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나도 헌혈 많이해봤다.
내가 할 땐 최신시설이었는데 이건 원시적인 단계일때의 헌혈이야기인가보다.
한국 근대소설을 읽는 느낌이다.
위화의 소설은 민초들의 삶을 심층적으로 다루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비슷한 패턴이 있다.
작가마다의 취향이거나 자라온 환경의 영향인가보다.
지나간 삶을 추억하는 것은 그 삶을 다시 한번 사는 것과 다르지않다.
허삼관이 처음 매혈을 하면서 벌어지는 사연을 정갈하게 잘그려주었다.
허삼관의 마음 나도 조금은 안다 헌혈하면서 매혈하고 싶은 때가 있었으니까.
삶의 극한적인 고통을 체험한 허삼관의 매혈기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무척
많이 생각하게하는 작품이다.
자미원88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조용필의 노래가 자꾸 귓가에 맴돈다.
위화의 장편소설 《허삼관 매혈기》.
사둔지 한참 되었으나 제목이 주는 칙칙함 때문에 미루다가 며칠 전 <허삼관>이라는 영화를 보고 뒤늦게 찾아 읽었다.
가난한 생사공장 노동자 허삼관은 피를 팔아 받은 돈 삼십오 원을 밑천으로 허옥란과 결혼한다. 일락, 이락, 삼락. 9년 동안 세 아들을 낳고 어려운 살림이지만 행복하게 살던 삼관은 어느 날 자신의 큰아들 일락이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내에게 화도 내고, 홧김에 외도도 하고. 기른 정으로 어쩔 수 없이 일락을 키우면서도 마음의 상처 때문에 그는 소심하게 아이를 구박한다.
어찌어찌 상처를 봉합하고 살아가고자 하지만 그의 가족은 대약진 운동 때는 굶주림을 겪기도 하고, 문화대혁명시기에는 옥란이 기생이라는 모함을 받아 마을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장성한 후에도 일락이의 병 때문에, 이락이의 직장 때문에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삼관. 돈 쓸 일은 끊임없이 생기지만 목돈을 마련할 길이 없는 가장은 아내를 위해, 자식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피를 팔아 가족을 지켜낸다.
정말 노래가사처럼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났다. 처음엔 슬퍼서 눈물 나고, 나중엔 기뻐서 눈물 나고.
“삼락이는 고기가 먹고 싶단 말이지. 자, 그러면 삼락이한테는 홍사오러우 한 접시다. 고기에는 비계와 살코기가 있는데, 홍사오러우는 반반 섞인 게 제 맛이지. 껍데기째로 말이야. 먼저 고기를 손가락만큼 굵게, 손바닥 반만큼 크게 썰어서……. 삼락이한테는 세 점을…….”
“아버지, 네 점 주세요.”
...
“아버지, 형하고 삼락이가 침 삼켜요.”
“일락아.”
허삼관이 꾸짖었다.
“아직 네가 침 삼킬 차례가 아니잖아.”
(p.163~165)
기근으로 몇 달 동안 옥수수죽으로 연명하던 삼관 가족이 나란히 이불을 덮고 누워 맛있는 음식을 상상하고 있다. 자기 생일 기념으로 말로나마 맛있는 걸 해주겠다는 아버지. 귀를 쫑긋하고 침을 꼴딱 삼키면서 고기 한 점을 더 먹겠다는 아이들.
중국 전역의 대기근으로 수천만이 아사한 사건. 역사책에서 독재자의 잘못된 정책이었다는 몇 줄의 문장으로만 접하던 대약진 운동이 작품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토지를 국유화시키고, 식량과 가재도구를 압수하고, 모든 식생활은 국가에 의해 관리된다. 하지만 기근으로 배급이 끊겨 식당이 문을 열지 않자 사람들은 굶주림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의 검열 때문인지 작품 속의 인물들은 아무도 정부나 정치가들에 대한 원망을 하지 않는다. 삼관과 옥란도 그저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다며 담담히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렇게 정치적인 이유로 생기는 불행을 개인과 가족이 극복해 낸다.
초인적인 인내와 해학으로.
“나하고 임분방은 딱 한 번 뿐이었다. 너회 엄마하고 하소용도 마찬가지고. 오늘 내가 너희에게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나도 엄마하고 똑같은 죄를 저질렀다는 걸 너희가 알았으면 해서다. 그러니 엄마를 미워해서는 안 된다…….”
허삼관은 허옥란을 바라보며 계속 말했다.
“너희가 만약 엄마를 증오한다면, 나도 마땅히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나도 너희 엄마랑 똑같은 놈이니까.”
허옥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너희 아버지랑 나랑은 다르단다. 내가 아버지 마음을 상하게 해서…… 그래서 임문방과 그렇게 된거란다…….”
허삼관이 고개를 흔들었다.
“사실은 다 같은거야.”
(p.236~237)
문화대혁명 시기 근거 없는 대자보로 인해 허옥란은 기생이라는 누명을 쓰고 조리돌림을 당하고 집에서도 비판대회가 열린다. 남들이 욕한다며 부끄러워하는 아들들에게 삼관은 자신이 외도한 일을 밝히며 아내를 보듬는다.
옥란의 부정이 밝혀지는 순간부터 조마조마하고도 궁금했다. 겉으로는 허허거려도 마음은 지옥일텐데 어떻게 이겨내는지. 배우자의 부정을 용서하는 과정이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장면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내가 얼마나 속 좁은 인간인지.
허삼관 부부가 보여주는 진정한 뉘우침과 용서는 나를 부끄럽게 했다.
중국의 근현대사를 거치며 엄청한 고난을 겪는 어느 가족의 이야기지만 중국사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입춘도 지나고 봄이 성큼 다가왔다.
겨울이 다 가기 전, 가왕의 명곡 <그 겨울의 찻집>을 찾아 들어야겠다.
예전에 허삼관이라는 영화가 나와서 하정우가 홍보를 하러다니던 기억이 나는데 관심이 없어서 잊었다. 근데 이게 중국소설원작이었다니. 하긴 허삼관이 이름이라면 그럴법도 한데ㅋㅋ 아무튼 책으로 읽다보니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책임감 등이 느껴져서 애틋했다. 그러나 내리사랑이라고 했던가 자식들은 쉽게 그런 기억을 잃고 부정하곤하지..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