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시나리오 쓰기
심산
해냄출판사/2020.12.20.
sanbaram
‘드라마란 무엇과 무엇이 부딪치는 이야기’라는 단순한 명제를 제시하는 <한국형 시나리오 쓰기>는 워크숍 수업과정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고 한다. 주로 시나리오 작법의 기본적 패러다임들이 적용된 예를 한국영화들 속에서 찾아내어 설명한다. 이 책에서는 ‘누군가 어떤 일을 하려고 대단히 노력하지만 그것을 성취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을 강조한다. 저자 심산은 1998년부터 지금까지 한겨레문화센터 시나리오작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상작가전문교육원, 연세대학교 미디어아트센터 등에서 시나리오 워크숍을 이끌어왔다. 지은 책으로 시집 <식민지 밤 노래>, 장편소설 <하이힐을 신은 남자>, <사흘 낯 사흘 밤> 등과 옮긴 책으로 <시나리오 가이드> 등이 있다.
<한국형 시나리오 쓰기>에서 “완성된 시나리오는 더 잘라낼 신이 없고, 감독, 제작자, 투자자, 배우들 모두 설득해야 하며, 건축물의 설계도처럼 모든 디테일이 분명하게 표현되어야 한다.(p.13)”고 말한다. 또한 시나리오는 그것이 제작될 때 그 과정에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유형무형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보장할 수 없는 시나리오라면 작품성이니 완결미니 완성도니 하는 것들이 제아무리 높아도 말짱 도루묵이다. 엄청난 시간노력을 투여한 마스터베이션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 한다. “시나리오 베껴 쓰기는 모든 작가 지망생의 필수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비로소 한 편의 영화를 발견하게 한다.(p.25)”고 말하는 저자는 시나리오가 ‘비주얼 스토리텔링’이지 대사모음집이 아니라고 한다. 대사보다는 행동이 중요하며 그래서 이것에 대한 묘사(지문)가 더 많은 양을 차지한다. 시나리오 베껴 쓰기를 통해 비로소 한 편의 영화를 이해하게 된다고 베껴 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피칭은 시나리오를 구입할 감독이나 제작자에게 그 내용을 쉽게 설명하며 영화 만들기라는 대장정에서 첫 발자국을 떼어놓는 행위이다.(p.37)” 자신이 쓴 시나리오가 어떤 내용인지를 5분 안에 설명하는 것, 그것이 피칭이다. 그러므로 상품의 핵심적 내용에 대한 정확한 소개, 소비자가 그것을 구입했을 때 얻게 되는 구체적 이익에 대한 비전의 제시. 그리고 순식간에 상대방의 혼을 쏙 빼놓을 만한 멋진 화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시나리오를 떠받들고 있는 양대 기둥은 플롯과 캐릭터이다. 모든 시나리오는 이 두 기둥의 특정한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국내외 영화를 예를 들며 설명한다.
“3장 구조는 가장 친숙하고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이다. 3장 구조를 채택하지 않는 대안적 시나리오가 얼터너티브다.(p.61)” 시드 필드의 고전적인 구성표에 따르면 1장 : 2장 : 3장의 분량이 각각 1 : 2 : 1 즉 30분 : 60분 : 30분으로 되어 있지만, 이러한 비율은 점점 수정되어가고 있는 것이 현대영화의 추세라고 한다. 서론이 길어지는 것에 대하여 짜증스러워하고, 일단 결론을 냈으면 쌈빡하게 끝나는 것을 좋아하는 요즘 관객의 취향을 좇아 1장과 3장의 비율이 줄어드는 대신 2장이 길어지고 있는 것이 명백한 변화라는 것이다. 영화는 1장에서 등장인물들과 전체의 스토리가 처해 있는 상황을 다룬다. 2장에서는 그 상황이 진척되어 최고조에 이르게 되는 커다란 문제를 다룬다. 3장에서는 갈등과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는가를 다룬다.
“‘누가 뭘 하려고 졸라리 애쓴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이 짤막한 명제만 제대로 소화해내면 드라마의 기본은 제대로 세워진 것이다.(p.99)” 주인공은 왜 졸라리 애쓰는가?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을 어렵게 만드는 장애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주인공은 관객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 그는 자신의 내적 갈등을 드러냄으로써 관객을 끌어들인다. 내면의 표현이 캐릭터를 풍성하게 만들고 진실을 드러낸다. 내면을 어떻게 눈에 보이도록 표현할 것인가를 고민하라는 것이다. 내면의 외면화를 잘하려면 보고 베낄만한 유형별 데이터베이스를 많이 보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 방식을 자신의 시나리오에 적용시키려 노력하라고 조언한다.
“작가는 주어진 시간 내에 상황을 세팅하고 주인공을 소개하며, 관객을 그에게 끌어들이고, 등장인물 간의 갈등을 첨예화시켜 나가다가, 클라이막스를 거쳐 엔딩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 (p.159)” 관객은 압축과 비약이 효과 있게 사용한 세련된 스토리텔링을 즐기기 위하여 극장을 찾는다고 말한다. 만약 너무 순차적이어서 충분히 다음 신을 예견할 수 있는 장면 전환들로만 이루어진 영화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최악의 영화라고 한다. 영화가 시간과의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고안해 낸 무기가 장면 전환이다. 그리고 좋은 장면 전환은 심리학적 깊이를 드러내면서 관객을 드라마 속으로 끌어들인다. 장면 전환의 기법을 극단까지 밀어붙인 결과 한 신 안에서조차 생략과 비약을 감행하는 것이 신 내 점프다. 그러나 관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한꺼번에 쏟아 붓지 말고 몇 개로 분산시켜 여기저기 숨겨 놓으라고 말한다.
“모든 것을 설명하려 들지 마라. 설명하는 대신 보여줘라. 그러면 관객은 그 뒤에 감추어진 숨은 그림을 찾아내려 애쓰며 저도 모르는 사이에 영화의 참여자가 된다.(p.206)” 반드시 전달되어야만 할 정보의 총량을 산출하는 데 인색해라. 초보자들은 꼭 필요한 정보의 총량이 그토록 적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마다 놀라게 될 것이다. 그 최소한의 정보의 양조차 가능한 분산시키고 파편화하여 숨겨놓아라. 생뚱맞은 정보의 전달을 피할 수 없다면 그곳에 갈등과 유머를 버무려 양념을 치라고 한다. 그러나 설명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최고의 설명은 설명을 설명답지 않게 전달하는 것이다. 영화에서 정보의 전달은 ‘열린 교육’의 방식에 따라야 한다. 즉, 신나게 놀다보니 무언가를 알게 된다는 식으로 전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러니는 등장인물 중 한 사람 이상이 모르고 있는 사실을 관객이 알고 있을 때 발생한다. 그것은 한마디로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하고 미묘한 정서적 효과를 자아낸다. 정서를 다룬 장면들이야말로 관객을 영화로 끌어들이는 최선의 무기다. 그런 장면들은 관객이 영화의 스토리라인을 소화해 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영화는 단순히 플롯과 스토리만으르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영화의 뼈대다. 이 뼈대가 바로 서 있지 않으면 영화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오직 그것뿐이라면 곤란하다.(p.234)” 관객은 의과대학의 수련의가 아니다. 그들은 뼈대와 해골만으로 이루어진 시체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이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은 온전한 사람이다. 플롯과 스토리가 영화의 뼈대라면 정서는 그 위에 덧붙여 입혀진 살과 피다. 관객을 영화 속으로 몰입시키는 것은 해골과 뼈대가 아니라 살과 피다. 관객은 영화의 정보와 플롯 포인트를 기억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주는 것은 언제나 정서다. 심지어 반드시 필요한 정보조차 정서를 담보해 내지 못하면 그저 생경한 이물질처럼 느껴질 뿐이라고 강조한다.
“영화에서 대사가 차지하는 질적인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높다. 대사는 스토리를 진전시키고, 캐릭터를 드러내며,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p.243)” 그러나 장면을 떠올릴 때 비주얼이 우선이고 대사는 마지막이다. 만약 비주얼만으로도 충분하다면 대사는 없어도 좋다고 한다. 초보 시나리오 작가들은 대체로 정서가 담긴 장면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기본적인 스토리라인을 끌고 나가는 것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은 갑자기 툭 트인 광야를 비추는 한 컷이 왜 필요한지. 오랫동안 하염없이 걸어가고만 있는 사람의 뒷모습을 롱테이크로 잡는 것이 얼마나 필수적인지를 모른다. 그들의 시나리오는 하염없이 설명해대는 대사들과 결코 빼놓을 수 없다고 오해하고 있는 중요한 장면으로만 가득 차 있다고 평한다.
“초고를 쓰기 전에 스토리의 윤곽을 분명히 하라. 가장 기본적으로는 다음의 네 가지 질문에 대하여 확고한 답변을 제출할 수 있어야 한다.(p.282)” ‘첫째, 오프닝은 무엇인가? 둘째 1장은 어디까지인가?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첫 번째 플롯 포인트는 어디인가? 셋째, 2장은 어디까지인가?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두 번째 플롯 포인트는 어디인가? 넷째, 엔딩은 어떻게 되는가?’ 등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언한다.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은데 아직 초고도 완성하지 못했다면 일단 초고를 쓰라고 한다. 초고가 완성됐다면 그건 버려야 할 쓰레기일 뿐이다. 모니터링을 받고 다시 고쳐 써라. 원만하면 아예 그 플롯 자체를 송두리째 뜯어고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재고를 쓰고 다시 고쳐 써라. ‘고쳐 쓰고 고쳐 쓰고 또 고쳐 써라.’ 라고 고처쓰기를 강조한다. 이 책에서 안내하는 시나리오 쓰기의 방법을 충실히 따른다면 좋은 시나리오를 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시나리오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극 권한다.
시나리오를 정식으로 공부하거나 써보지는 않았다.
나는 그저 시나리오라는 장르에 호기심을 느끼고 언젠가 한번 도전해볼만하다고만 생각하고 있는 시나리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그냥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다.
그런 내가 우연히 이 책을 읽게됐는데...
'아, 시나리오라는게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시나리오가 무엇인지, 얼마나 중요한것인지, 시나리오를 쓰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등등 시나리오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을 가르쳐줬다.
개인적으로 심산의 영화... 비트와 태양은 없다..등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만든 영화가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해서 그가 쓴 책도 영화와 같이 평가하는건 편견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그런감이 없잖아 조금은 있었다.반성^^*)
아무튼 결론 : 시나리오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추천한다. 읽을만하다. 간만에 돈안아까운책.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 영화, 비트와 태양은 없다의 시나리오를 쓴 작가가 자신의 경험과 이론을 녹여낸 시나리오 작법서입니다. 어떻게 그 시나리오를 썼고 관련된 에피소드를 적어서 그런지 생생한 현장감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이론서와 실전편이 함께 있는 내용이라 좋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작가님이 새로 만든 용어라든가 여러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설명하는 이론 등의 내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