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칼라니티 저/이종인 역
김병수 저
정상훈 저
이국종 저
김범석 저
시미즈 켄 저/박소영 역
[에세이 특집] 베스트셀러를 만든 편집자 3인을 만나다 (2) – 김수진 『골든아워』 편집자
2019년 09월 23일
예스24, 2018년 베스트셀러 분석 및 도서판매 동향 발표
2018년 12월 03일
한밤에 20대 중반의 청년이 앰블런스로 실려 왔다. 청년의 하얗고 긴 목에는 칼자국이 선명했다. 벌어진 틈 사이로 피가 울컥거렸고 코에서도 피가 쏟아져 흘렀다. 그 사이로 힉힉대는 숨소리가 의료진을 다그쳤고 서둘러 기관삽관을 한 후 바로 수술방으로 보냈다. 이국종선생님과 권준식선생님이 수술방으로 올라갔다. 환자를 해친 칼은 기관 옆면을 갈라놓았고 그 주위의 근육과 혈관을 파열시켰다. 내경동맥이 끊어졌고 거기에서 강한 압력으로 피가 뿜어져 나왔으며 뿜어진 핏줄기가 기관으로 흘러들어갔다. 이국종선생님은 실로 기관지를 봉합해 출혈을 막았다. 수술은 난이도는 높지 않으나 속도전이어야 한다. 숨이 지나는 길에 문제가 생기면 생명은 단 10분도 견디지 못해 늦어지면 죽음에 이른다. 응급수술은 잘 끝났고 환자는 살았다. 몇 시간 후 권준식이 다급히 전화를 걸어왔다. (교수님, 환자에게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 막 진단검사의학과에서 연락이 왔는데 환자가 에이즈라고 합니다.) 의료진은 환자의 피를 몸으로 받아내므로 감염에 대한 검사도 필요하다. 만일 환자가 간염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면 수술 전날부터 주의를 기울여 마취와 수술에 대한 각종 안전조치들을 해둔다. 수술용 칼과 바늘은 몹시 날카롭고 수술용 장갑은 외과 의사들의 예민한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극도로 얇다. 날선 수술 도구들은 쉽게 장갑을 뚫을 수 있고 장갑을 뚫고 들어온 칼과 바늘이 의료진 손에 상처라도 내면 환자의 피가 스며들어 감염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므로 환자의 감염 정보를 미리 알아야 한다. 중증외상 환자들은 생사의 벼랑 끝에서 촌각을 다투는 채로 실려 오기 때문에 의료진은 정규 수술처럼 사전 검사를 다 할 시간이 없다. 검사 결과가 빨리 나오는 DNA, RNA 검사만이 의료진이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전부다. 이 검사 비용 3만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비급여 대상이며 자동차보험의 삭감 대상이므로 병원에서는 난색을 표한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여러 번 소견서를 제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국종선생님은 응급검사 지원에 관한 이견서를 여러 번 제출했지만 답은 오지 않았다. 의료진을 위한 검사 따위는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보존해주지 않는 에이즈 검사 키트를 독단으로 사들일 수도 없었다. 사지에서 목숨을 내놓고 일하는 셈인데 기관과 정부로부터 치명적인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한 보호조차 얻지 못한다면 이 일을 그만두는 게 맞다. 지난 10년 가까이 이국종이 올린 수많은 자료들과 직접 작성한 수혈비용 삭감에 대한 이의신청서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전부 쓰레기통에 처박혔단 말인가. 일개 의사의 불만이라도 10년 동안 지속되면 한 번은 귀 기울여줄 만했다. 이국종은 이 문제를 풀 방도를 좀처럼 찾지 못했고 팀원들은 여전히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도 없이 핏물을 뒤집썼다. '다행히 그날 청년을 살리기 위해 달려들었던 의료진 누구도 감염되지 않았다. 생명을 살리는 골든아워 60분. 중증외상센터에서 근무하는 의료진 선생님들의 고충이 느껴져 안타깝다. 의료 선진국에서는 어떤 식으로 이러한 고충들을 해결하는지 자세히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든다.
이 책은 의사 이국종교수가 중증외상센터 시스템을 이 나라에 구축하고자 애썼던 과정들이 낱낱이 드러나 있다. 중증 외상센터를 건립하고, 중증환자를 사고 직후 한 시간 이내(골든아워)전문의료진과 장비가 있는 병원으로 데리고 올 닥터헬기를 구축하는데에는 몇 몇 의료진과 관계자의 노력 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정부의 의지가 분명해야 하고, 정책이 밑받침되고 거기에 합의가 이루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이교수는 우리나라 40대 미만의 죽음에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증외상환자를 이대로 죽음으로 내모는 현실을 개탄스러워 하며 불철주야로 뛰어다니신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당장 눈 앞에 있는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고자 뛰어다니는 일 뿐이다. 이런 그의 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돌아오는 것은 냉대. 어찌 그럴 수가 있지 싶지만 현실은 그러하다. 병원은 이로인한 적자를 반길 수가 없다. 필요하고 절실한 일이지만 사립 병원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일이다. 중증외상분야에 그가 발 담근지 10여년이 넘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갈길이 먼 듯해 보이는 지금이지만 이 힘겨운 길을 가고자 하는 몇 안되는 의사들과 관계자들의 노력들이 언젠가는 빛을 발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대한민국은 자식을 의대에 보내기 위해 별의별 짓을 다 하기도 한다. 드라마, 뉴스에서 다루는 많은 학원가 소재들의 목표는 의대다. 그렇게 물불 가리지 않고 들어간 의대. 그렇게 힘들게 된 의대생은 무엇을 원할까? 그들의 부모는 무엇을 위해서 자식을 불물가리지 않고 의대에 보내려 할까. 이국종 교수와 같은 고생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 싶다.
우리가 의사하면 하얀 가운, 바쁘지만 보장된 지위, 경제력 등 하얗고 빛나는 삶을 생각한다. 그래서 다들 의대에 목숨을(?) 걸고 의대에 가서도 공부를 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이국종 교수님의 동영상을 찾아보며 내가 생각하고 알던 의사의 삶과는 참 다른, 힘든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 내에 존재하는 비상식적이고, 불편하고 불합리한 그리고 답답한 상황들이 여기 의료계에도 뿌리 깊이 박혀있다. 고치려고 해도 고쳐지지 않는 단순히 잘못된 것이 아닌,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잘못된 상황 말이다.
나는 의사가 다른 개인의 인생에 미칠 수 있는 무게를 생각했다.
고급스테인리스 강으로 만들어진, 이 무거우면서도 차가운 수술 기구와 첨단 과학이 응축된 장비들이 사람의 혼을 이승에 잡아 놓는다.
원칙을 지켜야 한다.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서 옳은 것을 주장하며 굽히지 않는다. 안될 경우를 걱정할 것은 없다. 정 안되면 다시 배를 타러 나가면 그 뿐이다.
중증외상 - 생명이 위독할 수 있는 외상으로 반드시 '수술적 치료' 및 집중치료가 필요한 상태
이송은 신속해야 하고, 이송 중 적절한 처치가 이루어져야 하며, 최종 치료를 담당할 수 있는 의료기관에 도달해야 한다. 도착과 동시에 빠른 진단, 수술, 집중치료가 이어져야 하므로 수술방과 중환자실이 받쳐 줘야 한다. 마취과, 혈액은행, 의료진....여러 분야의 의료 지원도 신속히 트입되어야 한다. 그것이 중증외상환자들에 대한 '치료 원칙'이다.
한극에서는 이 모든 것이 갖춰지지 않아 길에서 죽거나 다른 병워능로 가다가 죽었다. 필요한 것은 '시스템'이었다.
이교수는 미국UC샌디에이고 외상센터에 단기 연수에 참여하고 교과서적이며 이상적인 시스템에 감동받고 돌아왔으나 현실은 달랐다. 중증외상 환자 치료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각종 공제조합, 공단에서는 일반 환자 기준에 맞춰 지급하기에 병원에서는 심각한 손실이 발생한다. 초대형 병원은 중증외상 환자의 수용이 불가하고, 준종합 병원은 정규환자의 부족으로 중증외상환자를 유치하려 애썼으나 이 이송체계를 만들기는 역부족이다. 병원은 중증외상환자를 받을수록 적자가 쌓여갔다.
" 더 위험한 고강도 노동은 같은 노동자들 중에서도 게약직이나 하청노동자들이 담당했다 위험은 부상을 부르고 부상은 생명을 앗아가지만 위험도와 돈벌이는 비례하지 않았다. "
중증외상환자 대부분은 가난한 노동자이다. 그들의 사고는 수술을 요하며 수술 수 고가의 장비 사용을 필요로 한다. 가난한 그들이 치료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병원비를 못 내면 그 부서의 적자가 되어온다.
"중증외상 환자 항공 이송체계는 항공대원들과 의료진의 생명을 담보로 하여 세워지고, 그 체계가 얼마나 공고히 정립되는가에 따라 환자의 생존율이 결저오딘다. 나와 내 사람들이 죽음에 가까이 갈 때 환자는 죽음으로부터 멀어지는 이 아이러니를 나는 어지하지 못했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타인을 살리고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기 목숨을 걸어야 했으나 세속적 가치는 없었다. "
권준식이 군대에 가고 거짓말처럼 남정수가 나타났다. 정경수보다 뛰어난 사람을 만날수 이을거라 생각지 못했다 .그를 설득하고자 애썼으나 그는 결국 예수회에 입회하여 수사가 되어 세속의 삶으로부터 사라졌다. 세상엔 본인보다 타인을 위해 살고자 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 그래서 삶이 힘든 이들이 세상을 등지지 않고 살아갈 힘이 되나 보다. 이 책은 그런 이들로 꽉 차 있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타인을 위하는 삶은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이리 있다는 사실이 또 한번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김효주가 다리가 아파 입원을 했다. 송미경 선생인 아파서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이나 정우영에게서 약만 지어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은혜가 아파 쓰러졌고 윤상미가 수술을 받고 입원했다. 외상외과는 환자의수를 조절할 수 없다. 사고 후에 벌어지는 일들을 받아낼 뿐이다.
" 커튼 밖으로 나와 중환자실 복판에 서서 천천히 둘러보았다. 사방에 생사를 오가는 침상으로 가득했다. 그 발치마다 도사린 사신들이 환자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내 주변이 온통 죽음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만 같았다. "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사람들을 그 죽음에서 건져내기 위해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내어주는 고마운 분들의 이야기다. 이제 그런 사람들은 다 사라진 듯 보였지만 아니었다. 그분들은 예전에도 지금도 묵묵히 그 생과 사의 사투 속에 힘겨운 전쟁을 치르고 계셨다. 단지 내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몰랐던 것일 뿐. 힘겨운 상황에서도 그 누군가들의 이기적 횡보로 그 어려움이 계속 될지라도 이 힘겨운 싸움을 계속 할 그 누군가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이국종 교수님은 제일 처음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구출해낸 석해균 선장을 살린 의사로 알게 되었고, 그 후 지상파 방송의 다큐를 비롯한 여러 매체를 통해 보게 되었다. 그동안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던 중증외상센터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그 때 쯤이었다. 그리고 몇 년 뒤, 교수님의 비망록이라 일컬어지던 골든아워가 세상에 나왔다.
이 책은 중증외상센터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매체에서 보여지는 환자를 향한 헌신적인 삶 뒤에 숨겨진 진실은 한 사람의 어깨로만 짊어질 수 있는 짐이 아니었다. 시도때도 없이 발생하는 사고에 무거운 의료장비를 지고 헬기 이착륙은 기본이고, 도착하자마자 몇 시간이 걸릴 지 모르는 응급수술을 시행하며, 환자가 퇴원할 때 까지 끊임없는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턱 없이 부족한 인력에 초과 근무는 기본이라 끊임없이 공문이 내려오고, 쏟아지는 과중한 업무는 하루하루 해치우기 바쁘다. 본업만 하기에도 손이 모자라지만 병원 안에선 그를 시기질투라도 하는 듯 끌어내리지 못해 안달이 났으면서도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타이틀을 놓지 않으려 한다.
<불합리를 삼켜내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여서
우리는 스스로를 죽음 가까이에 두는 일이 많았다> - 512쪽
묵묵히 원칙을 지키며 환자를 살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티고 있는 교수님은 금방이라도 바스라질 것 같이 보이지만 내면은 누구보다도 단단한 사람이라 느꼈다. 문득, 이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난관이 가득해 언제든지 포기하고 싶었던 길이었음에도, 뒤돌아보며 후회하지 않고 묵묵히 앞을 보며 걸어가는 삶을.
책 1권과 2권에서 말씀하시는 내용,
가끔 방송 매체에 나오셨을때 하시는 말씀이 모두 한결같다.
그래서 더 슬프다.
작가님이 몇년동안 쓴 글이나 하신 생각 경험들을 모아 묶은 것일텐데,
이 유명한 분이 그 오랫동안 그렇게나 말씀하셨는데
상황이 나아진것이 없다.
나아지기는 커녕 이제는 두손을 들어버리셨다. 너무 큰 공격들을 받으셨다.
작가님은 그저 자신의 일에 충실하려 했을뿐인데, 열심히 일 한 분을 이렇게나 참담하게 만들었다.
책은 환자들의 이야기도 많지만,
본인과, 열심히 일하다 다치고 유산하고 몸과 마음이 너무 아플 그의 팀의 이야기이다.
보는 내내 숨이 턱턱 막혔다. 읽는 사람도 이렇게나 답답한데..
대체 얼마나 큰 부담과 압박을 받고 계신걸까..싶었다.
조금이나마 나아질때가 오긴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참 쉽지않다.
방송에서 이국종 교수님을 뵐 때마다, 방송이라는 매체를 꺼려하실 것 같은 분이신데 왜 저런 굳은 표정으로도 꾸준히 방송에 나오실까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차근히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필요한 자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지원과, 외상센터라는 곳이 정확히 어떤 환자를 보는 곳인지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로 인한 업무의 고단함과 어려움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가 매체에 자주 노출되는 이유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골든 아워 역시, 사람들에게 외상센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무엇때문에 외상센터가 필요한지 알리기 위해 덤덤히 써나가는 글이라는 인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