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부터 아침잠이 많았다. 일주일에 한두번씩은 꼭 지각을 했다. 매번 혼나면서도 지각하는 습관은 고쳐지지가 않았다.
학생때는 지각 한 번에 꾸지람 한 번으로 퉁칠 수 있었지만, 월급쟁이가 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아침에 갑자기 코피가 나서, 배가 아파서, 차가 막혀서와 같은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지각은 신뢰를 가장 쉽게 잃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삶의 난이도를 스스로 매우 높일 수 있다. 현실에서는 이토록 무거운 중죄(?)인 지각을 재밌게 풀어낸 책이 있다.
#지각대장 샘? 지각대장 존?
「지각대장 샘」은 존 버닝햄의「지각대장 존」을 패러디한 작품이다. 이루리 작가는 지각을 밥먹듯이 하는 어린이 '존'을 지각을 밥먹듯이 하는 선생님 '샘'으로 비슷하지만 색다르게 재탄생 시켰다. 주앙 바즈 드 카르발류의 귀여운 일러스트가 책의 분위기와 매우 잘 어우러져있다.
#세줄평
우리 모두 각자의 사정이 있다. 그러나 사회는 그런 사정을 일일이 용납해주지 않는다. 그것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때로는 거짓말 같은 사건이 평온한 우리의 삶을 흔들어 놓는다. 그 사건을 통해 성실함, 믿음, 오해와 용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우리는 가끔 생각의 전환이 일어나는 순간, 통쾌함을 느낄 때가 있다. 가을이 시작되는 무렵 내가 만난 『지각대장 샘』이 그러하다. 지각과 늦잠, 반찬투정은 아이의 몫인데, 오늘의 지각은 선생님이라는 새로운 발상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모자는 날리고, 시계를 바라보며 눈을 동그랗게 뜬
선생님의 모습에서 우리는 이미 늦었음을 직감한다. 선생님의 뒤를 따라 악어와 생쥐 두마리, 사자와 침팬지가 차례로 달려오며 우리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시킨다.
『지각 대장 샘』은 지금으로부터 20년여년 전에 출판된 존 버닝햄의
《지각 대장 존》에서 시작된 이야기이다. 등교하는 존에게 일어난 황당하고도 믿을 수 없는 일은 이번엔 샘에게 일어났다. 존의 해명을 들어주지
않는 선생님이 있었다면 『지각대장 샘』에서는 선생님의 해명을 들어주는 누눈가가 있어야 할텐데, 그 대상은 누구일까?
그리고 그 대상은 선생님이 지각할 수 없는 이유를 듣고 어떤 반응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책장을 열어본다.
'이기픈 무른 마르지 안나니' 샘은 지각을 한다. 상상도 한 적 없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일이 생겨난 것이다. 샘은 지각한 사연을 털어놓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냉담할 뿐이다. 샘이 지각한 이유를 둘러대기 위한 변명쯤으로 여기는 것 같은 그들의 표정, 그리고 그들의 앞에 선 샘의 당황스러운 모습과 함께 나란히 선 두 마리의 생쥐의 뒷모습이 피식 웃음을 자아낸다.
'이기픈 무른 마르지 안나니' 샘은, 학교로 가기
위한 등교길이 편안하지 않다. 악어가 나타나 가방을 물고 하수구에 들어가는가 하면, 사자가 나타나서는 샘의 온 몸을 핥으며 애정을 표현하고,
샘은 사자의 배를 간지럼 태우고 자장가를 불러주어 잠을 재우고는 겨우 빠져나와 학교로 향한다.
사자의 편온한 모습과 샘의 초조하게 흔들리는 눈빛 그리고 샘과 사자를 따라하며
즐거움을 나누는 생쥐 두 마리의 모습에서 배시시 웃음이 터져나온다.
샘은, 설명한다. 그리고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결과는 너무나 뻔한 사실, 아이들이 도리어 샘에게 진실을 설명한다. 샘의 색다른 경험은 어느 누구도 설득시키지 못할 뿐이다.
"생쥐 두 마리, 너희라도 어떻게 증인이 되어주지
않겠니?"
샘은 지각하지 않았다. 아무도 나타나지 않은
날.
그런데, 교실은 난장판으로 샘을 맞이한다.
아이들의 팔을 하나씩 잡은 침팬지들이
교실로 들이닥친 것. 아이들은 샘에게 부탁하지만, '이기픈 무른 마르지 안나니' 샘은 "침팬지는
교실에 살지 않는단다." 말하며 교실을 나간다.
그 동안 아무도 믿어주지 않은 샘의
간절함이 이제는 아이들의 간절함으로 전환되고, 등을 돌린 채 교실을 나가는 샘의 뒷모습. 아이들은 이대로 침팬지에게 매달린 채 있어야 하는
걸까? 샘은 이대로 돌아오지 않는 걸까?
'지각 대장 존과 선생님, 지각 대장 샘과
아이들'의 입장이 뒤바뀐 이야기
『지각 대장 샘』은 다양한 동물의 등장과 샘의
등교를 방해하는 색다른 재미를 안겨주면서, 샘의 간절한 해명에도 꿋꿋하게 이성을 지켜내는 아이들의 모습이 색다른 웃음과 재미를 안긴다.
상상하는 존을 위로하는 《지각 대장
존》을 통해 그림책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도서출판 북극곰의 편집장 이루리님은 생각을 전환하여 상상하는 샘을 위로하는 『지각 대장
샘』을 세상에 내놓는다. 사실적이고 정확성을 추구하는 우리의 세상 속에 상상과 발상의 전환이 더해져 숨통 트이는 살만한
세상이 되는 건 아닐까 싶다.
'이기픈 무른 마르지 안나니' 샘의 이름에 담아낸
편집자 이루리님의 메시지를 가만히 받는다.
" 이 깊은 물은 마르지
않나니"
우리의 상상과 행복 그리고 배려와 나눔이 깃든 삶 속에는 다른 이를 포용하고
위로하는 사랑의 물이 항상 샘솟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