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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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지하철이나 전철을 타고 가다가 갑자기 멈춰서면 우선은 놀라고, 무슨 일일까 궁금해지기 마련입니다. 특히 막차인 경우에는 집에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게 됩니다. 아가와 다이주의 소설 <막차의 신>은 마지막 전철이 갑자기 벌어진 인사사고로 인하여 정차하면서 벌어진 상황을 소재로 한 중편소설 7편을 모았습니다.
요즘에는 우리나라의 지하철이나 전철역 대부분이 여닫히는 문으로 선로와 구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여닫이문이 없을 때는 승강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에 밀려 선로로 떨어졌다가 불행을 당한 사람도 있고, 삶을 비관하여 열차가 들어오는 순간 선로에 몸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도 그런 일이 적지 않았던가 봅니다. 아주 오래된 일입니다만, 동경 출장길에 전철역에서 인사사고가 난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기 위하여 망설이지 않고 뛰어들어 취객을 구했지만, 자신은 미처 몸을 피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았던 한국인 청년 이수현을 오래도록 잊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막차의 신>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양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사람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는 어쩌면 막차를 타고 다니면서 만났던 사람들을 소재로 하여 이야기를 구성한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인사사고로 정차된 열차 안에서 벌어지는 성추행사건을 둘러싸고 반전에 반전이 거듭됩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납기를 맞추기 위하여 야근이 이어지면서 지쳐가는 팀원들을 쥐어짜기 위하여 24시간 휴가명령이 떨어지는데, 막차를 타고 퇴근하던 주인공이 우연히 들어간 권투 체육관에서 만난 관장의 권유로 시범경기를 하게 됩니다. 상대선수로부터 아무리 맞아도 3분만 버티면 공이 울리고 쉴 수 있다는 권투 경기의 규칙을 관장으로부터 듣게 되면서 새로운 희망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경륜선수를 애인으로 둔 여성이 경기에 임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애인과의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헤어지기로 결심을 하게 됩니다. 이별을 알리는 편지를 보내고 마지막으로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애인의 집 근처에 있는 우체국에 불이 나는 바람에 편지가 전해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녀는 이별을 없었던 일로 할지 궁금합니다. 네 번째 이야기는 이발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아버지가 임종을 앞두었다는 전갈에 병원으로 달려가던 주인공이 전철이 멈추면서 조바심을 내게 되는데, 다행히 아버지의 임종을 지킬 수 있었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이발소를 지키겠다는 말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보면 일본이라는 나라에서는 가업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전철의 인사사고의 현장은 아니지만 부모의 불화와 어머니의 가출로 불안한 소년시절을 보낸 남자가 자신의 겪은 불행한 일들을 극복하기 위하여 여장을 하고 단막희극작가로 살아가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중심 줄거리입니다.
여섯 번째 이야기는 학교 폭력의 희생양이 된 여학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동급생들이나 선생님은 그녀가 왕따를 당해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녀는 별다른 생각이 없습니다. 사실 왕따 문제도 본인의 반응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든 이 여학생은 그림그리기에 빠져 왕따 문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데, 하루는 공원에서 수채화를 그리다가 필요한 빨간색이 없음을 알고 손목을 그었던 것인데, 출혈이 심해져 병원으로 이송되는 상황이 됩니다. 주위에서는 왕따로 받은 정신적 충격 때문에 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오해를 하고 가해자 남학생이 오히려 충격을 받아 학교에 나오지 않는 상황에 이르는 것입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인파에 밀려 선로에 떨어진 여성이 누군가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뒤에 그 사람을 찾기 위하여 사고현장에 있는 매점에서 일을 시작한지 무려 25년 만에 생명의 은인을 찾을 수 있었다는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사건들은 한번쯤은 겪었거나 들어보았음 직합니다. 읽어가다가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순간이 적지 않았던 이유일 것입니다.
미스테리 서스펜스라기보다는 힐링계인데. 원래 부동산 (시고토 미스테리에서 부동산이기도 하고, 특이한 집이나 무인도 등)이나 열차에 관련된 미스테리를 좋아해서 집어들었다. 잔잔하다. 또, 그리고 하나더 의외였던 것은, 첫차가 부지런히 사는 사람들의 그런거라면 이 막차는 꽤 다양한 사연이라는거.
7편의 이야기는 연결되어있다. 그게 목걸이처럼 꿰어졌다기보다는, 살다보면 세상은 참 좁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세사람만 건너도 알 수 있으니... 누구말처럼 다리를 건너올떄 그 다리를 태워서는 안된다).
파우치
사요코가 앰블런스에 실려갔다. 빨리 다른 기차로 갈아타야 하는데 갑자기 멈춘 열차. 바로 앞 역에서 인사사고가 나서 이를 정리하느라 시간이 걸린다. 만원인 열차안에 뒤에 한 남자가 내 치마의 후크를 건드리기 시작한다. 이런.
하하하하, 난 솔직히 사요코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런 취미까지 수용해주다니.
브레이크 포인트
작은 IT기업의 팀장인 나는 사장과의 대화에서 빡빡한 현재 이야기를 듣는다. 사람을 더 뽑기도 힘들도, 남기일도 맞춰야하고, 그래야 돈도 나오는. 밤을 세워도 모자를 이 지경에서 사장은 용단을 내린다. 브레이크 포인트로 1일 휴가를 다 쓰라고. 열차를 타고 집에 가는 길, 아직 회사에서 남은 직원들이 마음에 걸리지만 걸어가는 길에 샌드백을 부지런히 두드리는 남자의 모습에 빠져버리고 만다. 그리고 권유끝에 한번 해보게 된 그. 공이 치기까지 그 3분동안이 얼마나 긴지. 그 시간동안 지켜가고 쓰러져갈 것 같지만, 공이 칠거라 그 공이 칠떄까지 버티자는 마음.
아, 이 스토리 꽤 마음에 들었다. 누군가에게 권해주고 싶은 이야기. 바쁠때 한번 읽어봐라고 권해주고 싶다.
운동바보
애널리스트인 도모코는 휴가에서도 운동을 쉬지않는 경륜운동선수인 남자친구를 두고 있다. 어느날 계기로 그와 연결된 마음이 끊어지는 것을 느끼고 이별의 편지를 보낸뒤 접대를 핑계로 늦은 밤 막차를 탄다.
모든 생활패턴과 가치관이 맞는 상대를 만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않아? 일전에 읽은, 건널목만 건너면 잡은 손을 놓치는 남녀. 그들은 그걸 이별의 운명이라 받아들이지않고, 놓쳐고 다시 잡으려고 상대를 찾고 다시 잡는다. 그 노력이 그들을 이어주는 거라 생각하며.
오므려지지않는 가위
가장 마음에 든 이야기였다. 몰랐는데, 그가 이 책을 먼저 읽었고 내가 읽을때 이 이야기를 했다.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고, 어머니가 겨우 이끌어가는 이발소. 회사원인 나는 이발사 자격증까지 땄지만 이발소를 이을 생각이 없다. 집에 가도 어머니가 없어 술을 먹는 내 옆에 말을 나누다보니 아버지 이소의 단골이 앉아있다. 맨처음 찾아갔을때 "어떻게 잘라드릴까요?하는 말에 대답하기 곤란해하니, "마지막 자른적이 언젭니까?"하고 기른 것을 감안해 딱 맞게 잘라주었다는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한뒤 어머니에게 자를땐 말하지도 않았는데 똑같이 잘라주었다는. 어머니는 아버지가 자른 머리카락을 감겨주며 손님의 스타일을 다 익혔다는.
아, 누군가 원하는 머리를 정성스레 잘라주고, 그걸 행복하게 바라보고 익혀두고. 그 손님을 기억하고. 그런 마음이 요즘 흔하지않아서 그런가 왜이리 따뜻한지 모르겠다.
고가밑의 다쓰코
마감에 맞추고 남자친구의 화실을 찾아간 여자는 치마를 입은 남자가 하는 평을 듣는다.
난 이렇게 누가 무엇을 입건 이상하다고 하는 것보다 그냥 받아들이는 모습이 너무나 좋다.
빨간 물감
괴롭힘을 당했으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마음의 힘을 기른 나는, 어느날 빨간 물감이 너무도 필요해 그냥 팔을 찔러 피를 내고 기절을 한다. 하지만 이것은 오해를 사서 이전에 괴롭혔던 남학생이 학교에 오지않게 되는데..
스크린도어
이것도 참 마음에 든 이야기였다.
누군가에 밀려 열차 플랫폼아래로 떨어진 나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살았다. 그 사람에 대해 직원에게 묻자 자신에 대해 말하길 원하지않았다며 단지 인상착의만을 알려주었는데. 그리고 나서 그 역 매점에서 사람을 뽑는다는 이야기에 지원을 하게 되어 어느덧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 이제 스크린도어가 생기면 좁아져서 매점이 문을 닫게 되는 전날, 나는 바로 그 은인을 만나게 된다. 매번 매점안이 아닌 밖으로 나와 고개를 숙이게 되자, 상대방의 하반신을 보게되면서.
예상외의 내가 바라는 류의 미스테리는 아니였지만, 살아가는데 세상이 얼마나 좁은지에 대한 미스테리를 알려주는듯하다. 역시 착하게 살아야되..ㅎㅎㅎ
어느 날 친구가 카톡을 하나 보내왔다
"이 책 재미있겠지?"하면서 말이다. 뒤쪽에 글을 읽어보니 재미있을 거 같았다
본래 일본 소설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감동의 미스터리라니! 그 미스터리가 무엇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안에는 각기 다른 하지만 자세히 보면 미묘하게 이어진 7개의 이야기가 나온다
만원 전철에서 치한을 만난 베일에 싸인 여성,
납기 마감에 쫓기는 와중에 휴가를 명령받은 벤처기업의 엔지니어,
근육질 경륜선수와의 엇갈린 사랑에 고민하는 전문직 여성, 이발사 외길 인생을 걸어온 아버지의 임종을 코앞에 둔 아들, 콩트 작가 여장 남자의 충격적인 과거를 듣는 젊은 연인, 자기 충동적인 실수를 오해해서 등교 거부를 하게 된 소년을 걱정하는 인간 혐오증 성향의 여고생, 생명을 구해준 은인을 만나기 위해 25년간 역 매점에서 일한 중년 여성
이 각기 다른 단편 이야기에는 나름의 반전이 있다
그것은 첫 번째 에피소드인 베일에 싸인 여성 편 파우치를 읽으면서 '헉'했다랄까
처음에 읽었을 때는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어서 '뭐지?!' 싶었다
말을 하고 싶지만 이걸 알고 본다면 어쩌면 재미가 반감이 되기 때문에 조용히 있어야지
그리고 경련 선수와의 엇갈린 사랑에 고민하는 전문직 여성은 어쩌면 현시대에
연인들의 한 부분인 고민을 그대로 드러낸 게 아닐까 싶다
마지막에 닿지 남자의 대사로 보면 편지를 읽고 헤어지기 싫음을 돌려 말한 게 아닐까?
콩트 작가의 과거 이야기는 '어떻게 해..'라는 느낌을 들게 해주는 거 같다
눈앞에서 자기가 아는 사람 2명이 죽는다면 어떠한 느낌일까
왜 콩트 작가가 되었는지, 왜 사람들을 웃기고 싶은지 그 내면을 알게 된다면
내가 실제로 그 작가를 보았을 때
작가의 모습을 다르게 볼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명을 구해준 은인을 만나기 위해서 매점에서 일해온 사람은 얼마나 감사했으면 그랬을까 싶다
그래도 마지막에 그 은인을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크린도어가 생겨서 그 매점이 없어지는데 그전에 만나서 말이다
우리나라에도 스크린도어가 생겨났는데
이 책은 스크린도어가 생겨나기 전인 시대의 시점으로 글이 적혀있다
그래서 막차가 멈추었을 때도 '누가 죽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 같다
사건, 사고가 많이 생겨나서 생겨난 스크린도어의 이미지 때문에 ..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일을 하고 막차를 탔던 때를 기억했다
놓치면 집에 가기 힘들어지니까 엄청 뛰어서 타곤 했는데 그때도 그 막차 안에서 다양한 사연 가진 사람들이 많았겠지 싶어졌다
의식을 잃은 아버지에게 달려갈 때 전철이 멈춘다면 어떨까
그 편을 읽을 때는 괜스레 감정 이입이 되어서 눈물이 날뻔했던 거 같기도 하다
소중한 일상의 한 부분을 자연스럽고 따뜻하게 그려낸 소설
내가 다시 일을 하고 막차를 탄다면 아마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어떠한 일상일까 나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