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브라운, 백희나, 안녕달, 요시타케 신스케 등 동화 작가들의 책을 보면서 동화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했습니다.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로 조금씩 작업을 하고는 있지만 동화책을 보는 것과 쓰는 것은 천지차이인 것 같더라구요. 주제과 독자 타겟을 정하고, 캐릭터를 만들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재미있지만 아직 경험이 없다보니 막히는 부분도 많고 한 번 막히면 한동안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곽영미 작가님의「매일 나만의 그림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곽영미 작가님은 성균관대학교 문학·미디어 교육에서 그림책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앞니가 흔들흔들」, 「팥죽 할멈과 팥빙수」 등 그림책도 여러권 펴낸 노하우를 「매일 나만의 그림책」에 담았습니다.
「매일 나만의 그림책」은 총 7개의 파트로 구성되어있습니다.
파트1에서는 그림책이라는 종류의 책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어렴풋이 알고만 있던 내용들이었지만 이 파트를 읽고나니 개념 정리가 깔끔하게 되었습니다.
파트2에서는 주제, 독자층, 장르에 대해서 짚고 넘어갑니다. 그림책을 펴냄으로써 전달하고 싶은 내용과, 누구에게 전달하고 싶은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지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파트3은 구체적으로 이야기의 배경과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고, 파트4는 그림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그림 그리는 방식에 대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파트5는 글과 그림의 초안을 고쳐나가는 방법, 파트6과 파트7은 그림책 마무리와 출판에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매일 나만의 그림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점은 설명히 굉장히 간결하면서도 중요한 것들을 다 담았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기 보다는 정말 중요한 핵심만 알차게 모아놨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그림책을 출판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출판에 대한 문외한이면 쉽게 알아보기 어려운 내용까지 담겨있습니다. 이를테면 그림책 크기를 정한다든지, 표지, 면지를 정하는 방법 등 출판을 해보지 않았다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로 넣어둘법한 내용들을 미리 끄집어 내 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도와주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림책을 만들어보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모르겠다면 「매일 나만의 그림책」으로 시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이 책을 읽기 시작하고 그와 관련된 활동을 하고 결국 직업까지 그쪽으로 가게 되었는데 그동안 한결같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가장 좋아하는 분야가 그림책이고, 그림책은 예술이다'라는 얘기다. 틈만 나면 그림책을 들여다 보며 혼자 웃고 감탄하곤 한다. 그림책은 보면 볼수록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있고 혼자 보는 것보다 함께 보면 더 많은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 책의 저자도 첫 부분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얼마나 반갑던지.
이 책은 전문적인 그림책 작가가 되기 위한 책이 아니다. 자기만의 이야기를 자기만의 언어를 사용해서 그림책으로 만들어보고 싶어하는, 그림책을 좋아하거나 혹은 자녀에게 그림책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책이 두껍지 않지만 이 안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동안 읽었던 이론서 내용이 다 들어있다. 다만 굉장히 함축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첫 이론서라면 조심해야 한다. 저자가 쉽게 썼다고 생각한다면 이 또한 잘못 생각한 것이다. 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작가의 내공이 느껴진다.
책을 읽으며 그동안 수없이 봐왔던 그림책들이 떠올랐다. 저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하기도 했고 간혹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체크했던 부분을 상기하면 다음과 같다.
1. 그림책의 그림(18쪽)
그림책은 보통 펼쳐서 볼 수 있도록 구성하기 때문에 책의 접히는 면을 감안해야 한다. 간혹 중요한 그림이 가운데 있어서 완전히 보여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전문가들이 왜 이런 실수를 할까 싶기도 하지만 간혹 그런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책을 쫙 펼쳐서 보고 싶을 정도다.
2. 픽션 그림책(40쪽)
이 부분은 약간 동의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그림책을 사실 그림책과 정보 그림책으로 나누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이야기 그림책(픽션 그림책)을 설명하면서 동물이 사람처럼 등장하는 것을 모두 판타지 그림책으로 분류하는데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사실주의 그림책에도 판타지 요소가 들어간다는 설명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동물이 사람처럼 나오는 것을 모두 판타지로 본다면 판타지의 범위가 상당히 넓어지기 때문이다. 단지 동물이 등장할 뿐 이야기는 사람의 생활을 그대로 따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특히 요즘에는 워낙 다양하고 독특한 아이디어 덕분에 판타지와 사실의 경계가 점점 더 모호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판타지의 구분이 명확하든 그렇지 않든 새로운 방식의 그림책을 만나면 행복하다.
3. 그림의 시점(56쪽)
그림에도 시점이 존재한다는 말을 <영이의 비닐 우산>을 읽으며 느꼈다. 분명 전지적 작가 시점이었는데 어느 순간 영이의 시전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의 그 전율이란. 저자의 말대로 시점을 적절히 바꾸면 이처럼 독자에게 독특한 경험을 줄 수 있지만 너무 자주 바꾸면 산만할 것이라는 데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4. 이야기의 결말(82쪽)
어찌됐든 그림책은 어린이를 1차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반드시 해피엔딩일 필요는 없지만 희망이 담기면 좋'다. 열린 결말을 선호하지만 어린이 책은 희망적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어린이를 만나며 깨달았다. 또한 직접 교훈을 드러낼 필요는 없지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이 밖에도 평소에 그림책을 읽으며 생각했던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어 반가웠다. 예시로 나온 그림책을 떠올리며 읽다 보니 전에 읽었던 이론서도 떠올랐다. 오랜만에 그림책 관련 책을 읽어 즐거웠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