나무가 사라지자 홍수가 잦아졌고 토양을 쓸려 내려갔으며 숲은 황폐한 채로 버려지게 되었다. 단 하나 늑대만 사라졌을 뿐인데.
결국 1995년 미국은 늑대 복원 운동을 펼쳤고 사슴 개체가 줄면서 강과 나무와 숲이 다시 살아났다. 생장속도가 빠른 버드나무와 포플러는 1년에 1미터씩 자라났고 비버가 돌아왔고 비버가 댐을 만들면서 물의 흐름이 느려졌고 물이 모이면서 양서류가 생기고, 양서류가 생기자 다시 새들도 돌아왔다.
늑대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말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자연 생태계의 복잡한 얽힘을 우리에게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알려준다. 나무와 물고기의 관계라니. 연어가 돌아오고 곰이 연어를 잡아먹고 연어 시체가 강에서 부패하고, 온갖 새들과 여우와 밍크가 부패한 물고기를 먹고, 비밀 장소로 옮겨놓는데 이때 식생 질소의 70%가 만들어진다. 연어가 내놓는 질소가 나무의 생장을 촉진시킨다.
“식탐이 많은 나무들은 배설물을 탐지하는 즉시 허겁지겁 흡입한다. 이 과정에서 균류가 나무에 도움을 준다. 균류는 땅에 떨어진 배설물을 부드러운 솜처럼 흡수하여, 영양물질이 몇 배로 증가할 수 있도록 돕는다.” (40쪽)
나무의 뿌리가 얼마나 어마어마한 폭우들을 저장하는지, 숲속 개미들이 얼마나 많은 해충들을 잡아 먹는지, 그로 인해 죽을 뻔한 위기에서 목숨을 구하는 나무들이 얼마나 많은지, 하지만 자연 생태계는 그저 선과 악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개미는 자연 생태계의 일원으로 누구에게는 포식자요 누구에게는 또 먹이가 된다.
“개미는 정말 이로운 곤충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에는 생태계가 너무 복잡하다.” (107쪽)
재미있는 사실은 꽃들의 개화일정이 이미 전년도 여름에 계획된다는 사실이다. 마치 영화 기생충에서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하며 아들을 보며 중얼거렸던 주인공 송강호의 모습과 같다.
숲은 우드와이드웹(인터넷이 월드 와이드 웹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을 패러디한 것)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저자가 주장하는데 사실 이 ‘우드 와이드 웹’ 개념이 이 책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표현해주는 것이다. 숲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해충이 증가하기 시작하면 나무는 서로에게 경고신호를 보낸다. 어떤 나무가 향기로 신호를 보내면 이웃 나무는 이 신호를 받아 방호물질을 수피로 보내고, 정신없이 나무를 뜯어먹던 곤충들은 깜짝 놀라 식욕을 잃고 도망간다. 만약 바람 때문에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바람에 맞서려면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먼저 뿌리들이 합의를 본다. 뿌리는 다른 종 나무의 뿌리에게도 연락을 취하고 화학 신호와 전기 신호를 통해 중요한 소식을 전달한다. 뿌리가 연결되지 않으면 균류가 조력자로 나선다. 인터넷의 유리섬유 케이블처럼 지하에 묻힌 섬유를 통해 나무에서 나무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순식간에 숲 전체에 소식이 퍼진다. 그 대가로 균류는 너도밤나무와 떡갈나무의 광합성 생산량 3분의 1을 뿌리를 통해 당과 탄수화물의 형태로 받아 챙긴다. 이것은 엄청난 양이다.” (210쪽)
마치 영화 ‘아바타’에서 나비족들이 신성한 나무와 연결되어 있는 마지막 장면을 보는 것만 같다. 어쩌면 그 상상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다. 저자는 말한다. 자연은 그 자체로 완벽하여 스스로 모든 것을 조절할 수 있다고. 그러니 인간은 최소한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우리가 손을 대는 순간 자연은 훼손되고 만다. 뒤틀리고 무너지고 사라진다. 어쩌면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도 인간이 손댄 자연과 생태계의 파괴 때문에 벌어진 일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선한리뷰]
우리는 극도의 이기주의자로 살아왔다.
나만, 우리 가족만,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왔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내가 행복하려면 너도 먼저 행복해야 한다.
성경의 황금률이 떠오른다.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네가 먼저 대접하라.’
그것은 사람에게든 자연에게든 마찬가지다.
내용이 흥미진진해서 주제별로 각각 다른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네셔널지오 그래픽같은 다큐멘터리를 정말 좋아하는데 만약 그런 자연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좋아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추천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노루 개채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 이유들이 너무 재미있고 그만큼 건강하고 오래된 숲을 찾기가 어려워져서 라는 생각도 들면서 한편으로 슬프기도 하고 기분이 복잡미묘했습니다.
이 책을 재밌게 보신분께 추천하고 싶은 책들도 있습니다 ㅎㅎ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_최재천/개미제국의 발견_최재천
흙을 살리는 위대한 생명들_제임스 B.나르디(절판이여서도서관에서 빌려서 봤습니다 ㅠㅠ)
우리가 잃어버린 자연에 대해서 되찾아야 하는 부분도 생각도 들어요
자연은 너무 아름답지만 그만큼 깨어지기 쉬운 것이기 때문에 환경을 보호에 어떻게 노력을 해야되나하는 고민도 하게 되는 책입니다.
저자의 말솜씨에 감탄했던 책입니다. 자연 분야 책이면서 이렇게 감성적이고 부드러운 책은 거의 처음 봅니다. 읽으면서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어요. 자연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변화에 적응하는지, 인간이 자연을 이용해 자원을 착취하고 발전해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연쇄반응이 흥미로웠습니다. 자연과 공존하기 위해서 인간의 이기심은 적정수준을 넘어서면 안된다는 교훈을 배우고 갑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