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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 저/김현우 | 열화당 | 2019년 5월 20일 한줄평 총점 0.0 (5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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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영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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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작가, 미술평론가, 소설가, 다큐멘터리 작가, 사회비평가로 다양한 영역에서 글쓰기를 하고 있는 존 버거의 대표적인 소설 『G』. 1972년 부커상 수상작으로, 벨에포크라 불리던 유럽의 부르주아 문화 시기, 주인공 조반니의 일생의 여성편력을 따라가며 역사 속 사적인 순간의 여성성과 남성성을 섬세한 문체로 그려낸 작품이다. 1972년 발표 이래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번역 소개되는 것이다.

이야기는 주인공 G의 일대기를 따라 전개된다. G가 태어나서 죽기까지의 삼십 년(1886-1915)은 유럽에서 부르주아 문화가 서서히 와해되는 시기이고, G는 몰락해 가는 부르주아 가문의 후계자다. 이 소설에서 저자는 사회적 존재일 수밖에 없는 개인의 사적 욕망들을 점처럼 흩뿌려 놓고, 그것들을 이어 주는 결말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 점들을 이어 의미있는 연결을 만들어 가는 것은 독자들 각자의 몫이다.

존 버거 특유의 섬세하고 날카로운 사유가 재구성된 역사 속에서, 그리고 실험적인 이야기 전개방식 속에서 빛을 발하는 작품으로, 부커상 외에도 가디언 소설상, 제임스 타이트 블랙 기념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저자 소개 (2명)

저 : 존 버거 (John Peter Berger, John Berger)
미술비평가, 사진이론가, 소설가, 다큐멘터리 작가, 사회비평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처음 미술평론으로 시작해 점차 관심과 활동 영역을 넓혀 예술과 인문, 사회 전반에 걸쳐 깊고 명쾌한 관점을 제시했다. 중년 이후 프랑스 동부의 알프스 산록에 위치한 시골 농촌 마을로 옮겨 가 살면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농사일과 글쓰기를 함께했다. 저서로 『피카소의 성공과 실패』, 『예술과 혁명』, 『다른 방식으로 보기』, 『본다는 것의 의미』, 『말하기의 다른 방법』, 『센스 오브 사이트』,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모든것을 소중... 미술비평가, 사진이론가, 소설가, 다큐멘터리 작가, 사회비평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처음 미술평론으로 시작해 점차 관심과 활동 영역을 넓혀 예술과 인문, 사회 전반에 걸쳐 깊고 명쾌한 관점을 제시했다. 중년 이후 프랑스 동부의 알프스 산록에 위치한 시골 농촌 마을로 옮겨 가 살면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농사일과 글쓰기를 함께했다.

저서로 『피카소의 성공과 실패』, 『예술과 혁명』, 『다른 방식으로 보기』, 『본다는 것의 의미』, 『말하기의 다른 방법』, 『센스 오브 사이트』,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모든것을 소중히하라』, 『백내장』, 『벤투의 스케치북』, 『아내의 빈 방』, 『사진의 이해』, 『스모크』,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초상들』, 『풍경들』, 등이 있고, 소설로 『우리 시대의 화가』,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G』, 『A가 X에게,』 『킹』, 삼부작 ‘그들의 노동에’ 『끈질긴 땅』, 『한때 유로파에서』, 『라일락과 깃발』이 있다.
역 : 김현우 (金玄佑)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비교문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EBS PD로 일하며 전문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건너오다』가 있고, 옮긴 책으로 『스티븐 킹 단편집』 『멀고도 가까운』 『행운아』 『고딕의 영상시인 팀 버튼』 『G』 『로라, 시티』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 『A가 X에게』 『벤투의 스케치북』 『돈 혹은 한 남자의 자살 노트』 『브래드쇼 가족 변주곡』 『그레이트 하우스』 『우리의 낯선 시간들에 대한 진실』 『킹』 『아내의 빈 방』 『사진의 이해』 『스모크』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초상들』, 삼부작 ‘그들의 노...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비교문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EBS PD로 일하며 전문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건너오다』가 있고, 옮긴 책으로 『스티븐 킹 단편집』 『멀고도 가까운』 『행운아』 『고딕의 영상시인 팀 버튼』 『G』 『로라, 시티』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 『A가 X에게』 『벤투의 스케치북』 『돈 혹은 한 남자의 자살 노트』 『브래드쇼 가족 변주곡』 『그레이트 하우스』 『우리의 낯선 시간들에 대한 진실』 『킹』 『아내의 빈 방』 『사진의 이해』 『스모크』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초상들』, 삼부작 ‘그들의 노동에’ 『끈질긴 땅』 『한때 유로파에서』 『라일락과 깃발』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우리 시대의 진보적인 지성, 현존하는 영국 출신 작가 중 가장 깊고 넓은 자기 세계를 가지고 있으면서, 가장 광범한 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작가, 여든을 넘긴 노구로 지금도 농사와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는 작가, 그리고 미술평론가, 소설가, 다큐멘터리 작가, 사회비평가로 다양한 영역에서 글쓰기를 하고 있는 존 버거(John Berger, 1926- )의 대표적인 소설 『G』가 출간되었다. 1972년 부커상(The Booker Prize) 수상작인 소설 『G』는 벨에포크라 불리던 유럽의 부르주아 문화 시기, 주인공 조반니의 일생의 여성편력을 따라가며 역사 속 사적인 순간의 여성성과 남성성을 섬세한 문체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G』는 손으로 그린 지도들을 묶은 책처럼 보인다. 산이나 계곡, 강어귀를 표시한 지도가 아니라, 역사의 전환점들을 그린 지도, 그리고 인간의 몸, 여성성과 남성성을 표시한 지도 말이다. …어쩌면 이 책은 욕망의 대상이 되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그 무엇 속으로 떠나는 여행의 기록일지도 모른다."
--- 존 버거의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부커상 외에 '가디언 소설상(The Guardian Fiction Prize)' '제임스 타이트 블랙 기념상(The James Tait Black Memorial Prize)' 등을 수상한 바 있는 『G』는, 존 버거 특유의 섬세하고 날카로운 사유가 재구성된 역사 속에서, 그리고 실험적인 이야기 전개방식 속에서 빛을 발하는 작품으로, 1972년 발표 이래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번역 소개되는 것이다.
이야기는 주인공 G의 일대기를 따라 전개된다. G는 조반니(Giovanni)의 약자로, 이 이름은 돈 후안(Don Juan)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G가 태어나서 죽기까지의 삼십 년(1886-1915)은 유럽에서 부르주아 문화가 서서히 와해되는 시기이고, G는 몰락해 가는 부르주아 가문의 후계자다. 그의 아버지나 삼촌에게 일치되었던 개인적 시간과 사회적 시간 사이의 관계는 G의 세대에 와서는 와해되고 있었고, 따라서 그의 욕망은 뚜렷한 사회적 색채가 제거된 채 그냥 '알 수 없지만 힘은 센 무엇'으로 남게 된다. 소설 전체에 걸쳐 진행되는 G의 여성편력은 그렇게 '알 수 없는 것'으로 남아 있던 '나의 욕망'이, 역시 사회적으로 규정되지 않고 있던 '타인(여성)의 욕망'과 만나는 과정이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저자는 사회적 존재일 수밖에 없는 개인의 사적 욕망들을 점처럼 흩뿌려 놓을 뿐, 그것들을 이어 주는 결말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 점들을 이어 의미있는 연결을 만들어 가는 것은 독자들 각자의 몫인 것이다.

한편, 『G』의 이야기 전개 방식은 가히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소설의 시점이 계속해서 바뀌는가 하면, 저자가 직접 독자에게 말을 걸어 오기도 하고, 이야기 중간중간에 철학적 사색이나 역사적 사건에 대한 설명이 불쑥불쑥 등장하기도 하며, 심지어 그림으로 자신의 말을 설명하기도 한다. 즉 저자는 소설 곳곳에 직접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아, 이 소설을 이해하기 위한 단초들을 던져 주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 방식에 대해 존 버거는 소설 속에서 위와 같은 간접적 설명을 하기도 하니, 독자들은 페이지를 넘기면서 곳곳에서 소설 읽기의 낯선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실험적 형식이 다만 실험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서사구조와 조화를 이루며 완결성을 높이고 있다는 데 감탄하게 된다.
유럽 부르주아 문화의 전성기가 어떻게 종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또 왜 종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지를 한 남자의 여성 편력을 통해 살펴보는 것은, 겉으로 보이는 평화로움과 화려함의 이면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역사의 흐름을 개인의 사적인 경험을 통해 살펴보는 작업이다. 그런 면에서 『G』는 '역사 속의 사적인 순간들'을 포착해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저자 자신의 말대로 이 작품은 '특정 시기 특정 장소에서 인간의 욕망이 흘러가고, 우회하고, 급격히 속도를 내는 과정을 조금이나마 명료하게 밝혀 주는, 역사의 전환점들을 그린 지도, 인간의 몸, 여성성과 남성성을 표시한 지도와도 같다.

종이책 회원 리뷰 (5건)

구매 포토리뷰 존 버거의 「G」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 YES마니아 : 로얄 난* | 2018.12.06



정말 이해하기 어려워서 자괴감마저 드는 소설이다. ‘콜라주 소설’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앞뒤 문단이 서로 분절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하나의 이야기를 하다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다른 이야기로 급속히 선회한다. 두 개의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짧은 문단 단위로 계속 병치되기도 한다. 인물들이 망상에 빠져들기도 하는데, 문맥상 필요도 없는 그러한 망상을 왜 그렇게 정성스럽게 묘사하는지 의문이다. 혹여 나중에 어떤 상황과 연결되나 싶었는데 그렇지도 않다. 배경 설명도 마찬가지다. 인물들이 걷고 있는 숲속의 풍경과 냄새 같은 것들을 장황하고 집요하게 묘사하는데, 단순히 정서를 전달하기 위한 것인지 중요한 상징을 내포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시점이다. 1인칭 화자가 등장하나, 그 ‘나’는 소설 속 등장인물이 아니다. ‘나’는 등장인물의 내면을 속속들이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전지적 작가이다. 다시 말해서 이 작품은 ‘1인칭 전지적 작가’라는 독특한 시점을 채택하고 있다. 만약 이 작품이 우리나라 구술문학이었다면 판소리의 화자가 정서적으로 개입했던 장면들을 떠올리며 그러려니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 작품에서는 괄호 지문에 담긴 상황이나 정서에 대한 부연설명이 자주 등장하며 판소리를 연상케 한다. 그런데 나는 이미 ‘존 버거(John Berger)’의 이름을 앞세워 이 책을 읽었고, 그래서 설마 1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일 것이라고는 예측할 수도 없었다. 459페이지 분량의 이 소설을 거의 중간쯤 읽고 나서야 비로소 ‘아, 여기서 ‘나’는 그냥 존 버거 자신이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러니 그 전까지는 이 ‘나’가 언젠가 등장하게 될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이나 적어도 핵심적인 인물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했던 것이다.


작품은 G라는 익명으로 처리된 한 남자가 19세기 후반, 20세기 초반 격동의 시대에 유럽을 살아가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G라는 익명조차도 3분의 1쯤 읽어야 등장하고, 그 전까지는 ‘소년’으로 등장한다. 대체로 이처럼 인물에게 이름을 붙이지 않는 작법은 그것이 우리 모두의 이야기임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작품에서도 그렇다. 부르주아 가문의 사생아이자 유일한 후계자로 태어난 G는 태생적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마찬가지의 욕망, 자의식, 성장과정을 보여준다. 존 버거는 G의 눈으로 역사, 철학, 그리고 인간 자체를 인식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무언가를 묘사하고 거기에 이름을 붙여 준다는 것은, 그것을 당신 자신으로부터 분리시킨다는 의미다. 236


작품에는 크게 두 개의 축이 있다. 역사의 축과 욕망의 축이 그것이다. 역사의 축에는 자본주의, 사회주의, 정신, 혁명, 노예, 아프리카, 식민통치, 차베스, 2차 대전, 트리에스테가 위치한다. 욕망의 축에는 로라, 움베르토, 베아트리스, 미스 헬렌, 근친상간, 그리고 온갖 냄새들이 걸려 있다. 이 두 축이 접하는 지점에 G가 서있다. 유년기에서부터 부모로부터 격리되어 어머니의 사촌에게 맡겨진 G는 부도덕과 방종에 노출되어 내면으로 침전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가지게 된 듯하다. 그가 성을 통해서 자아를 발견했던 과정이 얼마나 특수한지, 혹은 일반적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유년기에 가정교사를 보면서 이른 나이부터 성적 욕정을 자각하게 되었던 순간, 그리고 근친상간이 자행되는 집안에서 스스럼없이 자신도 그 ‘의식’에 동참하게 되었던 상황들은 충분히 납득이 간다. 작품에서도 강조하고 있듯, 처음의 경험은 오직 처음이라는 이유만으로 나중의 모든 경험들을 합친 것보다 훨씬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섹스는 스스로가 성장했다는 것, 그리고 팔딱팔딱 뛰는 피와 살을 가진 실존적 인격체라는 것을 자각하는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폭발적인 경험이다.


처음에는 존 버거가 이렇게 호색한으로 보이는 인물을 창조하고 그를 전면에 내세워 세상을 바라보았다는 사실이 다소 의아스러웠다. 존 버거는 대표작인 「다른 방식으로 보기」에서 강조하고 있듯, 여성을 도구화하는 기성 고급예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인물이기 때문이다(실제로 당대 여성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 217페이지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이 대목은 「다른 방식으로 보기」에서도 동일하게 등장한다). 스스로를 돈 후안이라고 스스럼 없이 밝히는 G는 당대 부르주아 여성들의 취약함을 공략하여 욕망을 실현하고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목적을 관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G에게 있어 여성은 성적 욕망을 채워주는 존재, 나아가 원치 않았으나 결과적으로 주어진 생(生)에 그나마 존재의 의미를 부여해 주는 존재로 느껴진다. 물론 존 버거가 당대에 흔치 않았던 진취적인 여성이나 여성인권신장에 앞장선 남성을 앞세워서 우리가 가진 젠더 관점과 정면으로 대치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정녕 원했던 것은 역사의 격동 속에서 한 인간이 스스로의 욕망을 실현하거나 타협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성취감과 좌절감을 가급적 진실에 가깝게 전달해 주는 것이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그것이 진실에 가까워야 한다는 전제 하에 작가는 자신이 직접 완전한 형태로 촘촘하게 짜인 내러티브를 제시하지 않고 오히려 분절된 순간들을 느슨하게 펼쳐 놓았다. 왜냐하면 우리의 인생, 사고, 욕망 자체가 원래 합리적이지 않으며, 그 짜임세도 대단히 엉성하기 때문이다.

 

끝을 보려는 작가의 욕망은 진실에는 치명적인 것이 된다. 결말은 모든 것을 통일시킨다. 통일성은 다른 방법으로 세워져야 한다. 117


그러한 ‘애매함’에 대한 존 버거의 존중은 글과 단어에 대한 생각에서도 묻어난다. 그는 하나의 단어를 통해 정서나 특징을 묘사해야 하는 상황에 당혹감을 느낀다. 그 당혹감은 글을 써서 먹고사는 그의 입장을 고려해 볼 때 참으로 아이러니 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이해되는 것이기도 하다. 누구나 어떤 길에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전에는 너무나 쉽고 당연해 보였던 것들이 일단 그 길에 들어서고 나면 시간이 흐를수록 더 어려워지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나. 이런 당혹감에 대하여 존 버거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내가 인식하거나 상상하는 것들은 그 독창적 특징 대문에 나를 혼란에 빠트린다. (중략) 나는 각각의 사건이 가지는 독창성에 깊은 충격을 받는다. 거기서부터 작가로서 내가 겪는 어려움이 생긴다. 어떻게 그런 독창성을 전달할 수 있을까? 확실한 방법은 그 독창성을 차근차근 전개하고 발전시켜 가는 것이다. (중략) 나는 시간의 흐름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다. 내가 인식하는 사물들 사이의 관계는 내 머릿속에서 복잡한 동시적 패턴으로 기록된다. 다른 작가들이 차례차례 이어진 장을 보는 곳에서 나는 평원을 보는 셈이다. (중략) 시간 속에서 인과관계에 따라서가 아니라 공간 속에서 포괄적으로 좌표를 찾는 방법. 나는 기하학자의 정신으로 글을 쓴다. 199


마치 책을 쓰고 난 후에 유력 문예지와 인터뷰하면서 발언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소설 한 가운데 버젓이 자리를 잡고 있는 이 문장에는 존 버거가 「G」를 쓰면서 느꼈던 감정과 작품 구성의 계기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선형적으로 사건과 인물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막걸리 한잔 하고) 멀리서 숲을 보듯 분절적으로 세상을 바라본 후, 그것을 스냅사진으로 인화해서 마구 뒤섞은 뒤에 독자에게 던져준 것이다. 그가 모든 분절적인 장면들에서 고유성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섬세한 눈과 감성을 지닌 사람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 그를 만난 대가로 지금의 우리에게는 이 사진들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조합할 권리와 책임이 주어졌다.


이런 존 버거의 의도를 생각해 볼 때, 이 작품을 주류 문학비평의 잣대로 더욱 철저하게 해체해보려는 노력은 부질없을 뿐만 아니라 온당치 않다(절대로 나의 능력이 부족해서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작품의 구성만큼이나 뜬금없이, 오늘날 우리나라가 직면한 저출산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 있는 문장을 하나만 더 인용하고 이 글을 마치려 한다.


“이런 시대착오적인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날이 올거야. 우리는 자유롭게 될 거고, 그러고 나면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가질 수 있을 거야. 그 아이들은 조국의 자유로운 아들딸이 되겠지. 하지만 지금 아이를 낳는다면, 그 아이들은 세계의 압제자들을 위해 일하는 군인과 노예밖에 안 될 거야.” 336-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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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유럽과 G의 역사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i******n | 2017.11.14
G와 유럽의 역사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물흐르듯이 욕망하는 두 세계의 공존.
흥미롭게 읽히는 책이다.

제 1차 세계대전 전 후의 세계정세에 대한 지식이 더 깊었더라면 더욱 흥미로운 읽기가 되었을 것 같다.

내게는 주인공에 대한 글이라기 보다는
다 읽고 되짚어보니 욕망하는 세계에 관한 글이었던 것 같다.
같은 책을 읽는데 읽히는 정서가 이렇게 다르다..
책 읽기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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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 | 2011.03.08
그간 읽었던 책들이 그다지 쉽지 않았기에 각오를 하고 집어들었던 존 버거의 작품 [G]. 이태리를 배경으로 한 플레이보이의 이야기를 아주 흥미롭고도 예술적으로 풀어내고 있는 책이다. 스토리 라인도 흥미로웠지만, 여기저기 산재한 짧은 이야기들 역시 읽는 재미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듯 하다. 예전에 읽었던 그의 책들도 다시 한번 읽어볼 생각을 들게 해주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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