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 버니 저/박영인 역
편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을 읽고 있는 중인데 지인이 추천을 해서 읽어봤다.
처음부터 몰입이 되지않아서 그런가 끝까지 읽긴 했지만 재미있지 않았다.
형이 도둑질을 하다가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을 하고 결국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부분부터 나는 재미를 잃은 것 같다.
주제는 연좌제였다.
책은 살인자 형을 둔 동생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동생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나는 어떤 마음도 들지않았다.
뭐 나는 그랬다.
좋아하는 친구가 추천해준 책
한중록 읽으면서 그 두께 때문에 조금 고생했던터라
내용은 궁금해도 이 책에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ㅠㅠ 넘 두껍...
더 지나면 '몰아서 하는 여름방학 숙제'같은 책이 되어버릴까 싶어서 펼쳤는데
단 몇 시간만에 휘리릭 다 읽어버렸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글에는 뭔가가 있다
그게 마냥 좋다는 건 아니고 암튼 묘한 힘이 있긴 하다
모두가 알고있지만 쉽게 꺼내놓으려 하지 않는 그런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그는 다루는 것 같다
'공허한 십자가'와 그 맥을 같이 하는 책이었다
꽤나 묵직했고 여전히 그렇다
솔직히 답답하다.
한순간의 판단이라고는 하지만 범죄를 저질렀고, 그걸 딱히 미화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답답하다.
가족이 겪는 차별을 연좌제라고 할 수도 있지만 감정적으로 꺼릴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 아닌가.
환경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고, 범죄로 인해 만들어진 환경이란 것이 없지 않으니까.
차별적인 시선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통계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소설 속 형 츠요시는 자신의 죄를 뉘우치기 위한 노력을 하지만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상대에게 위로를 줄 수도 있긴 하다.)
그게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나오키와 가족이 겪는 아픔은 안타깝다. 특히 나오키의 아이는..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답답하면서도 안타까웠다.
개인적으로 츠요시의 형에 대해서는 동정하지 않는다.
우발적이든 아니든 본인의 선택이었고, 그 선택이 누군가를 불행하게 한 것은 사실이니까.
마지막 부분은 나오키와 츠요시 두 사람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은.. 범죄자의 가족끼리 풀어가야 하는 부분일 뿐 제3자가 생각하고 동정할 여지가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딱히 미화가 심한 책이라고 생각은 안 하지만 뭔가 찝찝하기도 하고ㅎㅎ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하는데..
술술 읽히는 대중소설이라고 해도 가끔 이렇게 무거운 주제를 던지는 책은 참 좋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은 표지가 멋진 것이 많은데
편지도 그중 하나인 듯합니다.
많은 추리소설들은 살인 사건의 해결까지를 다루고 있다면
이 소설은 그 후를 다룹니다.
살인자는 주인공에 대한 애정으로 편지를 보내지만
주인공, 나오키는 그 편지, 더 나아가 편지를 쓴 존재로 인해 불행한 삶을 사는 것이 아이러니합니다.
소설을 읽으며, 주인공을 향한 차별적인 시선에 분노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나오키가 나의 주변인이라면, 나 또한 이러한 시선으로 나오키를 보지 않을 자신이 있나?
여러모로 양심도, 가슴도 아픈 소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